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과 인간의 차이
지구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스스로를 사람이나 인간이라 칭하고, 샤르별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스스로를 신선이라 칭한다.
그래서 신선과 인간들은 살아가는 의식구조가 다르다.
스스로를 신선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들과 인간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생각과 실천을 다르게 할 수밖에 없다는 이치는 정당할 것이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벌레만도 못한 존재'라거나 '낮고 천한 미물' 이라고 비하해서 표현하지만, 신선들은 스스로를 '신성한 존재'라거나 '우주의 보물' 이라고 높게 표현한다.
이런 표현을 살펴볼 때, 우주에는 신선이 따로 있고 인간이 따로 있고 축생들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며 어떤 행동을 하고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그 존재감이 달라질 것이란 예감을 나 스스로 가져보지 않을 수 없었다.
빛의 나라 샤르별의 존재들도 지구 인류들과 다름없이 육신의 몸을 입고 살고 있지만, 그들의 의식 속에는 어둠이 채워져 있지 않고 그들의 뱃속에는 똥이 채워져 있지 않다는 점이 대표적인 차이일 것이다.
인간들은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먹고 싸고 배설하는 등의 생리구조가 짐승들의 삶과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나을 것이 없다면, 신선들은 남들과 생존투쟁을 벌이지도 않고 뱃속에 똥을 넣고 살지도 않기 때문에 짐승들의 삶과 격이 다르다는 표현을 쓸 것 같았다.
인간이 짐승의 삶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문할 때 신선들은 아직 육신의 몸을 입고 살아간다 할지라도 짐승의 삶과는 그 격이 다르다고 대답할 것 같았다.
빛의 나라 샤르별에 도착해서 똑같은 육신의 몸을 입은 자들이 짐승처럼 살지 않고 신성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 발견하고도 내게는 축복이요 감동이 아닐 수 없었다.
지구에서는 흔히들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 비경을 맞이하고서는 가장 먼저 내뱉는 말이 '과연 신선이 머물 것 같구나!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라고 표현한다.
신선들은 그만큼 아름다운 경치가 펼쳐진 곳에서 세상의 자질구레한근심 걱정에서 벗어나 삶의 여유를 만끽하며 살아갈 것이란 암시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감정일 것이다.
샤르별은 어디를 가든지 복사꽃 물결이 구름처럼 출렁거리고 있는 무릉도원의 비경이 펼쳐지지 않는 곳을 발견하기 어렵다. 그만큼 샤르별은 그 세상 전체가 무릉도원이요 선경세상이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 세상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은 스스로를 신선이라고 표현하지 않더라도 신선이 아닐 수 없었다.
샤르별에 도착한지도 벌써 수개월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샤르비네와 함께 샤르별의 넓은 세상을 이곳저곳 여행하면서 느낀 소감은 여유로움이었다.
무엇에 쫓기거나 급한 것도 없고 바쁘게 서둘 것도 없으며 자질구레한 근심 걱정에 사로잡혀 마음을 애태우는 일이 없는 세상... 명예를 얻으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고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려는 치열한 생존투쟁을 일삼을 필요도 없으며, 남보다 좋은 집에서 살고 좋은 옷을 입고 좋은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려고 아등바등 힘쓸 필요도 없는 세상이 샤르별 선경세상의 모습이라고 단정할 수 있었다.
수개월을 신선들과 생활하다보니 나의 생활 습관도 신선들과 많이 동화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었다.
가장 큰 변화라면 식생활이었을 것이다.
샤르별 신선들의 식생활을 단편적으로 정리하면 무식무설(無食無泄). 즉 샤르별의 신선들은 먹지도 않고 싸지 않는 식생활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이 점이 인간의 삶과 다르고 축생의 삶과 차원이 다른 대표적 생리구조의 차이였다.
육신을 가진 인간들은 먹지 않고 살 수 없다고 하지만 똑같은 육신을 가진 신선들은 먹지 않고 인간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먹지 않으니 음식을 만들어 먹는 주방이 없고 싸지 않으니 배설시킬 화장실이 없는 세상이 샤르별 선경세상이었다.
