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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샤르별 인류들의 달맞이 축제
달맞이 축제란 다름 아닌 샤르별의 밤하늘을 비추는 달이 모두 한꺼번에 보름달로 떠오르는 날이었다.
이 날을 샤르별의 인류들은 화합과 용서를 슬로건으로 한 축제일로 정하고 있었다.
샤르비네도 축제가 벌어지기 며칠 전부터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었고, 이 날에 입을 의상도 미리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머리에 꼽고 나갈장신구도 마련했고 축제의 분위기를 돋구어줄 꽃다발도 준비했다.
샤르별 사람들은 거의 모든 생활용품을 도시 공동체로부터 지급 받고 살아가는데, 자신들이 입을 의상만은 자신들의 손으로 해결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옷감이나 바느질에 필요한 재료는 사회공동체에서 지급 받아오지만, 의상들만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취향에 맞도록 바느질해서 만들어 입고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 사람들은 남자나 여자나 바느질하는 기술을 어려서부터 습득하는데, 바느질 솜씨가 좋은 사람은 어디를 가든 인기를 독차지했다. 바느질 솜씨가 좋으면 그만큼 세련되고 멋진 의상을 입고 다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샤르비네의 바느질 솜씨도 누구 앞에 내어놓아도 손색이 없다고 칭찬을 받고 있었는데, 나는 그녀가 만들어준 의상을 입고 다닐 수 있어 어디를 가든 돋보였다.
샤르비네는 내가 샤르별에 온 후 벌써 몇 벌의 옷을 직접 바느질하여 내게 선물했다. 그녀가 선물해 준 의상을 입고 다닐 때마다 그녀의 사랑과 정성이 온 몸에서 느껴지는 것 같아 항상 행복한 마음을 저버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샤르별 사람들의 달맞이 축제가 되어, 샤르비네는 벌써부터 우리 두 사람이 축제에 입고 나갈 특별한 의상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가 바느질하는 곁에서 나도 도와주기는 했지만 큰 도움은 될 수 없었고, 그녀가 바느질하는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자체만으로 행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축제에 입을 옷은 평상시에 입는 옷보다 정성을 많이 들이고 있었고, 그 날의 축제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했다. 아무튼 샤르비네는 축제날이 거의 코앞에 다가와서야 우리들이 입을 두 벌의 의상을 완성했는데, 보기만 해도 수준 높은 바느질 솜씨가 돋보이는 의상이었다.
이윽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축제날이 되어 우리들은 춘우셔시 비행체를 몰고 축제장으로 향했는데, 그곳은 오사미 도시에 마련된 행사장이었다. 달맞이 축제는 샤르별에서 가장 큰 도시인 오사미, 뵤시럿이 다셔니, 후므, 모디로디 등의 초원광장에서 펼쳐지는데, 그 중에서 오사미 축제장이 가장 규모가 큰 행사장이었고, 샤르별에서 가장 축제가 먼저 열리는 행사장이기도 했다. 샤르별은 땅이 크기 때문에 지역마다 시차도 컸고, 그래서 각 지역에 분포된 도시들은 달뜨는 시간에 맞추어 하느라 각각 시간차를 두고 행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샤르별 사람들은 모두 날아다니는 교통편인 춘우셔시를 자가용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아무리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도 힘들지 않고 축제장을 찾아올 수 있었다. 그래서 샤르별 사람들은 반드시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의 축제장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취향과 취미대로 원하는 축제장을 찾아가고 있었다. 축제장마다 축제의 내용이 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 지역별로 내려오는 전통과 풍습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고 있어 각자의 취향대로 축제에 참석했다.
오사미 축제장에 도착했을 때 수천만 명의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축제장은 거대한 초원광장이었는데, 광장의 중앙에는 운동장처럼 넓은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축제인파들이 몰고 온 춘우셔시 물결도 대단했는데, 세모형, 타원형, 원반형 등 그 생긴 모습들도 다양하고, 작은 것은 두 세 사람만 태울 수 있는 소형도 있었고, 큰 것은 수천 명의 인원을 동시에 태울 수 있는 대형들도 있었다. 이렇게 크고 작은 춘우셔시들은 색상도 다양했으며, 원색의 물결을 한 춘우셔시들이 넓은 정류장 풀밭에 운집해 있는 모습은 과히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축제장을 찾은 인파들은 저마다 최고의 의상으로 차려입고 행사장에 참석했는데, 머리에는 화려한 장신구와 꽃으로까지 장식을 해서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더 돋구고 있었다.
