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10야드 짧아졌지만, 재미는 10배로 늘어난다. 전 세계 정상급 골퍼 96명이 출전하는 '꿈의 무대' 미 PGA 투어 '더 마스터스(The Masters)'가 9일 밤(한국시각)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그 막을 올린다.
마스터스는 1990년대 후반부터 거세게 불기 시작한 골프장들의 거리 늘리기 경쟁을 중단했다. 지난해 7445야드였던 코스를 오히려 7435야드로 줄였다. 악천후일 경우엔 7번홀(파4)과 15번홀(파5) 티 박스를 더 당길 예정이다. 지난 수년간 춥고 비 오는 날씨 속에서 지루한 파 세이브 경쟁을 지켜봐야 했던 갤러리에게 이번엔 화끈한 버디와 이글 쇼를 선사하겠다는 대회 조직위원회의 결단이다. 빌리 페인 조직위원장은 "제73회 대회가 역대 최고의 명승부가 벌어질 요인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우즈와 미켈슨의 빅뱅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영원한 2인자' 필 미켈슨이 정면 충돌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우즈는 최근 우승으로 '사냥 본능'을 되찾았고, 미켈슨은 올 시즌 이미 2승을 올렸다. 마스터스에서 우즈는 통산 4승, 미켈슨은 2승을 올릴 만큼 이 대회와 깊은 인연을 지니고 있다. 미국 전문 사이트 '골프 온라인'은 1960년대 잭 니클라우스와 아널드 파머가 벌였던 라이벌 열전이 올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우즈는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그랜드슬램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고, 미켈슨은 "우즈와 함께 챔피언조에서 승부를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3연속 메이저대회 우승에 도전하는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 차세대 선두 주자로 꼽히는 앤서니 김도 유력 우승후보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 ‘인간이 만든 최고의 코스’로 불리는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의 11번홀(파4·505야드)은 12번홀(파3·155야드), 13번홀(파5·510야드)로 이어지는 마스터스의 상징‘아멘 코너’의 출발점이다. 수많은 골퍼들이 이 홀에서 골프의 어려움을 새삼 절감하며 탄식을 내뱉었다. 지난해 평균 스코어 4.35로 난이도가 가장 높았고, 지난 25년간 평균 스코어도 가장 높았다. 연습라운드 11번홀에서 퍼팅을 하는‘골프 황제’타이거 우즈에겐 어떤 예감이 들었을까./AP연합뉴스
◆타이거도 겁내는 4번홀
마스터스는 늘 '아멘 코너'로 불리는 11번홀과 12번홀, 13번홀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4번홀(파3·240야드)이 최대 승부처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보다 거리가 35야드 늘었고, 깊은 벙커가 그린 좌우를 위협하고 있다. 변덕스러운 바람까지 불어 클럽 선택을 어렵게 한다. 장타자는 롱 아이언을 쓰고 상당수는 하이브리드 클럽과 페어웨이 우드를 선택하고 있다. 어지간한 아마추어는 드라이버로도 미치기 어려운 거리이다. 연습라운드를 마친 우즈는 "2번 아이언과 5번 우드를 다 가져온 이유가 바로 4번홀 때문"이라며 "파를 지키는 것이 쉽지 않은 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젊은 피'와 한국 선수들의 도전
이번 대회엔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이진명)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이시카와 료(일본) 등 인기와 실력을 겸비한 10대 3명이 출전한다. 지난해 US 아마추어 챔피언 대니 리는 유럽투어 조니워커클래식 우승으로 프로 못지않은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우즈가 "아름다운 스윙을 지녔다"고 격찬한 매킬로이는 유럽투어 우승과 액센츄어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8강에 오른 정상급 골퍼. 이시카와 료는 일본의 '골프 아이콘'으로 장타를 앞세운 호쾌한 플레이를 한다.
한국 골프의 간판 최경주는 2004년 3위 이후 최고의 성적에 도전한다. 최경주는 "러프가 없고 퍼팅 라인이 정직한 마스터스가 가장 자신 있는 메이저 대회"라며 도전의욕을 보였다. 올 시즌 첫 PGA투어 우승의 감격을 맛본 양용은은 2007년 이후 2년 만에 마스터스에 출격한다. SBS와 MBC ESPN이 중계한다.
조선일보 민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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