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가 상상 속의 친구와 대화를하면서 놀아요. 그 상상 속 친구의 이름은 “애니..” 부모로서 상상 속 아이를 존중해주고 인정해주려고 했으나, 이런 망상이 1년쯤 지속되다 보니 이제 슬슬 걱정 됩니다. 이것이 아이의 무궁무진한 상상력일까요? 아니면, 상상력을 넘어선 어떤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아이의 상상 속 친구의 존재에 대해서 부정하려고 하니 아이가 상처 받을 것 같고, 이대로 두자니 아이가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살까 봐 걱정이 됩니다.
Louis Wain은 조현병으로 고통 받은 예술가로서 고양이 그림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지각의 왜곡된 초현실적인 그림체가 유독 눈에 띌 것입니다.
***조현병 이해하기
조현병은 지각(perception), 사고(thought), 그리고 의식(consciousness)의 변화를 수반하는 정신적 어려움입니다. 과거 조현병은 하나의 질환으로 인식되었으나, 현제는 세분화되어 여러 스펙트럼으로 나뉜 상태입니다. 그럼 조금만 더 세부적으로 조현병이 어떤 질환이고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알아보도록 할까요?
조현병의 증상은 크게 음성증상(negative syptoms)과 양성증상(psotive syptoms)으로 나뉩니다. 여기서 음성증상이라 함은 건강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 할 것이 부재한 상태를 말하고, 양성증상은 건강한 사람들에게서 나타나지 않는 것들이 추가적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말합니다. 이정도 설명만으로는 음성증상과 양성증상의 개념을 이해하기 힘드시죠? 이해를 돕기 위해 지금부터는 조현병의 증상을 하나하나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조현병의 양성 증상은 정신병적 증상이라고도 불립니다.
조현병의 양성증상
1. 와해된 사고, 말과 행동
와해되었다는 말이 익숙하지 않으시죠? 와해의 기원은 기와가 깨졌다는 뜻에서 비롯되어, 무언가 산산이 무너지고 흩어짐을 묘사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생각과 말이 와해되었다 하면, 사고의 연상과 흐름이 불규칙하고 단어들이 뒤죽박죽 엉켜 있는 것을 말합니다(말비빔 현상). 예를 들어, 내가 한 질문과 완전히 결이 다른 대답을 하고 있다면 이는 와해된 사고로 비롯된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환각(hallucinations)
환각은 거짓된 지각을 말합니다. 감각기관을 자극하는 외부의 자극 없이, 마치 실존하는 자극이 있는 것처럼 지각합니다. 환각에는 환시, 환청, 환후, 환미가 존재합니다만, 환청이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며, 그 다음으로 가장 자주 나타나는 것이 환시입니다.
3. 망상(delusions)
망상은 깊숙이 확립된 거짓된 믿음입니다. 망상에 사로잡힌 사람에게는 논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환자의 믿음에 반하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해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반론을 받아 들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그 반론 조차 망상 속의 일부로서 해석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환자의 망상을 반박하려하기 보다는 유머를 통해 주제를 부드럽게 넘기는 것이 좋습니다. 망상의 주제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피해망상’ 입니다. 즉, 자신이 타인/외부로부터 부당하게 박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해망상 외에도, 사고주입(자신의 머리 속에 타인이 생각을 주입하고 있다고 생각함), 참조사고(주변 사람들이 항상 자신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함) 등이 있습니다.
조현병의 음성증상
조현병의 음성증상에는 크게 정서적 반응의 결여, 언어적 표현의 결여(alogia), 동기의 결여(avolition), 사회적 위축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음성증상은 양성증상에 비해 치료가 어려우며, 만성적으로 지속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조현병은 아동/청소년들에게도 존재하는가?
조현병은 12세 이전의 아이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들며, 18세 이전의 청소년들에게서 드물게 나타나곤 합니다. 발병의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치료의 예후가 좋지 못하며, 18세 이전의 조현병은 망상 보다는 환시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아이가 만약 발달수준이 또래에 비해 떨어지기 시작한다면, 이는 조현병의 위험신호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적 발달, 걸음걸이 자세의 이상,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운동적 특이점, 시지각적 기능과 같은 인지능력에 문제가 발병 전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증상이 마치 자폐증과도 흡사한 점이 있어, 어린 시절 자폐증 진단을 받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조현병 진단을 받는 경우도 종종 보고되고 있습니다.
조현병이 완전히 발병하기 전 단계를 전구기(prodromal phase)라고 합니다. 증상이 아직 완전히 표현되지는 않았으나, 슬슬 그 본 모습을 들어내려고 꿈틀대는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요. 부모님의 눈에 아이의 문제가 명확히 보인다면, 징후가 악화되기 전에 빠른 중재와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즉, 조현병과 같은 중증 질환은 한번 시작되면 발병 전으로 돌아갈 수 없기에, 그 전 단계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조현병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질까요?
아동/성인 조현병 모두 항정신병약물을 통한 치료가 가장 우선시 됩니다. 조현병 초기에 급성으로 양성증상들이 나타나는 경우, 항정신병약물을 충분히 처방하여 문제 증상들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다만, 항정신병약물로 환자의 음성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에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급성에서 벗어나 안정기에 접어들면, 약물의 양을 줄여 투약해 추후 증세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항정신병약물의 불쾌한 부작용으로 인해 환자가 처방 받은 약물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을 거부하게 되면 조현병의 문제 증상들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 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서 약물치료가 준수 될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현병은 망상과 환각의 중증 장애입니다. 그렇기에, 심리사회적 접근을 통한 인지행동치료가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보상을 통해 간단한 행동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미약하게나마 활용 될 수는 있습니다. 또한 필요한 경우, 심리교육을 통해 본인을 비롯한 가족에게 조현병이 어떤 질병이고 치료의 예후는 어떤지 등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1) 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2013).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5th ed.). Arlington, VA: Author.
2) Barlow, D. H. (Ed.). (2008). Clinical handbook of psychological disorders (4th ed.). New York, NY: Guilford Press.
3) Beauchaine, T., & Hinshaw, S. P. (Eds.). (2008). Child and Adolescent Psychopathology (2nd ed.). New York, NY: Wiley.
4) Maddux, J. E., & Winstead, B. A. (Eds.). (2016). Psychopathology: Foundations for a contemporary understanding (4th ed.). Routledge/Taylor & Francis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