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속여도 혈관은 못 속인다
*혈관 질환의 예방과 치료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혈관 질환의 80~90%는 심근경색, 협심증 등의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허혈성’이란 말 그대로 ‘피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심장은 매일 엄청난 양의 혈액을 공급받아 우리 몸에 필요한 많은 일을 한다. 그런데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통로인 관상동맥이 좁아져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심근경색, 협심증 등이 발생하게 된다. 이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근본 원인이 바로 죽상동맥경화증이다.
원래 동맥혈관의 맨 안쪽 벽은 매끄러운 상태다. 하지만, 흡연이나 고혈압과 같은 위험인자로 인해 혈관 벽에 상처가 생기면 혈액 내에 존재하던 LDL 콜레스테롤 등의 물질이 상처부위에 달라붙어 끈적끈적하고 물렁한 덩어리를 형성하게 되며, 이러한 덩어리가 ‘죽’과 같은 모양이어서 우리는 이것을 ‘죽상동맥경화증’이라 부른다.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된다는 것은, 이러한 죽과 같은 모양을 한 덩어리의 크기가 점점 커짐에 따라 혈관의 지름이 좁아져 혈액 흐름이 점차 감소되는 것을 뜻한다. 대학병원 심장내과 교수들은 “죽상동맥경화증이 진행됨에 따라 협심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을 뿐 아니라 동맥은 탄력을 잃어 딱딱해지고 혈관 벽에 지방 등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며 간혹 혈전이 생겨 동맥이 완전히 막힐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죽상동맥경화증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원인은 고지혈증을 비롯해 고혈압, 비만, 당뇨, 흡연, 스트레스 등이다. 이들이 동맥혈관 내벽에 상처를 생기게 하고, 불순물이 달라붙게 하며, 혈관을 딱딱하게 만든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죽상동맥경화증은 조금씩 진행된다. 하지만 위 여섯 가지 요인을 잘 관리하면 진행 속도를 크게 늦출 수 있 다.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 정도는 동맥 맥파 속도 검사나 경동맥 초음파 등을 통해 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병원에 가보지 않더라도 콜레스테롤 수치나 흡연 여부 등 10가지 지표에 의해 자신의 ‘혈관 나이’를 확인할 수도 있다. (표참조) 혈관 나이가 55세 이상이면 혈관 노화가 심각한 상태로 가능한 한 빨리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일단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은 다시 좋아질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사실이다. 따라서 규칙적인 운동과 적당한 음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사 등을 통해 죽상동맥경화증을 예방하기 위한, 또는 진행을 지연시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동맥경화에 대처하기 위한 일차적인 방법은 생활습관 개선이다. 하지만 보통 우리의 생활습관은 수십년 동안 계속되던 것이다. 생활습관을 바꿀 수 있으면 좋지만,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동맥경화증은 진행되고 있는데, 생활습관이 바뀔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약물 요법을 피하지 말 것을 권한다.
김교수는 “죽상동맥경화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고지혈증”이라며 “생활습관 개선과 약물 치료를 통한 LDL콜레스테롤 수치의 관리가 죽상동맥경화증 관리에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에 사용되는 약물의 90% 이상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는 것을 막는 ‘스타틴’이라는 제제다.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300여 종에 이르는 ‘스타틴’이 고지혈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그 중에는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 지연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 받은 ‘로수바스타틴(크레스토)’이라는 제제도 있다.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등으로 인한 돌연사, 돌연사의 근본 원인인 죽상동맥경화증에 대해 확실히 알고 이 질환의 진행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한다면 돌연사 위험에서 한 발짝 멀어질 수 있다.
...... 헬스경향
※ 혈관나이 계산방법 : 항목별 해당 점수를 합계해 산출
▼ 80점 이상 = 55세 (혈관 노화 심각, 전문의 진단 필요)
▼ 60점 이상 = 45세 (성인병 발병 위험, 건강 진단 필요)
▼ 30점 이상 = 35세 (방심은 금물, 혈관 노화 예방 노력 필요)
▼ 30점 이하 = 28세 (젊은 혈관 유지 노력 필요)
(표) 혈관나이계산법
항목
구분
점수
흡연기간
안피운다
1년미만
5년미만
5~10년
10년이상
0
5
10
15
20
총 콜레스테롤
수치(mg/dl)
200이하
200~240
240이상
비만
(BMI 지수)
23이하
23~27
27이상
혈압
(단위 mmHg)
130/85 이하
140/95~160/100
160/100 이상
식습관
(육류 등 기름진
음식 먹는 회수)
한달에 1~2회
1주일에 3회
거의 매일
3
음주 회수
(1주일 단위)
3회 미만
3회 이상
스트레스
별로 받지 않는다
자주 받는다
운동회수
3회 이상 꾸준히
나이
45세 미만
45세 이상
가족력
성인병에 걸린 가족
없다
있다
BMI 지수 = 체중(kg) / [키(m) × 키(m)]
암보다 무서운 혈관질환
해마다 우리나라에선 24만명이 숨진다. 최대 사망원인은 6만명의 사망자를 낳은 암이다. 2위와 3위는 뇌졸중과 심장병인데 각각 4만명과 2만명이 이들 질환으로 숨진다. 뇌졸중과 심장병은 부위만 다를 뿐 둘 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생기는 혈관질환이란 점에서 뿌리가 같은 질환이다. 결국 한국인 2명 중 1명은 궁극적으로 암 아니면 혈관질환으로 숨진다는 뜻이다.
