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스스로를 1티어 HSP(초예민러)라고 진단내리는데,
HSP로 살아오면서 저를 가장 힘들게 한 게 뭐였냐면 바로 "초감정" 특성입니다.
※ HSP 자가진단 및 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원하시면 아래 링크에 접속!!
"초감정"이란,
내 내면 또는 외부(타인)의 감정을 증폭하여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쉽게 말해 "공감"을 의미해요.
증폭하여 받아들인다함은 "과잉 공감"을 의미하죠.
이 과잉 공감 능력이 어째서 HSP들에게 스트레스가 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감에 대한 다소간의 심리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HSP들의 불완전공감
HSP들은 예민한 감각처리기관으로 인해, 감정을 증폭해서 받아들이는 특성을 지닙니다.
이건 내면의 감정 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 대해서도 적용되는데,
HSP들은 이를테면, 주변 타인들의 감정이 마치 "복사-붙여넣기" 하듯이 그대로 나에게 넘어오게 됩니다.
이게 얼마나 심하냐면,
심지어는, 화면 속 캐릭터들의 감정선까지 여과없이 "느낌당하게" 되죠.
주인공이 창피당하는 장면이 나올 것 같으면 미리 채널을 돌려버린다거나,
누군가가 지독하게 괴롭힘 당하는 장면을 보게 되면 마치 내가 당하는 것처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요.
이건 사실 대단한 공감 능력이라고 볼 수 있는데,
다만 HSP들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너무 과해서 공감이 제대로 전개되지 못하고 중간에 뚝 끊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공감을 안하느니만 못하는 상황이 되는 거죠.
마치, 그을음을 발생시키는 "불완전연소" 처럼 말예요.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우호성이 높은 성격을 지닙니다.
※ 공감 능력은 BIG 5 성격유형에서 우호성의 6가지 하위특질 중 하나이다.
공감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내 에너지를 소모하면서까지 타인의 입장을 헤아리고 배려하는 것이죠.
※ 우울감에 빠진 친구를 보며 같이 우울해하는 것은 자동 반응이지만,
이 친구가 왜 우울해하는지를 이해하고 그러한 친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노력이 필요한 수동 반응에 가깝다.
반면, HSP들의 공감은 그 기반이 인간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아닙니다.
바로, 초감정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죠.
선천적으로 감정을 복사하는 능력을 타고났기 때문에, 자동반사적으로 정서적 공감을 하게 되는데,
이 때 문제는, 정서적 공감이 너무 강력하게 일어나서, 그 감정에 휩쓸려버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순간 그 감정에 압도당하게 되면서 순식간에 과몰입 상태에 빠지게 되요.
상대방이 화를 낸다?
HSP들은 자동반사적으로 화가 나게 되요.
그리고, 그 화를 처리하는데 내부적으로 모든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인지적 공감→행동적 공감으로 넘어갈 여유가 없어집니다.
정서적 공감에서 모든 힘을 폭발시키고 뚝 끊기게 되는 거죠.
이렇게 되면 오히려,
상대방은 HSP를 보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공감 능력이 떨어질까라는 오해를 하게 됩니다.
내가 화가 난 것 같으면 왜 화가 났는지 헤아려보고 나를 위로해줘야 하는데,
HSP들은 자기도 덩달아 화가 난 것처럼 꽁해져버리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마치, 거울 같다랄까?
HSP들은 강력한 감정 복사 능력을 지녔기 때문에, 주변인들의 감정에 너무나도 쉽게 동화돼 버려요.
HSP들에게 인간관계가 지옥인 이유는,
내 것도 아닌, 다른 사람들의 감정에 휩쓸려다니다 하루를 망치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입니다.
가족이나 직장 동료, 친구 무리 중에 짜증을 잘 내거나 화를 잘 내는 사람이 있다?
HSP들은 강제적으로 그 짜증과 화에 전염됩니다.
그리고 내 것도 아닌 그 짜증과 화를 핸들링하느라 온 기력을 소진하게 되죠.
이처럼,
HSP는 어쩔 수 없이 주변인들의 온갖 감정을 짊어진 채로 살아야 하기 때문에,
참고 참다 결국에는 인간관계를 놓아버리는 "회피형"으로서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HSP 여러분,
희망을 버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여러분 곁에 긍정적이고 잘 웃고 무던하고 쉽게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여러분은 그 사람의 행복을 복사하여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존재니까요.
나쁜 영향력에는 취약하지만,
좋은 영향력과는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HSP들만의 최대 강점입니다.
안 맞는 사람들은 철저하게 손절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HSP들에게도 행복의 기회는 있습니다.
HSP 여러분께 늘 좋은 인연만이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CRPS랑 일면 비슷하다고 보면 될거 같습니다
보통 사람에겐 그냥 휙 지나가는 바람이 칼에 베인듯 느껴지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느끼는 정도의 주변 감정/행동들이 불에 데인 것처럼 깊이 느껴지는..
오늘도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인간관계 참 힘드네요.
참... 사람 어렵네요. 그래서 공부하고 배워야하는 거지만.
오늘도 좋은 것 잘 배웠습니다. 저는 화면을 보고 너무 민망한 장면은 제가 미칠 거 같아 채널을 돌리는데,
현실에서도 그렇기는 한데 면역력이 있는 경우가 더 많은 거 같아요. 그 부분이 조금 신기합니다. ㅎ
좋은 글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
저도 1티어 HSP입니다ㅋ
손절왕이구요ㅋ
제가 아는 수재형 HSP 선배는 최근에 우울증에 걸리셨더라구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