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디 선경세상을 찾아서…
하늘자동차 춘우셔시를 타고 우리는 잠깐 사이에 루디 산에 도착했다.
샤르비네의 설명이 아니어도 루디 산은 아름답고 신성한 힘이 깃들어 있는 명산이었다.
미로처럼 펼쳐진 계곡과 까마득한 절벽들의 위용, 깊은 계곡마다 힘차게 떨어지는 폭포수의 물소리며 암벽 사이를 돌고 돌며 끝없이 흘러가는 맑은 물, 울창한 산림과 태고의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루디 산의 절경은 그 자체가 선경세상이요, 천상의 요새가 아닐 수 없었다.
단 신선의 거처는 루디 산의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암벽의 정상에 위치해 있었다. 주변으로는 구름이 뭉게뭉게 흘러 다니고 고산 생태계의 복사꽃이 뒤덮여 천상의 선경세상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있었다.
고산에서 자라는 복사꽃은 꽃망울이 작고 색깔이 선명했으며 향기가 진했다. 설중매처럼 기온이 낮은 곳에서도 아름다운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며 멀리까지 고상한 향기를 실어 보내는 것이 고산지대 복사꽃의 특징이었다.
단 신선은 복사꽃 물결이 출렁거리는 루디 산 정상의 절경에 자리를 잡고 아름다운 거처를 만들어서 신선의 삶을 만끽하고 있었다.
단 신선을 샤르별에서 부르는 이름은 루디 신선이었고 루디 산의 이름은 단 신선의 이름을 따서 붙여진 명칭이었다. 그만큼 단 신선은 샤르별에서도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단 신선의 거처는 구름 위에 실려 있는 모습이었고 그래서 그 집의 이름을 운상각(雲上閣)이라고 불렀으며, 운상각에는 아름다운 선녀들이단 신선의 시중을 들면서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지구적인 사고방식으로 생각하면 단 신선은 루디 산을 지키는 수호신이라든가 산신령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었는데 그런 신성한 존재를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 아닐 수 없었다.
운상각에서 시중들고 있는 선녀들에게 샤르비네가 방문한 내용을 보고하고 단 신선 뵙기를 청했다. 운상각에 살고 있는 선녀들도 빛의 화신자 삶과 죽음의 경지를 초월한 불로불사의 존재들이 들이고라고 했다.
그중에 선임 선녀가 자미어 선녀였다.
자미어 선녀는 우리들의 방문을 기뻐하며 운상루(雲上樓)로 안내했다. 운상루는 구름 위에 지어져 있는 누각이었다. 운상루에 올라가니마치 구름 위에서 누각이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고, 술이 담겨 있을 것 같은 붉은 병들도 선반 같은 곳에 진열되어 있었다.
아직 단 신선의 모습은 눈에 띄지 않았다.
“잠시 후 단 신선을 뵙게 될 것이니 구경 잘하면서 기다려라.” 하고 자미어 선녀는 자리를 떴다.
운상루에서 루디 산의 절경을 내려다보니 말그대로 천상계의 선경이 따로 없었다. 구름 속에 숨어서 살짝살짝 보일듯 말듯 고개를 내밀고 있는 산봉우리들이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새소리들, 그리고 구름인지 꽃인지 분간 못할 만큼 뒤덮고 있는 복사꽃의 물결…. 도무지 이곳이 죽어서나 찾아와 구경할 수 있는 세상인지 살아서도 방문할 수 있는 딴 세상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루디 산의 절경에 마음을 빼앗기고 넋 나간 모습으로 구경 삼매경에 빠져 있을 때 홀연히 한 신선이 구름을 타고 나타났다.
그 옆에는 시종드는 선녀도 함께 대동하고 있었다.
시종드는 선녀가 우리들에게 “루디 신선께 인사 올려라." 라고 지시했다.
그 신선은 자비로운 미소를 얼굴 가득 머금고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샤르비네와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그 신선에게 대례를 올렸다. 두 손을 앞에 모으고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대례였다.
“어서 오너라. 나의 사랑스런 강아지들아..."
우리의 인사를 받고 루디 신선이 이렇게 말했다.
루디 신선이 단 신선이었다.
단 신선은 샤르비네와 나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가볍고 다정하게 포옹도 해주었다.
높게만 생각했던 불로불사 신선이 우리들을 손자처럼 반갑게 맞아주니 금세 경직되었던 마음이 편안해졌다.
단 신선이 먼저 둥근 테이블의 의자에 앉고 우리들에게도 앉으라고 권했다.
우리들이 자리에 앉자 시종 선녀가 붉은 술병을 들고 와서 단 신선과 우리들에게 술 한 잔씩을 따라 주었다. 술의 색깔은 하늘처럼 푸르렀다.
