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겨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석양 무렵의 서울 전경..)
어느 금슬좋은 노부부의 생애
오래 전에 아는 분이 계셨는데 오랫동안 서로 소식이 끊겨 어디서 어떻게 사시는지 한동안 서로 모르고 지냈다
그러다 언젠가 동네 아우랑 둘이서 남한산성 등산가다 만났는데 2톤 트럭에 땅콩이나 잣 같은 걸 한 차 가득 싣고 등산로에서 팔고 계셨다
젊어선 직업군인으로 서슬퍼런 헌병으로 천하를 호령했고 아릿다운 아가씨 만나 신접살림 차려서 딸 둘에 아들 하나 세상 누구 부럽잖게 알콩달콩 행복한 세월을 보냈다
아무튼 세월이 흘러 한동안 못 본 사이에 무슨 사연인지 변변한 집 한 채 없이 월세를 사시고 우리 사무실 옆 빌라로 이사를 오셨는데 서로 형제하자며 자주 술자리를 벌렸다
지하방에 물이 새서 문정동 교회 근처로 다시 이사를 가셨는데 어느 주말 밤 중에 갑자기 형수께서 뇌졸증으로 앰블런스 불러 급히 삼성의료원을 갔지만 당직 의사 밖에 없어 적기의 수술 시간을 놓쳐
주말이라 전문의가 없어 위급한 환자를 제 시간에 수술을 못하고 무려 입원하고 10시간이나 지나 수술했으니 결국 반신불구의 몸으로 석달만에 퇴원하여 시내에 있는 모든 요양병원을 전전하셨다
형님의 지극정성으로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아 많이 좋아져 대화도 나누고 혼자서 식사도 할 정도로 이제 곧 걸을거라며 그렇게 좋아하셨는데 노환과 오랜 병상 생활이 더 이상 낫지를 않아
잔 병에 효자 없다고 무려 5~6년을 병상에서 보냈으니 매주 오던 자식들 발길도 점 점 뜸해져 세곡동에 있는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가셔서 더 이상 악화만 되지마라며 형님의 눈물겨운 간호
기어이 형님께서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하여 보호자 겸 간병인으로 그렇게 또 4~5년을 부부가 병마와 혈투를 벌였으나 천하장사도 병하고 오래 싸우면 이길 수 없는 법 이 더운 여름을 못 이기고 어제 한많은 생을 마치셨네
이제 홀로 남은 형님 그 처량하고 허망한 형상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난다 형수님 깊은 믿음대로 주님의 품안에서 부디 평안히 영생을 누리소서!
2018년 8월 4일 '열대야의 밤이 계속되어 무더운 토요일 아침에' 푸른 돌(靑石)
|
첫댓글 슬픈 사연의 글을 읽으며
얼마나 막막했을까를...?
이 세상 몯모든 사람들이 다 공평한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게 아쉬운...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글
잘 보고 많은 생각도
수고에
감~~~사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