만일 자신의 사망원인을 선택할 수 있다면 두 가지 질환 중 어떤 것을 고르겠는가. 대부분 암보다 혈관질환을 선택한다. 암이야말로 사람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라리 암을 선택하는게 나을지 모른다.
1995년 12월 8일까지만 해도 장 도미니크 보비는 지구상에서 가장 잘 나가던 사내였다. 보비는 91년 39세의 젊은 나이에 일약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성잡지 ‘엘르’의 편집장에 올랐다. 엘르는 45년 창간돼 오늘날 전 세계 28개국에서 읽히고 있는 프랑스의 대표적 여성패션 잡지다. 준수한 외모와 화술로 프랑스 사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한 그의 얼굴은 홍콩 페닌슐라 호텔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이 호텔 꼭대기에 위치한 펠릭스 바는 사면이 유리로 장식돼 홍콩의 야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설계한 프랑스 디자이노 필리프가 손님들이 앉는 의자 뒷면에 프랑스를 대표하는 유명인사 10명의 얼굴을 그려 넣었는데 보비의 얼굴고 포함됐기 때문이다.
그 날은 금요일이었다. 아들 테오필과 함께 연극 구경을 하기로 했는데 약속 시간에 늦을까 노심초사하며 집으로 달려가던 그는 갑자기 차 안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게 된다. 비틀스의 노래 ‘내 삶 속의 어느 하루’가 귓전을 맴돌면서 깬 곳은 해양병원 119호실이었다.
20일 동안 혼수상태를 거친 뒤 눈을 뜬 보비에게 내려진 진단명은 ‘자물쇠증후군’이었다. 뇌졸중으로 뇌간의 혈관이 막혔기 때문이다. 심장과 호흡 등 생명에 필수적인 중추는 가까스로 남았지만 왼쪽 눈과 귀를 제외하곤 인체의 모든 운동과 감각 신경이 한꺼번에 마비됐다. 팔과 다리를 움직이지 못함은 물론 말을 하지도 못하고 음식물이나 침을 삼키지도 못한다. 식물인간 다음으로 위중한 단계의 뇌졸중이라 할 수 있다.
이때부터 그의 비극이 시작됐다. 한창 출세 가도를 달리다가 졸지에 처참한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서적 ‘잠수복과 나비’는 그의 자전적 병상 일기다. 조수가 불러준 알파벳에 왼쪽 눈꺼풀을 2백만번 이상 깜박이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출간 즉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제목에서 보듯 이 책에선 하루 종일 몸에 꼭 끼는 옷을 입고 있는 듯한 답답한 ‘잠수복’에서 벗어나 한 마리 자유로운 ‘나비’가 되어 날라가려 한 그의 꿈이 잘 드러나 있다. 97년 3월 9일, 책이 나온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은 날 그는 옥죄던 잠수복을 벗고 나비가 되어 저 세상으로 날아가고 말았다.
뇌졸중 등 혈관질환이 암보다 끔찍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예고업시 찾아오므로 인생을 정리할 틈을 주지 않는다. 암의 경우 고 이주일씨의 사례에서 보듯 말기암이라도 1년 가까이 생존할 수 있다. 둘째, 사지마비 등 삶의 질을 현저하게 파괴한다. 이주일 씨처럼 월드컵 관람은 꿈도 꿀 수 없다.
보비는 “고이다 못해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뇌졸중 환자의 고통을 묘사한 바 있다. 솜털이 귀여운 아들 테오필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며 어루만져 주지 못하는 아버지의 아픔을 묘사하는 대목에선 눈물이 절로 나온다.
뇌졸중 등 혈관질환은 아주 추운 겨울보다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에 잘 생긴다. 다행히도 혈
관질환은 암보다 예방이 쉽다. 방법은 여러분도 잘 알고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으로 혈관을 깨끗하게 유지해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부디 운동과 금연을 통해 비극적인 혈관질환으로부터 벗어나주길 당부하고 싶다.
..... 조인스닷컴
출처: 바람에 띄운 그리움 원문보기 글쓴이: 미소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