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정성들여 박스에 감자를 담는다. 행여 상하거나 흠집이 있는 감자가 섞이지나 않을까? 혹시나 저울에 무게가 부족하지나 않을까? 정성들여 포장한 이 감자를 이번 주일 우리 복지교회 교인들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다.
나는 교회서 가끔씩 남녀 선교회에서 선교회 사업을 위해 장사하는 것을 접할 때가 있었다. 대부분은 그렇지 않지만 어떤 경우에는 판매하는 물건을 확인해 보지도 않고 이야기만 듣고 잔뜩 사와가지고 교인들에게 반 강제로 판매하는 경우를 접하는 일이 있었다.
물건이 형편없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시중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면서 선교를 위한 것이니 협조하란다. 교회에서 교인들에게 물건을 판매할 때는 보다 좋은 물건을 시중보다 더 싸게 판매를 하여 남은 이익금을 선교도 하며 교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사업이 이루어져야 마땅할 텐데 교인들에게 부담을 줘가며 선교라는 명분을 내세워 교인들에게 강매를 하는 바람에 나도 마지못해 사가지고 먹지도 못하고 버리는 경우가 간혹 있었기 때문에 교회 내에서 장사를 하는 행위는 절대 반대하여 왔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교회에서 감자를 팔기위해서 땀을 뻘뻘 흘리며 감자를 담아서 저울에 달아 한 박스 한 박스씩 포장을 하고 있다. 올 봄에 그다지 넓지도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이곳 감자밭에 우리 복지교회 라합 여선교회원들이 애를 쓰며 거름을 뿌렸었다. 그 위에 자오나눔선교회 사모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이 정성들여 이곳에 감자를 심었다. 이제 감자를 캘 때가 지났는데도 일할손이 없어서 감자를 캐지 못하여 감자들이 다 썩을 판이란다.
며칠 동안 비가 내리다가 오랜만에 날씨가 좋은 토요일 집사람이 감자 캐는데 데려다 달래서 여 선교회 여섯 분을 모시고 차를 운전하여 자오나눔 쉼터에 도착을 했다. 오전 날씨는 선선했고 참으로 일하기에 좋은 날씨였다. 감자밭은 심어 놓은 그 상태 그대로 방치되어 감자 반 풀 반인 상태였다. 양미동 전도사님이 우리 밭은 전부 무공해라고 소개한다. 당연히 약 같은 것은 뿌리지도 않지만 일할사람이 없어 약은커녕 잡초조차도 뽑지 못하여 그대로 방치된 상태란다. 바로 옆에 고구마 밭이라고 하는 곳은 고구마 줄기는 보이지도 않고 풀만 무성한 상태라 고구마 밭을 분간할 수가 없었다.
드디어 우리는 비닐을 걷어가며 감자를 캐기 시작했다. 1시간, 2시간, 시간이 지날수록 밭두둑마다 하얗게 감자가 쌓이기 시작했고 너무들 재미있게 감자를 캐며 큰 감자를 캘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자랑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날씨는 더워졌고 엎드려 일하는 모두에게는 형용할 수 없는 허리통증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농사일을 처음해본사람들은 거의 탈진상태가 되여 밭에 철푸덕하니 주저앉아 땀을 줄줄 흘린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누구하나 불평하지 않고 모두들 열심히 감자를 캐고 담아서 나른다. 일하며 입으라고 하나씩 빌려준 몸빼 바지를 입은 여선교회 집사님 한분은 몸빼 바지가 엉덩이에 반쯤 벗어져 걸친 상태로 바지를 땅바닥에 질질 끌면서도 열심히 감자를 담아서 오가며 나르는 모습을 보니 그 힘든 와중에도 웃음이 나온다.
하나님 이곳에서 감자가 100박스만 나오게 해주세요. 기도했다는 전도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 도중 요즘 감자가 한 박스에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집사람이 도매 시장에서 좋은 상태로 13,000원이라고 대답 하자 전도사님께서 감자를 박스만 6,000원씩만 주고 교회로 가지고 가서 팔라고 하신다.
전도사님의 그 말을 듣고 우리는 교회에서 8,000원씩에 팔아서 남은 돈을 여선교회비에 보태자 하면서 교회에 전화를 해서 여선교회 총회장에게 박스 당 8,000원씩에 주일날 감자를 팔겠다는 광고를 해달라고 부탁을 했고 여선교회 총회장은 곧바로 교인들에게 문자로 광고를 보냈다.
