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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은 사랑] 06
씬1. 용배의 나이트 안, 밤.
요란스레 춤추는 사람들.
씬2. 나이트 입구 일각.
용배, 입구 쪽 눈치보며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있다.
용배 : (귀찮은) 뭐야, 그래서 화 아직도 안풀린거야? (사이) 얘가 왜 이래. 사람 귀찮게. 내가 부러 전화까지 했는데..
(사이) 야, 정옥희, 너 왜 말을 안해?
씬3. 용배의 방안.
옥희, 앉아서 괜히 제 발가락 만지며 전화 받고 있다.
옥희 : (담담한, 조금은 기운 없는) 할말이 없어.
용배 : (E) 왜 할 말이 없어? 얘 또 사람 짜증나게 하네.
옥희 : 졸려. 오빠 말 다 알았으니까 전화 끊어.
씬4. 나이트 입구, 일각.
용배 : 정말 알았어? 정말?
그때 재수 오며, '형, 핸드폰 다 썼어?'하고.
용배 : (재수 보며, 잠깐만 기다리라는 눈짓하고, 전화 계속하는) 그래, 오빠가 말한 건, (거짓말하는) 바, 반드시 지, 지켜.
그러니까 괜히 사람 의심하고 그러지 말어, 어? 없는 살림에 애가 둘일 필요가 뭐 있어. (사이) 알았어. 끊어.
(하고, 핸드폰 접고, 재수 준다)
재수 : (핸드폰 받아 넣으며) 옥희 누나한테 전화했어?
용배 : (답답한 표정 짓고) 손님 많냐?
재수 : 없지도 않고, 많지도 않고.
용배 : 애들 일 잘하지?
재수 : 어.
용배 : 라면이나 하나 먹고 오자. (뒤돌아 가고)
재수 : (따라가고)
씬5. 작은 분식집안.
용배, 그릇을 들어 라면 국물까지 후루룩거리며 먹는.
재수(라면 안 먹은), 그런 용배 보며,
재수 : (답답한) 증말, 옥희 누나 속 없네.
용배 : (그릇 내려놓고, 손바닥으로 입가 닦으며) 어우, 잘먹었다.
재수 : 도대체 옥희 누나가 왜 싫은 거야?
용배 : (담배 피워 무는)
재수 : 형은, 형이 은경이 누날 찾을 수 있을 거 같애? 답답하네, 증말.
용배 : 니가 답답할 게 뭐 있어, 임마. 너두 은경이 같은 여자랑 살다가 옥희 같은 여자랑 살라고 해봐라. 천지차이지.
(하고, 주머니에서 지갑꺼내 그 안에 끼어있는 은경과 찍은 사진 보여주며) 야, 봐라. 얘랑 걔랑 비굘 해보라구.
재수 : (어이없는, 사진 치우라고 손짓하며) 보기 싫어. 그걸 품에 끼고.. 어우..천지차이? 도대체 누가 하늘이고, 누가 땅인데?
용배 : (은경의 사진에 입맞추고, 사진 품에 넣고, 담배 피우며, 생각 많은 얼굴로, 입가에 작은 미소 짓고, 혼잣말하듯 하는)
그야, 은경이가 하늘이지. (재수 안보고, 은경 생각에 웃음 번져서는) 내가 새우 잡아서 그거 싣고 염전에 가면, 은경이가
머리에 소반을 이고 온다. 식사하세요, 새우 많이 잡았어요. 하고, 살랑살랑, 봄바람같은 걸음걸이로. 이가 뽀얘가지고
배시시 웃으면, 마음이 하루종일 싱숭생숭.. (재수 보며) 내가 이날 이때껏 아직 그렇게 이쁘게 웃는 여잘 본 적이 없어.
재수 : 솔직한 말로 인물로 치면 옥희 누나가 나.
용배 : 넌, 여자 보는 눈이 그것밖에 안되니까 아직도 총각딱질 못뗀거얌마. 은경이가 눈웃음 치는 거 너 못봤지?
걔가 한번 남자들 보고 웃어주면, 우리 뱃놈들 오장이 환장한다고 그랬었마.
재수 : (용배 안보고, 궁시렁) 그러니까, 바람나서 나갔겠지.
