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해태/기아 팬입니다. 이종범의 등장부터 지금 이범호의 대활약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는데요.
어린 나이였지만 선동렬은 그야말로 해태의 모든것이었습니다. 딱히 해태의 팬이 아니었더라도 선동렬이 가지는 무게감은
야구를 보는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느낄만큼 묵직한 것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선동렬. 별명도 '국보급 투수'였죠.
그런 선동렬이 일본에 진출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고, 그가 일본도 평정할 수 있을거라고 장담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당시 천리안, 나우누리등 PC통신 관련 동호회에선 그러한 일본에서의 활약을 실시간으로 중계해주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리고 첫해, 선동렬은 2군으로 떨어집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었던 모습을 보여주죠.
떡이되도록 마셔도 완봉승을 해내고 식은죽 먹는 것 처럼 타자를 요리했던 선동렬이 죽어라 훈련에 매진했습니다.
그런 선동렬도 일본에선 결국 '최고'는 되지 못했어요. 일류 선수의 반열에 들었을 뿐이죠.
그리고 나이든 선동렬은 선발이 아니라 선발과는 가치에서 차이가 있는 마무리, 그것도 단지 '최고레벨'일 뿐이었습니다.
(음... 한신에겐 최고였을지도-_-;)
그간 수퍼게임이나 청소년대회 등을 통해서 맞붙어온 일본은, 대중에 분명히 '해볼만한' 상대로 인식되어 있었습니다.
이치로가 정말 대단한 천재이긴 하지만 이종범이 그에 근접하리만치 대단한 선수일거다.
혹은 노모 히데오가 잘하긴 하지만 선동렬도 그에 못지 않다. 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바로 국제대회였을겁니다.
분명히 그러한 대회에서 일본은 한국에게있어, 지기도 하고 이기기도 하는 상대였으니까요.
그리고 선동렬이 이끄는, 혹은 꼭 선동렬이 아니어도 또 다른 한국의 일류 선수들이 이끄는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 뿐 아니라 미국, 쿠바등 야구 강국들을 꺾기도 하면서 한국 야구의 우수성을 스스로 증명하는 듯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러한 소수의 선수집단이 아니라, 국가 대 국가, 나라 대 나라의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 야구는 일본 야구에게 크게 못미치는 리그였습니다. 근데 그건 아는 사람만 아는 사안이었지
일반 대중들에게 그리 와닿는 일이 아니었어요. 일본 야구는 우리에게 그다지 알려져있지 못했거든요.
사람들은 선동렬보다 뛰어난 선수는 한국에서 나오지 못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선동렬 뒤에 나온 선수가, 일본에서 최고라는 선수와 비등한, 아니 오히려 앞서 보이는 모습까지 보였거든요.
그게 임선동, 조성민보다 못한 평가를 받던 박찬호였습니다.
사람들은 '한국 야구가 이제까지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고 여겼습니다.
그리고는 박찬호가 물꼬를 텄으니, 이제 더 대단한 선수가 쏟아져 나올거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박찬호 이후에 엄청난 유망주들이 속속 미국 무대로 진출했습니다.
세월이 지난 후, 박찬호 이상의 한국 선수는 여전히 미국 무대에선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댓글 말대로 '최초'가 '최고'였던거죠.
그리고 일본 리그는 예전만큼 한국에서 베일에 싸인 리그가 아닙니다.
많은 일본 선수들이 미국에 가서 활약하고 있고, 한국 선수는 일본에 가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매일밤 일본 야구가 안방에 TV 중계되고, 많은 사람들이 일본 리그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합니다.
분명히 선동렬은 한국에서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만큼의 기량을 보여주었습니다.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온다고 해도
선동렬보다 얼마나 더 잘할지는 장담할 수 없어요. 그만큼 선동렬은 투수로서 더할 나위 없는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다만, 문제는 당시 한국 야구의 수준이 지금에 비해서도 낮았을 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본이나 미국에 크게 밀렸다는겁니다.
