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pann.nate.com/talk/346337410
친구집에서 밥 먹다가 펑펑 울었어
일단 난 평범한 집안에서 자란 대학교 4학년임...
정신적, 물리적으로 학대당한 적도 없고
뭐 엄청난 금수저도 아닌 걍 평범 그 자체야
근데 우리 가족이 좀 개인주의임
내가 대학을 어디를 가고 싶어하는지,
미래 꿈은 뭔지 이런거 하나도 안궁금해하심
막 서로 사랑해요 엄마아빠 이런거 없고
부모님도 약간 나한테 별 관심이 없었음..
나도 이게 편했어
뭐 통금 있고 부모님이 사사건건 간섭하는것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함
글고 물질적으로 지원을 안해주시는 것도 아니고...
서울에 집 얻어주시고 매달 생활비에 등록금까지 다 대주심
어릴때 조금 섭섭했던 기억이 하나 있긴 함
내가 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다 똑같은 애들 올라오는
동네에서 자랐는데 고등학교는 뺑뺑이라
새로운 애들을 처음 만난거야
고 1 1학기때 새학기 눈치싸움도 너무 당황스럽고
애들끼리 기싸움 이런것도 적응 안되어가지구
좀 힘들어했거든
그래서 엄마한테 고민상담 겸 이야기하는데
엄마가 조금 귀찮아 하는거야...
그래서 좀 머쓱해가지고 근데 괜차너~ㅋㅋ 하고
걍 넘어감
물론 지금은 별로 신경 안쓰임
말이 넘 길어졌네..
여튼 각설하고 어제 친구집을 갔거든
친구가 걍 밖에 나가지 말고 자기 집에서 놀자길래
콜 해서 과자 이런거 사들고 감
점심 때라 일단 밥부터 먹자고 하는거임
걔가 우리집 잡곡밥인데 너 콩 먹어?? 아 내가 콩 싫다고 했는데
울 엄마 맨날 콩이랑 이상한거 다 넣어.. 하면서
약간 민망해하길래 걍 나 다 잘먹는다고 함
그러고 뭐 도와줄거 없나 서성이는데
냉장고에 걔네 엄마가 쓴 쪽지가 붙어있었음
< 갈비 해놨으니까 데워먹고 비타민이 중요하니까
밥 먹고 과일 먹어. 베이킹 소다에 깨끗하게 씻어둠 >
이렇게...
예쁜 포스트잇도 아니고 그냥 공책 찢어서
배달 자석으로 냉장고에 붙여두심
친구가 갈비랑 국 데워주고 소세지도 볶아줬어
너랑 나랑 안먹으면 저녁에 오빠랑 먹어야하는데
그 새끼 먹는 속도 개빨라서
자기 거의 못먹는다고 지금 볶아서 우리가 다 먹자고 함
글고 걔가 이거 울 할머니 김치인데
너 입맛에 맞을지 모르겠다고
가끔 남의 집 김치 못먹는 애들 있다고 하면서
입에 안맞으면 억지로 먹지 말래
그러면서 보리차같은거
냉장고에서 꺼내가지고 컵에 따라주는데...
갑자기 울컥해서 눈물 펑펑 쏟음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 개놀라서 야 뭐야 왜울어 이러고ㅠㅠ
ㅋㅋㅋㅋㅋㅋ 갈비 싫어하냐? 뿌링클 사줘?
막 일부러 이런 웃긴 말 하는데
더 눈물 나서 분위기 난리남...
사실 부엌에 들어설 때부터 눈물 날 거 같았음
나는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할머니 김치 이런거 한번도 안먹어봄.
우리집은 김치 다 사서 먹었어
글고 자취하면서는 김치 소분된거 사가지고
밥 먹을때 하나씩 먹고... 쌀 씻고 이런거 귀찮아서
햇반 사다놓고 먹고
물도 삼다수 아이시스 페트째로 쌓아놓고 마심
국도 내가 해먹을 때도 있지만
울 아빠가 오뚜기,청정원 이런 식품회사 다니셔서
맨날 김치 소분된거랑 인스턴트 국 같은거 내가 보내달라고 함
그럼 아빠가 용돈에서 그 가격 빼고
직원가로 싸게 사서 보내주셔.