샤르비네와 나의 의상과 머리장식들도 돋보여서 다른 축제인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끌 수 있었다.
그렇게 아름다운 축제복장을 하고 샤르비네와 함께 다정하게 손을 잡고 축제장에 입장한 내 마음은 저절로 구름 위에 올라탄 기분이 되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샤르비네와 함께 한 자리가 아니라 해도, 축제장의 분위기는 저절로 마음을 들뜨게 만들고 마음을 황홀하게 고조시키는 것 같았다.
이 아름답고 거창한 축제를 화합과 용서라는 테마로 개최한다니, 샤르별 인류들이 펼치는 큰 마음의 삶이 얼마나 대범한가를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축제장은 모여든 인파의 규모도 대단했지만, 축제장에 설치한 장치나 시설들의 규모도 대단했다. 축제장의 중앙에 위치한 운동장처럼 넓은 무대며, 공중에 떠 있는 비행체에서 조종하고 있는 조명과 영상시설이며, 거대한 공원처럼 조성된 보드란 풀밭의 수천만 관중석 등, 규모로 보든지 시설로 보든지 4차원 문명세계의 대형행사는 그렇게 거창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런 초대형의 행사장에 축제인파들이 모두 참석하기까지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도 않았고, 행사장 어디서도 많은 인파들 때문에 소요가 발생하거나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들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한 분위기 속에서 수천만 군중의 축제장 입장은 순조롭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렇게 초대형의 행사가 이처럼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현상은, 우주 선진세계의 고도로 훈련된 우주시민 의식이 아니면 흉내 낼 수 없는 우주 선진질서의 표본인 것 같았다.
축제장에 입장하자 중앙에는 운동장처럼 넓고 둥그런 모습을 한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수천만 군중의 축제인파들은 무대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마련된 관중석에 앉아서 축제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축제의 공식행사가 진행되기 전에도 축제분위기를 돋구기 위한 우주선율의 음악이 계속 흐르고 있었고, 포스머스 초대형화면에서도 축제 분위기를 돋구는 4차원 문명세계의 영상들이 나타나고 있었다. 포스머스 화면에는 샤르별의 인류들이 무변광대한 우주를 주름잡고 다니며 우주의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모습도 보이고, 우주타운에서 신천지를 건설하는 모습도 보이고, 샤르별의 지상에서 4차원 문명세계를 건설하며 땀흘려 일하는 모습들도 보였다. 축제장 인파들 중에는 그러한 포스머스 화면을 바라보며 숙연한 분위기를 짓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이 외에도 공식행사에 앞서 여러 가지 재능을 보유한 개인이나 단체들이 무대로 올라와서 축제인파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는 재주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어떤 이들은 관중들을 웃기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감동시키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고난도의 재주를 연출해서 관중들의 마음을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이러한 식전행사 기회를 이용하여 샤르비네도 나의 손을 이끌고 무대 위로 올라가, 나를 수천만 관중들에게 소개하는 것이었다. 이때 수천만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고 많은 샤르별의 여성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 꽃다발을 선물하며 나에게 포옹도 해주고 내 손을 높이 들어 흔들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관중들은 사회자를 통하여 나에게 샤르별의 인류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시로 지어서 읊어보라고 부탁했다.
이러한 부탁을 마다할 수 없어 나는 즉흥적으로 우러나오는 마음을 표현하여 다음과 같은 시를 낭독했다.
'우주 끝 다다르니 신천지 열렸어라.
지상에서 바라볼 때 허공뿐인 우주모래알을 뿌린 듯 별만 총총 말이 없어 하늘아래 땅이라곤 지구뿐이라 여겼건만
우주 끝 여기에도 한 세상 열렸을 줄이야….