선동렬은 한국에서 최고중의 최고로 불렸던 그 순간에도 거의 투 핏치 선수였습니다.
직구, 슬라이더만으로 리그를 평정했죠. (엄밀히 말하면 슬라이더엔 종슬라이더, 횡슬라이더가 있었으니 3핏치이긴 하죠...)
선동렬이 박찬호와 비교해서 더 대단한 선수일까 아닐까를 따져보려면, 가장 좋은건 선동렬이 미국에서 통할지 아닐지를
따져보는 겁니다. 두번째는 선동렬이 일본에서 한 만큼 박찬호가 해 낼 수 있을까. 그리고 박찬호가 한국에서 뛰었다면 어땠을까.
정도를 생각해보면 답이 어느정도 보일겁니다.
첫번째. 선동렬은 미국에서 박찬호만큼 해낼 수 있었을까요?
선동렬은 젊은 시절 최고구속 150중반대의 빠른공을 보유한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제구력이 뛰어났죠.
체력도 좋아서 연투도 가능하고 많은 공을 던질 수 있는 이닝이터형 선수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위에 적었듯이 투핏치 선수였습니다. 메이저에선 선발로 투피치 선수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어요.
쿠바 선수가 망명해서 요새 104마일을 던졌던 장면이 화제가 되고 있더군요.
투피치 선수이기 때문에 중간계투로 뛰고 있습니다.
선동렬이 미국에서 뛰었다면 평균 93~94마일을 던지는 선수였을텐데 투피치로 메이저 선발은 어림도 없습니다.
혹시 선동렬이 죽어라 훈련해서 다른 구종도 가졌다면 또 모르겠죠. 하지만 그렇게 가면 판타지 소설이 됩니다.
박찬호는 구위 자체도 90마일 중반대의 평균 구속을 가졌고 최고구속 97~98마일의 공을 9회에도 뿌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었던데다, 커브나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의 브레이킹 볼이 리그 최고급이었습니다.
다양한 구질을 갖춘 선수였지요. 그것을 바탕으로 메이저에서 오랜 기간 활약할 수 있었고요.
그럼 두번째, 박찬호는 한국에서 선동렬과 비교해 얼마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박찬호가 전성기때 구위로 한국에서 뛰었다면 분명히 리그 넘버원이었을겁니다.
또 그렇다고 반드시 선동렬보다 방어율이 낮고 더 많은 승수를 거뒀으리라 장담할 순 없는 문제죠.
그만큼 선동렬의 성적은 변태스러울 만큼 놀랍거든요.
다만, 그건 선동렬이 반드시 박찬호보다 더 잘해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단 박찬호는 리그의 수준 자체를 뛰어넘는
월등한 기량을 갖춘 선수거든요. 그건 선동렬도 마찬가지입니다. 선동렬은 거의 모든 게임을 어린아이와 하듯이 뛰었어요.
가령, 야오 밍과 하다디를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하다디는 야오 밍에 비교해 모든 면에서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떨어집니다.
하지만 아시아 무대에선 하다디의 활약상은 야오 밍에 비교해 비교도 안될 만큼은 아니거든요.
추성훈과 제가 각각 5살짜리 아이와 팔씨름을 한다고 했을 때 누가 더 빨리 이길까요?
추성훈일 수도 있고 저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더 빨리 이겼다고 해서 추성훈보다 더 힘이 센 건 아니거든요.
세번째, 박찬호는 선동렬의 일본 활약에 비교해 비슷하거나 나은 성적을 낼까요?
현재 진행형인 질문이겠네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느정도 답은 나와 있습니다.
박찬호는 현재 마흔이 다 된 나이로 일본에 진출해 있습니다. 선동렬은 제가 알기로 서른 넷 즈음에 일본에 갔을거에요.
선동렬이 일본에서 뛸 때, 전성기에 비해서 구속이 떨어지기는 했습니다만, 제가 기억하는 바로 150도 심심치 않게 넘겼습니다.