걔네 집 식탁에 딱 앉아있는데
이게 가족이구나 하는 느낌이 확 드는거야
진짜 펑펑 울었음
햇반이라고 인스턴트 국이라고 부모님의 사랑이 안느껴지고
그런건 아니겠지만.. 그냥 솔직히 본능적으로 알 수 있잖아
부엌도 아니고 걔네 집 들어서는 순간 딱 알겠더라고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애정이 묻어 있는데
나는 이런 느낌을 태어나서 처음 받아봤거든
내리사랑이라는거 이러이러한 감정이겠구나-
대충 감만 잡고 있다가
그 애정의 실체를 확인하니까
너무 기분이 이상했음
파란색이란 넓고 청량한 바다나
시원하고 드높은 하늘같은 느낌이다 하고
말로만 듣던 시각장애인이 어느 날 딱 눈을 떠서
파란색을 직접 봤을때의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수련회 가서 부모님의 사랑, 희생 이런거 들으면서 울때도
나는 한번도 우리 부모님 생각해본적이 없어
그냥 책이나 티비에서 봤던 부모님의 희생에 대한 감동이
지난 수년간 학습되어져 저절로 눈물이 났지,
내 경험에서 나온 눈물이 아니었단말임
여튼.. 부모님이 주는 사랑과 가정의 울타리가
주는 따뜻함은 이런거구나를 온 감각으로 느끼고
너무 충격이었는데 그 가운데서 애정을 오롯이 받은
내 친구는 당연히 익숙한 모습이라
그냥 막 눈물이 났던거같음
친구한테는 생리중이라서 감정 조절이 안된다고
개헛소리 지껄이면서 얼버무리고
어색하게 밥 먹고..
그 뒤엔 다시 신나게 놀았음
근데 집에 와서도 한숨도 못자고 계속
그 순간이 생각이 나네
새벽 내내 잠 못들고 자취방에 앉아
햇반 박스랑 페트병들을 가만히 보게됨
자취 시작하고 본가로 내려간 적이 거의 없음..
대학교 1학년 추석때 한번 내려갔는데
울 부모님은 같이 시댁가고 친정가고 그런거 없거든
개인플레이라...
그래서 집에 있겠거니 하고 갔는데 아무도 없는거임
둘 다 다른 약속 다녀온건지
따로 오고 나 봐도 별로 반가워하시는 모습은 아니길래
그냥 과제 있다고 첫차타고 서울 왔고
그 뒤로 한번도 안내려갔어
카톡방 보면 아빠한테는 용돈 받은거랑
이번달에 반찬 뭐뭐 보내주세요
알았다. 이 말 밖에 없음.
진짜로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취 시작하고 4년동안 카톡한게 그거야..
엄마도 비슷함..
따로 잘 지내냐 이런 전화 온 적 단 한 번도 없어
벌써 해가 떴는데 도저히 잠이 안와서 글 적어봄...
나는 내가 지독한 개인주의이고
쿨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나도 마음 한 구석에선 어버이날 챙겨드리고
가족여행 가고 그런 동화같은?
가정을 꿈꿨나봄
왜 하필 또 5월은 가정의 달이라서 사람을 힘들게 할까...
오늘따라 너무 힘들고 답답하고 외롭다
드라마에서 샤넬백 내팽개치며 이딴거 말고 오늘 생일인데
그냥 같이 있어만 주면 안되겠냐고
우는 금수저들 마음이 약간 이해가 간다
물론 나는 금수저가 아니라 내팽개칠
샤넬백조차 없다는게 유머라면 유머네ㅋㅋㅋㅋㅋㅠㅠ
+
++++++++(추가)
새벽에 쓴 글이라 그냥 묻힐 줄 알았는데
추천수랑 댓글 보고 깜짝 놀랐어
잠도 못자고 핸드폰으로 주절주절 써가지고 이상할텐데ㅜ
좋은 댓글들 많아서 하나 하나 다 읽어보고
너무 따뜻해서 캡쳐해놨다 두고 두고 읽으려고...
다들 고마워요
근데 나도 원래 별 생각없이 혼자 잘 지내고 있었는데
친구 집 갔다가 갑자기 울컥해서 그런거라
내가 이런생각을 가지고 있었을줄은 나도 몰랐넹..
그냥 이제와서 부모님에게 사랑을 바라기보단
베댓 말처럼 내가 가정을 만들게 되었을때
최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가족에게 따뜻한 애정을 주고싶어
댓글들 진짜 고마워 하나하나 다 읽어보고
추천 눌렀어
많은 위로가 된다 다들 정말 고마워..ㅠㅠ
첫댓글 진짜 용돈에서 까서 보내는거 딸한테 어떻게 저러냐 아빠가 ㅡㅡ...