용배 : (물 먹다, 쾅 소리 나게 바닥에 내려놓으며, 험악하게) 이 자식이....
재수 : (용배 보며, 답답한 표정) 형, 은경이누나 못찾어. 형 싫어서 머리카락두 보이기 싫어 꽁꽁 숨은 여잘 무슨 재주로 찾어?
용배 : 나두 머리가 있다. 내가 찾을 방도도 없이 입으로만 찾는다고 할거같냐?
두고봐라, 임마. 두 달 안에 걔 찾아서 집구석에 데려다 놀거니까. (하고, 웃는)
씬6. 미숙의 집, 평상.
옥희, 평상에 앉아 생각이 많다.
인써트 - 회상, 5부, 택시 안.
상우, 넋 놓고 창 밖 보던 모습.
현실.
옥희, 내가 왜 이러지 싶다, 작게 숨 고르고 머리 쓸어 올리는데.
인써트 - 회상, 5부, 공장복도.
상우와 입맞추던 모습.
현실.
옥희, 멍하게 앉아, 자기 발에 신겨 있는 상우가 사준 슬리퍼 보는.
씬7. 상우의 아파트, 거실.
거실 열린 문 사이로 영숙, 자는 모습보이고,
상우 그 모습과 상관없이 거실 탁자 앞에 앉아, 넋 나간 멍한 얼굴로 담배를 들고 앉아있다. 담뱃재가 떨어져도 모르고. (F. I.)
씬8. 아파트 전경, 아침.
씬9. 명자의 안방.
명자, 골똘히 생각하는.
인써트 - 5부, 엔딩부의 상우와 옥희 뒷모습.
현실.
명자 : 일순이 말이 진짠가...
그때, 정국, 목에 수건 감고 씻은 얼굴로 문 열고 들어오며,
정국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일나갈 준비 안하고.
명자 : 그냥 나가면 되지, 일나갈 준빌 뭐 따로 해?
정국 : (명자 옆에 앉아) 옷이라도 갈아입어야 할 거 아냐, 생선비늘 다 튀는데.
명자 : 아우, 귀찮아, 그냥 갈래.
정국 : 어제밤부터 당신 좀 이상하다. 밤새 잠도 못자고 뒤척이던데, 뭔 일 있어?
명자 : 상우씨 말이야?
정국 : (무심히) 상우가 왜?
명자 : (걱정스런) 어젯밤에 우리 집에 올 때, 당신 동주 크레파스 사러 갔을 때 말이야.
정국 : ?
명자 : 큰길가에서 여자랑 있더라.
정국 : (버럭) 뭐?
명자 : (놀라, 정국을 치며) 어우, 왜 그래 간떨어지게.
정국 : 이 자식, 이거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딴 동네도 아니고 지 사는 동네까지 여잘 끌어들여? 내가 자식을..
(하고, 일어나려 하면)
명자 : (정국을 옷을 잡으며, 소리치는) 제발 남 일에 가만히 좀 있어! 괜한 불란 만들어 시끄럽게 하지 말고!
그때, 밖에서 영숙의 말소리 들리는.
영숙 : (E) 언니, 시장 안가!
씬10. 명자의 집, 거실.
영숙, 현관문 열고 들어와 서서 말하는.
영숙 : (안방 쪽에 대고) 명자 언니! 나 왔어.
씬11. 명자의 방안.
명자, 일어나 정국에게 으름장 놓는.
명자 : (밖에 대고 말하는) 잠깐만 기다려, 나가! (씩씩대는 정국에게) 말을 해도 내가 해. 조용히 암말 말고 있어.
내가 말하기 전에 입만 열어. 그땐 당신하고 나하고 전쟁치룰 줄 알어. 나 먼저 갈테니까, 당신은 나중에 와. (하고, 나가고)
정국, 한숨쉬며 방에 다시 앉는데, 밖에서 명자, 영숙 소리 들리는.
영숙 : (E) 오빠는?
명자 : (E) 이제 인났어. 우리 먼저 가자.
영숙 : (E) 기다렸다 같이 가자.
명자 : (E) 기다리긴 뭘 기다려.
두 사람, 나가는 소리 들리고, 문 닫히는 소리 들리는.
