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테야마을 다녀오면 폭염이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모시고 올 줄 알았다.
그런데 태양은 더 강렬하게 열기를 품어내고 열대야는 잠자리 숨통을 죄어오는
답답함을 풀어 줄 해법은 정다운산악회를 따라가는 지리산 백운계곡이다.
산청군 삼장면 동촌마을에서 출발 딱바실골을 치고 올라 마근담봉을 접수하고
백운계곡에서 피서를 즐기는 시원하고 희망찬 하루가 될 것이다.
난데없이 가을장마의 출발선상이라 습도가 포만상태인 데다 바람은 어디로 갔나?
딱바실골의 냉기도 후덥지근한 더위를 물리치는 데는 역부족이라 땀이 비오듯이 쏟아진다.
딱바실골에서 웅석봉으로 연결되는 능선(마근담봉)을 오르는 길은 길도 희미하지만
급경사에 더위까지 어깨를 짓누르는 극한 상황의 연속이다.
쉬었다가면 좋겠는데 선두는 멈춰 줄 아량이 전혀 없는 분위기.
결국 나의 체력과 의지로 극복해야 한다면 무리하지 말자!가 답이다.
8부능선쯤 올랐을 때 비가 내린다. 설마 지나가겠지 하는 기대와는 달리
빗방울이 갈수록 태산이다.
불편하게 판쵸우의까지 입고 가는 길은 말 그대로 엉망진창이다.
백운계곡으로 내려오는 도중 또 비가 내린다.
이번 비는 인정사정없이 들어붓는 폭우가 계속 이어지는데 임도는 이미 도랑이 되고
등산화며 옷은 포기하고 카메라만 챙기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지 않는다.
끝없이 내릴 것만 같았던 폭우가 그치고 임도에서 백운계곡으로 들어서자
우렁찬 계류의 울부짖음이 비맞은 보상이라도 되는 듯
모두가 물속으로 들어가 온갖 즐거운 액션을 취한다.
황토빛이 썪여있는 것을 보면 방금 지난간 폭우로 계류가 엄청 불어난 것이다.
장노출 폭포수 표현, 인물은 선명함 보다는 동작을 표현한 것임
끝없이 이어지는 백운계곡의 폭포들
삼각대도 시간도 없는 관계로 1/10~1/15초 노출 손각대로 촬영.
딱바실의 전투산행은 생각하기도 싫다.
산대장님이 악전고투를 겪게 한 이후에 맞이하는 백운계곡에 빠지는 기쁨이
백배이상의 효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맞은 폭우로 불어난 백운계곡의 폭포수와 놀아난
정다운의 하루가 천국의 신선놀음이요.
정말 아름다운 장면들이라 쉬이 잊지 못하고 또 가리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2023. 8. 23
지리산 백운계곡에서 인곡
첫댓글 계곡의 물놀이가 없었다면
말짱도루묵이였겠죠ㅋ
애나 어른이나 물놀이는 완전짱~~^^
수고하셨습니다^^
지옥과 천국을 다녀왔더니 지옥은 감감하고
천국의 아름다운 추억만 생생합니다.
정말 환상적인 백운이었습니다.
인곡님의 찰나를 긋는 원 샷 덕분에 지금 방안에서도 시원합니다 ㅌㅋ
울부짖는 백운의 폭포수 밑에서 원없이 놀았으니
뭘 또 바라겠습니까.
열심히 따라 다녀야지요. ㅋ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