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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 [이코노미스트] 정리해고의 사회학
고정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감원이 불가피한가? 그렇다면 과감하게 해고하라. 기업은 자식을 기르는 부모가 아니다. 정리해고를 하되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하라. 칼은 함부로 휘두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무능한 경영자라면 해고 영순위는 바로 당신이다.
오래 전에 부동산 경매로 부를 늘리기 시작했을 때 어떤 이가 이렇게 조언했다. “경매 물건에는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의 한이 서려 있다. 뭔가 잘해보려고 하다가 일이 잘못되어 담보로 잡힌 물건을 날리게 됐기 때문이다. 불행해진 사람들의 사정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것은 재고해봐야 하지 않겠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경매물건 중에는 입주자가 어이없이 전세금을 날리고 거리로 나앉게 된 경우가 많다. 그들을 생각하면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닌 듯싶다. 하지만 담보를 받고 돈을 빌려준 사람을 생각하면 그 담보는 당연히 처리돼야 하는 물건이다. 윤리게임을 해본 적이 있는가. 늦은 밤 어느 약국에 강도가 들어왔다가 약사에게 발각돼 격투가 벌어졌다. 약사는 칼에 찔려 죽고 강도는 붙잡혔다. 당연히 당신은 강도가 나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다음날 신문에 이런 기사가 보도됐다. 그 약사는 불치병 특효약을 발명한 사람이고 강도는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인데, 강도의 아내는 그 불치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그는 전 재산을 팔아 100만 원을 들고 약을 사러 갔으나 약사는 1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절대로 안 판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밤에 약을 훔치려고 들어왔다가 약사에게 들켰고 싸움이 벌어져 엉겁결에 살인을 하게 된 것이다. 자, 이제는 누가 나쁜 놈인가. 의견을 말하기가 망설여지는가.
이번에는 그 다음날 신문에 또 다른 기사가 나왔다. 그 약사는 특효약을 발명하기 위해 전 재산을 바쳤으며, 그 때문에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못했고 이혼까지 당했다. 그런데 그 불치병은 1000만 명에 한 명꼴로 걸리는 병이라 특효약이라 해도 많이 팔릴 수는 없으며, 약사가 요구한 1000만 원은 그가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미미한 금액이었다. 당장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려고 해도 그 정도의 돈은 필요했다. 자, 과연 누가 나쁜 사람인가? 누구도 이런 윤리게임에서 자신있게 ‘나쁜 놈’을 골라내긴 어려울 것이다.
경제에서도 이런 게임은 계속된다. 기업이 정리해고 계획을 발표하면 노조는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항의한다. 여기에서 질문을 하나 던지고 싶다. 당신에게 전세를 놓을 집이 하나 있다면 전세금을 얼마나 받겠는가? 시장가격에 따라 남들 받는 만큼 받겠다고 할 것이다. 전세로 들어올 사람의 개인적인 형편을 고려해 전셋값을 결정하는 주인은 없다. 그것이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경제원리다.
당신에게 자녀가 둘 있는데 수입이 빤해서 한 명만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가정하자. 일단 생활비도 줄여볼 것이고 집을 팔아 여유자금을 만들어 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안 된다면 성공 가능성이 있는 아이 한 명만 대학에 보내고 다른 아이는 진학을 포기시킬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업도 마찬가지다. 수익구조가 취약해지면 어쩔 수 없이 고정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어째서 경영자는 책임을 지지 않느냐고? 나도 그 점은 한심하다고 생각한다.
사업이나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 나는 경영자와 고용인의 대립이 빚어내는 갈등구조에 대해 나름대로 이해하고 소화하려 노력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전형적인 부르주아에 속한다. 프랑스어 ‘부르주아(bourgeois)’라는 말이 ‘성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듯, 나는 분명 자본주의의 부자들이 사는 ‘성’ 안에 거주한다.
하지만 내가 청년기를 보낸 70년대 초는 산업화 시대의 정점이었고 춥고 배고픈 시절이었다. 그래서 최인훈 의 소설 ‘광장’에서 이명훈 이 ‘변증법(dialectic)’이란 단어만 보아도 가슴이 뛰었듯이 나는 ‘프롤레타리아’라는 단어를 보면 가슴이 찡했다.
