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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앗!!!!! 지금 내 꼴..!!
서로 놀란 우리는 빤히 상대를 바라보았다.
"어머?"
".........."
"...오영주네? 근데 너 길거리 한 복판에서 뭐 하니?"
"........."
"난 웬 미친 애가 중얼거리길래 아픈가해서 보는데 너네?"
"......뭐?"
손으로 머리를 가라앉히며 김래희를 마구 째렸다.
"...거진 줄 알고 100원이라도 주려고.."
......착하다 착하다, 이렇게 열 받게 착한 애 첨 본다.
"....그러냐?"
"..응...너무 안돼보여서. 근데 내일 시험인데 그 꼴로 이 사간에 뭐해."
"그러는 넌."
"난 학교 도서실에 있다 이제.."
어이쿠 맙소사. 학교에 갈 걸!!
"........."
그리고 말이 없는 오영주. 뭐라 말해. 시험 전 날 엄마랑 싸우고 집 나왔다고?
뚫어지게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래희에게 어느 새 엉뚱한 말이 나왔다.
".... 근데 100원이 뭐야."
"응? 그 게 무슨.."
"이왕 불쌍하다니 나 밥 좀 먹여다오."
"..뭐?"
"니네 집 어딘데. 앞장 서."
"어머 얘~"
당황하는 래희의 팔짱을 꽉!!! 꼈다.
밥 주기 전엔 절대 안 떨어진다는 의지를 피력하니 ...당황하던 래희가
픽 웃는다.
"..그럴래?"
"그렇다."
"..그래... 그럼 가자. 근데 엄마 집에 안 계셔서 밥 없는데 피자라도 사갈까?"
아따 이 기집애 돈 많나 보네... 어디서 대뜸 그 비싸다는 피자 소리가 나와..
"...찬 밥도 없어?"
"..글쎄.."
"..일단 가자. 가서 생각 해."
"..그래."
래희에게 매달리느라 우리 둘이 엉금 엉금 걷게 됐다.
"..저기 오영주- 팔 좀.."
"안돼!! 그렇게 말하고 도망가려고!!"
"내가 왜.."
나는 그래. 왜 가물치 눈에는 가물치만 보인다잖냐.
내가 그런 인간이라 남도 못 믿어.
..라고 말 할수 없는 관계로 걍 입만 다물고 래희를 재촉했다.
그런데....래희네 집이 우리 아파트였다니...
게다가 옆 동이다.
"...너 여기 살았어?"
"응? 어....얼마 전에 이사왔어."
사근 사근 말하는 폼이 왠지 향긋한 냄새가 나는 듯도 했다.
얘 진짜 이런 앤거야? 근데 왜 난 저항심이 마구 생기냐..
집으로 들어서자 래희가 에어콘을 틀었다.
...오왓!! 그 말로만 듣던 에어콘 아냐?
그러고 보니 집이 꽤 사는듯 부티가 반짝 반짝 났다.
바닥에 앙증맞게 앉아 있는 선풍기는 히타치? 그 게 어디 제품이지?
일젠가? 오..... 둘러보니 모두 소니, 에머슨...이라는 요상한 브랜드 제품 뿐이었다.
아마 다 외제인가 보다.
정신 없이 둘러보는데 래희가 어깨를 살짝 건드린다.
"...배고파?"
"응? 으응.."
뻔뻔하게 대꾸하자 래희가 웃으며 욕실을 가리켰다.
"...음식 시켜 놓을테니까 먼저 씻어..."
"응?"
남의 집에 와서 씻으라고? 싫은데..
나도 보면 꽤 까다롭다는 말 많이 듣는다. 친구 집에서 자 본 적도
별로 없고 밥도 집 밥만 찾고.
그런데 이제와 별로 안 친한 반 친구 집에서 홀딱 벗고 씻을 리가 없잖은가.
..그런데 땀 냄새가 나는 듯도 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머뭇거리는데 래희가 수건을 가져와 떡 안겨준다.
서비스 정신이 강한 앤가 보다.
공주과인 줄 알았는데 의외네?
별 수 없이 욕실로 들어갔는데.. 장미 문양이 새겨진 타일이 깔린
욕실은 우리 집과 달리 아.름.다.웠.다.
...말하기도 쑥스러웠지만 그랬다.
여기도 외제 비누가 가득하다. 옆에 있는 통을 무심코 들었는데 빅토리아 시크릿(
미국의 속 옷 제품회사)이라고 써 있었다.
뚜껑 한 쪽을 미니 열린 방향으로 장미향을 풍겨왔다...
래희는 장미 매니아인가보다.
안 씻는다더니 결국 머리까지 감고 나왔다. 흐~ 난 동물인가 봐. 아무데서나 적응해.
