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를 주제로 한 소설의 출현과 생태의식의 심화 확대
김종성(소설가, 전 고려대 문화창의학부 교수)
1960년대 초에 시작된 한국의 산업화는 정부 주도하에서 독점자본이 형성되고 이에 의해 자본축적을 추구하는 산업의 고도화 과정이며, 또한 자본․기술․시장 및 부존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여서 세계경제 체제에 점점 더 편입되는 과정으로 특징지워진다. 이러한 한국의 산업화 과정은 부정적인 요소들이 증폭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히 농림·어업 등 1차산업을 고려하지 않고, 공업단지를 건설해 기업을 지역적으로 집중시키는 정책을 펼치기 시작하고부터 심각한 환경문제가 발생했다. 그에 따라 한국의 작가들은 생태계와 인간성을 파괴하는 박정희 정부의 개발위주의 성장정책에 대한 생태학적 성찰을 하게 되었고, 홍성원의 중편소설「폭군」(1969년)을 필두로 환경문제에 대한 문학적 대응으로 환경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작품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호랑이를 매개로 자연생태계에 대한 인간들의 인식을 이야기한 「폭군」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군사독재 정부를 알레고리 수법으로 비판하면서 생태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이문구는 그의 연작소설 『관촌수필』의 하나인「일락서산」(1972년)에서 대기오염에 의해 죽어간 왕소나무의 운명을 통해 산업근대화의 진전에 따라 농촌사회에서도 환경과 생태계 파괴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용성의「사해(死海) 위에서」(1976년)는 산업공단에서 배출되는 폐수로 인해 죽어가는 바다를, 공업단지의 경비초소로 배치받은 한 경찰관의 시선으로 오염된 생태계 속에서는 어떠한 생명체도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1960년대 말부터 출현하기 시작한 환경문제를 소재로 한 소설들이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 조세희․ 김원일․ 한승원에 의해 심화․확대되어 왔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년)은 환경문제의 원인을 자본주의 경제 제도나 사회의 불평등 구조에서 찾으려고 한다. 은강 공업단지의 독과점 대기업들은 하천이나 대기에 제대로 정화처리를 하지 않은 오염물질을 배출함으로써 오염물질 정화처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환경문제가 야기되었다. 그런데 독과점 대기업의 경영인들에 의해 저질러진 직접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난쟁이들의 몫이 된다.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는 사회적 불평등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다고 보는 조세희는『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에서 '난쟁이'로 상징화 된 소외 계층과 그 반대편에 위치한 지배 계층의 대립을 통해 1970년대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해부하고 있다. 조세희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우의와 상징, 장르 삽입과 장면 중첩 등 환상적 기법을 사용하여 타자의 전복과 해방을 통해 오히려 사실성을 강화한다. 노사 갈등, 빈부의 문제 등 1970년대 한국 사회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를 환상적 기법을 도입하여, 가진 자와 못가진 자의 계급적인 대립과 갈등이 마치 동화의 세계나 비논리적인 세계에 존재하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난쟁이들의 비참한 환경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현실이 아닌 환상이다. 난쟁이 아들 영수의 죽음과 부활, 그리고 영호의 꿈이라는 환상을 통해서만이 죽어가는 난쟁이들의 땅과 하천은 '반딧불과 팬지꽃'의 세상으로 되살아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희의 환영 속에서 머리 위 하늘을 일직선으로 가르며 날아가는 까만 쇠공은 난쟁이의 비극적인 꿈을 암시한다. 난쟁이가 피를 뚝뚝 흘리면서 까만 쇠공을 쏘아 올리는 장면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 환상성이 가장 두드러지게 묘사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학적 피라미드의 맨 밑에 위치한 녹색식물의 단계가 바로 그들이고, 그들 위에는 그들을 잡으려는 그 무엇이 세 층이나 있다는 영호의 말은 난쟁이의 삶의 고뇌와 고통이 그 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아들딸의 세대에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김원일의「도요새에 관한 명상」(1979년)는 콤비나트의 수질오염 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우리는 실전이 없달 뿐 아직도 전쟁 중임을 알아야 한다"는 윤소령의 말은 산업화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개발 독재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죽어가는 철새들의 생명과 병국의 아버지와 병국이의 삶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병국의 아버지는 한국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약혼자를 북에 두고 내려온 실향민이었다. 병국의 아버지의 삶이 분단에 의해 일그러졌다면, 병국의 삶은 독재정권에 의해 일그러진 것임을 살펴볼 수 있다. 김원일이「따뜻한 돌」(1981년)에서 다룬 직업병은 유산, 초산, 중크롬산 등에 의한 공업중독에 해당한다. 자신의 뱃속에 '돌덩이'가 있다고 생각하는 산모(영희)가 완구점에서 "울고 노래하고 손짓까지 하는, 진짜 아이 같은 인형"을 찾는 마지막 구절은 우리들이 환경생태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김원일은 중편소설「히로시마의 불꽃」(1992년)에서 원폭 피해자 가족의 비극적 삶을 통해 핵이 가공할 힘의 상징으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인류의 미래가 비극적일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갇힌 자, 병든 자, 굶주린 자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창조된 피조물이라는 기독교적 세계관, 다시 말해 창조세계에 대한 청지기 의식은 김원일을 끊임없이 일깨워 소명의식을 갖게 했다. 원폭 피해자 문제는 핵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지 않고는 접근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원일은 「히로시마의 불꽃」을 통해 환경파괴는 물론 생명의 멸종이라는 전지구적 재앙을 불러올 핵에 대한 문제의식을 우리들에게 일깨워주었다.
한승원은 비눗물로 목욕하는 누이의 관능이 농약으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토속적인 농촌 정서로 묘사한 중편소설「누이와 늑대」(1980년)에서 산업근대화가 몰고 온 농촌사회의 황폐화와 농촌 생명의 멸종을 경고하고 있다.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불교적 생태의식이 스며 있는 『연꽃 바다』(1997년)에서 한승원은 특히 자연환경의 아메니티 상실과 관광․리조트 산업의 환경문제를 형이상학적 측면에서 다뤄 주목된다. 박새와 백양나무와 같은 동물이나 식물을 동식물을 화자로 내세워 과도한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들이 참회할 줄 모르고 살아가는 세계, 그곳이 바로 축생지옥이며 축생지옥을 만드는 주역은 사회 지도층이라는 것을 한승원은 힘주어 말한다.「황소개구리」(1997년)에서는 황소개구리로 상징되는 욕망의 모습과 인간 내부의 황소개구리에 대한 치밀한 묘사를 통해 한승원은 빗나간 타자화된 욕망이 생태위기의 핵심적 요소라는 것을 우리에게 제시한다(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