존 스타인벡의 소설 ‘분노의 포도’는 1930년대에 전세계를 휩쓴 대공황이 시대적 배경이다. 가난한 농부 조드 일가는 대공황과 가뭄을 견디다 못해 고향을 버리기로 한다. 기술발전에 따른 농업 기계화도 그들의 고통을 키운다. 트랙터 기사 한 명 때문에 스무 세대가 입에 풀칠을 못 하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수확인부 800명 모집. 고임금. 숙소 제공’이라는 광고전단을 보고 길을 떠난다. 그들은 고물 자동차를 타고 새로 난 도로를 달린다. 그들의 꿈은 좋은 차를 갖는 것, 그리고 그 당시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영화나 라디오와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부푼 꿈을 품고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수십만 명의 떠돌이 농민들이 모여 있었고, 임금은 너무도 낮은 수준으로 깎여 있었다. 결국 온 식구가 달려들어 하루종일 일해도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수입밖에는 얻지 못했다.
그러다 노동자들 사이에서 투쟁의식이 싹트기도 했으나 불온사상으로 몰려 심한 박해를 받는다. 굶주림과 착취로 괴로움을 겪는 그들에게 잘 익은 포도는 이미 아름다운 열매가 아니었다. 그것은 ‘분노의 포도’였다.
그들은 동맹파업에 들어가고 지주들은 폭력배를 불러들인다. 농민들 편인 목사는 폭력배들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죽고 만다. 조드의 맏아들 톰이 복수를 하지만 지주들에게 매수된 경찰의 추격을 받는다.
장마철이 되어 모두 창고에서 비를 피하고 있을 때 한 여인이 창고에서 해산을 하지만 아이는 죽는다. 여인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한 사나이의 입에 자신의 젖을 먹으라며 유방을 물려준다. 비가 그치면 그들은 또다시 고물 자동차를 몰고 살 길을 찾아 정처없이 떠난다.
이 소설의 줄거리는 세계화의 물결 속에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변혁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구조조정으로 강제 퇴직하게 된 가장들, 일확천금의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 영화나 TV 같은 매체에서 화려하게 소개되는 스타들을 동경하는 젊은이들, 정보화 시대에 걸맞는 신기술을 가진 사람들만 대접받는 사회, 최고경영자의 연봉은 천장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지만, 사원들은 계약직으로 대체되면서 연봉이 깎이는 임금구조, 아내와 맞벌이를 해도 여전히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작은 아파트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 현실, ‘황금족’이라고 불리는 부유층의 호사스러운 소비생활, 고물 컴퓨터로 ‘정보 고속도로’를 기웃거려 보지만 정작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가난한 사람들….
어쨌든 당신이 포도농장 주인이라고 하자. 인부들에게 품삯을 얼마나 주겠는가? 남들이 주는 수준? 아주 후하게 노임을 지불한다면 당신의 포도는 경쟁자들의 것보다 비싸져 잘 팔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농장이 폐쇄될지도 모른다.
이번에는1970년대 우리 사회를 배경으로 한 조세희 의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보자. 난쟁이 아버지는 안 가져본 직업이 없을 만큼 열심히 일했지만 가진 것이라곤 무허가 건물 한 채뿐이다. 자식교육만큼은 남들처럼 시켜보려 하지만 결국엔 모두 학교를 그만두고 공장에 나가 일한다. 난쟁이가 가진 꿈은 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쇠공에 실어 달을 향해 쏘아 올리는 것이다. 그는 그 꿈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종이비행기를 날리다 공장 굴뚝에서 떨어져 죽는다.
난쟁이의 장남인 영수는 아버지와는 달리 배움으로써 모든 것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공장에서 부당한 임금과 비인간적인 대우에 항의하던 끝에 기업 총수를 죽이기로 결심하지만 총수의 동생을 죽이고 만다.
둘째 아들인 영호는 자기가 처한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모든 일에 회의적인 태도를 가진다. 무엇을 개선하려 해도 뜻대로 되는 일이 없자 삶에 지쳐버린다. 명희와 영희는 어떻게 보면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여성을 대표한다. 그들은 공장에 다니며 몸을 팔게 된다. 가장 많이 희생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가장 큰 비난을 받는다.