단 신선이 먼저 술잔을 들면서 우리들에게 마시도록 권했다.
술에서는 마시기도 전에 좋은 향기가 풍겨져 나왔다.
단 신선을 따라서 술을 마시자 아름다운 향기는 금세 혈관을 따라 온몸으로 퍼지고, 달콤한 술기운도 온몸으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술 한 잔을 하고 나니 한없이 마음이 넓어지고 기운이 샘솟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기분도 매우 좋았다.
"술맛이 괜찮느냐?"
단 신선이 술을 마신 우리들에게 질문을 했다.
“좋아요.”
샤르비네와 나는 함께 대답을 했다.
“불로불사 신선들이 마시는 신선주다."
단 신선은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불로불사 신선주를 마신 기분은 구름에 떠 있는지 허공에 앉아 있는지 구분이 안 되는 것 같았다.
"무엇이 궁금해서 나를 찾아왔느냐?”
단 신선이 기분이 밝아진 우리들을 향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샤르별에서 살고 있는 샤르비네 선녀이고 이쪽은 지구에서 우리들 세상을 방문한 샤르앙 신선이랍니다. 샤르앙의 고향이 지구 동방신선의 나라이기도 하구요."
샤르비네가 이렇게 설명을 하자 단 신선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샤르앙은 루디 신선님의 혈통을 이어받은 후손이라고 생각되어 진 즉부터 뵙고 싶었답니다."
단 신선은 여전히 자비로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만 있었다.
말없이 듣고 있는 단 신선에게 내가 참다 못해 질문을 던졌다.
"정말로 신선님은 지구에서 태어나고 살았었나요?"
이윽고 단 신선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
“그렇다. 내가 태어난 곳이 지구요. 지구에서 살다가 이곳에 왔다.”
그 말을 듣고 내 마음은 깊은 충격과 함께 정적의 기운이 몰려오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을 먼저 꺼내야 할지 말문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때 단 신선이 손수 자신의 술잔에 신선주 한 잔을 따라서 채운 후 우리들에게도 한 잔씩을 더 따라주며 마시라고 권했다.
신선주 한 잔을 단숨에 마시니 기분은 아까보다 더 좋아졌다. 그래서 단 신선에게 당돌하게 질문했다.
“지구에서 태어나신 신선께서 고향을 버리고 이곳으로 찾아와 살고 계시는 목적이 무엇인가요?"
단 신선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내 혈통의 본래 고향을 찾아온 것이다."
"진짜 신선님의 혈통이 샤르별에 그 뿌리를 두고 있나요?"
"그렇다."
“그러면 제 혈통 속에도 신선님의 혈통과 똑같은 피가 흐르고 있나요?"
"그렇다."
"그렇군요. 이제까지 들어 왔던 소문들이 사실이었군요."
“네가 지구 동방의 신선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샤르앙은 나의 후손이요. 내 혈통의 후계자가 틀림없다."
"그러면 제가 신선님을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되나요?“
“그렇고말고...."
"할아버지가 지구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아온 연륜은 얼마나 되지요?"
“지구의 나이로 환산하면 5천 세가 넘는구나."
"그동안 한 번도 죽음을 경험하지 않고 육신을 입은 몸으로 지금까지 불로불사하셨다는 의미군요?"
“그렇다. 나는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죽음을 맛보지 않았고 5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 불로불사하며 빛의 몸으로 화신하여 신선으로 살고 있다."
“정말 자랑스런 제 조상이며 저는 영광스러운 할아버지의 후손이군요?"
“그렇구나. 영광스런 나의 후손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어 내 기분도 좋구나.”
“그러면 할아버지….”
"오냐, 어서 말하렴."
“제 조상의 할아버지가 불로불사의 신선이라면 그 혈통과 유전인자를 물려받은 그 후손인 저도 할아버지처럼 불로불사하며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올까요?"
"내 새끼니까 당연히 그렇겠지.”
"어떻게 살면 저도 할아버지처럼 불로불사의 길을 걸을 수 있지요?""첫 단계가 있다.”
"첫 단계가 무엇인가요?"
"150세를 살아라. 150세를 넘으면 불로불사의 길이 열릴 것이다."
"지구 인류들 중에서 현재 150세를 넘긴 사례를 보지 못했어요.”
"아니다. 그 존재들을 네가 모르고 지낼 뿐이다."
“그러면 지구에는 현재도 150세를 넘기고 불로장생하는 인류가 살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오냐...."
"150세를 살면 불로불사의 길이 열린다는 의미가 무언가요?""150세를 넘기면 스스로 몸 속에서 불로불사의 프로그램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단계가 무엇이지요?"
