오늘 아침에 집을 나서는데 아파트 경비원이 낙엽을 쓸고 있었다.
낙엽만이 아니라 가을을 쓸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안타까워
그냥 놓아두면 안 되느냐고 물었다. 비라도 오면 하수구가 막히기
때문에 쓸어서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효자동에서 삼청동으로 넘어 가는 청와대 앞길은 노란 은행잎이
보도위에 수북하게 쌓여서 가을이 깊어 갈수록 한껏 운치를 뽐낸다.
육영수 여사가 있을 때는 청와대 안마당 까지 낙엽을 쓸지 못하게 했다.
까칠한 박정희 대통령에게 권력의 삭막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도록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려는 배려였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을 낙엽을 하수구 때문에 쓸어 버려야 된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은 가슴을 울리는 계절이라는
가울 이라는 말이 변했다는 말이 있다.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것들은
코스모스도 있고 음악의 선율도 있고 하늘과 구름도 있고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무래도 단풍과 낙엽이라고 생각한다.
단풍은 낙엽이 되어 사라져 간다. 낙엽은 정말 많은 의미를 떠올리게 한다.
인생도 낙엽 같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어머니는 일찌기 그 의미를 아셨다.어머니는 단풍으로 김장을 하시고
낙엽으로 삭이셨다. 노란 배추속 그리고 빨간 고추 양념으로
김장 갈무리를 하며 한해 한해를 마무리 하셨던 것이다.
나뭇잎은 봄바람을 맞으며 봄눈으로 태어나서 비바람과 맞서고
때로는 폭염과 폭설과 싸우며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간다.
그리고 낙엽이 되어 마지막으로 더 이상 비길 데가 없는
고운 자태를 여운으로 남기며 사라져간다.
비개인 후에 단풍의 색깔은 너무나도 아름답다.
노란 은행나무 잎, 빨간 단풍나무 잎은 먼지가 깨끗이 씻기어져
그 선명한 색깔이 영롱하기 그지없다. 견디다 못해 아래로 떨어져
구르는 낙엽의 운치는 또 얼마나 멋진가.
아직 나무위에 매달려 있는 단풍과 어우러져 뿜어내는 환상의 빛깔은
아름다움을 넘어서서 보기에도 너무 황홀하다. 어디 그뿐인가.
불타오르는 그 냄새로 또한번의 깊은 사색을 주고 간다.
이렇듯 인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정진철의 2분간의 사색중에서)
첫댓글 잠시 사색을 통하여 나뭇잎에 대한
소고를 봅니다.
비에 다 떨어진 나뭇잎을 보며
그 처연함에 쓸쓸했던 마음을
선생님의 글에서 힘을 얻다 갑니다.
낙엽이 사람을 그리 행복하게 해주리라고는 예전에 미처..ㅎㅎ
가을은 아무래도 센치멘탈한 계절인가 합니다.
사람은 나이들면 노추해지나 나무는 나이들수록 사랑을 받고
잎도 덜어질 땐 화려하게 변신해서 최후를 장식하건만
사람은 그렇지 못한 것이 원죄가 있어 그런 걸까요?.
좋은 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센티멘탈이 없으면 인생이 너무 삭막합니다~~
그런 감성으로 우리 이렇게 한 공간에서 만나 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