정국 : (다시, 일어나 웃옷 집다가, 전화기 보는)
씬12. 아파트 밖, 큰길.
영숙, 한쪽에 포장된 커피 리어커를 꺼내려하고 있고, 명자, 그 옆에서 그런 영숙 보며 속상해서 말하는.
명자 : 리어카 보관소에 맡기지, 뭐 하러 그걸 힘들게 끌고 동넬 오르락 내르락 거려?
영숙 : 보관비 삼천원이면, 하루 반찬값이야.
명자 : 한달씩 계산하면 오만원에 해주잖어?
영숙 : (작게 웃으며) 오만원이면 우리집 세금을 전부 내고도 일이천원은 남는다.
명자 : (속상한) 어으, 어으, 궁상. 야, 그렇게 아구빠지게 살아봤자야, 있는 놈들 껌값도 안되는 돈을..젊어 힘 좋을 때 아껴.
늙어서 골병들어. 니 남편 하루술값으로 몇십만원씩 쓰는 걸 단속하지, 그 리어컬 끌고 언덕배기 오갈 일이니?
영숙 : (보며, 왜 이런가 싶다) 왜이래?
명자 : (짜증스런) 내가 뭐 틀린 말했어? 사실이 그렇잖어. 너 이렇게 사는거 누가 알아주냐? 서방이 알아줘? 시어머니가 알아줘?
하루 세 때 꼬박 밥 짓고, 진종일 사장판 걸어다니며 커피 팔고, 그 힘든 거 누가 아냐고?
사람이 참으니까, 말 못하는 등신인줄 아는 거야, 뭐야? 증말, 짜증나. (하며, 길가로 걸어가는)
영숙 : (영문 모르는, 왜 저러나 싶다) 언니?
명자 : (그냥 속상한 얼굴로 가고)
영숙 : (혼잣말) 오빠랑 싸웠나?.. (명자에게 소리치는) 언니, 같이 가자.
씬13. 상우의 아파트 앞.
상우, 현관문 열고 나와 문 잠그고, 밖으로 걸어가는.
씬14. 아파트 단지입구.
상우, 고개 숙이고 생각 많은 얼굴로 걸어가는데.
정국, 뒤에서 상우 부르는.
정국 : 상우야.
상우 : (돌아보고, 무심히) 어, 형.
정국 : (굳은 얼굴로) 출근이 늦다.
상우 : 어, 어제 늦게 자서 피곤하드라구.. 뒤척이다 보니까 늦었네.
정국 : 왜 또 술쳐먹었냐?
상우 : (기분 안좋은) 무슨 말이 그래?
정국 : (상우 눈 똑바로 보며) 넘마, 조심해. 영숙이 친정식구들이 별볼일 없다고, 함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마.
상우 : ?
정국 : 동네에 여자 덱고 어슬렁거리는 거 한번만 더 눈에 띄어? 내가 니들 결혼할 때 분명히 말했지만,
영숙이 내 친동생 같은 애야. 걔 눈에 눈물나게 하면 니 눈에 피눈물 날 줄 알어.
상우 : (짜증나는) 내가 무슨 여잘 언제 만나...
정국 : (말꼬리 자르며) 동주 엄마가 어젯밤에 정류장 쪽에서 여자랑 있는거, 봤다는데 아니냐?
상우 : (할 말 없는) ?!..
정국 : (으름장) 조심해, 조심하랄 때. (하고, 뒤돌아 가며, 혼잣말) 배가 불러 딴 생각이지, 나쁜 놈..
상우 : (그런 정국보고, 답답하게 보는)
씬15. 공장 전경.
씬16. 공장 안.
소희, 미숙, 옥희, 화순, 세오 일하는.
소희 : (일하며, 미숙보며) 근데, 상우는 왜 이렇게 안와, 벌써 점심때가 다 되는데?
옥희 : (일만 하는)
미숙 : (일하며, 무심히) 옷감 잘라놨으니까 쉬나보지. 어제 야근하고, 힘들었을 텐데. (옥희 보며) 어제 몇 시까지 했니?
옥희 : (일만 하는)
미숙 : 옥희야, 어제 너 몇 시까지 야근했냐구?
옥희 : (멍하게 보며) 늦게까지 안했어요?
