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운전 마일리지제'라고, 교통법규를 준수하겠다는 서약을 한 후 1년간 무위반 무사고를 이행하면 특혜점수 10점을 부여하는 제도가 있다. 이 제도를 시행한지 벌써 일 년이 되어 약속을 지킨 사람들에게 마일리지 10점을 적립해줬다는 기사를 접했다. 벌써 1년이 흘렀네, 참 세월 빠르다. 이런 제도는 우리 같은 영업용 운전자에게 더 필요한 제도이지만 무위반을 하지 않기가 쉽지가 않다. 특히 간선도로에서 많이 쏘는 경향이 있어 1년에 한 번은 총(과속카메라)을 맞는지라 이런 경우 통고처분되면 벌점이 부과되기에 출석을 미뤘다 과태료를 내왔다. 이렇게 총 한 번 맞으면 무위반이 깨지기에 그동안 신청을 미적거렸는데 마일리지를 적립해줬다는 얘기에 중간에 깨지더라도 일단 들어나 보자며 알아봤다.
경찰서나 파출소에 가서 서약서를 작성해야만 하는 줄 알았는데 교통범칙금 · 과태료 조회/납부 시스템 eFine에서도 서약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들어가 봤더니 아니 웬걸, 지난해 9월에 이미 신청을 해놓은 게 아닌가. 이미 서약을 했는데 그러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니 점점 기억력이 감퇴하는 것인가. 그런 것도 있지만 지난해 5월 한 달에만 무려 총을 네 방이나 맞았다. 지금까지 운전을 해오면서 한 달 상간에 그렇게 많이 총을 맞은 적도 없었고 한꺼번에 이런 일을 당하니 뭐가 씌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모두 20킬로를 초과하지 않아 3만 원씩을 낸 것으로 위안을 삼았다. 그래서 신청을 미적거렸고 아직 가입을 안 한 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동부이촌동에 손님을 모셔다 주고 털레털레 빈차로 보광동 종점을 지나 한남동 방향으로 갔다. 한남동에서 어디로 코스를 잡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힘없이 가고 있는데 교통경찰 2명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의 눈앞에는 3대의 먹잇감이 잡혀있었고 고양이 앞의 쥐가 된 운전자들은 관대한 처분을 바라는 눈빛을 보이고 있었다. 선두에 있던 택시는 발부가 끝났는지 뚱한 표정으로 앞으로 움직였고 순서를 기다리는 두 번째 차량으로 의경이 다가가는 것이다. 이곳에 짭새가 출몰한다는 얘기는 카페 사람들에게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기는 처음이다. 손님을 안 태웠기 망정이지 보광동 쪽에서 손님을 태웠다면 사람 하나 건너지 않는 이 횡단보도 신호를 참을성 있게 기다렸을까 싶기도 하다.
한남역을 지나 한남오거리 가기 전에 있는 이 횡단보도는 건너는 사람이 드물다. 하물며 밤 10시를 넘긴 시간에 사람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이곳의 신호를 여태껏 많은 사람들이 그냥 외면해왔던 게 사실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 보행신호라 하더라도 이곳을 그냥 패스하기 일쑤였다. 그런데 갑자기 보이지 않던 경찰이 나타나 손가락을 까딱까딱하며 길 가장자리로 차를 대라는 손짓을 한다면? 그들은 커브가 진 안 쪽에 숨어있다가 위반하는 차량이 보이면 도로로 돌진해 차량을 세운다. 이렇게 잡힌 운전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 '아~ 우리의 교통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위하여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구나. 안타깝지만 내가 위반했으니 처벌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좆됐네, 근데 왜 저 새끼들은 숨어서 지랄이야!'라고 생각할까?
아무리 이성적인 사람이라도 전자의 생각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운전자들에게 경찰이 있다는 걸 충분히 알게 해주고 단속을 해야지 이렇게 숨어있다 위반한 차량을 확 덮치는 게 정당한가? 물론 사람이 건너든 건너지 않든 신호는 지켜야 한다. 하지만 건너는 사람이 없으면 그냥 지나쳐서 다음 신호에 연동되어 달리고 싶은 유혹을 가지는 게 운전자인데 그 심리를 이용해 함정단속을 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보려고 해도 좋게 볼 수 없다. "우린 숨어있었던 게 아니다. 단지 운전자들이 못 봤을 뿐! "이며 "시민의 안전을 위하는 것이 우리의 직무"라는 말을 범칙금고지서를 발부하는 경찰관이 한다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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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과도한 교통단속은 단속경찰관 본인의 안전을 크게 위협받는 것은 물론 운전자들의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http://www.breaknews.com/sub_read.html?uid=261398
서초동 삼성타운 앞에 있는데 강남역 지오다노에서 수지를 가는 콜을 잡았다. 강남역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교보타워사거리로 향했다. 버스중앙차로제를 시행하는 강남대로는 U턴이 금지되어있다. 그래서 교보사거리에서 좌회전한 후 조금 더 가 제일약품사거리에서 U턴을 해 다시 교보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서 가야 한다. 근데 교보사거리 좌회전의 꼬리가 뱀 꼬리가 아닌 용 꼬리같이 길다. 원칙대로 해야 하나 아니면 전후좌우를 둘러보고 짭새가 없는지 확인을 하고 확 잡아 돌리는 게 베테랑일까? 1990년대 초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이휘재의 "인생극장"이란 코너가 머리를 스친다. 인생을 두 번 살수 없기에 그때그때 상황판단을 잘 해야 한다. 택시기사도 판단분석을 잘 해야 베테랑이다.