래희 방에 앉아서 둘러 보는데 역시 머리에 물방울을 흘리며 들어오는 원피스 차림의
래희가 나를 보더니 또 예의 그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같이 웃어 주었다. 히...
스킨을 주길래 받았지만 이 걸 발라야하나? 난 베이비 로션만 쓰는데..
슬쩍 옆으로 밀어 놓고 래희에게 물었다.
"근데 저 포스터는 누구냐?"
듣도 보도 못한 잘 생긴 놈이 째려 보고 있다.
"아...내가 좋아하는 왜놈이야."
"누군데.."
"배구 선수. 잘생겼지."
갑자기 생기가 넘쳐서 눈을 반짝이는 래희에게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달려 든 래희가 침대 아래로 몸을 굽히더니 웬 상자를 꺼낸다.
상자엔..일본 잡지가 가득했다.
"....뭐 뭐야?"
"내가 모은 잡지. 이 거 사느라 반포동까지 가고 그래."
"반포동? 거긴 왜."
"구반포에 일본 잡지 파는 서점이 있거든. 강남 애들은 그런 거 빠르잖아."
"그러냐?"
래희가 남자들 사진을 계속 보여줬지만....흥미 없는데....
시큰둥하게 대꾸하니 나를 살피돈 래희가 일어서서 연예 잡지를 가져왔다.
"....너 장국영 좋아해?"
"......어? 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영웅본색의 그는 정말 내 이상형이야~~~
(*영웅본색- 제 인생 최고의 영화. 베스트 10!!! 안에 드는 멋진 영화입죠.)
"..그럼 이 거 너 가져."
래희가 준 잡지에 나와있는 장국영은 나도 안 갖고 있는 초창기 사진이었다.
감격에 겨워 입만 다물던 나는...
"언니!!!!!!! 평생 언니로 모실게요!!"
라며 래희에게 달려들었다.
..래희는 내 행동에 놀란 듯하더니 곧 이 잡지 저 잡지 다 끄내온다.
따봉!! 오늘 봉 제대로 잡았다. 보물들 속에서 신나라 웃었다.
래희는 이제 내 베스트 프렌드야! 푸하하하하하~~
흥분을 가라 앉히고 공부를 하려 밥상을 폈다.
심장이 두근~! 아..좋아. 래희는 정말 착한 애였구나.
내가 그 동안 재수 없다고 엄청 씹었는데 미안해오네 그려.
이렇게 천사 같은 앨....
그런데 수학 책을 보던 래희가 얼굴을 찌푸리며 답안지를 보더니...
침대 밑으로 손을 집어 넣어 담.배.를 꺼낸다.
헉!!!!
놀란 얼굴을 어찌해야하나. 얘 무의식 중에 내가 있다는 걸 잊은 건가?
그러나 들려 오는 얼굴은 심상했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너도 필래?"
"..뭐?!!"
나도 모르게 지르고 말았다.
떨리는 손을 들어 손가락질 했다.
"...너 너 담배 펴?"
"응? 응."
"왜!!!"
내가 그랬다. 담배 피는 아이 날나리. 아니 초 초 날나리.
그런데 범생이 김래희가 담배를....?
"...왜냐고? 글쎄~ 왤까아?"
탁자를 손으로 톡 톡 두드리며 눈을 굴리는 래희.
......이 자식 이 거 의외로 데인져러스한 놈일세..
"담배 꺼."
생각할 새도 없이 말이 튀어나왔다.
"...내가 왜."
"꺼! 안 끄면...안 끄면...."
안끄면 어쩌지? 집 나간다고 그래? 아니지..그 건 내가 불리해.
떠듬 거리는 나를 픽- 비웃는 래희를 보던 나는-
"안 끄면 니네 자라 잡아먹어버린다!!!"
"......뭐?"
래희는 학교에서 자라를 키우고 있었다.
별 징그러운 놈이 같은 수조에 있던 우리 조 미꾸라지를 다 잡아먹는 바람에 열이
받아 언젠가 저 놈을 잡아 먹어 우리 미꾸라지들의 원수를 갚겠다고 농담한
적이 있었다.
결국 내 성화에 담배를 지져 끈 래희의 얼굴에 의외로 만족스러운 웃음이 피어 올랐다.
"....누가 나 걱정해 주는 거 좋다."
"뭐?"
"...화내며 담배 끄라는 말 들으니 좋다고."
..........그 때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한마디 해보라면...
별 썰렁한 느낌이었다.
평생을 북적거리는 집과 친구들 사이에서 보낸 나로선 알 길이 없던
외로움이라는 걸 실제로 맛 본 느낌이랄까..
애들 얘기로는 래희는 엄마랑 둘 만 산다던데 그래서 그런가 보다.
그리고 아마도 그 때부터 래희가 내 삶의 일부가 된 듯하다....