그런데 함께 갔던 권사님 한분이 우리가 이 돈을 남겨서 어디에 쓰겠냐? 선교 사업에 돈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차라리 감자를 10,000원씩에 팔아서 전액이곳으로 보내서 자오쉼터에서 더 소중하게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제안을 했고 모두들 누구 할 것 없이 동의를 했다.
힘들게 일을 다 마치고 쉼터로 내려오니 사모님께서 시원한 수박과 방금 캔 감자를 삶아오셨다. 감자는 석류껍질 벌어진 것처럼 껍질이 벌어져 하얀 김을 모락모락 풍기며 하얀 속살을 내놓고 있었다. 한입 먹는 순간 이처럼 맛있는 감자는 생전 처음 먹어본 맛이었다.
옆에서는 전도사님과 쉼터 식구들이 무엇인가를 열심히 넣어서 붙이고 계셨다. 감자와 수박을 다 먹고 나니 전도사님이 좀 도와 달랜다. 우리 일곱 명은 무슨 일인가 하고 가보니 자오나눔책자를 일일이 넣어서 담는 일을 하고 계셨다. 손재주가 제법 있는 나도 양면테이프를 벗겨내고 붙이는 일이 그리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많은 나눔지를 손가락을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전도사님을 비롯하여 몸이 불편한 쉼터 식구들이 일일이 이런 작업을 해서 보내준 것을 너무 무성의하게 보고 취급을 한 것이 못내 죄송스러웠다.
이제 모든 일을 마무리하고 전도사님 차와 내 차에 감자를 나누워 싣고 돌아왔다. 전도사님의 간증을 듣겠다고 그 차에 일부가 타고 내차에 탄 집사님에게 전도사님의 삶에 대하여 간단하게나마 이야기 해주었다. 저토록 힘든 몸으로 소록도며 교도소등을 방문하여 봉사하는 전도사님을 보니 건강한 몸을 가지고 사는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발버둥 치며 사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못내 하나님께 더없이 죄송스러울 뿐이라며 안타까워한다.
어찌 그 마음은 그 집사님의 혼자의 마음이겠는가? 운전을 하면서 그 집사님의 마음과 똑같은 내 자신을 느끼며 죄송하다고 마음속으로 조용히 속삭여 본다. ‘주여… 죄송합니다.’
다음날 주일 함께 일했던 여선교회 권사님들이 팔천 원이라는 감자가 만원이 되게 된 사유를 설명하면서 감자를 팔기 시작했고 나는 이 감자를 우리가 캐서 내가포장을 하고 내가 먹어본 감자 중에 이처럼 맛있는 감자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자신 있게 자랑을 했고 감자는 순식간에 바닥이 났다. 이 감자는 자오나눔선교 이름으로 하나님이 길러주신 감자이기에 나는 모두에게 자신 있게 자랑하며 권했다. 감자를 더 살 수 없느냐? 아쉬워하는 분들이 많았고 다음날 너무너무 맛있다고 더 구해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아쉬움으로 끝낼 수밖에는 없었다. 땀을 줄줄 흘리며 감자를 같이 캤던 권사님한분은 이 귀한감자를 가져가면서 돈을 이것밖에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한다. 얼마나 값진 돈인가… 얼마나 감사한 돈인가. 주면서도 미안해하고 받으면서도 고마워하며 그렇게 한 박스 한 박스 다 팔렸다.
감자를 다 팔고 난후 “얼마나 돼?” “얼마 안 돼… 내가 좀 보태야 할까봐.”내가 묻는 말에 집사람이 대답을 하면서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마음이 찡해옴이 전해진다. 여기에 더 보태고 싶은 마음이 들다니… 하나님 감사합니다.
이하루동안의 봉사를 통하여 우리가 흘렸던 땀과 시간과 열심에 대가로 하나님께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쁨과 감사로 은혜를 베풀어 주심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 된 것 같다.
우리뿐 아니라 쉼터를 찾는 모든 이들이 우리들이 이번에 경험했던 이 하나님의 은혜보다 더 큰 은혜를 체험하는 하나님의 축복의 통로가 이곳 자오나눔 쉼터가 되길 간절히 기도해본다.
2011년 7월 복지교회 이승호 권사 봉사후기
첫댓글 감동이밀려옵니다.. 가슴이뭉클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하고 하나님크신 상급 하늘나라 보물창고에 차곡쌓여짐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