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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토머스(Arne Thomas)는 가방에 소중한 뭔가를 새로 추가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3년 전의 그 순간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2.4의 핸디캡 인덱스를 보유한 토머스는 그때 오크몬트컨트리클럽에서 완만한 오르막 경사가 있는 파5 9번홀의 205야드 지점에 서 있었다. 가벼운 맞바람이 부는 상황이었고, 핀은 오른쪽 앞을 지키는 벙커 뒤에 꽂혀 있었다.
언듈레이션이 있는 단단한 그린으로 긴 어프로치 샷을 하려면 서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가 필요했다. 충분한 높이로 길게 날아간 후 그린에서는 곧바로 멈춰야 했다. 그때 토머스가 꺼내 든 클럽은 7번 우드였다. “볼이 허공으로 높이 올라갔다가 부드럽게 그린에 착지하는 모습이 정말 놀라웠다.” 토머스는 올해 쉰여섯 살이며 펜실베이니아주 스위클리에 살고 있다.
“그런 식으로 핀을 공략해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전까지는 벙커 왼쪽으로 볼을 보냈다가 4번 아이언으로 굴려 올리는 걸 시도하곤 했었다. 롱 아이언으로도 비슷한 거리를 보낼 수는 있지만, 매번 굴러나갔던 그린에 볼을 멈춰 세울 수 있었던 건 7번 우드의 비거리와 높이 덕분이었다. 그때부터 이건 나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었다.”
남자 골퍼가 골프백에서 이걸 꺼내 들었다간 비웃음을 감수해야 했던 클럽이 “든든한 동반자” 소리를 듣게 되었으니, 클럽 업계의 지각변동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이제 페어웨이 우드를 출시하는 회사 중에 21도(일반적인 7번 우드 로프트)나 그 이상의 클럽을 라인업에 포함하지 않은 곳을 찾기 어렵다. 신기한 제품이었던 것이 어느새 많은 골퍼의 필수품이 된 것이다.
골프 통계업체인 아코스가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7번 우드는 실력에 상관없이 모든 골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코스가 폭넓은 핸디캡(스크래치부터 25까지)과 비거리(140에서 220야드) 수준에 걸쳐 7번 우드와 3번 하이브리드의 그린 적중률을 측정했더니, 40명 가운데 28명의 경우 7번 우드의 그린 적중률이 더 높았다(70%).
골프용품의 트렌드는 아무래도 PGA투어 선수의 사용 여부가 아마추어들의 선택에 가속을 붙여주는 경우가 많다. 5년 전만 해도 PGA투어에서 7번 우드를 거의 볼 수 없었는데, 지금은 투어 프로의 약 25%가 이 클럽을 소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대회에서 참가 선수의 약 1/3은 여전히 하이브리드를 사용하고, 또 다른 1/3은 2번 또는 3번 아이언을 사용하지만 7번 우드가 그 뒤를 바짝 따라오고 있으며, 아마추어 골퍼들은 이런 경향을 눈여겨보고 있다.
타이틀리스트의 투어 프로모션 디렉터인 JJ 반베젠비크(JJ VanWezenbeeck)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 사이에서 7번 우드의 인기가 높아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 챔피언십을 위한 코스 셋업이나 4개의 파5 홀이 있는 코스는 어느 정도 실험의 여지가 있다.” 그는 말했다. “그런데 어쩌다 맥스 호마 같은 선수들이 7번 우드를 사용했는데 우승할 경우, 다른 선수들은 그걸 놓치지 않는다. 와, 이 클럽이 저렇게 큰 역할을 할 수 있구나.”
PGA투어는 예전부터 이렇게 모방하는 경향이 있었다. 존슨 같은 메이저대회 2승 챔피언이 이걸 사용하는 모습은 다른 선수들의 이목을 끌고, 또 다른 투어 프로와 함께 플레이하던 사람이 그가 어떤 클럽을 꺼내 들더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샷을 구사하는 걸 보게 되는 식이다. “그리고 그게 7번 우드라는 얘기를 들으면 관심이 생기고, 우리는 이런 전화를 받게 된다. ‛저기, 내가 아무개와 플레이했는데, 나도 그걸 한번 써보고 싶어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베젠비크는 말했다.
