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혼은 무협드라마이고 본래 무협이란 장르는 대부분 중국을 무대로 하지만 환혼은 완전히 새롭게 창조된 가상의 세계가 주무대입니다.
사극의 분위기가 약간 있지만 역사적인 사실에 기초한 부분이 1도 없습니다. 심지어 현대에서나 있을 법한 설정도 존재합니다. 역사 왜곡 논란이 있을 바엔 차라리 이렇게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몰입감에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파트 1, 2가 나눠져 있고 파트1이 무려 20화, 파트 2가 10화로 되어있어 진짜 큰 맘먹고 봐야하지만 드라마가 잘 뽑혀서 지루한 감은 없었습니다.
여러 문화와 시대가 혼합되어 있는 세계관과 비슷하게 장르 역시 많이 혼합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파트1은 로맨틱 코미디, 파트2는 무협드라마의 성격이 강합니다. 물론 제일 두드러진 장르가 그렇다는거지 코미디, 로맨스, 사극, 무협, 성장, 비극 등등이 맛있게 비벼져 있습니다. 이러한 장르의 혼합이,,, 긴 호흡의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를 지루하지 않게 이끌어줍니다.
파트1의 여배우와 파트2의 여배우가 다른데 각자의 매력이 뿜뿜 넘칩니다. 파트1의 정소민은 여우같았고, 파트2의 고윤정은 곰같았습니다.
정소민은 여러 상황에서 계략, 임기웅변이 번뜩이며, 고윤정은 때로는 백치미 때로는 우직하게 때로는 귀염성있는 모습으로 남자 주인공과의 관계를 정립해나갑니다.
근데 개인적으로 저는 여주인공보다는 메인 빌런과 세자 캐릭터를 정말 잘 뽑았다 생각을 했습니다.
무협 드라마의 메인 빌런이면서 드라마 30편 중에서 그 어떤 회에서도 최강자의 이미지가 없습니다. 주인공이 힘에서 밀려서 성장한 후 다시 물리치는 이런 형식이 아닙니다. 지능캐입니다.
등장인물들의 열등감, 약점, 욕망 등을 교묘하게 자극하여 상대방을 파멸하게 만듭니다. 그 자신의 무력을 사용하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심지어 그의 패배조차도 주인공의 무력에 밀렸다기 보다는 그 자신의 욕망에 스스로 파멸합니다. 무협드라마에서 메인 빌런을 지능캐로 설정한 것은 이 드라마가 단순히 액션드라마가 아님을 말해주며, 극의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자 캐릭터, 이 드라마는 남자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이자 세자의 성장 드라마입니다.
드라마 초반 빌런들이 득시글한 왕궁에서 시기와 질투에 사로잡혔지만 자기 스스로 권위를 버리고 주인공 그룹과 친해지면서 세상을 바르게 보는 눈을 얻었으며, 부족함을 인정하고 자기보다 능력 있는 자들을 자기 사람으로 품는 포용력을 갖게 되어 성군으로서의 자질을 스스로 입증하게 됩니다. 볼수록 매력터지는 캐릭터였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괴물캐릭터들이었으며, 특수분장의 퀼리티 때문이 아닌 사람이 자기 욕망에 의해서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는 지를 시각적으로 형상화시켰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괴물캐릭터들 대부분은 더러운 자기 욕망에 의해서 스스로 선택한 모습입니다.
약간 실망스러웠던 것은 그래도 무협드라마 형식인데 무기가 칼 밖에 나오지 않은 것이었으나 지금까지 언급한 장점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이라고 여겨졌습니다.
환혼은 참신한 세계관, 매력적인 캐릭터들,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잘 만들어진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