이성의 인류라도 혈통이 다르지 않네. 얼굴도 한 모습이오 육신사지 똑같으니 우주의 어떤 인류가 서로 남이라 할 건가.
우주 끝 다다르니 반겨주는 인류들이여한 형제 한 생명처럼 귀하게도 반기누나 큰 마음, 큰 정신으로 큰 세상 열어가며 우주천지 모든 생명을 한 핏줄로 반기는가?
지구에 돌아가면 모두에게 알리리라. 샤르별 큰 세계 정신을 널리널리 전파하여 우주역사 높은 사상을 지구 인류에게 전파하리라.
우주는 영원하듯 샤르별은 영원하리. 인본을 중시하고 생명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사상으로 샤르별은 영원하리.
오늘은 샤르별의 축제의 날이라네. 화합과 용서를 위한 축제의 날이라네.이 높은 뜻 지구에도 전해져서 지구의 온 인류가 하나 되길 기원하네.
샤르별의 인류들이여, 지구를 잊지 마소서. 흩어진 마음들이 하나로 뭉쳐지고 갈라진 마음들이 화합으로 단결하여 우주의 평화를 이루는 그 날까지 지구를 잊지 말고 기원해 주소서.'
말들을 간추릴 사이도 없이 즉흥적으로 내뱉는 시였지만, 샤르별 인류들이 지구의 불청객을 위하여 베풀어 주는 따뜻한 마음에 대한 보답과, 높은 정신세계를 보유한 샤르별의 인류들이 지구의 미래를 위해 잊지 말고 기원해 줄 것을 당부하는 내용의 시였다.
이런 나의 즉흥시를 들은 축제인파들은 또다시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나의 마음을 격려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날은 샤르별 인류들이 벌이는 화합과 용서를 위한 축제의 날이면서, 내 생전에 맞이해 볼 수 없는 나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수천만 관중의 이성인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어찌 그런 큰 감동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내 생전에 찾아올 것이며, 수천만 관중의 뜨거운 환대를 어디서 받아볼 기회가 있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축제분위기를 돋구기 위한 이런 식전행사들이 모두 마쳐진 후 본격적인 축제행사가 진행됐는데, 사회자의 지시에 따른 첫 순서로 경쾌한 음악소리와 함께 각종 악기를 든 악대들이 무대 밑에서 일제히 중앙으로 들어올려 나왔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의상을 차려입은 남녀 악대들은 가지고 나온 악기를 신나게 불며 관중들을 향해 연주를 시작했다. 둥둥 북도 울리고, 쿵쾅쿵쾅 타악기도 울리고, 빰빠라빰빰빠라빰 나팔 같은 악기도 신나게 울려댔다. 지구에도 있음직한 그런 비슷한 악기들이 총동원되어 세련된 화음으로 축제분위기를 북돋우고 있었다.
악대들의 악기연주가 끝난 후 이번에는 우주에너지의 파동현상으로만 이루어진 우주선율이란 음악이 연주되기 시작했다. 우주에는 수만 가지 에너지가 존재하는데, 그러한 우주에너지들은 각각 고유한 진동과 파동을 형성하며 존재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자연계의 바람 소리라든가 물소리 같은 현상처럼,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들도 고유한 진동과 파동의 소리를 갖고 있는데, 그러한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인간의 청각기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러한 에너지의 파동과 진동현상을 소리로 재현시켜서 여러 가지 선율을 만들어 낸 것이 우주선율이라고 하는데, 우주선율로 만들어진 음악은 악기를 이용해내는 음악보다 몇 배나 고차원적이고 영혼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었다.
