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제도 개정과 노후 재산 정리
*유류분제도 개정의 의미
유류분이란 재산을 물려주는 사람(피상속인)이 상속받을 권리를 가진 유족(상속인)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을 경우에 법으로 일정한 재산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제도이다.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에 따라 유류분 권리자가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이 유류분이다.
이 제도는 고인이 재산 전부를 타인에게 유증하면 유족이 가정생활을 보장할 수 없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고인의 뜻과 상관없이 유족 보호차원에서 마련되었다. 하지만 유족이기에 무조건 유류분 상속을 받는 것은 고인의 의사에 부합하지 않고 합리적인 재산 처분이 아니다.
유류분 소송은 2012년 590건이었으나 2023년에는 2035건으로 3배 이상 증가하여 재산 분쟁으로 가족이 남남으로 전락하고 가족의 정을 끊기도 한다. 돈이 인간을 타락시켜 ‘돈이 피보다 진하다’는 말이 실감난다.
형제들의 도움 없이 노환의 부모를 모시고 살았던 막내는 큰 주택을 상속받았지만 상속에서 제외된 형제들에 의해 유류분 청구 소송을 당한다. 부모를 전혀 돌보지 않았던 불효자의 재산 욕심으로 착한 효자는 곤욕을 치르며 법적 분쟁에 휘말린다.
또 부모를 힘껏 도와 가산을 크게 일으킨 자식에게 배려한 부모의 응분의 대가를 시기하는 다른 형제는 불만의 상속소송을 제기한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고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지 못한다.
연예인 구하라 생모가 제기한 상속소송에서 보듯이 수십 년간 어머니의 정을 끊고 지낸 친모가 갑자기 나타나 자식이 남긴 유산의 청구권을 행사한다.
한편 우리 법은 상속에서 혼외자를 차별하지 않는다. 숨겨진 혼외자는 생부를 상대로 유류분 소송을 제기하여 가족사가 밟혀지며 혈윤의 맺힌 한을 풀기도 한다.
이렇듯 패륜적 자녀와 부모의 돈 욕심이 인륜을 저버린 추악한 꼴을 서슴없이 보인다. 고인의 명백한 유언이 없이 남긴 재산 분쟁으로 가족 간의 진흙탕 싸움이 발생해 고인을 욕되게 한다. 유산 때문에 이처럼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는 것을 고인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부모를 정성껏 모시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는 상속에서 혜택을 주는 것은 고인의 뜻일 분 아니라 우리가 지켜야 할 미풍양속이다. 착한 효자는 유산을 받고 괘씸한 불효자나 유족은 유산에서 제외하는 것은 아름다운 가족 공동체와 사회 정의를 위해 필요하다.
헌법재판소(2024. 4. 25. 결정)는 고인이 유언으로 상속에서 제외된 자녀, 배우자, 부모와 형제자매에게 무조건 상속분을 인정하는 것은 합리적이 아니고 형제자매는 유류분을 받을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
고인을 악의적으로 유기ㆍ학대하는 패륜적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의 법 감정과 상식에 어긋나고 부모를 오래 부양하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는 상속에서 혜택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고 필요하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로마법에서 유래한 유류분 제도는 주요 선진국에서도 운영하고 있으나 형제자매에게는 유류분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독일, 일본).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의 유류분(민법 제1112조4호)을 위헌 결정의 무효로 폐지하였고, 유류분의 대상자와 비율에 관한 사항(민법 제1112조 1-3항, 제1118조)은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고 2025년 12월 말까지 국회가 개정하라고 하였다.
*노후의 재산 정리
셰익스피어의 “소유욕은 모래밭을 옥토로 만든다” 는 말이 뜻하듯 재산은 평생 피땀 흘려 이룩한 대가이자 영광이고 삶을 위한 필수품이다. 하지만 재산은 언제고 자신의 소유를 떠나 증여나 상속의 대상이 되고 자녀들은 부모의 재산은 자기 몫이고 생각한다.
생애의 3분의 1의 기간을 부모의 보살핌을 받는 동물은 사람 이외는 없다. 결혼 후에도 부모의 뒷바라지를 당연한 책임과 희생으로 알고 부모는 봉의 대상으로 착각한다.