나는 걍 모르겠고 저 딸 존나 안타까움.. 에휴
근데 괜차너~ㅋㅋ 하고 넘어갔다는 부분에서 진짜 마음 찢어져.. 어떤 마음인지 알거같아서 ㅠㅠㅠ힘든데 괜찮다고 자기 최면 걸고 ㅠㅠ 흑.. 지금은 신경 안쓰인다고 하지만.. 정말 신경 안쓰였으면 생각도 안났겠지. 그만큼 어린 나이에 상처였을거야 ㅠㅠ 휴 너무 힘들었겠다 진짜.. 앞으로는 행복하길
딸한테 국 값 받는거 진짜..
아니 딸 힘들다고 하는데 어떻게 귀찮을수가 있어...
난 저 부모가 궁금해… 무슨생각으로 애를 낳고 무슨 마음으로 키운걸까 애가 고민거리 얘기하는데 귀찮아했다는거랑 반찬사주고 용돈에서 돈빼고 준다는게 너무…
에휴..근데 딸 먹는 거 보내주는데 그걸 또 굳이 용돈에서 까는 거 참...그렇다...용돈은 용돈이고 내 애 먹을 거 보내주는게 그렇게 아깝나..글고 인스턴트 먹는다하면 좋은 거 좀 사먹고 다니라고 용돈 더 줄듯...그리고 애가 연락하기 전에 뭐 필요한 건 없어? 하고 보내줄 수도 있는거잖아..한번을 먼저 안물어보네...글쓴이 너무 착하고 안쓰러워...
저 정도로 자식한테 정없게 굴 정도면 애초에 부부끼리도 존나 데면데면할듯.. 결혼은 진짜 애정하는 마음 있는 사람끼리 좀 해라
오죽했으면 친구집에서 밥 먹으려다가 울었을까ㅠㅠ 용돈에서 반찬값 빼고 주는거 너무해
난 먼지알아…… ㅋㅋㅋ 난 혼자 살아보니 엄마가 흰티셔츠 매일 다려주던데 사랑인걸 알겠더라 ㅋㅋㅋ 사랑이 참 별게아니야
울집도 나 서울서 대학다니는데 한달에 한번이나 전화했나? 설하고 추석만 내려가고ㅋㅋㅋ 엄마아빠가 우리집자식들 정없다고할때 황당함
그렇게 키우셨잖아요 왜이래
서울에서 대학이랑 직장까지 십년 살았는데 처음에 짐 옮겨야해서 딱 한번 오고 한번도 안옴
근데 부모중 한쪽만 그런 것도 아니고 부부가 쌍으로 그러는 것도 신기하네.... 애초에 둘다 그런 성향이면 결혼을 왜 했고 아이는 왜 낳은거지?? 저 딸래미는 보면 되게 여리고 감성적이고 그냥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성향 가진 사람 같은데... 뭔가 가엽기도하고 기분이 이상함 ㅠㅠ
저럴거면 가정은 왜꾸리고 왜 애를 낳는지... 너무 무책임하다
글쓴 딸은 감수성도 풍부하고 남의 감정도 살필줄아는사람 같은데 부모 벗어나서 다양한 사람만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 이 글 올라오면 정독함..
그냥 저 분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어...
가족인데 그것도 자식한테 어떻게 애정을 안가지지 어떻게 관심도 안주냔말이야
와 식품값을 용돈에서 깐다니 진짜... 매정하다
용돈에서 국값빼는게진짜...당황스럽다 할인했으면 비싸지도않을거같은데
자식이랑 정서적 교감을 전혀 안 할 거면 자식을 왜 낳아... 저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ㅠㅠ
내 마음이 아프네ㅜㅜ글쓴이는 평범한 사람같은데 부모님이 너무 차가워
세번째 베댓은 진짜....뭘모르고 하는말인거티난다
22...쓴 의도가 나쁜건 아닌거같은데 맥락..? 그런게 통할것같은 집이었으면 애초에 눈물안났을듯
감정이 확 느껴지게 글을 참 잘썼다.
식료품 용돈에서 까고 주는거 진짜.. 맘아픔
용돈에서 반찬좀 보내줬다도 비용 빼는게 충격이다… 아효 ㅠㅠ
나도 좀 다른 일이지만 힘들때 친구랑 친구 엄마가 서로 애정표현 하는거(포옹) 다정하게 말하는거 보고 좀 부럽다 그런 생각에 속상해서 운 적 있었는데 ㅋㅋㅋㅋ...
다 괜찮다가도 한번씩 사무칠때가 있지 토닥토닥
이해돼.. 저정도까진 아니지만 우리집도 개인주의라 나도 저런집 부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