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대학교까지 등교하는데 1.5시간이 걸렸으니 등하교에 3시간이나 되는 긴 시간이 들어가고,집이 지하철역 주변에 있던 것도 아니고, 지하철2호선은 엄청나게 붐볐고, 강의실은 산꼭데기에 있어서
아침 1교시에 등교하고나면 완전 피곤해서 졸음이 솔솔~
이렇게는 못살겠다 싶어서 지도를 펼치고 집과 학교를 표시한 후 직선을 그려봤습니다.
오~ 길이 존재하더라구요.

전역후 과외해서 모아놓은 돈으로 싸구려 중고오토바이를 구입했습니다.
1992년도. 이렇게해서 125cc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학교까지 가는데 15분 걸리더군요. 등하교 하는데서만 하루에 2.5시간씩 절약하게 되었죠.
일년 열두달,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오토바이를 타는 생활이 이때부터 시작되었어요.
자전거를 타다가 오토바이를 타면서 여러가지가 낯설지만 그 중에서도 속도는 최고로 낯섭니다.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커브를 이탈한 적도 몇 번 있었죠.
얼어있는 노면은 굉장히 위험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예측이 가능하죠.
얼어있는 노면을 지날때 골목에서 거칠게 진입하는 승용차는 정말 큰 위험을 선사합니다. 오토바이의 제동을 유발하고, 오토바이는 미끄러지죠.
도로에 떨어져서 가을비를 맞은 낙엽은 얼음만큼이나 미끄럽습니다.
펑크난 타이어때문에 길바닥에 몇 번 나뒹굴었습니다.
이촌동에서 제1한강교 램프를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내려오다가 타이어펑크로 오토바이가 쓰러졌고, 그 오토바이는 엔진이 쓸려서 폐차했습니다. 사람은?
영등포에서는 택시의 문이 갑자기 열려서 왼쪽 무릎을 부딛혀서 많이 아팠습니다.
새벽에 초행길로 압구정동을 지나다가 가로등도 밝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나타난 인도 턱을 오토바이가 타고 넘으면서 체인이 거의 끊어질뻔 했습니다. 제가 타던 오토바이가 스쿠터였다면 저는 그 턱을 넘지 못하고 죽었을겁니다. 엄청난 속도였거든요.
뭐 이것 뿐이겠습니까? 오토바이를 타면서 수많은 위험을 만나고 운 좋게 위기를 모면합니다.첫 6개월동안은 1주일에 1회꼴로 사고로 부상당할 위험을 만났고, 그런 경험이 쌓여서 더 안전하게 오토바이를 타게 되더군요.
저는 운이 좋게 지금까지 오토바이를 타면서 잘 지내 왔는데,
제가 참 좋아했던 대학 후배는 대학교 2학년때 오토바이를 타다가 덤프트럭과 충돌해서 며칠간 응급실에 누워있다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화장한 유골을 손에 쥐었는데, 흰 뼛가루의 예상밖의 가벼움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2016년 9월 초, 퇴근하다가 집앞에 거의 다 와서, 횡단보도앞에 정차해서 사람들이 건너가기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 스타렉스 차량에게 추돌당하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운전하던 60대 아주머니는 사랑스런 손녀의 얼굴을 한 번 더 보겠다고 손녀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면서 운전하고 있었고, 자기 앞에 사람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며, 그보다도 더 중요하게, 오토바이를 탄 제가 횡단보도 정지선에 멈춰서 있는 것을 보지 않은거죠.
사고후 하루동안 저는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전방주시태만 운전자 + 의료기관의 실수 + 함량미달의 의사.
이들에 의해 부러진 저의 척추 횡돌기 5개중 4개가 척추뼈에 붙지 못하고, 치료시기를 놓쳐서 그냥 이 상태로 살아야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 사고를 겪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사고로 죽는다는 것이 참 별것 아니다.
내가 그 날 사고로 죽을 수도 있었을텐데, 이번에도 운이 좀 좋아서 이정도로 그치는구나.
내가 사고로 죽게 된다면
남아있는 가족들은 내가 빠진 빈 자리때문에 더 열심히 살아야 하고, 더 외롭게 살아야 하겠구나.
하반신 장애를 입는것이 참 별것 아니구나.
떨어질때 조금만 다른 모양으로 떨어졌어도......
내가 큰 장애를 입게 되면
나는 가족들에게 짐이 되겠구나.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네요.
하지만 예전과는 달라졌어요.
안전장구를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hit air라고 하는 에어자켓을 입습니다.
전에는 헬멧 없이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았었는데요,
사고를 당한 후에는 헬멧 + 에어자켓 없이는 오토바이를 타지 않아요.
