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60주년 기념 문집
'다시 가꾼 師苑' 에서
이목상 10회 후배의 글을 소개합니다.
내 삶에 초석이 된 대구사범학교
대구사범학교 졸업 60주년이라니
놀랍기도 하고
여러 가지 옛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나는 왜관 순심중학교를 졸업하고
경북고등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우리집 경제 사정이 어려워
대구사범학교에 진학하였는데
그것을 보면
나는 일찍 철이 든 것 같다.
사범학교에 입학하니
힘던 과목이 많았는데
특히 예능과목은 재능이 없었다.
여학생이 하는 것으로만 여겼던
무용의 스텝 밟기도
잘 따라하지 못하였고
도미솔 화음이나
도파라 화음으로
반주를 넣어 처야하는
오르간 실습은 너무나 어려웠다.
강당에서 합동 무용시간에
남들은 쉽게 잘하는
스키핑 스텝을
제대로 못하고
박은복 선생님께서
나만 앞으로 나와서 하게 하시고는
'저것 봐라, 저것 봐라' 하셨는데
그 후 내 별명이
'스키핑 스텝'이 되었다.
2018년
김관용 지사가 동문들을 초청하여
인사말을 하는 도중
나와 눈이 마주 치자
'스키핑 스텝'이라면서
손짓을 했다.
입학후 나는 머물 곳이 없어서
병설중학교 앞 언덕에 위치한
방 2개인 합숙소에서 2,3학년 선배
다섯분과 같이 자취를 하였다.
이 곳은 고 김재덕 선생님께서
덴마크의 협동조합에
깊은 관심을 갖고
양, 돼지 등의 가축을
시범적으로 사육하는 데
인력이 필요해서
운영했던 숙소였는데
막내로서 취사 준비, 청소 등이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숙소가 교내에 있어
등교 전 아침 시간에
여유가 있을 때는
오르간 연습실에 가서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을 하였지만
별 진척이 없었다.
특히 양손을 크로스 하여 치는
'즐거운 농부'를
제대로 못해
고 한창희 선생님으로부터
꾸중을 듣기도 하였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요즈음도 술자리에서
노래나 춤을 춰야 할 분위기면
빠져 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초, 중, 고 12년간
나의 미술 작품이
3학년 때 단 한 번
교실 뒤 게시판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그것을 본 순간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교육이란
피교육자가 갖고 있는
재능을 끌어내어 개발하는
것이라고 한
그 정의가 지금 생각해 보니
너무나 타당한 것 같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과목이
전인적 인격 형성에
크게 기여 하는데
그때 좀 더 열심히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쉽고
색스폰이나 하모니카 등
악기를 연주하는 친구를 보면
나도 저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부릅기만하다.
나는 사범학교 3년 동안에
처음에는 합숙소에서
자취를 하였고
나중에 입주 가정교사로
숙식을 해결하였다.
가정교사를 할 때
지도한 학생의 성적 향상을 보면
보람과 긍지를 느꼈지만
학생 어머니의 지나친 간섭으로
가슴 쓰린 사연도 많았다.
그 때 고생이
내 인생의 토양이 되고
영양분이 된 것 같다.
능력 사회에서
교육이 열악한 환경에 있는
학교에서 훌륭한 교사가
봉직할 때 인적 자본 육성과정을
평등하게 만들 수 있는
아주 중요하고 보람있는 직업인데
나는 적성에 맞지 않고
내 능력도 부족하여
교직에 30개월 재직하고
군 복무룰 마친 뒤
다른 새로운 길을 찾고자
교단을 떠났다.
1966년
일반 행정직 9급으로 출발하여
힘든 생활 끝에
사법 및 행정요원 예비시험 등을 거쳐
1971년 행정고시(10회)
에 합격하여
국세청, (구)재무부에서 근무하여
1998년
중부지방국세청장으로
32년 공직생활을 마감 하였다.
우리 생활이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조세의 전문 관료로서
조세 정책 및 집행에
공과 사를 구분하고 자신에게
가혹하리만큼
엄격하게 나름대로
혼신의 힘을 다한다고 했지만
후회와 미련이 많다.
직장에 있으면
일반 고등학교 출신들은
끌어주고 밀어주는
선후배들이 많지만
나는 혼자여서
승진 보직에 있어서
신상이 고달팠지만
누구에게 신세질 것 없이
홀로서기로 살아온 것이
바람직했음을 나중에 깨달았다.
'아름다운 삶을 누리자'라는 교훈과
사범학교 정문에 들어서면
커다란 바위에 새겨진
'너희는 먼저 그 나라와
그 의를 구하라'라는 말씀을
늘 가슴에 품고
내 인생에 있어 바꿀 수 없는 것은
마음 편안히 받아 들이면서
황혼기를 잘 살아가가고 있다.
지금 그 때를 되돌아보니
모교에 대한 고마움이 살아 나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귀한 우리 동창을
갖게 해준
내 삶의 초석이 된
대구사범학교에
깊이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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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10회 이목상 - 내 삶에 초석이 된 대구사범학교
靑山 노승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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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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