미숙 : 몇 시까지 했냐니까, 얘가 왜 딴소리야?
옥희 : (일하며, 뭔가 틀킨 것 같은 기분으로) 열한시쯤 됐나...
소희 : (하품하며) 오늘은 점심 시켜먹지 말고 나가서 먹자.
화순 : 어쩐 일이세요? 나가서 먹으면 시간 많이 걸린다고, 생전 나가서 먹자 소린 안하시더니.
세오 : (일하며) 그래요, 오늘은 나가서 먹어요. 배달음식 맨날 거기가 거기고, (소희 보며) 아줌마, 뭐 드실 거예요?
소희 : 나가서 찾아보지 뭐. 근데, (눈치보며) 돈은 각자 내기다.
미숙 : 아으, 아으, 누가 언니보고 내랄까봐, 설래발이냐?
옥희 : (미숙 보고) 화장실 갔다올게요.
미숙 : 어.
옥희 : (가고)
소희 : (나가는 옥희 보며) 쟨 오줌소태야, 하루에 변솔 몇 번을 가?
씬17. 화장실 안.
옥희, 화장실에서 나와 손 닦고 나가는.
씬18. 복도.
옥희, 화장실에서 나와 공장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그때 정순 그런 옥희 부르는.
정순 : 저기요?
옥희 : (돌아보면) ?
정순 : 공장에 근무하시죠? 진상우씨 좀 불러 주실래요?
옥희 : (어리버리) 상우씨, 없는데,
그때, 그 뒤에서 상우 목소리 들리는.
상우 : (무심히) 누가 날 찾나?
정순 : (돌아보며, 반색) 상우씨, 나야, 정순이.
상우 : (옥희보고)
옥희 : (상우 보고, 어색한)
상우 : (난감한, 정순 보며) 여긴 왜 왔어? 나와. (하며, 정순의 팔을 끌고가고)
정순 : 공장 좋다. (하며, 끌려가고)
옥희 : (그런 두 사람 보는데, 기분 별로 안좋은, 공장 안으로 들어가는)
씬19. 공장 안.
옥희, 굳은 얼굴로 들어와 자리로 가서 일하는.
소희 : (일하며, 세오에게) 세오야, 너 상우한테 전화 좀 넣어 봐. 일은 급한데, 사람이 없으니까 속타 죽겄다, 야!
옥희 : (일하며) 상우씨, 왔는데 문 앞에서 손님 만나서 나갔어요.
미숙 : 손님?
소희 : 여자야?
옥희 : 네. (하며, 일하는데 기분 안좋은)
소희 : (일하며, 무심히) 또 카바레에서 여자하나 꼬셨구만. 대체 어떤 년이 일하는데 재수없게 찾아와...
미숙 : 진상우 저것도 한번 되게 당해야 정신을 차리지, 뻑하면 기집질은, 밥 먹고 살기도 급한 인간이..아으..
옥희, 일만 하는.
씬20. 공장 근처, 큰길.
상우, 화나 있는.
정순, 그런 상우 보며 웃으며 말하는.
상우 : (기가 막히다, O, L) 뭐 하는 짓이야! 할 말 있음 핸드폰으로 하면 될 걸, 빚쟁이처럼 일 하는 덴 왜 찾아와?
정순 : 핸드폰해두 안받길래..
상우 : 이 아줌마가 핸드폰을 왜 안받어? 안울리니까, 안받지? (하고, 주머니 뒤지다) 이런 두고 왔네.
정순 : 오늘 내가 한잔 살게. 저녁에 연신내에서 보자? 내 친구들 끝내주는 애들로 몇 모아놨어.
상우 : 그렇게들 놀고 다니는 거 남편들이 알어?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나 이제 카바레 다니는 거 싫어졌어. 가.
(하고, 돌아서려 하면)
정순 : (잡으며) 왜 그래?
상우 : (뿌리치며) 나 여자 끈적거리는 거 딱 질색인 사람이야. 그리고 충고하는데 이제 그만 적당히 놀고,
집에 들어가 자식새끼 건사나 잘해. 말년에 추하게 늙지 않으려면. 알았어? (하고, 돌아서서 간다)
정순 : (어이없는 표정) ......