우주선율의 음악이 계속 연주되면서 관중들의 마음이 숙연한 감동으로 물들어갈 즈음, 이번에는 수천 명의 무희들이 무대에 나타나 춤을 추기 시작했다. 머리에는 꽃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의상은 나비처럼 나풀거리는 무희들이었다. 무희들은 우주선율에 맞춰, 유연하고 부드러운 몸동작으로 흐늘어졌다 일어나고 흐늘어졌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환상의 춤 솜씨를 자랑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우주 환상무란 춤도 있었고 천군 화관무란 춤도 있었고 무아 청정무란 춤도 있었다. 우주 환상무는 우주에 대한 천태만상의 조화와 신비를 춤으로 풀어내는 춤이었고, 천군 화관무란 꽃으로 만든 화관을 쓴 천 명의 무희들이 화려하게 펼치는 춤이었고, 무아 청정무란 무아의 경지에 도취된 무희들이 신선처럼 우아한 솜씨를 연출하는 춤이었다. 운동장처럼 넓은 무대를 휩쓸고 다니며 과히 신기에 가까운 춤 솜씨를 연출하는 무희들의 모습이 천상의 선녀들을 방불케 하고 있었다. 수천 명에 달하는 무희들이 어찌 그리 일사불란한 몸동작으로,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천태만상의 조화를 춤으로 펼쳐 보이는지 과히 신기라 해도 칭찬이 지나치지 않을 것 같았다.
무희들의 춤과 함께 지속되는 음악은 경쾌하다가도 슬퍼지고, 간드러지다가도 다시 우렁차지며 우주의 천지조화를 음악으로 모두 표출해 내고 있었다.
그 음악에 맞춰 무희들의 춤동작도 달라지고, 모였다 흩어지고 흩어졌다 다시 모이면서 슬픔과 기쁨의 모든 희노애락을 춤으로 익혀내는 것이었다.
이런 환희와 감동이 어우러진 춤의 절정이 지속되면서 관중들은 숨소리도 못 내고 황홀한 기분에 빠져 있을 때, 갑자기 음악과 춤이 멈추면서 정적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이었다.
그 순간, 무대 중앙에서 여성가수 한 사람이 무대 중앙에서 나타나더니, 우렁찬 목소리로 이런 내용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하늘에는 하늘 아버지, 땅에는 땅의 어머니한 아버지 한 어머니의 은혜로 우리 함께 여기 태어나 한 생명 한 몸 이루고 함께 여기 살아간다네. 함께 살다가 함께 떠나갈 우리 모두 너와 나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증오하리. 웃으며 함께 가자 서로 손잡고, 오늘은 즐거운 화해의 축제날형님 달도 웃고 있고 아우 달도 웃고 있네. 지난 미움 지난 원망 모두 잊어버리고 용서하며 춤을 추자 용서하며 노래하자 한 몸 한 생명 나눈 우리 모두 너와 나여!
'화합의 노래'란 제목의 노래였고, 가수가 한 번 선창하자 관중들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합창하는 것이었다. 이때 수천만 관중이 합창으로 부른 화합의 노래 소리는 달빛도 휘황찬란한 밤하늘을 수놓으며 멀리 멀리 퍼져 가고 있었다. 우주에 또 다른 외계의 인류들이 존재한다면, 그 아름답고 우렁찬 합창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불현듯 스쳐 가는 것이었다.
노래의 곡조는 우렁차면서도 장엄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다. 이 용서와 화해의 합창이 하늘에 울려 퍼질 때, 하늘에는 세 개의 형제 달이 밤하늘에 나란히 떠올라서 휘영청 밝은 달빛을 온 누리에 뿌리고 있었다. 방석 같은 세 개의 보름달이 휘영청 밤하늘에 떠올라서 고고한 달빛을 사방에 뿌리고 있는 장면은, 이제까지 어디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빛의 장엄함 그 자체였다. 그 빛의 장엄함 아래서 화합의 축제에 빠져들고 있는 인파들의 들뜬 기분도 점점 절정에 다다르고 있었다.
다음 순서는 즈스디 날개인간들의 축하 순서였다. 즈스디 날개인간들은 비경을 자랑하는 샤르별의 명산인 닙이누시 산의 험준한 바위절벽에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었다. 5천m도 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집을 짓고, 2만 7천㎡도 넘는 닙이누시 산의 비경을 마음껏 주름잡으며 새처럼 날아다니면서 살아가는 날개인간들이었다. 날개인간들이 평소에는 샤르별 본토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편이 아닌데 화합의 축제날에는 반드시 특별 손님으로 초대되어 축하 순서를 맡아준다고 했다.