당시 천리안에서 선동렬이 등판할 때마다 유저들이 그 활약상을 중계해주곤 했는데, 30대 중반에 154를 던지는 선동렬을 보고
일본 중계 캐스터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있다는 식의 글도 자주 올라왔었거든요.
물론 매번 그렇게 던졌던 건 아니었죠. 하지만 140후반대의 공은 쉽게 뿌렸던 선동렬이었고 박찬호에 비해선 젊은 나이었어요.
그에 비해 박찬호는 현재 자신의 전성기에 비해서 구속이 10킬로미터 이상 줄었습니다. 구속의 감퇴 뿐 아니라 구위도 줄었어요.
나이가 더 많은 만큼 체력에도 문제가 있을겁니다. 예전만큼 몸의 회복이 빠르지 않고 더딜거에요.
나이가 든 선수들이 대부분 겪는 문제가 바로 회복력 감퇴죠.
때문에 박찬호가 설령 선동렬에 비해서 일본에서 더 못한 활약을 보여주는데 그친다고 해도, 이미 메이저의 활약상만으로도
박찬호가 가지는 선동렬에 대한 우위에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데, 더군다나 박찬호는 일본에서 아주 잘 하고 있단 말이지요.
결론적으로 선동렬은 정말 대단한 선수였습니다만, 다른 이도 아닌 박찬호라면 비교가 힘들다는게 제 결론입니다.
제 결론일 뿐만 아니라 아마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일겁니다.
일본의 가장 뛰어난 타자는 미국에 가면 그냥 단지 꽤 잘하는 선수가 됩니다. 한국의 가장 뛰어난 타자는
일본에 가면 역시나 단지 꽤 잘하는 선수가 되죠.
박찬호가 정말 얼마나 대단하지 새삼느끼고 있는데... 박찬호는 미국에서 통산 124승을 거뒀습니다.
찾아보니 한국에서 124승을 넘은 선수가 채 10명이 안되더군요.
선동렬은 물론 대단한 선수고 여전히 한국의 국보급 투수로 여겨집니다만, 박찬호보다 못한 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선동렬의 업적이 퇴색되는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박찬호가 괴물이고 이상하리만치 대단한거에요.
코비 브라이언트가 마이클 조던만 못하다고 해서 위대한 레벨이 아닌건 아니잖아요.
또 선동렬을 너무 비하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선동렬의 압도적인 꾸준한 모습은 또 그 나름대로 인정해줘야 하니까요.
밤중에 쓰는거라 상당히 중구난방이네요. 양해바랍니다.
그냥 거칠게 대입해서 잉글랜드 프로축구 이부리그에서 뛰는 아델타랍이 메시뺨치는 스탯을 찍었다고 메시와 리그가 다르니 비교할수없다 할순없지않나요?
물론 선동열선수가 우리 프로야구 최고의 레전드인건 맞죠. 다만 박찬호선수는 차원을 달리하는 선수일뿐인겁니다
커리어를 통해 더 많은걸 보여준거지 실절적인 실력이 차원이 정말 다를만큼 선동렬보다 현역시절 더 뛰어났는지. 그건 정말 모르는겁니다. 선동열 입장에선 그걸 보여주고 싶엇어도 보여줄 기회자체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과론적으로 박찬호의 커리어가 더 뛰어났기때문에 당연히 박찬호를 더 인정해줄수 밖에 없는거죠. 마치 박찬호의 실력자체가 누가 봐도 비교불가할정도로 선동열보다 뛰어나서 라는게 근거라면. 그건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적으로 공감 합니다. 선동열은 분명 위대한 투수고 그의 업적 만으로도 존중받아 마땅하겠죠. 하지만, 그가 활약하던 리그는 현재의 리그와도 큰 수준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일본에서 전성기가 지나고 온 백인천이 4할을 기록하고, 김일융이 25승을 찍어주던 리그...그저 그런 투수였던 최일언이 초특급 에이스 활약을 해주던 리그가 바로 초창기의 KBO였었죠. 90년대 중후반에도 국내프로구단은 NPB의 2군팀들의 경쟁 상대밖에는 되지 못했습니다.(1군팀들은 스프링 캠프에서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죠.) 그러나 현재는 양국의 1군팀들이 스프링 캠프에서 경쟁하고 있는 환경은 조성되었습니다. 그만큼 30년이라는 시간동안 KBO가 장족의
발전을 한거겠죠. 다만 박찬호라는 선수는 도저히 상상이 안되는 인물이라서 뭐라 표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냥 구름위의 존재라고 생각해요.