사용이 용이하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핑의 PGA투어 담당자인 켄턴 오츠(Kenton Oates)는 하이브리드 샷이 7번 우드 샷보다 수월하다는 일반적인 통념에 반론을 제기한다. “7번 우드가 하이브리드보다 더 많은 스핀을 만든다.” 그는 말했다. “하이브리드보다 포물선의 정점이 더 높고, 더 일관되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휘어지는 라인을 그리는데, 우리가 소속 선수들을 위해 클럽을 제작할 때는 특히 이 점을 중시한다.
우리는 7번 우드를 일반적인 수준보다 1인치 짧게, 즉 42인치 대신 41인치로 제작할 때가 많다. 그런 다음 조정 가능 기능이 있는 호젤을 통해 로프트 세팅을 크게 줄이거나 작게 줄이는 식으로 설정한다. 다양한 의도와 목적을 고려해서 우리는 6번 우드의 로프트와 9번 우드의 길이를 조합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7번 우드로 갈아타라고 선수들을 설득하는 건 절대 쉽지 않다. 오츠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가 된 이후에도 하이브리드로 플레이했던 호아킨 니만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2020년에 뮤어필드빌리지에서 2주 연속 투어 대회가 열린 적이 있었다. 워크데이채리티오픈이 끝나고 메모리얼토너먼트를 앞둔 니만은 오츠를 찾아왔고, 250야드 지점에서 단단한 그린에 볼을 올리기가 힘들다며 로프트가 더 높은 하이브리드를 요청했다.
4개의 파5홀이 있는 뮤어필드빌리지에서는 그 샷이 특히 중요했다. 내가 “그러면 7번 우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더니, 그는 마치 머리가 세 개 달린 사람을 보듯 나를 쳐다봤다. 오츠는 말했다. “그러면서 볼이 너무 높이 날아갈까 봐
7번 우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를 설득했고, 그는 결과에 만족했다. 이제는 코스에 상관없이 매주 이 클럽으로 플레이하고 있다.”
7번 우드는 또 다른 중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이브리드나 유틸리티 아이언보다 러프에서 강하다는 것이다. 샤프트가 더 긴 만큼 7번 우드 샷은 발사각도가 더 높고 스핀도 더 많이 발생한다. 러프에서는 발사각도와 스핀이 줄어들기 때문에 이건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실수 완화성도 더 뛰어나다. 하이브리드의 뛰어난 실수 완화성을 이야기하는 골퍼들은 그걸 7번 우드가 아닌 호환되는 아이언과 비교하는 것이다.
7번 우드의 헤드는 하이브리드에 비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관성모멘트가 훨씬 더 높고, 그것이 훨씬 뛰어난 실수 완화성으로 이어진다(빗맞은 샷의 안정성을 높이고 볼 속도가 줄어드는 것도 완화해준다). 7번 우드의 성공 사례는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에 열린 라이더컵에서는 여섯 명의 선수가 7번 우드를 사용했다. 2022년이 시작된 후 여섯 명의 선수가 이걸 사용해서 우승을 거뒀다. 선수들은 단순히 7번 우드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걸 통해 성과를 내는 것이다.
존슨이 2020년 마스터스에서 우승했을 때 그의 가방에는 21도의 테일러메이드 SIM 맥스 7번 우드가 꽂혀 있었고, 투어에서 최고의 장타자로 손꼽히는 그가 이 클럽을 사용한 데는 너무 타당한 이유가 있었다. “5번 우드를 봤지만, 그건 계속해서 지나치게 멀리 날아갔다.” 존슨은 말했다. “7번 우드는 내가 원하는 높이로 255~260야드를 날아간다. 거리의 격차를 정확하게 메워줬다.
