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옥 | 2012-06-25 22:59:45, 조회 : 2,008, 추천 : 238 | |
6월 24일 일요일 …
오늘은 산빛산악회 자유산행이라 정해진 등반일정은 없었다.
내가 몇주 전부터 배추흰나비의 추억을 가고 싶다고 해서
산빛팀 자유산행 일정을 도봉산 자운봉 배추흰나비의 추억길로 잡았다...
아침 8시에 포돌이 광장에 도착해보니 산빛팀이 모여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물과 김밥을 사서 산행을 시작했다.
오늘 등반에 참석한 인원은 은수형, 순학형, 시연형, 진택형, 지호, 범준, 경옥…
나까지 모두 8명이다…
그동안 날씨가 얼마나 가물었는지 도봉산 계곡은 물이 바짝 말라서
군데군데 고여서 썩어가고 있고 등산로 또한 흑먼지가 뽀얗게 쌓여서
발걸을을 내디딜 때마다 먼지가 날려서 바지에 달라붙었다.
게다가 날씨도 비가 오기전 날씨처럼 흐릿하고 습도가 높고 더워서
어프로치를 하는동안 엄청남 땀을 흘렸다…
만월암에서 잠시 쉬면서 숨을 고르고 등산로를 따라 30여분을 더 오르다
등산로를 벗어나 50여미터쯤 더 들어가니 배추흰나비의 추억 첫피치가 보였다.
숨을 고르며… 땀도 식히며… 장비도 착용하며… 등반팀을 나눴다.
진택형 선등조에 은수형, 시연형, 지호가 한팀이 되어 1피치부터 출발...
순학형님 선등조에 범준, 경옥, 양양이 한팀이 되어 2피치부터 출발…
우리가 등반할 두번째 피치는 1피치를 마치고 5미터정도를 하강해 시작되는 곳인데
눈으로 쓰윽 올려다 보기엔 그렇게 부담이 없었는데 막상 붙어보니
손, 발, 밸런스… 어느것 하나 마음처럼 되지 않고 난감하다… 특히 밸런스...
시작부터 마지막 등반을 끝낼때까지 배추흰나비의 추억은 밸런스와의 싸움이었다…
2피지 마지막 구간 직벽에 붙은 두개의 볼트따기는 한개는 되는데
한개는 도저히 설수가 없다.. 그래서 좌측 칸테를 겨우 잡고 올라섰다..
내가 세컨으로 올라가 내 다음 차례인 경옥이의 빌레이를 보는데
경옥이 또한 참 난감한 표정과 자세를 보이며 올라온다…
그 다음 범준이 차례…
한동안 등반을 잘 했었다고 들었는데 범준이와는 오늘이 처음 등반이다.
범준이가 오르는 모습을 보니 비교적 잘 올라오고 있지만
오랫동안 등반을 쉬었다가 하려니 힘이 많이 드는 모양이다.
올라와서 확보를 하고 주저앉고 나니 통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팀이 3피치에 올라오니 우리팀 중간에 타 산악회 두명이 끼어들어
4피치까지는 확보물을 같이 사용하느라 자일도 꼬이고 등반이 산만해졌다.
4피치는 직벽을 비교적 양호한 홀드즐 잡고 올라서 사선침니를 지나
손하나 들어가는 뻥크랙을 지나서 우향사선크랙을 지나는 형태인데
여기도 밸런스가 문제였다..
흐르는 뻥크랙… 애매한 밸런스… 애매한 침니… 짜증스런 피치다…
등반자들의 모습을 보니 밸런스가 안나와 어느 구간은 배추흰나비의 애벌래처럼
온몸을 비비며 올라오는 모습도 보인다..
우리팀 마지막 등반자인 범준이가 4피치에 오를때
진택형이 그 뒤를 선등으로 올라오고 있다.
여길 어찌 선등으로 올라오는지 대단하게만 보인다..
범준이가 4피치 마지막으로 오면서 확보물을 회수하고 나니 올라올 방법이 대략 난감하다.
몸도 무거운 아이가 힘을 다 쓴데다 잡을 확보물도 없으니… 낚시 빌레이라도…
4피치를 마치고 침니 하나를 넘어서니 5피치와 6피치가 한눈에 들어온다.
루트개념도에는 이 구간이 5.7이라도 되어 있는데 실제 등반을 해보니
5.10b는 넘는 난이도로 느껴진다…
거기서 좌우를 살피니 좌측엔 만장봉 정상도 보이고…
그 아래로 촛대처럼 생긴 바위도 보이고…
우측으론 포대능선이 보인다…
거기서 3시쯤 깁밥도 먹고, 커피도 한 잔하고, 경옥이가 얼려온 복숭아 통조림도 먹고…
잠시 쉬고 있으니 나머지 뒷팀들이 올라왔다.
은수형님이 여기는 끊지 말고 2피치를 한번에 오르자 해서
순학형님이 5피치와 6피치를 한번에 올라가시는데 시작부터가 만만치 않은것 같다.
게다가 오늘따라 순학형님 암벽화가 슬립을 먹으며 난감해 하신다.
내 차례가 되어 붙어보니 잡을 홀드나 디딜 홀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자일이 여러번 꺽여서 확보도 어렵고 발을 믿고 일어서려니 참 불안하고...
뒷자일은 누가 당기는 것처럼 딸려오지 않는다…
가뜩이나 등반이 안되니 이런 사소한것까지 짜증을 부른다..
아직도 난 슬랩은 멀었나 보다…
그런데 걱정했던 지호가 슬랩에선 성큼성큼 씩씩하게 잘 올라온다.
그렇게 등반이 끝나고 하강을 하는데 하강지점이 대략 난감하다..
하강줄이 나무에 걸리고… 바위에 끼고…
모두 하강하고 만장봉 능선 등산로에 모여 장비를 정리하고 하산했다.
오늘 등반도 날 참 버벅거리게 만든 등반이다…
좀 자신감이 붙을라 칠때 이런길을 만나면 또다시 의기소침 해진다..
그리고 내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나의 모습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아직도 갈길이 멀다..
그래도 서두른다고 되는게 아니니 하나씩 차근차근…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2-12-08 20: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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