일본시절의 선동렬이 150을 넘는 패스트볼을 던지고 이 속도가 전광판에 찍혔던 건 저도 기억이 나네요..근데 박찬호의 지금 구속이 140 중반대 임은 선발투수로써 스테미너 관리를 하는 것이라...1-2이닝 전력 투구하는 릴리프들과 구속 비교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네요..작년에도 박찬호 선수 150대 볼들을 지속적으로 뿌렸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밤중에 쓰느라 글을 좀 뒤죽박죽으로 쓴 경향이 있어요:)
농구에 이런걸 대입하면 허재는 우리나라 역대 최고의 농구선수 이지만 토니 쿠코치에 비교하는건 토니 쿠코치의 엄청난 수치다...
축구는 황선홍은 우리나라최고의 스트라이커 중에 한명이지만 차범근에 비교하는건 박지성의 이름을 더럽히는거다??
배구는 김세진은 역대최고 였지만 가빈에게 비교 하는건 가빈의 엄청난 수치다...뭐 이런것들인가???
선동열이 이닝이터라구요? 어떤 근거로 이닝이터라는 표현을 쓰신건지 궁금하네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선동열 대학생시절이 공이 제일 빨랐습니다. 그때 한국에서 150을 넘은 유일한 선수였죠. 최동원선수도 140후반대를 던졌습니다.
제 기억으론 분명히 선발로 나올 당시 선동열의 직구 구속이 평균 150 근처는 되었고... 150 이상의 구속을 경기중에 상당히 자주 찍었었습니다... 평균 142-145는 너무 오버네여...
다저스 시절 박찬호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만, 두 분이 직접 판단하는 서로의 실력은 어떨까 정말 궁금하네요. 또한, 선발때와 마무리때의 구속을 비교해 볼 필요가 있으니 구속에 대한 부분은 정확한 자료가 없으면 쉽게 납득하기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문에서 선동열의 구질이 직구-슬라이더 투핏치에 불과하다는 것도 조금 이해가 안가는게... 당시 선동열은 커브도 제법 사용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치면 어짜피 박찬호도 전성기 시절에 직구-슬러브 두가지 피칭이 주무기였으니까요... 물론 체인지업도 구사했지만 구위에서 직구-슬러브에 마니 못미쳣죠...
구위에서 비슷하거나 박찬호가 약간 더 낫다고 생각하는건 동의하지만 대신 찬호형님은 제구력이 불안한 반면 선동열 투수는 제구력마져 최상급인걸 감안하면 둘의 비교는 그냥 비교불가.. 하고 하는게 맞는거 같습니다... 투수로서 자질만 놓고 보면 선동열이 더 타고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본문 보시면 횡슬라이더, 종슬라이더를 포함하여 엄밀히 말하면 3핏치라고 언급하셨는데요 ~_~
설리와진리/ 본문에는 투핏치라고 언급이 되어있는데요??
엄밀하게 그렇게 두가지 슬라이더로 나눌수 있다고 쳐도...
그리고 분명한건 그렇다고 커브가 종슬라이더는 아니죠 ~_~
그리고 추가로 메이저리그에서 엄청난 기록을 세운 박찬호도 대단하지만 역으로 80~90년대 선동열이 국내에서 활약할 당시 메이저리그 최고투수들이.. 즉, 당시 드와이트 구든이나 로저 클레멘스 같은 투수들이 국내프로야구에서 뛰었어도 과연 100~120 경기 시즌에서 20승 이상에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할 수 있었을까에는 의문이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