무식무설의 삶이 곧 육신을 가진 신선들의 대표적 삶의 표본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었다.
샤르별의 존재들이 스스로를 신선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그들도 엄연히 육신을 소유한 존재들로서 몸 속에서 생명을 유지할 에너지의 대사가 필요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육신을 가진 신선들..
그들도 무언가를 생명의 유지를 위해 에너지를 보충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었을 것이다.
이름하여 신선식이요법이라 부르는 신선식사….
그들이 에너지 대사를 목적으로 섭취하는 신선식이요법은 따로 있었다. 우스시어라고 부르는 생단과 규시아 향료수였다.
생단의 크기는 콩알만 하고 그 한 알로 하루의 식사는 마감이었다. 생단과 함께 곁들여 마시는 것이 규시아 향료수였다.
생단과 규시아는 몸 속에 들어가면 즉시 기화(氣化)되고 기화된 성분이 몸 속에서 생기(生氣)를 생성시키면서 생명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 생기는 인간의 생명을 연장시켜 나가는 원기(元氣)라는 에너지와 다른 의미가 아니었을 것이다.
섭취한 음식물이 기화작용 에너지로 대사하기 때문에 배설물이 몸속에서 생리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유일한 배설작용은 땀이었다.
그래서 샤르별의 신선들은 땀을 배설시키기 위해 아침마다 운동을 하고 남녀노소 불문하고 야외 온천장에 나가서 흘린 땀을 깨끗이 씻어낸 후 하루의 삶을 시작했다.
나도 샤르별의 신선들과 똑같이 그 생활을 수개월 동안 실천했으니 그들의 삶과 거의 동화되어 가고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심한 생활고로 굶주림을 자주 겪으며 살아왔기 때문에 배를 채우지 않고 살아가는 삶은 금세 익숙할 수 있었다.
생단 한 알을 먹고 규시아 향료수를 마시면, 몸 속에서 향기로운 기운이 발생하여 뱃속에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들면서 온몸의 핏줄을 따라 생기가 전류처럼 퍼져 나갈 때 무엇을 더 먹고 싶거나 뱃속이 허전해지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끼니마다 밥상 가득 맛있는 음식을 올려놓고 포식을 즐기는 지구 인류들의 식생활 습관으로는 아쉬움을 느끼게 하는 식생활 문화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지구 인류들의 머릿속에는 '먹는 재미보다 큰 게 어딨담?" 이라든가 '먹는 재미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살아...' 라는 생각이 습관처럼 배어있지만, 샤르별의 신선들은 먹는 재미로 세상을 살지 않고 신성한 삶 그 자체를 즐기며 세상을 살고 있었다.
나는 샤르별 신선들의 무식무설 식생활이 너무 흡족하게 느껴졌다. 무식무설 식생활을 나는 '신선무식식이요법'이라고 정의해서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었다.
신선은 못되더라도 최소한 축생처럼 살지 않도록 삶을 격상시켜 주는 비결이 신선무식식이요법이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리기도 했다.
샤르별의 신선들과 함께 수개월 동안 신선무식식이요법을 실천한 결과는 내 몸에서 많은 변화를 느끼게 했다.
무엇보다 몸과 맘이 가볍게 느껴졌다.
샤르별이 지구에 비해서 중력이 큰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고 항상 새털처럼 가볍다는 기분 속에서 살 수 있었다.
몸을 움직이면서 활동해도 도무지 구름 위를 걷고 있는지 땅을 밟고 걸어 다니는지 구분이 안 되어질 때가 많았다.
내 몸이 마치 근육으로 이루어진 육신이 아니라 육신의 형태만 갖춘 빛으로 이루어진 현상이라는 착각이 들 때도 있었다.
이렇게 가벼운 몸으로 살다가 지구로 돌아가면 다시 지구의 식생활로 생명을 유지해야 하고 그러면 다시 무거운 육신을 지탱하며 세상을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문득문득 지구로 돌아가는 것이 두려워질 때도 있었다.
