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들의 무대]
*마스터스 대회를 보고.
ㅡ자존심ㅡ
여성에게 문호를 열어주지 않는 자존심 강한 골프클럽이 있다.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오거스타내셔널골프클럽이다. 해마다 상위권 선수들이 실력을 겨루는 마스터스 대회가 열린다.
1934년 첫 마스터스 대회가 열린 이후 지금까지 84회째 이어오고 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잭 일치와 아놀드 파마도 회원이다.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도 회원에 속한다. 빌 크린턴 전 대통령은 회원에 가입하지 못했다.
흑인을 회원으로 영입한 시기가 1990년부터다.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나 억만장자도 명단에 없다. 정원을 300명으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회원 중에 탈퇴하거나 죽어야 새 회원으로 영입한다. 명품 클럽의 가입비는 2500~5만 달러다. 2011년도 기준이다.
오거스타에서 해마다 프로들끼리 자존심을 겨룬다. 대회 때 방문자가 3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대회 시즌에는 모자나 T셔츠 등 기념품점은 장사진이다.
2015년 마스터스 대회가 열릴 때 친구인 박영상이 경기장을 찾았다. 내게 그린색 모자를 기념으로 선물했다.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오거스타 경기장엔 기업 광고 간판을 볼 수 없는 게 특징이다. 다만 특정 소수 업체만 코스의 밖에 걸린다. 2011년 대회 때 암표 1장이 1만 달러에 거래됐다고 한다.
대략 1,200만원에 해당한다. 광팬들은 경기에 대한 묘수를 즐기기 때문에 입장료를 의식하지 않는다.
돈보다 명예를 중시하는 마스터스 대회다.
타이틀 스폰서, 입장권 판매, TV중계권 협상이 없는 3무無 마케팅을 고집한다. 수억 달러의 황금알을 포기하면서 자존심을 고집한다. 그래도 매년 5550만 달러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한다.
마스터스 개최 덕분에 조지아주에는 6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해낸다. 50억 달러 이상의 경제적인 효과를 본다고 한다.
ㅡ프로 정신ㅡ
한국 선수들도 8명이나 출전한 2011년도엔 최경주는 8위, 양용은 20위, 김경태가 44위를 기록했다. 이 선수들은 남보다 뚝심이 더 강해 보인다.
아멘코너 (11~13번홀)로 유명한 오거스타는 선수들의 저력을 테스트한다. 장타자도 무기력해져 더블보기는 다반사다. 코스를 어렵게 만든다는 원칙이 있다. 선수들이 적응할 만하면 설계를 바꾼다. 개미 허리처럼 좁고 더 길게 만든다. 좌우로 워터 해저드와 벙커도 늘려 선수들을 긴장시킨다.
이벤트 행사로 파3 콘테스트가 본 경기 전에 열린다. 우승한 선수는 본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다. 파3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우승에 목숨을 걸지 않고 몸풀기 정도로 생각한다.
2010년 브리시티오픈에서 우승했고, 파3 콘테스트에서도 우승한 남아공의 우스트히즌은 정작 본 대회에서는 컷 탈락하는 비운을 겪었다. 코스를 쉽게 생각했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매년 4월에 개최하는데 올해는 "코로나 19" 때문에 가을로 미루었다. 우여곡절 끝에 11월12일에 무관중으로 열렸다. 파3 콘테스트는 취소했다고 한다.
잭 니클라우스와 게리 플레이어의 시타로 개막했다.
토너먼트 방식의 4차전이다. 비까지 내려 난조亂調였다. 골프는 일기에 영향이 좌우되기 때문에 우승컵은 적응력이 강한 선수의 몫이다. 우리나라에서 김시우와 임성재가 출전했다.
대회 단골 우승자인 우즈(45)를 긴장하게 만드는 선수가 도사리고 있다. 2018년 PGA투어 플레이오프 1ㆍ2차전에서 우승한 괴짜 물리학자로 불리는 장타 브라이슨 디섐보(27)가 출전한다. 지금까지 각종 대회에서 7번이나 우승한 기록이 있다. 과연!
ㅡ시험대ㅡ
예측불허가 골프다. 2009년 5월11일에 플레이어 챔피언십이 열렸다. 마지막 날 동반 선수 알렉스 체카가 공포로 무너졌는데도 우즈는 선두권에서 탈락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골프는 누구도 승리를 장담 못한다. 서로 상대를 의식하기 때문이다.
2009년 8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이 있었다. 제주 출신인 바람의 아들로 알려진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와 같은 조助였다. 우즈를 통산 3타차로 결승에서 이겼다. 도전자가 마음을 비웠다.
"제주 촌놈"이 골프계에 이변을 일으켰다고 화제였다. 마스터스 대회 우승으로 5년간 US PGA 챔피언십, 마스터스, US오픈, 브리시티 오픈 등 5년간 4대 메이저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수많은 골퍼들이 헤성처럼 나타났다가 이슬로 사라진다. 디팬딩 챔피언이 대회 컷 탈락하는 참담한 모습을 보게 된다. 행여 본인의 자존심이 상할까 이름은 거론하지 않는다. 갑자기 샷이 흔들리면 별 도리가 없다. 우즈도 한때는 슬럼프가 있었다. 자신의 실력이 못 미칠 때에는 잠시 쉬는 게 우승 확율을 높이는 길이다. 마음을 비워야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디팬딩챔피언 (지난 대회 우승자)인 우즈는 20위에 머물렀다. 아멘코너 12번홀(파3)에서 지난해 파를 기록한 우즈가 이번 대회에서는 10타를 쳐 7타(셉투플)를 잃었다. 투어 경력중 최다 오버파 기록이다. 더 이상 무너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20언더파 268타를 쳐 대회 최저타를 기록한 세계 랭킹 1위인 더스틴 존슨이 그린자켓을 입었다. 무관중이어서 순위를 의식하지 않은 덕이라고 한다. 버렸기 때문에 얻었다고 생각한다.
드라이브 400 야드를 날린다며 우승을 자신했던 디섐보는 컷탈락을 면해 하위권인 34위에 머물렀다. 승리를 장담한 것이 부담이 되었다.
예선 통과가 목표였던 임성재가 아시안 최초 챔피언조에서 호주의 캐머런 스미스와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위력을 과시한 숨은 인재다.
2004년 최경주가 기록한 아시아 선수 역대 3위를 깼다고 야단법석이다. 언젠가 또 깨어질 기록은 대기 중이다.
김시우(25)는 36위에 그쳤지만 장래가 있는 선수다. 우승자에 대해 섣불리 점치지 못하는 마스터스 경기, 피나는 노력의 댓가를 발휘했다.
면허나 각종 자격증 소지자들에게 해마다 콘테스트에서 우승해야 자격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컷 탈락을 면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는 색다른 진풍경이 벌어질 것이다.
프로는 나름대로 근성이 있다. 국가에서 공인하는 기술 자격증을 지닌 나는 행여 실력이 미달되지 않으려고 매일 시험보듯 갈고 닦는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
2020.11.16.
첫댓글 더스틴 존슨의 그린자켓!!
버렸기 때문에 얻었다기엔
너무 푸른 그 빛의 의미를 응원 해 봅니다
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