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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거북은 2017년에 개봉된 영화로 남자의 일생을 통찰한 담백한 애니메이션 판타지입니다.
한 남자가 풍랑에 떠밀려 작은 무인도에 고립됩니다. 남자는 섬을 벗어나려고 하지만 붉은 거북이 나타나 그의 탈출을 막습니다. 분노한 남자가 해변에 올라 온 붉은 거북을 뒤집자 거북은 성인 여성으로 변신합니다. 두 사람은 아들을 낳고 살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 담백한 동화 같은 줄거리
‘붉은 거북’은 미니멀리즘에 충실합니다. 공간적 배경은 작은 무인도에 국한되며 등장인물은 셋 뿐입니다.
그들에게는 대사마저 없습니다. 주인공인 남자가 아내와 아들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가르치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 있지만 등장인물들의 육성은 숨소리와 고함소리 등이 전부입니다. ‘붉은 거북’은 특정 국가나 문화권에 의존하지 않는 무국적성 및 보편성에 기초한 마임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동서양의 다양한 신화 혹은 동화를 연상시키는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아담과 하와', ‘로빈슨 크루소’, ‘선녀와 나무꾼’ 등을 떠올리게 해 신화적입니다.
하지만 결코 원초적 에로티시즘을 강조하지 않아 동화적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블루 라군’과 같은 영화가 아니라 가족용 애니메이션이 되었습니다. 기괴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결코 두드러지지는 않습니다. 붉은 거북이 아내가 된 뒤에 거북의 정체에 대한 특별한 반전은 결말 전까지는 없습니다. 결코 설명적이지 않지만 충분히 자연스럽습니다. 꿈 장면이 자주 삽입되는 판타지입니다.
남자의 곁을 맴도는 게들의 귀여운 활약 덕분에, 대사가 없는 작품이지만 지루하지 않습니다. 전반적으로 담백합니다.
• 남자의 일생
남자와 가족이 맞는 최대 위기는 쓰나미입니다. 부부가 죽음의 위기에 봉착합니다. 동일본 대지진을 의식한 장면으로 보입니다. 대자연의 힘과 더불어 아름다움도 앞세웁니다. 티 없이 파란 하늘보다는 남자가 고난을 겪을 때마다 드러나는 회색 하늘이 더욱 인상적입니다. 작품 전체의 부드러운 영상미가 돋보입니다.
남자의 얼굴은 나이가 들고 수염이 덥수룩해지면서 예수와 닮아가는 듯합니다. 아들은 남자의 얼굴을 닮았지만 머리칼만큼은 어머니의 붉은색을 물려받았습니다. 물론 어머니의 원래 정체가 붉은 거북임을 상기시키는 머리칼 색상입니다.
‘붉은 거북’은 남자의 일생에 대한 은유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표류 끝에 무인도에 도착한 것은 남자의 고독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독했던 그는 제 짝을 만나 사랑하고 아이를 낳고 행복한 생활을 누리다 자식의 독립을 목도한 후에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합니다. 대사가 없지만 82분의 러닝 타임 동안 지루함을 느낄 수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의 일생을 직관적이고 압축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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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 잘 감상했습니다.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