무릉도원의 선경세상이 펼쳐진 샤르별은 무한이론이라고 하는 우주첨단문명이 태어나 숨 쉬고 있는 세상이었다.
지구의 문명은 유한이론의 문명이라고 하는 한계성 법칙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면, 샤르별의 문명은 무한이론의 초월적이고 초물질적 무한계성 법칙이 존재한다는 점이 큰 차이점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샤르별의 무한이론 문명세계를 4차원 문명세계라고 표현하며, 그 세상에서는 이미 생로병사의 고민과 물질적 고통의 악순환에서 자유를 얻고 있다고 단정할 수 있었다.
그러한 의미로 빛의 나라 샤르별을 무릉도원의 지상낙원이요 선경세상이라고 표현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으며, 이름을 그렇게 붙이지 않더라도 샤르별에 펼쳐져 숨 쉬고 있는 환경 자체가 무릉도원이요 선경세상이었다.
그 평화롭고 부족함이 없는 세상에서 신선의 삶을 만끽하는 존재들...
그들이 무엇을 더 얻을 목적으로 노력을 멈추지 않고 하늘과 땅에서 신천지를 펼치며 삶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었을까?
우주의 정복자로 군림하기 위해서였을까? 우주의 통치권을 쟁탈하기 위해서였을까? 그 대답은 빛의 화신이었다.
빛의 화신은 물질의 몸을 벗고 빛의 몸을 입는다는 의미였다. 물질의 몸이 생명의 한계성을 가진다면 빛의 몸은 생명의 한계성... 즉 삶과 죽음의 경계로부터 자유로움을 얻는 경지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빛의 화신은 곧 불로불사의 경지며 살아서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 살아 있는 몸, 살아 있는 영으로 영생을 누린다는 경지⋯. 즉 우주의 불사신이란 지위를 얻는 것이 빛의 화신이었다
육신의 몸을 입고 있는 샤르별 신선들의 유일한 소망이 빛의 화신이 되는 것이었고, 빛의 화신의 경지에 입문하기 위해서 모든 삶의 열정을 불태우는 모습이 샤르별의 신선들이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세상의 함축적 표현이 ‘고차원 정신세계' 라든가 '4차원 문명세계'라고 이름을 붙여 준 것이다.
샤르별의 존재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4차원 문명세계라고 표현하지 않지만 그 이름은 내 스스로 정의해서 부르는 이름일 뿐이다.
인간과 신선들은 나이를 먹는 방법도 달랐다.
지구의 인류들은 지구나이로 살고 샤르별의 신선들은 우주나이로 살았다. 그래서 인간의 나이와 신선의 나이를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었다. 즉 내가 지구나이 20대요. 샤르비네가 신선나이 20대라고 하여 똑같은 연륜으로 생각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이차원 세상에서 살고 있는 내 영혼의 멘토인 연화도 언제나 20대 초반의 그 모습이다. 20년 전에 보았던 모습이나 그 후에 본 모습이나 나이의 변화가 없는 모습이다.
이차원의 존재 연화는 도무지 나이와 관계없이 살아가는 존재라고 느껴질 때가 많았다. 처음 연화를 만났을 때 내 모습은 코흘리개 어린 소년이었지만 20년 후의 모습은 나이 역전 현상이 벌어져 오히려 나는 늙고 연화는 풋풋한 소녀 같은 연륜대로 변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내 나이 100세가 되더라도 샤르비네나 연화의 모습은 아직도 풋풋한 처녀들의 모습일 것이고 나는 늙고 노쇠한 모습으로 변해 있을 것이다.
그러한 상상을 하면 지구의 나이를 먹고 살아가는 나 자신이 슬프고 억울한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오늘도 나는 샤르비네와 함께 빛의 나라 샤르별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위해 하늘자동차 춘우셔시를 타고 초광속 여행을 떠났다.