날개인간들을 축하의 특별손님으로 축하의 첫 순서에 초대하는 것은 샤르별 사람들이 옛날부터 이들을 신성시 대하는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날개인간들을 하늘이 보낸 천신의 심부름꾼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받들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지금은 현대문명이 고도로 발달된 사회라서 그런 신격화된 풍토는 사라졌지만, 이들을 신성시 여기는 전통은 여전히 사회에 뿌리내려 있다고 했다.
모처럼 초대된 이들 즈스디 날개인간들이 무대 중앙에 모습을 드러내고 관중들을 향해 정중히 인사를 보내자, 앉아 있던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보내며 이들을 환영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들을 대하듯 축제장 인파들은 그렇게 정중한 마음으로 날개인간들의 축하순서를 환영해 주고 있었다.
관중들의 환영을 받은 날개인간들은 이윽고 큰 날개들을 활짝 펴며 무대의 공중으로 일제히 날아올랐다. 때를 맞추어 음악이 흘러나오고 우주 광선으로 연출하는 무대의 조명은 보랏빛으로 바뀌는 것이었다. 환한 달빛 아래서 받는 보랏빛 조명은 무대의 분위기를 신비함으로 물들게 하고 남았다.
날개인간들은 보랏빛 조명 아래서 은은한 음악에 맞춰 무대의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장엄한 공중군무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흰빛을 가지고 있는 날개인간들의 날개가 조명을 받아서 보랏빛으로 물들자, 그들의 날개짓이 한층 신비성으로 돋보이게 했다. 낮게 날았다 높게 날고 물결을 타는 듯 날기도 하고 용트림을 하는 듯 날기도 하며 온갖 공중묘기를 연출해 주었다. 크고 하얀 날개가 보랏빛 조명에 나부끼며 거침없이 자유자재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모습이 황홀하다 못해 환상의 몸부림들로 느껴졌다.
수천만 관중들은 너도나도 날개인간들의 공중군무에 넋이 나간 모습으로 숨을 죽이고 바라만 보고 있었고, 어떤 이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도 못하고 멍하니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기도 했다. 날개인간들의 날개춤 솜씨가 멋있어 군중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하겠지만,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모습이 더 부러워 넋이 나가는 지도 몰랐다.
사람이 날개를 달고 자유자재로 공중을 날아다니다니….
그 모습을 구경하는 자체만으로도 답답한 가슴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춤 솜씨가 아닐까 생각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음악의 선율은 더욱 고조되어 가고, 날개인간들의 날개 춤도 음악에 맞춰 현란한 기교들로 변해갔다. 현란한 날개춤 솜씨들은 시간도 잊은 채 길게 이어졌고, 관중들의 입에서는 연속 탄성의 한숨 소리만 새어 나왔다.
그 정열적이고 신들린 듯한 공중 춤이 무르익고 무르익다 까무러칠지경에 이를 즈음, 음악의 고조가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고조된 음악은 흐느적거리는 선율로 바뀌어 잦아들고, 공중에 떠 있던 날개인간들도 일제히 무대바닥으로 내려앉으며, 큰 날개를 바닥에 펴면서 몸을 엎드린 채로 음악에 따라 날갯짓만 흐느적대고 있었다.
말하자면 고조를 띄던 음악과 춤사위가 격정을 견디지 못해 자지러지는 혼절의 찰나처럼, 음악과 춤사위가 다같이 흐느적거림으로 내려앉는 것이었다.
그 혼절지경이던 긴장의 절정에서 느닷없이 음악은 다시 고조되고, 날개인간들의 날개 춤은 다시 터질 것 같은 격정으로 돌변하여, 무대에 엎드렸던 날개를 갑자기 공중으로 치솟으며 하늘로 세차게 날아올라. 관중들이 앉아 있는 상공을 정열적으로 날아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돌변한 상황이라 관중들의 눈들이 휘둥그레졌고, 상공에서 종횡무진 날아다니며 정열적인 날개 춤 솜씨를 발휘하는 꿈의 환상무에 다시 매료되지 않을 수 없었다.
