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 ※※※청천[淸泉]의 그림자 _01-02

<DIV> 남장; ※※※청천[淸泉]의 그림자 ˙ ˙ ˙ ˙ ˙ “Twinkle twinkle little star-.”</DIV>     2003년 1월 1일 X요일 눈이 온 후의 늦은 저녁. 눈이 왔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새까만 하늘을 바라보며 조그마한 입을 모아 항상 즐겨 부르던 노랠 흥얼거린다. 이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별의 색깔을 담은 환자복을 입은 채 슬리퍼는 옆에 가지런히 모아두고 차가운 샘물에 조심스레 모으고 있던 발을 담그는 천.       “아이, 차가워.”   키득키득 웃으며 금방 발을 뺐다가 곧 그 새하얀 발을 투명한 샘물에 담근다. 잠시 동안 머리끝까지 솟아오르는 냉기에 호- 하며 두 손을 모아 손을 따뜻하게 한 후 서늘한 바람에 안 그래도 빨갛던 볼을 가볍게 감싸 쥔다.     오늘은 웬일인지 이곳에선 유난히도 잘 보이던 아기별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몸을 왼쪽으로 기우뚱했다, 오른쪽으로 기우뚱했다 하며 혹시나 별이 하나쯤은 보이지 않을까 싶어 천의 몸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을 알리 만무한 하늘은 너무나도 까맸다. 그녀의 노래가 모두 끝날 때 까지 희미한 노란빛 한 번 비치지 않았다.     “이를 어쩌지, 오늘은 별이 하나도 안 보이네.”     담그고 있던 발에 고통이 잦았는지 약간 인상을 찡그린 그녀가 급히 발을 물 안에서 꺼냈다. 그리곤 그나마 따뜻한 온기가 있는 자신의 작은 손을 빨갛게 물든 발 위에 가만히 얹어놓곤 슬픈 투로 중얼거렸다.       “나 이제 여기 못 오는데. 나 내일 퇴원하는데.” “천아, 천아, 청 천!”     저 멀리서 들려오는 자신을 찾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며 용수철 튕기듯 앉아있던 돌 위에서 벌떡 일어나 신발을 챙겨드는 천. 어디 몸 숨길 곳 없나싶어 데굴데굴 커다란 연한 갈색의 눈동자를 급히 굴린다. 한참동안 긴 생머리만 휘날리던 그녀의 입가에 곧 장난 끼 어린 미소가 자리 잡았다.     “하아, 하......천아, 청 천!!”     커다란 나무 기둥에 매미마냥 딱 달라붙은 그녀는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하지만 금세 그녀의 표정은 어두운 그림자를 입었다. 이 장소가 너무나 좋았기에, 아기별이 너무나 잘 보였기에 이제 이 병원을 떠나게 되면 더 이상 그 많은 아기별들을 볼 수 없게 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목을 덮는 연한 갈색 머리카락이 신경 쓰이는 듯 거칠게 오른쪽 어깨 쪽으로 모은 천은 나무 기둥을 따라 차가운 눈이 약간 쌓인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곤 얼굴을 무릎에 묻고는 그가 자신을 찾기만을 기다렸다. 애써 나오려는 울음을 참고서.   “천아.”     그녀가 무릎에 얼굴을 묻은 지 얼마 안 되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굴이 온통 땀범벅인 한이 안심했단 눈으로 그녈 내려다보았다. 한의 목소리가 근처에서 들려오자 조심스레 고갤 들어 목도리를 풀고 있는 한을 올려다보는 그녀. 방그레 웃으려다 자신과 똑같이 쭈그려 앉아 자신에게 목도리를 해주는 한 덕분에 웃으려다 말고 빨간 두 손으로 목도리를 꽉 쥔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춥게. 신발도 안 신고.  이것 봐, 얼굴도 빨갛고 손도 빨갛고 발도 빨갛고.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었던 거야, 응?” “목도리 따뜻하다.” “천아.” “내 머리카락으로도 목도리 만들 수 있을까?”   그녀의 말에 그게 무슨 뚱딴지 소리냐는 듯 한이 두 눈을 깜빡였다. 목도리를 쥐고 있던 손을 옮겨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더니 다시 고갤 한이 있는 쪽으로 돌려 말하는 천.     “잘라버리고 싶어, 이딴 머리카락.” “왜? 머리 길면 예쁘잖아.” “예쁜 건 싫어. 멋진 게 좋댔어, 예쁜 건 싫댔어.” “누가? 누가 그래?” “......”   천의 말에 한이 놀란 듯 물었지만 그녀는 꾹 입을 다문 채 다시 입을 열 생각을 않았다. 증오 어린 시선으로 자신의 긴 머리만 내려다 볼 뿐. 한이 여자는 예쁜 게 좋은 거야 하고 천의 머릴 쓰다듬으며 살살 달래어 보았지만 그녀는 결코 예쁜 게 좋다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오빤 좋겠다.” “......” “오빤 남자니까 좋겠어.”   까매서 차가울 것만 같은 하늘을 다시 한 번 올려다보며 들릴 듯 말 듯한 크기의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그녀에, 신발을 신겨주려던 한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져갔다. 혹시 그녀가 맨 정신으로 자신의 손목에 손을 댄 이유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약속(?)대로 새소설 오늘 갖고 왔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성실 연재 하겠다고 약속하겠습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