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과 충청권 험지 출마 도전장을 던진 김용태 전 국민의힘 의원,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 홍익표(민주당)(왼쪽부터).
여야 전·현직 중진 의원이 잇달아 4·10총선 험지로 나서고 있다.
경기 포천-가평에서 3선(18·19·20대) 의원을 지낸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8일 서울 동대문갑 출마선언을 했다.
그는 2019년 12월 “몸담았던 정당의 대통령 두 분이 법정에 섰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난 4년간 주요 당직도 맡지 않았던 그가 여권에서는 험지로 분류되는 동대문갑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동대문갑은 4선의 안규백 (더불어민주당)이 세 번(19·20·21대 총선) 연속으로 이긴 지역이다. 여권에서는 “10여년 동안 조직도, 사람도 다 사라졌다”는 말이 나오는 곳이다.
김 전 의원은 30일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비록 험지지만, ‘중진 대 중진’ 맞대결로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라고도 봤다”며 “서울에서 중도민심을 대변할만한 중량감 있는 중진 의원이 우리 당에서 적은 게 정치적 고비마다 약점으로 지적됐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허용범 전 국회도서관장, 여명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본선 진출을 위한 3파전을 펴고 있다.
김영우 전 국민의힘 의원이 지하철 역사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3선 의원 출신인 김용태 전 국민의힘 의원은 고향인 대전 지역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
대전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3석, 민주당 4석이었지만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7석을 싹쓸이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수복’을 위해 중량감 있는 인사의 출마가 필요한 지역이었다.
김 전 의원은 통화에서 “당에서 결정해준다면 대전에서 센 야당 후보와 붙겠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지역 정가에선 대전 서갑이 출마지로 거론된다.
김 전 의원은 서울 양천을에서 3선(18·19·20대)을 했다. 그는 2018년 김병준 비대위 체제에서 조직강화특위위원장으로 현역 21명을 물갈이하면서 본인도 양천을 당협위원장 자리를 내려놨다.
21대 총선에선 문재인의 ‘복심’ 윤건영이 서울 구로을에 출마하자 그 지역에 도전해 패했다.
야권에서는 서울 중·성동갑에서 내리 3선(19·20·21대)을 했던 홍익표 (민주당)가 서초을에 도전한다. 그는 2022년 7월 서초을 지역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서초을은 1988년 13대 총선에서 선거구가 만들어진 뒤 21대 총선까지 9번 모두 국민의힘 계열이 승리한 곳이다.
이와 관련 홍익표는 “당이 위기 상황인데 중진이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같이 중진들의 험지 출마는 중량감 있는 인사의 승부수 성격이 강하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4선 갈림길에 선 중진 입장에서는 험지 도전을 일종의 ‘티핑포인트’로 봤을 수 있다”며 “의정활동과 정치경험을 바탕으로 험지에 도전해 승리하면 정치적 체급을 한 단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용핵관과 친명 인사 등 여야 주류 세력이 양지만 찾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