"300세를 넘기는 일이다."
"300세를 넘기면 어떤 변화가 나타나지요?"
“삶과 죽음의 모든 이치를 깨달아 물질적 구조의 몸이 빛의 구조로 바뀌기 시작하고 1,000세를 지나면 비로소 완전한 불로불사의 몸으로 화한다."
"할아버지도 그러한 단계를 모두 거친 후 지금은 육신의 몸을 입고 불로불사하며 5,000세를 넘기고 신선으로 살아가시는군요?""그렇다."
“지구에는 할아버지 외에도 불로불사의 몸으로 살아가는 신선들이 존재하나요?"
“도를 닦아 신선의 경지에 도달해서 살고 있는 도통의 신선들이 지구에서 살고 있다.”
"입산수도하여 도를 닦으면 도사가 되어 죽지 않고 산다는 소문이 있던데 그런 소문이 사실인가요?"
“도사란 어느 한 분야의 최고 경지에 다다랐을 때 붙여 주는 이름이고, 불로불사의 신선들에게 붙여 주는 이름은 도통자이다. 300세를 넘기면 누구나 도통의 경지에 다달아 불로불사의 삶을 열어갈 수 있다."
"300세를 넘긴다는 것은 불로불사의 삶에 입문하는 중요한 단계군요?"
"그렇다. 150세를 넘기면 몸 속의 불로장생 프로그램에 의하여 300세를 맞이할 수 있고, 300세를 넘기면 다시 불로불사의 프로그램이 몸속에서 작동되어 1,000세의 수명을 바라보게 된다. 1,000세를 넘기면 완전한 빛의 화신자가 되어 불로불사의 경지에서 신선으로 살아가게 된다.”
“제가 그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할아버지가 도와 주세요."
“불로불사의 처방이 이곳 샤르별에 있으니 잘 배워 가서 지구의 인류들에게 전하도록 하여라. 지구도 본래는 지상낙원이요 무릉도원의 선경세상이었으나, 지금은 정신들이 오염되고 육신이 오염되어 그러한 세상의 면모를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제 그 세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할 때가 되어 네가 이 세상을 찾아왔고, 이 세상의 모든 법도를 익혀서 지구에 전파하여 무릉도원의 선경세상을 부활시키도록 하여라.”
“제 작은 힘이라도 보태서 무릉도원 선경세상이 지구에서 다시 부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우리 손자가 하는 일에 많은 힘을 보태줄 것이니 큰 사명감을 가지고 노력하도록 하여라. 그러면 지구에서 살고 있는 불로불사의 신선들이 너를 도와 줄 것이다.”
“장차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갈지 할아버지는 알고 계시나요?"“장차 지구는 하늘의 약속대로 큰 빛이 나타나고, 큰 빛의 날개 아래 많은 빛의 무리들이 모여들어 잃어버린 낙원을 회복할 것이다. 그 모든 결과는 빛의 존재들에게 달렸으니 너는 빛의 존재들이 큰 힘을 발휘하도록 힘을 보태주어야 할 것이다."
"빛의 존재들이 역할을 다하지 못할 때 어떤 결과가 올까요?"
"우주의 피난선에 올라 지구를 탈출해서 피난처를 찾아가지 못하면 생존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지구가 마지막 운명을 고하는 순간에는 지구의 산들이 무너지고 바닷물이 넘칠 것이며 땅속의 불길이 치솟아온 땅을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그 무서운 순간이 지구에서 찾아오지 않기를 할아버지께서 기원해"주세요."
“나도 그러한 불행이 지구에 찾아오지 않기를 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마음들은 하늘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니 빛의 존재들이 지구에 많이 나타나서 제 역할을 다할 때 지구의 절망적인 운명은 역전될 것이다."
“비록 지구의 절망적인 순간이 다가와도 할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지구를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그 부탁은 내가 너에게 하고 싶구나.”
"저는 마지막까지 지구와 운명을 함께 할 것입니다.”
“기특하구나. 너와 같은 빛의 존재들이 지구에 많이 나타나면 어떤 불행도 멀리 사라지고 말 것인데....”
이런 말을 마치고 단 신선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다시 단 신선에게 신선주 한 잔을 더 청했다. 신선주 한 잔을 마시고 나니 조금 전의 슬픈 감정들이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지구로 돌아가기 전 다시 한 번 들려다오. 너에게 꼭 들려 줄 말과 전해 줄 물건이 있으니...."
루디 산을 떠나기 위해 춘우셔시 하늘자동차에 오르려 하자 단 신선이 우리들을 다정하게 포옹하며 남겨 준 말이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5 <샤르별의 자연, 문명과 신선 인류들>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고맙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