샤르별은 지구와 비교해서 넓고 넓은 세상이지만 초광속체 춘우셔시를 타고 떠나는 여행은 어디나 잠깐 사이에 도착하곤 했다. 그래서 마음먹은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번거롭지도 않았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샤르비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복사꽃 물결이 구름처럼 출렁거리는 츠나음이 연구소의 넓은 정원의 풀밭에는 화사한 꽃과 열매들이 지천에 널려 있고 귀여운 동물들은 한가롭게 풀밭과 꽃그늘을 오가며 재롱떠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우리를 태우고 여행을 떠날 춘우셔시 하늘자동차는 복사꽃 그늘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고 있고, 샤르비네와 나는 펀니라고 하는 토끼처럼 생긴 애완동물을 쓰다듬어 주면서 아침 일찍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도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아름다운 꽃향기들이 실려 오며 황홀한 감정을 부추기고 있었다.
"오늘 떠나는 여행의 목적지가 어디오?"
나는 샤르비네의 긴 머리 위에 내려앉아 있는 꽃잎을 손으로 집어서 치워주면서 이렇게 질문했다.
샤르비네는 행복하고 평화로운 기분을 감추지 못하면서 수줍고 앳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샤르비네가 살아온 시간은 나보다 많지만 외모상으로는 내가 나이많은 오빠요, 샤르비네는 청순하고 어린 소녀에 불과했다.
“오늘의 일정은 루디 산이에요.”
"단 신선이 살고 있다는?"
“그래요. 오늘은 단 신선이 살고 있는 루디 산으로 떠나요."
"약속은 되어 있나요?"
"약속된 시간이 오늘이지요."
"정말로 내 몸 속에 단 신선의 혈통이 흐르고 있을까
?"
"오늘 만나면 그 대답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단 신선의 설명을 들으면 알게 된다는 뜻이오?"
“그럴 수도 있지만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겠지요."
“객관적인 검증이라면?"
“혈통검사를 하면 극명하게 증명이 될 거예요."
“그 검증은 시간이 많이 걸릴까요?"
“그렇진 않아요. 시스며 캡슐 속에 눕는 순간 답이 나오니까요.”
"빨리 가서 단 신선과 내 몸의 혈통관계를 확인하고 싶소.”"그럴 거예요. 샤르앙의 기분을 이해하고 남아요."
“단 신선이 살고 있는 루디 산은 높은 산이요, 낮은 산이요?"
“해발 12,000미터 정도니까 샤르별에서는 그렇게 높은 산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요. 하지만 지구의 히말라야 산보다는 높고 그 산세도 대단하답니다. 깊은 계곡과 울창한 산림, 우렁차게 들리는 폭포수의 굉음들이 어울려 한 폭의 선경세상을 만들어 내고 있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선경세상에 나의 조상인 단 신선이 살고 있다니 감개가 무량한 소식이군요. 단 신선은 지구의 고향을 버리고 우주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찾아와 살고 있으니 아무리 신선이라도 외롭진 않을까요?"
“단 신선의 본래 조상들이 이곳에 살고 있었으니까 샤르앙의 생각처럼 외롭진 않을 거예요. 물론 제 생각이지만요."
"단 신선의 본래 조상의 뿌리가 샤르별에 있다면 제 조상의 뿌리도 역시 샤르별에 있다고 주장할 순 없을까요?"
“당연한 주장이지요. 사실은 샤르앙과 제 몸 속에 흐르는 혈통도 본래 그 뿌리의 근원이 하나예요."
"정말 그럴까요?"
“그렇고말고요. 그러므로 샤르앙은 손님의 자격으로 샤르별을 방문하지 않았고 주인의 신분으로 찾아온 거예요."
“샤르비네 설명을 들으니 벌써 제 기분이 으쓱해지는 느낌이오.”"그런 기분이 든다니 제 기분도 좋아요. 친밀한 동질감을 느끼기도 하고...."
이렇게 말할 때 복사꽃 잎들이 눈처럼 떨어져 내리며 샤르비네와 나의 머리 위에 폴폴 내려앉고 있었다. 우리는 서로 떨어진 꽃잎을 치워주며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5 <샤르별의 자연, 문명과 신선 인류들>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