낮게 떴다 높게 비상하고 원을 그렸다가 빛살처럼 흩어지기도 하며, 넓고 넓은 축제장 상공을 온통 날개 춤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우고 마는 날개인간들이었다. 참으로 자신들의 온갖 정성과 혼을 불살라서 멋들어진 날개춤 솜씨를 샤르별 축제날에 선물로 가져온 것이었다.
날개인간들은 샤르별 본토인들이 이제까지 자신들에게 보여주었던 사랑과 우정에 대한 보답으로 오늘의 날개춤 솜씨를 선물한 것이며, 그 뜻을 알고 있는 샤르별 사람들의 가슴에도 날개인간들의 정성에 보답하는 마음의 선물을 보내고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날개춤이 끝나자 관중들은 다시 일제히 일어나 날개인간들을 향하여 축제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과 박수로 보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개의 순서를 더 거친 후 이어지는 축하순서는 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인 소스디들의 순서였다. 피부는 검고 번들거리며 물고기처럼 물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었다. 루스구스 큰바다의 한복판에 떠 있는 바스디러 바위섬에 살아가는 이들은 평소에는 샤르별 본토를 거의 찾지 않고 물에서만 살고 있지만, 이들 역시 샤르별 사람들의 화합의 축제에 우정의 사절로 참석한 셈이었다.
무대에 오른 물사람들은 역시 축제인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고, 이들은 물고기 뼈와 조개껍질 등으로 만든 오밀조밀한 악기들을 들고 나와 재미있는 음악을 선보였다. 조개껍질에 모래를 넣어 찰싹찰싹 흔들기도 하고 고기가죽으로 만든 타악기를 두드리기도 하고 물고기 뼈로 만든 피리를 불기도 했다. 이런 재미있는 악기를 사용하면서 어떤이는 노래를 부르고 어떤 이는 춤을 추기도 했다. 좁은 우스꽝스럽고서툴러 보이기도 했지만 물사람들로서는 최대의 정성을 선보이는 무대였다. 그 때 묻지 않고 소박한 순수성이 오히려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루스구스 큰 바다의 까마득히 먼 바다 한복판에 떠 있는 바스디러라고 부르는 바위섬에서 일부러 찾아와 이 정도의 정성을 보이기도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았다.
그 다음 또 이런저런 순서가 지나가고 춘우셔시 비행체들의 공중 쇼가 펼쳐졌다. 춘우셔시는 샤르별 사람들이 자가용으로 이용하는 비행체로 샤르별 사람들의 모든 가정에 골고루 공급되어 있는 교통수단이었다. 다시 말해 샤르별에는 지상으로 굴러다니는 교통수단이 없고 오로지 춘우셔시처럼 공중으로만 날아다니는 공중교통만 이용하고 있었다. 춘우셔시는 기본적으로 세모형이나 원반형이 가장 많지만, 사용자의 취향과 용도에 따라 크기도 다르고 색상도 가지각색이었다. 공중쇼는 샤르별에서 날아다니는 춘우셔시의 모든 종류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공중 쇼에 참여한 춘우셔시는 모두 7,000여 대로, 이들이 축제장 상공에 새 떼처럼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자 미리 준비한 우주광선 조명을 환하게 밝혔다. 조명 불빛들이 현란하게 바뀌어 지면서 공중에 떠 있는 춘우셔시들의 멋지게 장식된 모습들을 하나하나 소개해 주었다. 춘우셔시들은 차례가 되어 소개를 받을 때마다 하늘로 높이 솟아오르며 멋진 묘기를 보인 후 제자리로 돌아오고 했다. 소개가 끝난 7,000대의 추우셔시들은 일제히 공중 쇼의 편대들을 갖추기 시작했고, 편대별로 나뉘어 진 춘우셔시들은 각각 준비한 묘기와 공중 쇼를 펼치기 시작했다. 편대를 이룬 춘우셔시들은 편대별로 꽃과 동물과 여러 가지 상징을 만들어 보이기도 하고, 물결 타기, 용트림, 빗살 타기 등의 묘기를 차례차례 연출해 나가는 것이었다. 비행체 위에 비행체 쌓기를 하는 공중 탑 만들기는 더욱 장관이었는데, 7,000여 대의 비행체들이 공중에 축대를 쌓듯 공중 탑을 쌓아 올리자 관중들은 일제히 환성을 질렀다. 또 스무 대씩의 비행체가 편대로 원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원을 사슬처럼 연결하는 묘기도 볼만했다. 말하자면 7,000대의 춘우셔시들이 350개의 편대별로 원을 만든 후 사슬처럼 연결하여 공중을 수놓는 연출이었다. 또 7,000대의 비행체들이 한꺼번에 공중에다 커다란 원을 그린 후, 다시 하나의 점처럼 덩어리로 모아지기도 하고, 모아졌던 비행체의 덩어리가 다시 빛처럼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쇼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연출했다. 