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목소리’라는 표현은 엠마 커크비에 관한 한 ‘찬사’가 아니라 그의 음악이 지닌 독특한 매력을 ‘냉정하게’ 요약한 단어입니다. “음악이 인간으로 하여금 천사의 환희를 엿보게 해주는 수단이라면 음악가는 시름을 달래주고 ‘무거운 영혼’을 위안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할 것이다….”(1990년 / 엠마 커크비) 이 말을 들어보면 커크비 자신도 ‘천상의 목소리’라는 표현이 싫지는 않은 모양입니다. 엠마 커크비는 옥스포드에서 고전학을 공부한 뒤 제시카 캐시에게서 노래 수업을 받았습니다. 고전학을 전공한 사람답게 자기의 음악에 대해서도 주관이 뚜렷합니다. 평론가 노엘 오리건은 그의 음악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스타다. 왜? 어째서 한 성악가가 다른 많은 훌륭한 성악가들 중에서 더욱 뛰어나게 보이는 걸까? 대답은 물론 질문 속에 있습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있기 때문에 두드러져 보이는 것입니다. 우선 성악가로서의 테크닉-소리의 유연함과 정확성, 그리고 이 모든 요소를 노래에 맞도록 적절히 구성하는 능력-을 꼽을 수 있습니다. 둘째, 그의 지성과 학식과 통찰력에서 나오는 탁월한 해석도 빠뜨릴 수 없을 겁니다. 셋째, 명료한 발음, 모든 단어에 정확한 무게를 실어주는 섬세함, 자유로운 언어 구사 능력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중세 프랑스어, 라틴어)도 한몫을 합니다. 끝으로 목소리 그 자체! 그의 목소리는 바로 그의 성품을 느끼게 해줍니다. 신선하고, 열려있고, 솔직하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아주 선량한 사람일 거라는 느낌이 들고, 실제로 그는 아주 선량한 사람입니다.” 엠마 커크비의 레퍼토리는 12세기의 힐데가르트 빙엔 등 중세 음악, 존 다울랜드,토머스 탈리스 등 영국 르네상스 음악, 비발디 바흐 헨델 등 바로크 칸타타와 종교 음악들, 모차르트의 아리아와 모테트 미사곡 등에 걸쳐있습니다. 가장 깨끗한 목소리로 부른 가장 경건한 종교 음악이 가장 달콤한 연가처럼 들리는 것은 자못 역설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절대자의 사랑 안에서 느끼는 행복감과 세속적인 사랑이 주는 가장 큰 기쁨을 음악에서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