이 소설에서도 우리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처절한 갈등을 볼 수 있다. 두 소설 모두에서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노동법에 명시된 인간적 처우를 받는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산업화 시대에는 그런 최소한의 요구조차 무시하는 나쁜 자본가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지금 세상은 노동자를 부품화하던 전태일 의 시대가 아니라고 믿는다. 노동법은 강화됐고 수많은 업체들이 인건비 상승과 노조와의 갈등을 피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여전히 적지않은 사람들의 머리 속엔 아직도 산업화 시대의 망령이 똬리를 틀고 있다.
어느 사업에서든지 인사관리와 인건비는 큰 문제가 된다. 인건비를 최소화해 자본가의 배를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경쟁업체보다 고정비용을 적게 들여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무능한 직원들 때문에 인건비 부담이 가중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정리해야 한다.
기업이 어떤 특별한 기술을 갖고 있어 이익을 많이 내면 고용도 안정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득을 많이 내느냐 못 내느냐 하는 것 역시 직원들의 몫이다. 직원들이 생산성을 높이지 못하거나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면 이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직원으로 뽑았으면 끝까지 회사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면 “회사가 자식 기르는 부모인 줄 아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나는 아직도 그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덕담을 늘어놓거나 희망의 메시지를 주지는 못한다.
당신이 현재의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곳에 가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을 학자들은 ‘기회비용’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피고용인 관점에서 추구하는 비용이다. 반면에 경영자는 당신을 새로운 사람으로 대체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대체비용(replacement cost)’이라고 부른다.
당신의 대체비용은 낮은데 고용비용은 높다면 경영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체비용은 철저하게 당신이 하는 일의 내용과 결과로 결정돼야 하며, 학벌이나 나이, 고향, 정치적 연줄 등과는 전혀 무관해야 한다. 당신이 처한 개인적 상황을 인간적으로 고려하는 휴머니즘도 철저하게 배제돼야 한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 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전쟁은 더욱 심화되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휴머니즘 향기가 그윽한 대안이 있다고 믿는 것 같다. 안타까운 것은 경제전쟁이라는 말을 들어도 남의 일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내 눈에는 지금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총탄들, 여기저기에 폭탄이 떨어져 땅이 움푹움푹 패고 건물이 무너지는 광경이 선명하게 보인다.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여인이 굶주린 남자에게 젖을 물려주고, 난쟁이가 작은 공을 쏘아올리려 한다고 해서 전쟁터에도 그런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면 몽상가 아니면 문학소년이다.
살벌한 경제전쟁을 종식시킬, 앤서니 기든스의 ‘제3의 길’ 같은 것은 과연 있는 것일까? ‘파이낸셜 타임스’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는 제3의 길을 가리켜 “유럽의 문제해결에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화려한 수식어에 불과하다”고 했다.
제3의 길이 있든 없든 분명한 것이 하나 있다. 적어도 이 글을 쓰는 나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런 길이 세상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 길이 마련되기 전에 나는, 어쩌면 당신도 이 세상을 떠난다.
그러니 당신이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경제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게 변화하고 행동해야 한다. 총체적 중산층 국가로 불리던 일본마저 그 게임의 본질을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해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이 게임은 지극히 단순하다. 누가 이익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췄는가, 그것뿐이다. 다른 이데올로기는 고려하지 않는다. 지역경제를 생각하거나 정치적인 고려를 하거나 근로자들의 기득권이나 생존권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거나 하게 되면 그것은 곧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따라서 정부가 중소기업이나 무슨무슨 협회 제품을 우선 구매해주는 것이 과연 잘하는 처사인가에 대해 나는 의문을 갖는다. 어찌 보면 협회라는 진입장벽을 세워놓고 끼리끼리 해먹는 것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20만 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던 GE 총수 잭 웰치의 철학은 “사람에게 투자하라”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과 무자비한 정리해고가 모순으로 생각되는가. 루이스 빌이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이웃을 사랑하라. 그러나 누구와 이웃이 될 것인지 선택하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직원을 사랑하고 직원에게 투자하라. 그러나 누가 회사에 이득을 가져올 직원인지는 가려내자.”