어쨌든 강남역 지오다노 앞이다. 손님에게 전화를 했다. 앞에 있으니 나오라고 한 후 비상 깜빡이를 켰다. 손님이 나올 골목 안쪽을 목을 늘여 보고 있는데 검은 상의를 입은 서울시 단속반이 인파 속에서 도로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햐~ 저놈들도 숨어서 택시를 노리고 있군. 오나가나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 뱀만 득실대는군. 약하디약한 택시가 뭐 잘못하나 주시하는 눈빛이 독사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단속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숨어있지 말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까지 택시 시스템을 거론하고 싶지는 않다. 단속되더라도 기사가 수긍할 수 있도록 단속반의 존재를 드러내어야 하는데 관에서 하는 짓거리는 늘 이 모양이다.
손님이 나오기까지 그 짧은 시간에도 펜스에 바짝 붙여 대기하고 있는 나의 택시를 많은 사람들이 기웃거렸다. 어떤 여자가 타기에 콜손님인 줄 알고 "상현동요?"하고 출발하려 했다. 그러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을 안 그녀는 "예? 예약차인가 보죠?"하기에 고개를 끄떡이니 이내 내리는 일까지 생겼다. 불과 2, 3미터 떨어져 있는 단속반원들은 상황을 아는지 나에게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얼마 안 있어 예약 손님이 타서 출발했다. 고속도로를 오르기 위해 서초 IC 날개 죽지에 올랐다. 여기에도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수지 풍덕천을 지날 때에도 차선 사이에 꼬깔콘을 세워놓고 음주단속을 하고 있었다.
이 여름밤을 운행하면서 근래 보기 드물게 많은 공무원들을 보았다. 열심히 일하는데 웬 시비야? 하며 내가 말하기도 전에 도끼눈을 뜨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내가 본 경찰과 서울시 단속반의 모습은 정상적이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단속을 나무라려는 것은 아니다. 공권력이 존중받으려면 국민을 먼저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고양이도 지나다니지 않는 횡단보도 앞을 그냥 지나쳤다고 숨어있다 뛰쳐나와 길을 막으며 단속하는 경찰과, 인파에 묻혀있다가 택시가 잘못한 게 있으면 뛰쳐나와 사방을 막고 디카의 플래시를 터트려 택시인을 범죄인 취급하는 서울시의 막장 행정을 지켜보았다.
위반하지 않으면 되지 않은가? 그렇지. 위반 안 하면 되지. 하지만 이렇게 막무가내로 단속을 하는 것을 보면 누군가 그랬듯이, 관에서는 우리 국민을 정말로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미개한 국민이니 이렇게 족치고 통제하려 하는데 이것은 국가의 폭력이다. 용산에서, 밀양에서 국가권력의 난폭함과 그악스러움이 끝이 보이지 않는데 지난 4월의 세월호 참사에서는 경악할 만한 방관을 보여주었다. 국민을 분열시키고 통제하는 데에는 그렇게 기민하던 정부가 세월호 구조에는 왜 그렇게 머뭇거리고 늦장이던가. 아니, 세월호 유가족들이 분노해서 진도에서 청와대로 분노의 행진을 할 때에는 예의 기민함을 보였지. 그래서 '사회 아닌 사회', '국가 아닌 국가'의 모습을 여실히 우리에게 보여줬었지. 이러한 것을 우린 언제까지 견뎌야 할지….
첫댓글 장문의 글잘읽었어요.
당장 차에서 흡연금지도 자존심이 상하네요.업계스스로 자정해서 해야할것을 나라에서 규제하는것 같아서요.
이정부의 호불호를 떠나 최근 사회전분야에서 저런모습을 느낄수 있어 가장큰 불만입니다.이슬람독재도 무너지는 현대사회에 넘 역행하는것 같아 씁쓸합니다. 개인의 자유가 공익이라는 명분아래 갈수록 억압되는것 같아요 적어도 한국에선..
그래도 넘 우울한 글이라...세상에 모든것이 페어한 사회가 어디있나요..조금씩 좋아지겠죠...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고 그안에서 행복하게 지내려 한다는것도 알아주세요...그게 미련한거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