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
한번 경로가 정해지면 그 관성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바꾸기 어려운 현상을 사회과학에선 이를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라고 한다. 일련의 사건들이 최초에 특정한 방식으로 진행되면 그 뒤에는 제도와 조직을 변경 불가능할 정도로 경직되게 만드는 현상을 말한다. 즉, 과거의 진행 방향에 의존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어떤 경로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그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판명된 후에도 그 길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는 우리가 과거에 지나온 경로와 습관에 의존해 미래의 진로를 결정해 왔기 때문이다. 관성이 인간의 삶에 투영되면 타성이 된다. 늘 하던 방식을 답습하고 웬만해선 바꾸려 하지 않는 경향이다. 타성에 젖은 사람은 변화를 두려워하고, 잘못된 습관을 고치지 못한다. 개선도 없고 발전도 없다.
스탠퍼드 대학의 폴 데이비드 교수와 브라이언 아서 교수가 주창한 개념으로, 1868년 크리스토퍼 숄스가 창안한 배열방식(QWERTY)이 영문타자기 자판의 표준이 된 것은 단지 그것이 처음 나왔기 때문이다. 그 후에 아무리 좋은 대안이 나와도 이미 제도로 굳어진 자판 배열을 바꾸지 못했다. 영연방 국가에서 차량의 좌측통행 관행은 이제는 바꿀 수 없는 제도가 됐다. 운전대의 위치와 교통체계가 그에 맞춰졌기 때문이다. 이들이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의 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