그 외 비행체들은 공중에서 흩어졌다 모이고 흩어졌다 다시 모이기를 반복하면서, 여러 가지 상징이나 글자들을 만들거나 각종 현란한 곡예비행의 묘기를 숨도 돌리지 않고 연출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춘우셔시들의 공중 쇼도 볼만하고 곡예비행도 스릴이 있었지만, 그보다 신기한 점은 그렇게 많은 숫자의 비행체들이 한꺼번에 공중에 떠서 빠른 속도로 비행을 해도, 소음 하나 들리지 않고 충돌 한번 발생하지 않으며,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매연 한 줌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마디로 춘우셔시 비행체들의 공중 쇼는, 4차원 문명세계를 펼쳐가는 샤르별의 첨단과학을 한눈으로 점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이 외에도 몇 가지 축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나서 마지막으로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화합의 무도회가 시작됐다.
황홀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과 함께 파트너들은 서로 손을 잡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몸을 끌어안고 추기도 하고 손을 잡고 빙빙 돌면서 추기도 했으며 상대방을 등에 업고 추기도 했다. 그냥 춤만 추는 것이 아니라 춤추면서 사랑과 용서의 귓속말을 나누기도 했다. 나는 샤르비네와 파트너가 되어 화합과 용서와 사랑의 춤을 추었다. 춤을 추면서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감사의 말은 샤르비네에게만 전하지 않았고, 초시와 측요스와 날개인간 구니와 샤르별의 전 인류에게도 전했다. 샤르비네도 나에게 우정의 말을 전했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샤르비네와 포옹하며 춤을 추면서 그녀의 따스한 체온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축제인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정열적인 화합의 춤을 추었다. 그 축제의 열기로 만들어 낸 용광로 속에서 미움과 섭섭했던 감정들이 재도 없이 태워져 버리고 용서와 화합과 사랑이란 감정만 영혼 깊숙이 채워지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도 이제까지 품고 지냈던 모든 원망과 갈등과 섭섭한 감정들을 축제의 용광로에서 다 태워버리고 순수한 사랑의 감정만 간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었다.
축제가 끝난 인파들은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있는지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고, 나와 샤르비네도 오랫동안 포옹을 풀지 않고 그 자리에 서있었다.
축제가 끝난 인파들은 각자 몰고 온 자가용 춘우셔시를 몰고 뿔뿔이 공중으로 사라져 갔으며 우리는 마지막까지 남아 진한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샤르별의 축제장에서 느꼈던 진한 감동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간직되어, 원망과 갈등이 생길 때는 그때의 감동을 생각하며 지워버리곤 한다. 지금도 보름달이 환하게 떠오른 달밤이면, 오사미 축제장에서 샤르비네와 함께 하던 시간들을 기억한다.
<5편에 계속>
시크릿 투어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시리즈 소개
<제1편> 우주의 목소리
<제2편> 해저 지하세계와 해저탐사 이야기
<제3편> 4차원 문명세계를 향한 UFO 여행기
<제4편>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제5편> 샤르별의 자연, 문명과 인류들
<제6편> 4차원의 현상과 초월적인 삶의 세계 1
<제7편 4차원의 현상과 초월적인 삶의 세계 2
<제8편> 4차원의 현상과 초월적인 삶의 세계 3
<제9편> 우주에 펼쳐진 다차원의 세계들
<제10편> 신과의 대화 1
<제11편> 신과의 대화 2
<제12편> 인류, 그 다음세계에 펼쳐지는 일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4 <빛의나라, 4차원 문명세계 샤르별>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