씬21. 공장복도.
상우, 답답한 얼굴로 공장 들어가는.
씬22. 공장 안.
상우, 들어와 주변 보면, 모두 나가고 옥희만 다림질하고 있다.
상우 : 다들 어디 갔어요?
옥희 : (일만하며) 식사하러들 가셨어요.
상우 : (보조대에 앉아, 옥희 보며) 옥희씬 왜 안갔어요?
옥희 : (일하며) 거기 앉지 말고 내려오세요. 밑에 라벨 있어요.
상우 : (내려오고, 작심하고) 저 옥희씨, 어제요.
옥희 : (상우 보고) ......
상우 : (조금 어색한) ....내가 많이 실수..
옥희 : 됐어요. (하고, 다리미 끄고 나가려는데)
상우 : (답답하고, 미안한) 옥희씨.
옥희 : 아깐 배 안고파서 안나갔는데, 이젠 배고파졌어요. 밥 먹으러 갈래요. (하고, 나간다)
상우 : (나가는 옥희 보는, 미안한) .....
씬23. 공장복도.
옥희, 나와 밖으로 걸어가는.
씬24. 공장 안.
상우, 옥희가 나간 문 쪽 보다, 심난스레 머리 긁고, 혼잣말.
상우 : 아우, 나두 모르겠다. (재단대로 걸어가, 벌렁 누워 천장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옥희 나간 문 쪽 보는데, 맘이 안좋다)
씬25. 약국앞.
영숙(손에 붕대 한)과 정국 나오는.
정국 : 커피 한 두 번 끓여? 물을 잔에 붜야지, 왜 손에 붜?
영숙 : 한꺼번에 너무 주문을 많이 받아보니까.. 오빠 가. 괜히 나 땜에 놀랬겠다.
정국 : (퉁명스레) 니 손이나 걱정해.
영숙 : 오빠, 언니랑 싸웠어? 두 사람 다 오늘 기분이 왜 그래?
정국 : 우리가 언제 심하게 싸우는 거 봤어.
영숙 : 근데 왜 그래, 얼굴이?
정국 : (멈춰 서서, 영숙 보면)
영숙 : ?
정국 : 너 입으로만 악악대지 말고, 상우 잘 단속해 임마.
영숙 : 무슨 말이야?
정국 : 동주 엄마가 어젯밤 큰길에서 상우가 딴 여자한테 수작거는 거 봤대.
영숙 : 뭐?
정국 : (속상한) 맨날 입으로만 똑똑하지, 자식. (하고, 돌아서서 가고)
영숙 : ?!
씬26. 시장 외곽.
영숙, 명자를 끌고 길가로 나오는.
명자 : 얘가 왜 이래, 야, 무슨 일인데, 이래.
영숙 : (팔 놓고, 명자 보며) 상우씨가 어젯밤 여자랑 있는 거 봤다며, 나한테 왜 말 안해?
명자 : 누, 누가 그러디?
영숙 : 오빠.
명자 : (속상한, 혼잣말처럼) 아으, 그 인간 입을 꼬매든지 해야지, 내가.
영숙 : 어떤 여자야?
명자 : (대수롭지 않게) 암 것도 아냐. 어떤 여자, 그래 말 그대로 어떤 여자랑 둘이 그냥 택시에서 내리드라고.
영숙 그 다음엔?
명자 : 그 다음엔, 각자 제 갈 길 가드라.
영숙 : 다른 짓 안하고?
명자 : 다른 짓은...무슨 다른 짓. 괜한 신경 쓰지마. 손 아플텐데 집에나 들어가.
(하고, 가려다, 영숙 보며) 상우씨가 여자들 만나는 거 나 그거 별로 큰 일 같지 않어서, 너한테 말 안한거야.
영숙 : (기분 찝찝하고)
명자 : 기껏해야 손목 잡고 지 돈 써가며 술 먹고..상우씨 바람펴야 그게 전부 아니야? 외박을 하니, 막말로 애를 나오니?
동주 아빠가 상우씨 맘에 안들어하는 거 너두 알지? 그래서 그 사람 괜히 별 일두 아닌데, 크게 생각하는 거야.