자식 세대는 부모 보다 자유롭고 부유한 시대에 익숙해 있어 부모의 절제와 내핍 생활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 부모는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줄 의무가 없으므로 부모 재산의 미련을 갖지 않도록 독립심을 키우는 것이 가정교육의 필수다.
우리나라는 상속세와 증여세가 최저 10%에서 최고 50%인 높은 세율이고 상속권자가 없으면 상속재산은 국고에 귀속한다. 재산을 모는데 급급하다가 쓰지 못하고 떠나면 공짜로 얻는 사람은 따로 있고 재산은 가족 불화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재산은 많을수록 자식들의 욕심과 갈등이 커지는 독이 되기에 재산을 이룩한 부모가 가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가족의 화목을 위해 생전에 재산 정리가 필요하다.
재산 분배를 안 하면 저주 받아 죽고, 반만 주면 쫄려 죽고, 다 주면 굶어 죽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듯 자식들의 물욕이 가족관계를 흔들고 부모에게 스트레스를 준다. 아들은 큰 도둑이고 딸은 예쁜 도둑, 며느리는 좀도둑, 손자는 한통속이 되니 재산 앞에서는 부모자식도 남남이다.
자식에게 모든 재산을 물리고 의지하는 것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늙어 쇠진하면 돈에 의탁하는 것이 노후다. “돈 없이 젊은 시절을 보낼 수는 있지만 돈 없이 노후를 보낼 수는 없다”고 극작가 윌리암스는 말했다. 늙어서 돈은 신분이고 생명과 같다.
자식 농사가 노후 보험인 시대는 지나갔다. 가족의 개념도 효의 의미도 희미해지고 있어 노후 대책 없는 노부모는 자녀에게 부담만 주는 천대꾸러기 신세가 된다. 핵가족과 가족 각자 도생의 시대에서 부모도 경제력이 있어야 자녀에게 공경 받고 당당해야 홀대 받지 않는 야박한 세태이다.
노년은 생애의 3분의 1의 이상의 긴 기간을 거의 무위도식의 생활로 고독과 소외, 질병과 가난에 시달린다. 누구도 노쇠한 부모의 아픔을 대신할 수 없고 스스로 감내하여야 하는 고달픈 노후다. 늙으면 사람의 존재와 행복은 재산보다 건강이 결정한다. 건강이 행복이고 힘이고 자산이다.
건강할 때 후회 없도록 하고 싶은 일에 재산을 쓰고 나머지는 유언으로 남기는 것이 현명하다. 개같이 벌었어도 정승같이 쓰면 빛이 나는 것이 금전이기에 재산 정리로써 존경받아야 한다.
유언은 자유이며 17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고 언제든지 변경ㆍ철회할 수 있으나 자필증서ㆍ녹음ㆍ공정증서ㆍ비밀증서ㆍ구수증서 등의 엄격한 법적 형식을 요구한다. 유언은 죽은 후 본인의 의사로서 우선적으로 보장받는다.
신변과 재산을 정리하여 마음을 비우고 홀가분한 여생을 즐기기 위해 유언장과 함께 사전연명의료 의향서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후에는 미래가 없다는 선언을 받고 한시적인 덤으로 살아간다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마음의 평화를 이룰 수 있다. 늙으면 마음 편한 것이 제일의 행복이고 간절한 바람이다.
인생의 만족은 없어도 후회는 남기지 말아야 한다. 마음의 빚이나 응어리는 풀고 그리움과 감동을 남기고 떠나는 것이 미련 없는 멋진 삶이고 행복한 삶이다.
행복은 감사하는 것이고 욕심을 억제하고 스스로 만족하는 마음먹기에 있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금전이 아니라 마음씨이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우리를 얽매는 가짐과 채움의 욕심이 아니라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비움과 베풂의 사랑에 있다.
재산은 필요하지만 행복하게 해 주는 만능이 아니다. 내가 살아있을 때 세상도 재산도 존재하고 떠나면 아무것도 없다. 벌거숭이로 세상에 왔다가 벌거숭이로 떠나는 인생에게 재산은 삶의 전부가 아니며 한 낱 과욕이고 잠시의 호사이다. 늙어서 재산에 집착하는 것은 실패한 노년이고 부끄러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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