근로자들의 요구에 따라 조만간 주 5일 근무제가 실시될 것 같다. 나는 사업상 수많은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그 나라 사람들이 일하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다. 선진국에서 하루 8시간 근무와 주5일 근무제를 지키는 것은 대부분 공무원, 육체노동자, 하급 직원들이다. 다른 사람들, 특히 상급자들의 책임은 무한대다.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다. 심지어 놀기 좋아한다는 프랑스도 그렇다. 하급 직원들과 육체노동자들도 근무시간에는 신문을 보거나 딴전을 피우지 않는다.
간부회의가 점심시간을 넘기면 대부분 샌드위치로 때운다. 외국 영화를 보면 상급자들이 일 때문에 가정을 소홀히 하는 바람에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는 장면이 부지기수다. 사장의 책상에는 처리해야 할 서류들이 높이 쌓여 있다. 책상이 말끔한 경우는 마피아 보스이거나 사기꾼이다. 그런데 한국 영화를 보면 사장이나 이사의 책상은 대부분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고, 술 접대하러 다니다 알게 된 여자와 바람을 피우는 바람에 이혼을 당하면 당했지 절대 일 때문에 이혼 당하지는 않는다.
경제가 어려웠을 때 유럽은 근로자의 수를 줄이기보다는 근로시간을 줄여 전체 근로자를 껴안는 휴머니즘을 실천했다. 이에 비해 미국은 냉혹하게 근로자 수를 줄였다. 세월이 지나자 그 유럽 기업들의 상당수가 미국 기업들에게 넘어갔다.
노동의 세계에서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아무리 변화와 자기 계발을 외쳐도 마이동풍으로 받아들이고 꼼짝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다. 컴퓨터가 중요하다고 아무리 외쳐대도 간부급들 중엔 컴맹이 수두룩하다. 악화를 빨리 내보내는 것이 전체를 살리는 길이다.
레마르크의 휴머니즘 가득한 소설 ‘사랑할 때와 죽을 때’를 기억하는가. 히틀러가 일으킨 전쟁의 태풍 속에 공습은 계속되고 폐허만 남은 세상에서 주인공 그래비와 운명적인 여인 엘리자베스는 찰나적인 사랑에 빠진다. 눈 덮인 러시아 전선에서 휴가를 받고 온 그래비에게 엘리자베스의 사랑은 존재의 이유가 될 만큼 강렬하다. 죽음의 거리에서 피어난 두 사람의 사랑은 인간성에 대한 자각을 일깨움과 동시에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의 힘을 보여준다. 그러나 다시금 부대로 복귀한 주인공 그래비는 엘리자베스가 보낸 편지를 읽다가 자신이 살려준 빨치산에게 저격당해 허무하게 죽어간다.
가수 조성모의 ‘아시나요’ 뮤직 비디오에서는 한 병사가 정글에서 베트콩을 경계하지 않고 나비를 구경하다가 총에 맞아 죽는다. 전쟁터에서 전쟁의 법칙을 무시하고 휴머니즘을 찾으면 당신이 죽는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것은 전쟁의 법칙을 자꾸만 무시하기 때문이다.
[번외] 세이노의 성공담
졸부 흉내내지 말고 먼저 목돈부터 … 지식 배양 게을리 말라
동아일보 지면에 ‘세이노의 부자 아빠 만들기’ 칼럼을 연재하고 있는 세이노(sayno·필명)씨는 그 자신을 “학력도 남다르지 않고 머리도 좋지 않은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는 “돈버는 데 굳이 똑똑한 사람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며 “아주 평범한 사람들보다 약간 생각만 달리하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가 굳이 필명을 고집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IMF 사태 직후 모 언론에 당당하게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고 말한 이후 온갖 협박 전화를 받고 아이들 학교에서도 문제가 됐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돈을 벌 수 있고 사회 풍토가 바뀌어야 부자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돈 버는 노하우가 언제 어떻게 해서 보이기 시작했는가.