풉-
어렸지....픽- 그 때 생각을 하며 웃는데.
.....음? 털 발이 툭 툭 건드려 온다.
...아사달이다....
우리 집 똥개 아사달.
똥개 주제에 어쩜 저렇게 똑똑한 건지. 아주 주인 알기를 아사달 알 듯한다.
그릇을 입에 물고 와 내 앞에 내려 놓는 폼이 꼭.
"얘 아가야~ 나 밥 좀 다오~" 하는 시아버지 같으시다.
하긴.... 이제 15세인 아사달은 갈 때가 진작 넘은 주책 맞은 개였다.
덜 덜 떨면서도 옆 집 개와 사랑을 불태우는....
이그 남자들이란 인간이나 개나.
그나 저나 내일 옷 뭐 입고 가지? ...피곤해....
인영이는 답사차, 준비 차 오늘 밤 먼저 간다고 하던데, 래희도 가려나?
나도 갈까나.... 아니지. 그 건 넘 속 보여.
굽힌 무릎을 팔로 감싸고 거기에 머리를 기댄 채 마루 미닫이 문 밖으로 펼쳐 진
동네를 바라보았다.
마침 시간도 적당히 센치하기 좋은 해질 녁이었다.
하루를 몽땅 바람을 느끼며..시간을 느끼며 보냈다...
그러나 머리는 영 흐릿하기만 하다.
소원은.....그렇게 함부로 비는 게 아니다...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내 소원은 영원히 이루어 질 수 없는
줄로만 알았기에.....신은 내 소원에 귀를 닫은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이제 알게된 것은...그래서 이인영이 내 것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가슴을 부서지게 했던 희망이란 거품은 현실이란 중력의 무게로
다가와 짓누른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나 역시도 래희가 내 삶에 이 만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만약 래희를 잃을 경우...나는 내 인간 관계를 모두 포기해야만 하는 대가를 치뤄
야 할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 하지만...어느 게 더 손해인 걸까...
유리 거품 같은 심장을 얻느냐.... 따듯한 공기로 감싸 줄 일상의 소중함을 외면하지
않느냐... 어느 쪽이냐하면 나는 아주 많이 평범한 쪽이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부부 갈등을 우리 부모님이 내비치신 적도 없고, 유행가 가사
에서 흔히 나오는 이루어지지 못할 절실한 사랑을 한 적도 없다.
선택 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기회가 온다면 나는 어떤 쪽을 향하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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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없이 돌아와 죄송합니다.
긴 얘기지만...일단 아우어 스토리 책으로 곧 나옵니다.
전면 수정 중인데요. 좀 다른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인생극장도 밝은 쪽으로 바꿔서 쓸 거구요. 사이드 스토리라고
새로 쓰는 게 있슴돠. 이 건 올릴까 ,책에 넣을까 고민 중이예요..
보고 싶죠, 보고 싶죠? 히히히~!
표절 건도 이제 결론 날거예요. 전 정신청하고 이윤세씨는 절 명예훼손으로
고소했으니 이제 법 앞에서 이 게 베꼈냐 ,안 베꼈냐 판명 날겁니다.
더블페이크는 정말 어려운 소설이예요..
역사 공부랑 병행하고 있거든요. 아... 러일 전쟁...
요즘 교황의 연인이란 책을 읽었는데 재미 없더군요......
그런 류의 책은 <아도라> 가 정말 재밌는데.
꼭 보세요. 정말 재밌어요~~!
암튼 계속 소식 전할게요~~
답 글은 무조건 메일로 감사 표시하겠습니다.
전 둘만 하는 얘기를 좋아해서요~~ 답 글로 읽기 즐겁다는 분들!
저도 즐거워요! 요즘 다시 아우어 쓸 때 기분 살아나고 있습니다.
글 쓰는 거 외엔 다 귀찮고, 밥 굶어가며 쓰던 아우어 스토리..
이 것도 다 써 놨지만 에피소드가 자꾸 추가되요...
앞으로 정말 재밌어 질거예요.
왜냐고요? 제가 재밌으니까요..하하..
좋은 하루 되세요!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 장편 ]
1994년 어느 늦은 밤 10편
송정실
추천 0
조회 303
05.08.06 13:3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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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헉 설마..... 아우어 스토리 님이 쓰신거였어요? 정말요? 말도안돼... 이럴루가...... 저 한때 그 이야기에 미쳤었는데.. 님 우리 친하게 지내용. ㅎㅎㅎㅎㅎㅎㅎ
이 글도 늘 재밌게 보고 있답니다. 자꾸 옛생각을 하게 해요... 대사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거든요.. 화팅!!!!!11
화팅!!!!! 푸하~!
1박2일로 여행갔다가 와서 바로 컴터 켜서 봅니다! 앞으로도 건필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