에어자켓이 있다는 사실은 사고당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했기때문에, 내가 조심해서 운전하면 되겠지 생각하고는 구입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사고를 당하고보니 안전장구를 구입하지 않고 절약해 둔 돈이
사고를 당한 나와, 남아있는 가족에게 별로 중요하게 쓰이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최고의 안전을 제공하는 안전장구들은 사실 할리 스타일은 아니잖아요?할리를 타는 분들을 보면 저는 약간 걱정스럽습니다.
터프가이님이 마님의 승낙을 얻어서 꼭 오토바이를 구입하시게 되기를 응원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기 시작하면서부터 상상도 못하던 위험들이 기다리고 있음을 이해하셔서 조심운전 하시고,
아무리 조심해도 반드시 사고를 만나게 됨을 인정하시고, 안전장구를 충분히 사용하셔서 조금만 부상당하시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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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고가 많으셨네요 안전장구도 중요하지만 최대한 방어운전을 하는 습관이 더 중요합니다. 저는 한번도 내가 사고를 낸 적은 없는데 정지선에 서 있을 때 차가 와서 두번 박은 경험이 있어요 그 이후론 더 안전운행에 신경씁니다 ㅎ 꼭 안전운행하세요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갑니다. 글 잘읽었습니다.
바이크가 크고 작은 사고가 많기는 한데
유별나게 사고가 좀 많으신 것 같군요. 허허...
몸조심하시고 몸 건강히 오래오래 바이크 타시길 바래봅니다.
많은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입니다
간혹 예전 TV속 아프리카 야생의 법칙..
생각이납니다
집밖 도로는 그런곳이죠
안전 만큼 중요한건 없는듯 합니다
모든 할리형제님들 올한해도
무사 안.라하시길...
메트로시티나트리시티처럼
3륜타심이....조금나으실듯해요.
담담하게 쓰여진 글을 읽어 내려오면서 끝에는 반전이 있겠구나 했는데, 안전캠페인 글이네요.
할리에 입문하기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경각심을 일께우는 글이었습니다.
할리 스타일은 안전을 고려하고있지는 않은것 같습니다.
머리, 무릎, 가슴 등에 착용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안전보다는 스타일에 집중해있죠.
그런 점이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사고후 제가 취한 안전조치중 가장 큰 것 두가지는, 오토바이를 대형으로 바꿨고 (1200cc BMW 오토바이), 에어자켓을 착용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사고의 충격으로부터 저를 보호하기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정확히 에어자켓의 기능과 효과는 어떤지요?사용후기좀
흔한 시연 ... https://youtu.be/eKyAejapFl0
사고 장면 ... https://youtu.be/jdH8e22x74Q
눈 깜짝할 시간도 안주고 터집니다.
터지면 목은 거의 못움직일만큼 잡아주고요, 상체는 뻣뻣해서 움직임이기가 어렵습니다. 사고의 충격으로부터 상체가 심하게 힘을 받을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중상을 경상으로 줄여주는 역할이 탁월한 것으로 보입니다.
PLAY
끈 길이를 잘 조절한다면, 첫 번째 충격이 있기전에 에어자켓은 완전히 부풀어있습니다.
https://youtu.be/v79tKQbJWNo
PLAY
하나 구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가격이랑 구입 구입경로는 어떻게 되는지요?
http://www.hitairbag.com/shop/main/index.php
저는 여기서 구입했습니다. 방문해서 입어보고 구입했습니다. 60만원정도 예상하시면 됩니다.
애엄마 텐덤시나.. 딸아이 텐덤시 항시 착용 험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불법유턴 차량에 정면 충돌로 큰 사고 한번 있었는데 그당시 스물 두살이라는 어린 나이 덕분해 몸이 유연해서 였는지 무릎 외엔 크게 다친곳이 없었네요. 물론 헬멧 글로브 부츠까지 착용중이었구요. 에어자켓도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페이지가 넘어가서 못보고 있다가 이제 봤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스무살에 운전 면허를 따서 자동차를 운전한지 군경력 빼고도 20년이 넘도록 사고는 아주 경미한 사고 한두번 밖에 없었는데 바이크 사고가 자동차 사고보다 평균적으로 더 많은가요..?
저는 지금까지 사고는 두 번 있었습니다. 그 중 한 번은 문제삼지 않고 지나칠만큼 가벼운 것이었죠.
통계적으로 봐도 자동차사고발생율보다 오토바이사고발생율이 낮다고 합니다.
통계적으로 사망자수를 봐도 오토바이사고 관련 사망자수가 더 적다고 합니다.
지금은 오토바이 구입에 온통 신경이 집중되어있어서 잘 모르실것 같아서 이 글을 썼어요.
마님의 걱정이 괜한 걱정이 아닙니다. 그러니 싸움으로는 해결되기 어려울거예요.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안전장구의 착용이 흔히 걱정하는 그런 오토바이 사고 부상으로부터 얼마나 훌륭하게 사람을 지켜주는지 알게 된다면, 마님의 반대의 강도가 많이 약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은성훈 다시 한번 좋은 글과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