“처음에는 그저 돈만 쫓아다녔다. 사람들을 만나면 그저 내 호주머니를 불려줄 수단으로 생각했다. 그것이 잘못이었다. 나부터도 나를 어떤 수단으로만 보는 장사꾼에게 물건을 살 마음은 생기지 않으니까. 돈을 번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의 호주머니 속에 있는 돈이 그 사람의 자발적인 의사로 내 호주머니로 옮겨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고객의 불편함을 파악하고 정말로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양반 정신을 버리고 머슴 정신을 가지면 된다. 사람들이 돈을 벌지 못하는 이유는 머슴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철저한 신용을 다져나가고 약속을 이행했다. 약속을 지키느라 손해를 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강의용 음향기기 설치 사업을 시작했을 때의 일이다. 사업 시작 첫해에 수해가 났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천재지변이므로 책임이 면제된다고 주장하겠지만, 나는 무료로 다 수리해주거나 신품으로 바꾸어주었다. 몇천만원의 손해가 났지만 바로 이 고객들이 모두 나의 영업사원처럼 선전을 해주는 바람에 일년 후에는 수억원을 벌 수 있었다.
또 품질을 남들보다 10%만 더 좋게 하면 가격은 몇 십 % 더 받을 수 있다. 국산 만년필과 몽블랑 만년필을 비교해 보라. 품질이 100배 더 좋아서 가격이 100배 더 비싼 것은 아니다. 아울러 경쟁이 치열한 쪽에는 전혀 가지 않았다. 이른바 멋있고 폼나는 분야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같이 싸우기 때문에 보통사람들은 언제나 패자가 되고 만다. 그러나 경쟁이 약한 분야에 가게 되면 그저 나같은 보통사람들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들보다 조금만 노력하면 이길 수 있었다.”
여러 번 사업에 실패했다는데 어떻게 재기했는가.
“나는 정말 빈손으로 시작했다. 처음에는 보따리 장사부터 시작했고 28세에 집도 샀지만 2년 후 몽땅 말아먹고 다시 빈털터리가 됐다. 하지만 원래부터 가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잃은 것도 없다고 생각하고 다시 시작했다. 영어를 조금 했기에 하루에 15시간씩 번역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모았고, 그 이전에 닦아놓은 신용을 근거로 자금을 모았다. 내게 돈을 빌려준 사람은 친척이나 친구가 아니라 모두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다. 담보 없이 돈을 빌릴 정도로 내 신용은 철저했다.
나는 남들이 잘 모르거나 불편해하는 것을 찾아다닌다. 그것들이 돈이 된다. 나는 남들이 모르거나 불편해하는 것을 해소해 주고 대가를 받는 구조체를 만드는데 열중했다. 내가 아는 영어지식이 85년부터 나타난 16비트 컴퓨터와 연결되니까 그것이 무역으로 연계되고, 나중에는 유통까지 연계됐다. 모든 사업은 3년이 고비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3년만 몰두하면 내가 몰두하지 않아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체의 뼈대는 완성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보통 2년을 못 견디고 넘어지는데 배수의 진을 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어떤 일을 하든지 배수의 진을 치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덤벼든다.”
재기 이후 큰 돈은 어떻게 벌었으며 어떻게 유지하고 있나.
“정보를 가공하는 일을 통해 큰 돈을 만지기 시작했다. 컴퓨터 음향기기 무역 유통을 통해서도 돈을 벌었고, 그것을 다른 사람들처럼 재테크를 통해 불려왔다. 이때 나는 나보다 더 부자인 사람들의 말만 믿었다. 재테크 전문가라고 해도 나보다 부자가 아니면 반신반의했다. 부동산 경매도 내가 직접 공부하고 직접 결정했다. 증권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 의견은 그저 참고하는 정도다. 지금도 공부는 계속하지만 습관일 뿐이고, 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데도 자꾸 돈이 불어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몰리는 길에는 잘 가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 사람들이 코스닥에 몰릴 때 나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가 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과 마인드는 무엇인가.
“졸부 흉내를 내지 마라. 기름값이 조금만 올라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름값이 쌀 때 미리 졸라매며 살아야 한다. 그렇게 목돈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전쟁이 났다고 생각하고 철저하게 생존능력을 배양해라. 결국은 지식을 배양해야 한다. 고민이 있다면 10분 이상 하지 마라. 어떤 고민도 사실상 10분 이상 하지 못한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걱정에 빠져 산다. 오로지 문제 해결 방안만 찾아라. 부자가 되는 것은 천재들이 아니라, 바로 다른 보통사람들과 경쟁하는 것임을 잊지 마라. 미리 겁먹을 필요가 없다.”