나는 2020년 중반부터 이걸 사용했고, 그 후로 계속해서 이 클럽을 가지고 다닌다. 7번 우드는 높이 날아서 그린에 부드럽게 착지하는 걸 도와준다.” 이런 활용성이 7번 우드 사용이 급증하는 데 일조한 건 분명하지만, 골프클럽의 발전과 골프볼의 기술도 한몫했다. 투어용 볼은 꾸준히 스핀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드라이버 거리의 측면에서는 좋지만 먼 거리에서 볼을 그린에 올리려고 할 경우에는 꼭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높은 발사각도와 낮은 스핀’은 거의 ‘포어’만큼이나 일상적인 골프 용어로 자리 잡았지만, 스윙 속도가 평균 이하인 골퍼들은 사실상 스핀이 더 많이 들어가야 볼의 체공 시간을 늘려서 비거리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7번 우드가 하이브리드나 롱 아이언에 비해 기술적인 우위를 점하는 부분은 또 있다. 크기가 큰 만큼 타격면이 더 넓고(스프링 효과도 더 크고) 무게중심을 낮고 깊게 배치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이내믹 로프트를 높일 수 있다. 더 긴 샤프트는 클럽헤드 속도 증가로 이어지고, 페이스의 벌지와 롤은(더 평평한 페이스의 아이언과 비교했을 때) 기어 효과를 발생시켜서 토와 힐에 치우친 타격과 가운데로 돌아오게 해준다.
투어 선수의 사용이 증가한 건 비교적 최근의 현상처럼 보이지만, 오츠의 말에 따르면 핑의 투어 운영팀장인 크리스티안 페냐(Christian Pen˜a)가 이 클럽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건 거의 30년 전의 일이다. 페냐는 19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 프로 선수로 활동했고 주로 아시아에서 플레이했다. 그는 3승을 기록했고 1995년 US오픈에서 컷을 통과했으며 7번 우드를 자주 사용했다.
그는 이것이 프로 골퍼들에게 매우 가치 있는 클럽이라는 걸 깨달았다. 메리언에서 열렸던 2013년 US오픈에 핑의 선수들을 지원하러 나간 페냐는 소속 선수들 전원에게 7번 우드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 주에 이 클럽을 사용한 선수는 단 두 명뿐이었다.” 오츠는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소속 선수들에게 7번 우드를 강력하게 권했다. 현재 투어에서 이 클럽이 이렇게 많이 사용되는 건 그의 덕분이다.”
마키니는 약 1년 전부터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서도 7번 우드의 인기가 높아지는 기류가 포착되었다고 말했다. “젊은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클럽들로 가방을 구성하려 한다.” 그는 말했다. “그리고 많은 피팅 전문가들이 3번 우드와 5번 우드의 조합 대신 5번 우드와 7번 우드를 제안하고 있다. 한때는 매장의 재고를 유지하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클럽 브랜드에서는 골퍼들에게 하이브리드를 권하지만, 많은 골퍼가 그걸 성공적으로 사용하지 못한다. 쓸어내는 스타일의 스윙을 구사할 경우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골퍼들의 지식이 많이 늘었다. 그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클럽의 거리 격차에 관심을 기울이고, 거리 격차를 해소하려면 로프트 피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서 7번 우드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하나의 추세라는 뜻이다. “중간 이상의 하이 핸디캐퍼들에게 7번 우드는 거의 필수적이다.”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100대 피팅 전문업체인 해긴 오크스에서 유통과 마케팅을 책임지고 있는 켄 모턴 2세(Ken Morton Jr.)는 말했다. “우리는 요즘 ‘로프트는 여러분의 친구’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1987년에 캘리포니아주 라퀸타의 PGA웨스트에서 스킨스 게임이 열렸던 35년 전의 상황은 지금과 아주 달랐다. 리 트레비노는 스킨스 게임을 앞두고 테일러메이드 공장을 방문했다가 희한해 보이는 프로토타입 메탈우드에 7이라는 숫자가 찍혀 있는 걸 발견했다.
“그 작은 클럽은 결국 내 인생 최고의 클럽이 되었다.”
트레비노는 2009년에 골프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걸로 나는 높은 샷과 낮은 샷, 드로와 페이드를 자유자재로 구사했고, 스윙을 거의 조정하지 않고도 165야드건 210야드건 원하는 거리로 볼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스킨스 게임의 9번홀에서 나는 물을 넘어가야 하는 190야드의 페어웨이 벙커 샷을 홀 1.5m 앞에 붙였다. 아이언으로는 아마 그런 샷을 결코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클럽이 알아서 샷 메이킹을 해주는데 스윙에서 뭔가를 억지로 짜낼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