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뿔이라 지은 적 있다
참지 못하고 나를 들이받던 날들
잔잔하고 더욱 숙연해진 뿔이 될 때까지
풀들이 순해지기까지 뿌리는 얼마나 흔들렸을까
운명이 구부러진 뿔을 닮았다
성정이 여릴수록 깊고 커다란 눈망울들
찬기가 오기 전 나를 부러뜨려야 살 수 있다
당신의 질문을 뿔이라 부른 적도 있다
- 문정영 시 ‘녹명’ 부분
『불교신문/문태준의 詩 이야기』2024.10.04.
시의 제목인 ‘녹명’은 사슴의 울음소리라는 뜻일 텐데, 사슴이 들판에서 뜯어먹을 풀을 발견하면 함께 먹기 위해 소리를 내어서 운다는 ‘시경(詩經)’의 내용을 떠올리게 한다. 스스로의 성정을 모난 뿔을 지닌 존재로 바라보아서 자성(自省)하는 것은 여림과 유순함을 갖춰 여럿과 잘 어울리기 위함이라고 하겠다.
말과 행위가 몹시 까다롭고 차갑고 뿔처럼 뾰족하다면 어떻게 무리를 지어서 한 덩어리로 합심하여 살 수 있겠는가. 풀을 찾은 사슴이 함께 먹자고 무리를 불러들이는 울음소리는 맑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