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영화의 포스터를 클릭하시면 '광주극장' 카페의 그 영화 안내창이 열립니다.)
아직 감기가 가시지 않아 나갈까를 망설이다가, 산에 못갈 바에야
광주극장에라도 가자고 집을 나선다.
겨울비가 포근하게 내린다. 춥지도 않다.
조조영화로 6,000원을 내고 가니 더러 관객이 있다. 방학이라 여선생들이 많은 듯하다.
고흐에 대해 잘 모른다. 그의 그림에 대한 이해도 없다.
이 영화는 나같은 고흐 문외한에게 참 친절하다.
파리의 화단에서 같이 어울리지 못하지만 고갱의 인정을 받고,
그 누구보다 자신을 이해하고 후원해 주는 그림상 동생 테오가 있다.
고갱의 제안으로 따뜻한 남부 아를에서 그림을 그리지만 환영에 사로잡혀
사람들로부터 위험인으로 취급받는다. 테오의 배려로 고갱이 와작업하지만
그림그리는 관점이나 생각이 달라 헤어진다.
그는 신이 자연을 만들었고 자연은 아름다우니 자연을 단숨에 그린다지만
고갱은 계획을 가지고 구상하여 순서대로 그림을 그리라 하며, 내면의 형상을 그리라고 한다.
고갱이 떠나고 귀를 잘라 보낸다며 다른 이에게 맡겨 둔 장면은 이해할 만 하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정신병원에 갇힌 그를 면담하러 온 신부와의 대화는 그의 예술관을 드러낸다.
목사가 되려고 했으나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은 그림그리는 것이라는 것
자신의 그림은 예수의 생애처럼 생전에는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 등
아픈 상태가 더 자신답게 그림그리기에더 좋다는 그는 자신에 대해 잘 알고 그 아픔을 받아들인 듯하다.
영화는 고흐의 환상?처럼 많이 뿌옇게 보이는데 권총알이 배에 박히는 것도
그의 환상에 의한 자살인 듯하다.(나의 관전은 이리 흐릿하다.)
난 내 속에 어떤 망상을 가지고 있는 걸까? 내가 정말 혼을 쏟고 있는 건 뭘까?
날마다를 소비하고 있는 난 나중에 우물쭈물하다 이럴 줄 알았다고 할까?
버나드 쇼는 또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데?????
12시 반이 다 되어 밖으로 나오니 빗방울은 여전히 작게 내리지만
봄바람처럼 포근하다.
점심을 어디서 먹을까, 집에 가서 검소하게 차려 먹을까
고흥장어탕은 가 본지 오래인데 그래도 가 볼까?
지하상가로 들어가 예술의 거리로 간다.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고 종이컵을 들고 웃으며 걸어간다.
중앙초등학교는 아직 방학을 하기 전인가 보다. 추어탕이 보이는가 보아도 없다.
작은 붓을 사려고 여기저기 훔쳐본다. 덕성필방에 가 살까?
도청 아문당까지 왔다. 풍남옥에 가서 전주콩나물국밥 개운한맛을 시키고 7천원을 낸다.
아문당으로 들어가며 옛도청 앞의 518구조물과 비에 젖은 빨간 산다화를 본다.
상무관 앞은 지하경사로가 사라지고 건물만 남았다.
도청의 분수대와 금남로를 지켜보았을 가지만 남은 나무를 본다.
아문당 라이브러리로 가 우산을 끼우고 서가에 가 관자와 장자 서문을 읽어본다.
인도양과 태평양의 통로라는 인도네시아 등 섬나라의 전시회를 둘러본다.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한다.
양임동을 돌아 집까지 걸어볼까 하고 시간을 가늠하는데, 3시 20분 와일드 라이프가 생각난다.
알라딘에 들러 관자 장자를 찾다가 없어, 인문사회 쪽을 돌다가 문병란 시인의 '동소산의 머슴새'를
6,400원에 적립금으로 산다.
3시 20분 와일드 라이프에도 손님이 몇 앉아 있다.
14살 소년 조는 새로 이사 와 아버지의 도움으로 풋볼도 배우고 열심 노력해 적응하려는 중이다.
골프장에서 노동을 하던 아버지는 (자기 생각에)부당하게 해고당하고 다른 일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임시교사를 하기도 한 부인 자넷은 남편을 응원하지만 점점 불안하다.
골프장에서 다시 오라고 하지만 남편 제리는 거절하고 몬태나 북쪽의 산불진화원으로 자원한다.
아내는 아내와 자식을 버리고 위험한 곳으로 떠난 남편을 원망하면서, 문제를 만나
직면하지 않고 회피하려 하는 남편에게 믿음을 갖지 못한다.
비서직 등을 찾다 실패하면서 나이 많은 자동차 딜러를 만나 취직이 되려한다.
조는 풋불 클럽을 관두고 사진관에 알바를 하며 어머니의 행태를 지켜본다.
점점 밖으로 떠밀려 온 삶의 아내와 책임지려 하지만 만만찮은 현실앞의 남편, 그리고
사춘기가 다 된 아들의 시선이 1960년대 미국사회의 한단면을 잘 보여준다.
모두의 심리묘사가 산불과 함께 긴장감을 준다.
두편의 소설을 잘 읽었다.
담요를 책상 위에 두는데 키 큰 매니저가 인사를 해 나누긴 했으나,
하릴없이 하루에 같은 극장에서 두번이나 본 놈이라 이상하게 여기는 것 같아 얼른 밖으로 나온다.
첫댓글 옛날 광주 생각을 많이 나게 해서
행복합니다.
배경 분위기가 너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