첫댓글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입니다. 세상을 아사리판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는 정글사회의 건설이 아닌 최소한 기본권을 누릴 수 있는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럼 님이 말씀하시는 국가존재이유에 합당한 나라가 몇개나 됩니까? 나머지는 나라도 아닙니까? 개인을 위해 국가가 존재하는건가요? 국가를위해 개인이 존재하는건가요?
유감스럽게도 현재 대한민국은 국가 존립 자체에 대해서 심각한 회의를 일으키기 좋은 소재들을 제공하지 않나 싶군요. 국가가 개인을 위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러나 개인이 아무런 댓가없이 국가에 충성하는 것도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기승전결도 좋고...전체적으로 동의하는건 아니지만 글의 일관성과 논리력은 좋습니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군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장사를 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지만 정치를 하면 다 말아먹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경쟁도 할부분이 있고 아닌 부분도 있고 이런것을 조화시키는게 정치겠죠. 하지만 사업가는 모든면을 이런식으로 재단을 하는경향이 있습니다. 저렇게 생각하면 자식교육은 어떨까요. 정당의 지도자라면,등등.
경제와 경영의 차이가 무언지 아시나요? 개인의 성공이 사회의 성공은 아니라는 겁니다. 나라는 폐쇄시스템 비슷합니다. 개인사이의 경쟁에서 성공하는 규칙을 적용하면 모든 사람이 잘사는 건 아니죠. 그리고 사회모든사람이 동시에 유사한 선택을 하면 버블이 일어나고 사회가 치우치며 미래를 위한 역량이 소모됩니다.
명바기가 장사는 잘하지만 국가운영은? 주변의 개때들이 몰아가는분위기일 뿐입니다. 이게 어찌 나라인지... 경제는 가치시스템이 있어 가격이 올랐다 떨어지지만 물리적 세계에서는 인풋과 아웃풋을 따지면 시스템의미래를 예측할 수 있읍니다. 우리의 존재는 물리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기에..
모든 나라들이 무한경쟁을 하게되면 인류으 미래는 어찌 될까요? 과거 몰락한 유적들에는 그 흔적들이 있읍니다. 일부는 패전으로 버림받은 곳도 있지만 일부는 자연의 과다한 착취로 인해 멸망한 것으로 판단되고 있읍니다. 경제발전의 방향을 양에서 질로 바꾼다고 하지만 그게
결국은 자원에 대한 독점경쟁일 수 밖에 없읍니다. 무엇이 부자가 되려는 당신의 목적인가요? 꼭 부자가 되어야 부자로서의 권능을 누릴 수 있다면 그건 문제가 있지 않나요? 모든 사람들이 아니 많은 사람들이 그 권능을 누리게 하는데 과연 당신이 부자가 되는게 필수적인 사항인가요?
새로운 논객"권태기" 님이 나타나셨네요. 많은글 부탁 드립니다. 아니 전에부터 활동중이신 분인가요?
예 활동했던사람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지나가는 ......
유럽의 많은 기업이 미국에 넘어갔다? 그런제 제가 보는 것은 유럽의 중소기업 벤처기업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싶네요. 그리고 자본주의 시스템은 경쟁의 한계에 도달해 지금 무너지려는 상황 아닌가요? 경제전쟁이 벌어지고 있지만 휴머니즘을 버려서는 안되겠지요.
아따 소름끼치네
경영학을 공부한 넘의 입장에서 참 좋은 글입니다. 필명을 갖고 장난치면 안 되는데, 아무래도 "Say No" 같네요. 이분의 카페도 있더군요. 사업을 하실 때에는 꽤나 도움이 될 듯합니다. http://cafe.daum.net/saynolove.
