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증상의 양축은
주의력 결핍(Attention deficit)과 과잉행동(hyperactivity)입니다.
여기서 유의해야할 점은,
이 두 증상은 같이 나타날 수도 있고, 어느 한 쪽만 두드러지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cf. 복합형, 주의력 결핍 우세형, 과잉행동 우세형)
예를 들어, ADHD라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장면 중 하나인
수업 시간인데도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고 왔다갔다하는 아이들의 경우가 과잉행동이라고 볼 수 있으며
이는 눈으로 보이기 때문에 비교적 명확한 징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의력 결핍의 경우는 상당히 알쏭달쏭할 수 있는 게,
평소에 얼마나 주의집중이 잘 안되고 있는지 여부는 육안으로 구분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이죠.
실제로, 주의력 결핍 우세형의 경우,
조용한 ADHD라고 해서 겉으로는 별다른 징후가 없어 보이지만,
일상 생활의 대부분을 주의집중하지 못하고 멍한 상태에서 행동하기 때문에
그저 잔실수가 많고 빠릿빠릿하지 못한 보통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ex. 주의집중력 수치를 미니멈 0, 맥시멈 100이라 가정했을 때,
보통 사람들의 평상시 주의집중 수준이 40~50이라고 한다면, 주의력 결핍 우세형의 경우 10 안팎으로 떨어져 있음.
매우 낮은 주의집중 상태로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때문에,
주변 정리정돈이 안 돼 있는 건 물론이고,
내가 물건을 어디에 놓았는지도 잘 기억하지 못하며,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듣고도 금새 까먹게 되거나,
해야 할 일들이 머리속에 구조화돼 있지 못해 계속 뒤로 밀려 있게 됨)
따라서, 주의력 결핍 위주로 ADHD가 발현되는 경우에는
성인이 되고나서까지도 자신이 ADHD임을 자각하지 못하고 영문도 모른채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격이나 됨됨이가 아니라 그저 뇌의 문제일 뿐이다
전두엽은 주의집중, 계획, 조절, 문제해결 등의 제반 고등정신작용을 관장하는데,
ADHD는 바로 이 부분의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동물의 뇌라고 불리는 변연계 내부의 편도체는 위협과 관련된 본능적 부문,
즉, 스트레스나 공포, 불안, 분노 등의 각종 부정적 감정들을 총괄하는데,
보통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 생각뇌와 감정뇌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ADHD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생각뇌의 영향력이 약화돼 있는 상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cf. 전두엽의 기능적 발달은 20대 초반까지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음,
즉, ADHD는 조기 발견 시, 약물 치료 등으로 20세 무렵까지는 확연히 좋아질 수 있다.
물론 이는 효과적인 치료의 시기, 즉, 골든타임의 문제일 뿐, 30대 이후에도 정상화의 여지는 충분히 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조용한 ADHD의 경우에는 그저 잔실수가 많은 보통 사람처럼 비춰질 수 있기에,
본인이 ADHD임을 자각하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습니다.
(cf. 또한 ADHD와 인지 능력은 별개이기 때문에, 학습 능력이 뛰어난 고기능 ADHD들도 존재한다.
학업이나 직업적 성취가 뛰어난 경우라면, 스스로 ADHD라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다.)
정확한 진단은 물론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와 상담을 해 봐야 알겠지만,
아래와 같은 특징들이 자신을 잘 묘사하는 것 같다고 느껴진다면 ADHD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① 평소의 주의집중 수준은 10~20인 반면, 반드시 집중해야 하는 상황일 때는 짧은 시간 100의 집중력을 발휘해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다 나 같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다.
②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을 못한다. 다른 사람이 나한테 한 말을 기억해내지 못한다. 예전에 봤던 책이나 영화의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얼굴이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③ 딱히 일을 미룬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어느덧 데드라인에 임박해서 할 일들이 쌓여있는 것을 발견한다. 결국, 집중력을 극도로 짜내어 단기간 벼락치기를 하지만, 시간이 부족해 끝마무리가 잘 안되곤 한다. ④ 집중력을 분산시켜야 하는 멀티태스킹에 절대적으로 취약하다.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다른 방해 요소를 만나게 되면 짜증이나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⑤ 평상시 스스로 유리멘탈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거나, 주위로부터 그런 평가를 듣곤 한다. 집중력이 필요한 중요한 시점일수록, 항상 머리속이 뒤죽박죽인 것 같고 거대한 좌절감에 압도되는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이럴 때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리곤 해서 주위 사람들이 당혹스러워 한 적이 있다.
⑥ 흥분하면 참지 못하고 절대 해서는 안 될 말들을 필터링없이 내뱉는다. 내 과도한 욕설이나 비난, 말실수 등으로 인해, 인간 관계가 깨지거나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 적이 있다. 짜증과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경미한 수준의 자해(자기 머리 때리기 등)를 하기도 한다.
⑦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감정 조절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공적인 자리에서는 최대한 억제하지만, 혼자 있을 때나 가족, 친구 등과 있을 때는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
평상시 주의집중력의 부재
일 미루기와 벼락치기, 그로 인한 생산성 하락과 평판 하락, 스트레스
감정 조절의 어려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내가 너무 괴롭거나, 또는
내 가족이나 친구, 동료들이 고통스러워한다면,
그 땐,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들의 정도가 일반적인 수준을 지나친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해봐야 합니다.
전문의와 상담해 약물 치료를 받고,
자구책으로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일상 생활에서 실천하면서
ADHD를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죠.
살면서 겪게 되는 가장 큰 문제는 고통스러운데 당최 그 원인을 모르겠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픈데 그 어떤 병원에서도 원인을 알아내지 못하면, 당사자의 고통과 불안감은 극에 달하게 되죠.
반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원인을 명확히 알아낼 수 있다면,
우리의 마음은 한결 더 편해지고 의지를 강하게 다잡을 수 있게 되요.
내가 왜 이러는지 알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 수 있게 되니까요.
그만큼 불확실성의 해소란 인간의 웰빙에 있어서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내가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의심된다면,
조속히 관련 전문가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정확히 진단을 받음으로써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문제를 개선시키는 것이
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가장 최선의 조치이기 때문이죠.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해당사항이 많은 사람인데 도움되는 글 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