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에 오는 이별은
멀찍이 서서
건너지도 못하고
되돌이키지도 못하고
가는 한숨 속에 해소처럼 끊어지는 이별이다
지금
오는
이
이별은
다 져서 질 수도 없는 이별이다
-『중앙SUNDAY/시(詩)와 사색』2024.10.05 -
손가락에 붉은 잉크가 묻었습니다. 펜을 들고 몇 글자 적었을 뿐인데 그새 손톱 밑까지 붉게 물들었습니다. 비누로 손을 씻습니다. 색이 조금 연해졌을 뿐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마치 손끝이 단풍 같습니다. 마른 가지 끝에 매달린 붉은 잎을 닮았습니다. 한나절을 바쁘게 보내고 다시 손끝을 보니 어느새 색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공연히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이런 방식의 이별은 잉크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가을날 나뭇가지에 매달리는 붉고 고운 단풍이든, 누군가에게 물든 기억이든. 어느 틈에 흩어지고 지워지는 것을 우리는 막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