아우, 같이 그냥 한 동네 사는 여자랑 택시 합승한 거겠지. 신경쓰지 말어. 커피 리어커 보관소에 맡겨 놀게. 나, 간다.
하고, 가고 가려하면, 영숙, 명자 손잡아 돌려세우고.
명자 : ?
영숙 : (그런 명자 보고, 가라앉은) 그 기집애 나이가 얼마나 되 보여?
씬27. 공장 안.
미숙, 소희, 상우, 옥희, 세오, 화순(이어폰 꼽고) 쪽가위질 하는.
소희 : (화순에게, 소리치는) 너, 말 안들려? 옆에 던져논 거 다림질하랬잖어?
미숙, 옥희, 그 말에 화순 보면.
화순 : (팝송 흥얼거리며, 말 못 듣는)
소희 : 이게..증말. (하며, 일어나 화순의 이어폰을 잡아뜯는다)
화순 : (짜증) 왜 그래요?!
상우, 세오도 그 말에 화순 쪽 보는.
소희 : 너 대학 가지마. 머리도 모자른 게 대학 간답시고, 하루 진종일 꼬부랑 놀랠 들어 쌓고,
도대체 말을 몇 번이나 해야, 제대로 한번 들어!
상우 : 맞는 말씀입니다.
화순, 옥희, 미숙, 소희, 세오 : (상우 보는) ?
상우 : (화순 보며 말하는) 난 왜 사람들이 다 대학을 가야 되는 지 모르겠다.
야, 모두다 대학가면 미싱은 누가 박고, 재단은 누가 하냐.
미숙 : 간만에 들을 소리하네.
상우 : (재단대에 올라앉아 말하는) 내가 세오 나이 때 여대생하고 연애한 적이 한 번 있었거든요.
소희 : 대학교순 아니고?
상우 : 말을 들어봐요. 근데 이 여대생이 나만 보면 대학을 가라는 거야. 그리곤 매일 영어 단어를 몇 개 외워오라는 둥,
신문을 보라는 둥, 그래서 나는 대학 같은 건 안 간다 그랬지, 아니, 도대체 왜 전부 대학을 가야 되는 건데.
난 이해가 안가드라고. 그래서 그 여자한테 내가 그랬잖어. 야, 넌 아무래도 나보다 학삐릴 만나는게 났겠다. 우리 헤어지자.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둬. 니가 어느 날 옷을 살 때, 그 옷을 이 진상우가 만든 건 아닐까 한 번쯤 생각해봐라.
미숙 : (웃으며) 말발 좋고.
소희 : 아따, 옳다.
옥희 : (웃고)
상우 : (미숙 보며) 내가 틀린 말했어?
미숙 : 맞는 말했어. 미싱 박는데, 무슨 대학 졸업장이 필요 있어. 재단, 학벌 보단 눈썰미가 왔다다.
소희 : 암만 왔다지. (화순 보며) 정신차려. 니가 그 정신으로 의대를 가면 환자가 죽어 나갈거고,
법댈 가면 죄 없는 사람들 쇠고랑만 차. 주제를 알아야지?
화순 : 아줌마!
세오 : (속상한, 화순에게) 너 공장에서 그거 꼽고 있지마. 니가 자꾸 그 따위로 일하니까, 아줌마들이 듣기 싫은 소리 하시잖어.
기집애가 철이 없어. (하고, 나가고)
미숙 : (세오 쪽 보며) 쟤 화났나보네.
소희 : 화나면 대수냐? (화순에게) 니 오빠한테 가봐, 너 땜에 성질 났는데, 가만 앉아서, 밉상맞게...
화순 : 아줌마가 성질 돋궈놓고 왜 나한테 그래요? (하고, 나가고)
소희 : (화순 쪽 보며) 저거, 저거...하는 꼴 봐. (쯧쯧 혀 차며)
상우 : (소희에게, 담담하고, 진지한) 놔둬요. 걔두 꿈꾸고 싶을 때 꿈꾸게. 어린애가 우리처럼 꿈꾸는 것도 포기하면 슬프잖어요.
(하고, 재단대에서 내려와 일하는)
옥희 : (다림질하며, 그런 상우 저도 모르게 보는)
씬28. 영숙의 아파트 전경.
씬29. 상우의 방.
