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식의 산나물 이야기 (5)냉이
겨울이 다 가기 전 먹어야 제맛
간·눈·위장에 좋고 춘곤증에도 효과
냉이는 잎과 줄기가 갈색을 띨 때 캐 먹어야 맛과 향이 좋다(경북 영양).
바람이 아직 차지만 냉이는 봄맞이로 분주하다. 겨울이 물러가고 봄이 온다는 입춘이 지나면서다.
봄나물로 알려졌지만 실제 겨울 나물에 가깝다. 가을에 새싹을 틔우고 자라다가 찬바람이 불면 납죽이 엎드린 채 겨울을 이겨낸다. 그래서 비닐하우스가 흔치 않던 시절만 해도 겨우내 유일한 신선 나물이었다.
냉이는 추위에 강해 눈이 내려도 얼어 죽지 않는다(경북 영양).
요즘 들녘엔 냉이가 겨울잠에서 깨어나 자라고 있다. 눈 녹은 물로 목을 축이고 쉼 없이 살을 찌우고 있다. 잎은 겨울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했지만 땅속뿌리는 분주히 자라는 모습이다.
냉이는 해가 온종일 들고 물 빠짐이 잘되는 묵정밭 같은 데서 무리를 지어 자란다. 모래가 많은 사질토보다 황토 같은 점질토에서 자라는 게 품질이 좋다. 뿌리가 우엉처럼 땅속 깊이 길게 자라고 잔뿌리가 적어서다. 게다가 육질이 단단해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좋고 달착지근한 수분이 많다.
납죽이 엎드려 있다가 입춘이 지나면 서서히 녹색으로 변하면서 자란다(충남 당진).
날씨가 따뜻해 아지랑이가 아른아른할 땐 이미 늦었다. 뿌리 가운데 심이 생겨 딱딱할 뿐 아니라 달착지근한 맛과 수분이 적다. 줄기 끝은 꽃봉오리를 품고 있다. 이만큼 자라면 풋내가 나고 맛이 떨어진다. 어릴 적 “냉이는 정월대보름이 지나면 못 먹는다”는 말을 들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머리가 지근지근 아플 때 냉이 향을 맡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손바닥 위에 잎을 올려놓고 비빈 다음 코끝에 갖다 대면 신선한 향이 가슴속까지 스며들어 기분이 상쾌하다. 천연 향기에 마음이 안정되고 잃었던 입맛까지 되돌아온다.
냉이의 제맛을 보려면 겨울이 다 가기 전 캐 먹어야 한다(경기 남양주).
제맛을 보기 위해선 꽃샘추위쯤은 감수해야 한다. 겨울이 다 가기 전 캐 먹어야 한다. 호미나 괭이로 땅을 깊이 파 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뿌리엔 영양소와 몸에 이로운 물질이 들어 있다.
냉이는 예부터 간에 쌓인 독을 풀어주고 눈을 밝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했다. 한방에선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가 잘되게 하는 소화제와 지사제로 이용한다. 또 세상에서 가장 무겁다는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춘곤증을 쫓는 효능이 있다.
냉이는 3~4월이면 꽃봉오리가 맺히고 흰색 꽃이 핀다(경기 광주).
채소 중에선 단백질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생것 100g당 단백질 4.23g과 칼륨 271㎎, 칼슘 193㎎ 등이 들어 있다. 그밖에 식이섬유 5.3g, 베타카로틴 1136㎍, 비타민C 74㎎ 등을 함유해 건강 식재료로 손색이 없다.
요리 솜씨에 따라 다양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데치고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하고 깨소금과 다진 마늘 등을 넣어 무쳐 먹으면 맛있다. 생콩가루를 묻혀 국으로 끓여 먹어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냉이콩국은 제탕(薺湯)이라고 하며 수라상에 자주 올랐다. 냉이된장찌개는 어떠랴! 국물이 끓기 시작할 때 생것을 2~3등분해 넣으면 산뜻한 향이 음식 맛을 더한다.
오현식(산나물 전문가)
오현식은… 전국 산과 들을 탐방하며 산나물·들나물 서식지와 요리법, 효능, 재배기술 등의 정보와 지식에 감칠맛을 더하고 있다. 농민신문 기자 출신으로 30여 년간 출판과 강의, 방송 등을 통해 이 땅에서 나고 자라는 산나물·들나물의 가치와 중요성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첫댓글 산모퉁이는 북쪽이라 3월에나 냉이를 캘 수 있지요. 지금은 땅이 꽁꽁 얼어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