남의 글을 옮기신 것이니 딱히 토를 달고 싶지 않습니다. 이분보다 훨씬 유명한 구조조정의 대명사, 영미식 기업경영의 대명사 잭 웰치 회장의 최근 발언을 한번 음미해 보는 것이 그나마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될 듯하네요. http://www.heraldbiz.com/SITE/data/html_dir/2009/10/15/200910150669.asp 글 올리실 수 있는 분 이 기사를 이 글 밑에 댓글로 붙여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아 참. sayno란 분은 어째 노동자의 투쟁이 실패한 사례만 들었네요. 브르조아가 애초에 성 안에 살며 성주의 필요에 복무하며 종국엔 쿠데타를 일으키며 성주의 권력을 빼앗은 건(프랑스대혁명) 사실입니다. 하지만, 볼셰비키 혁명이니 사회주의국가들의 설립으로 죄다 개피 본 것도 사실이지요.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만 논하면 불공평하잖아요. 브루조아만 혁명에 성공하란 법 있습니까? 브루조아들이 자본주의 내에서 서로 물어뜯고 뜯기다 개피 본 것도 사실이구요. 꼭 혁명만이 길이겠습니까? ^^
세이노....옛날 하이텔 시절부터 백수청년들을 강한 어조로 야단치는 글을 종종 써왔던 사업가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때도 세이노였습니다. 추종자들도 꽤 있고, 실제로 배울만한 점 많은 분입니다. 자기 소개대로 나름대로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하지만 다른분들 말씀대로 국가사회에서 차원에서는 좀.....암튼 시장도 실패하고 국가도 실패한 세상에서 어느 분 말씀들어야할지 중생들은 헛갈립니다.
어째 약속과 달리 말이 길어지네요. 옛적 경영학에는 인사/조직관리 쪽에서 X이론, Y이론이란 게 있었습니다. 둘을 짬뽕시킨 Z이론이란 것도 있었구요. IMF때인가 서울대 이 머시기 교수의 "W이론을 맹글자" 열풍도 있었지요. 조직원과 조직은 무엇인가, 어떻게 다루는 것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방법의 차이였던 듯 싶네요. 80년대 미국이 빌빌대고 일본이 잘나갈 때 미국에서도 Y이론을 배우자 류의 바람이 있었던 듯하고, 아니다 미국식 X+Y = Z를 맹글자는 류였던가 가물가물. 잭웰치가 아마 90년대 중반부터 두각을 나타냈고, 패튼 원수의 말들(병사/물류/(갱쟁)전략!)이 경영학쪽에서 자주 보이구, 지금은 아마 머쓱^^
근데, 당시에 패튼 말보다는 맞수 롬멜 장군의 말이 훨씬 멋져보이더라는...[1] "공격 아니면 맹공격!" [2] "세상이 널 버렸다 생각하지 마라. 세상은 널 가진 적이 없다." 궁금하신 분이 있을까 하여 아는 소리 좀 했습니다. 아마 제 기억에 꽤 많은 오류가 있을 거라는 것 참작해 주시길. 구글질을 통해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악파트님의 노고에 박수를 보냅니다. 지치지 않는 열정은 악파트님의 성격부분에서 정말 닮고 싶은 부분입니다. 20여년전 학생때가 생각 나기도 하고요... 아무튼 수고 하십니다 ^^
그리고 악파트 님은 삼국지에나오는 유비의 책사인 방통을 연상시키는군요. 아! 오해는 마세요. 방통이 객사를 했지만 제갈공명과 맞먹는 실력을 가졌죠. 불같은 성격도 악파트님과 비슷합니다.
장사에 대한 얘기는 해본놈이 하나라도 더 아니 새겨들을 말이 있긴있습니다만, 촛불에 대해 써놓는것 보니 장사치 이상도 이하도 아니더군요. 사람은 여러면을 봐야하겠더군요. 전체적인 사회를보는 눈은 하빨이더군요. 장사해서 돈벌어쳐먹을려면 도움이 되긴하지만요. 이명박이나 다를게 없더군요.
참 어려운 결정이네요 전쟁터에서 내가 죽을것인가 휴머니즘을 찾을 것인가 미국의 무자비한 구조조정뒤에는 이직에 대해 열린 사회가 있기에 가능하다고 봅니다 한국은 퇴직후 선택의폭이 너무 좁죠 약간은 평면적인 비교같은데 ,밑에 글에서도 나오듯이 머슴의자세로 섬길때 ,진심으로 ,돈이 아니라도 사람으로 행복이 생긴다고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