영숙, 각종 청구서쪼가리 들고 들어와 앉으며 혼잣말하는.
영숙 : 무슨 날마다 청구선 이렇게 날라 와. 또 뭐냐? (하고, 청구서 보다가 느낌이 이상해, 옆을 보면
핸드폰의 불빛이 반짝거린다, 그거 무심히 들어보며) 신줏단지같이 모시더니, 두고 갔네.
인써트 - 핸드폰에 음성메시지 온 것 표시된.
영숙 : (느낌이 이상하다, 답답한 마음에 핸드폰 켜는)
메시지 : (E) 음성메시지가 한 개가 들어왔습니다. 비밀 번호를 누르십시오.
영숙 : (잠시 생각하다, 번호 누르면)
메시지 : (E) 비밀번호가 잘못되었습니다, 다시 눌러주십시오.
영숙 : (잠깐 생각하다, 혼잣말처럼 궁시렁대는) 집 전화번호가 아니다...전엔 집 전화번호 썼는데... 꺼꾸로 찍어봐.
(하고, 다시 번호 누르면)
메시지 : (E) 첫 번째 메시집니다.
영숙 : (작게 웃음번지고) 그 머리가 어디 가냐. (기대에 차 메시지 듣는, 잠시 후 핸드폰 끊고, 속상한 혼잣말) 목소리 간들어지네.
(답답한) 또 어떤 기집애야..
그때, 밖에서 상우모 소리 들리는.
상우모 : (E) 영숙이 방에 있냐?
영숙 : (조금 놀라) 네, 나가요. (하고, 나가고)
씬30. 거실.
상우모 : (거실로 들어오며) 일 안나갔어?
영숙 : 아뇨..
상우모 : (영숙의 손보며) 손이 왜 그래?
영숙 : (손 뒤로 숨기며) 뎄어요. 커핏물에..많인 아니구... 앉으세요, 점심 준비할게요.
영숙, 주방으로 가려하면, 상우모, 영숙 잡아 앉히고 자기도 앉으며.
영숙 : ?
상우모 : 손 봐봐.
영숙 : 괜찮은데...
상우모 : 보자니까 그러네.
영숙 : (조심스레, 손내밀면)
상우모 : (영숙의 손의 붕대를 풀러본다, 그리고 이맛살을 작게 찌푸리고 다시 감아주며) 데자마자 찬물에 손 좀 담궈 놓지?
영숙 : 소주 두 병 들이 붰어요.
상우모 : (속상하고, 화나고) 넌 어째 애가 그리 칠칠 맞어. 뜨거운 물 뜨거운 거 몰라? 하루이틀 차 끓이는 것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렇게 조심성이 없는지. 손모가지니 망정이지, 허벅지 같은데 뎄으면 날 더운데 어쩔 뻔했어.
영숙 : (고개 조금 숙이고, 듣기 싫은)
상우모 : (걱정스럽지만, 그 마음 숨기고) 화닥거리진 않어?
영숙 : 네.
상우모 : 기분이 안좋냐?
영숙 : ......
상우모 : 뭔 일 있어?
영숙 : (대수롭지 않게, 상우모 안보고) 상우씨가 또 여자 만나나 봐요.
상우모 : (잘못들은 느낌) 뭐?
영숙 : (여전히 안보고, 대수롭지 않게) 여자 만나나 보다구요.
상우모 : 미친놈 (하며, 웃옷 벗으며) 그런 거 신경쓰지 말어.
영숙 : (보면) ?
상우모 : (양말 벗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 자식이 줏대가 없어서 그래. 기집애들이 셀셀 웃으면 지 좋아 그런 줄 알고,
어이구, 어째 그렇게 들떨어졌는지... 돈 쓰며 피는 바람은 나두 피겠다. 정신없는 여편네들 술 사줘가며,
그게 뭐 재미나다고..어이구, 어이구.. (영숙 보며) 미친놈 널 뛰는 것도 삼일이면 지쳐. 냅둬. 알아들어.
영숙 : (편하게 웃으며) 미친놈도 널을 뛰어요?
상우모 내가 아니. 미쳤으니까 널도 뛰겠지. 아우, 날이 덥다. 시원하게 물 좀 끼얹어야겠다.
(하고, 일어나려다, 영숙 보며) 딴 맘 먹지 말어.
영숙 : (보면) ?
상우모 : 그 놈 도가 넘치면 내가 주릴 틀라니까, 넌 냄비뚜껑 같은 여편네들처럼 사네, 안사네 그딴 소린 말어.
영숙 : (편하게 웃으며) 그딴 소리 안해요. 점심 차릴게요. (하고, 주방 쪽으로 가고)
상우모 : (그런 영숙 측은하게 보고,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가는)
영숙 : (전기 밥솥에서 밥 푸는데, 답답하다)
씬31. 구청 건물 밖.
한방, 담배 피우며 구청 유리창을 게으르게 닦고 있다.
그때, 옆에서일하던 남자1(3부 앞에서) 그런 한방 보며 꾸중하는.
남자1 : 너 담배 안꺼?
한방 : (귀찮은 표정으로 남자1보며) 아직 장초야. 아까워서 못꺼. (하고, 담뱃재 아무 데나 털고 다시 피워 물고 유리 닦는)
남자1 : 얌마, 재를 아무 데나 털면 어떻게?!
한방 : (따분하게 남자1보며) 나두 다 생각이 있어서 터는 거유. (하고, 담뱃재 다시 터는)
남자1 : 뭐?
한방 : (남자1에게 가까이 다가가, 말하는) 형두 유리창 너무 박박 깨끗하게 닦지 말어요.
남자1 : 무슨 말이야?
한방 : 유리창이 너무 깨끗하면, 우리 같이 유리 닦는 사람이 필요 없을테고, 여기 바닥이 너무 깨끗하면 바닥 쓸 사람이
필요 없을 거 아냐? 형, 일자리 떨려나고 싶어? 아니지? 난 말이야. 솔직히 내가 심은 길거리 가로수들이
싹 다 말라죽었으면 좋겠어. 그래야, 내가 또 나무 심을 일을 맡을 거구. 사람들이 길거리에 껌을 막 툇툇 뱉어야,
또 껌 딱지 뜯을 일을 맡을 거 아니야.
남자1 : (어이없는) 그것도 말이라고 하냐?
한방 : 물론. 말이죠, 형. 입에서 나오는 소린 전부 말이라고 봐야돼, 형. (하고, 담배꽁초를 던져버린다)
그때, '뭐 하는 짓이에요!'하는 여자 목소리 들려, 한방, 남자1 돌아 보면.
검은 승용차에 타고 있던 여자(썬그라스 낀), 화난 얼굴로 나와 서 있는.
여자 : 남의 차에 담배꽁초 던진 사람이 누구예요? (하고, 썬그라스 벗으면)
남자1 : (미안한) 아이구, 죄송합니다.
한방 : (그 여자 보며, 넋이 나간 멍한) 안녕..
여자 : (한방 보며) ?
한방 : (어색하게 작게 웃으며) 차 좋다. 나야, 한방이...
여자 : (놀라는) ?!
한방 : (씩 어색하게 웃는) 폼 난다, 살맛 나나 보네.
씬32. 공장 안.
사람들, 일하는.
미숙, 전화 받고 있는.
미숙 : 왜이래? 말해요? (사이) 한방씨?
한방 : (풀이 잔뜩 죽은, E) 할 말 없어..그냥 미숙씨 보고 싶어서..
미숙 : (주변 눈치 살피고, 작게) 왜, 내가 보고 싶어?
한방 : (E) 몰라. 집에 몇 시에 와?
미숙 : 8시쯤.
한방 : (E) 빨리 오면 안돼?
미숙 : (대수롭지 않게) 그, 그래요, 빨리 갈게. (사이) 네. (하고, 자리로 가서 앉으면)
소희 : 한방이야?
미숙 : 신경 끊어요.
소희 : 한방이구나? 니들 뭐 한다고 그렇게 사바사바대냐?
미숙 : (눈 부릅뜨고) 남 일에 껴들지 말어. 내가 사바대건, 나불대건 언니랑 아무 상관없어, 알어?
(하고, 일하는 옥희 보며) 옥희야, 너 나나인치집 가야지?
옥희 : 아참. 지금 곧 갈게요. (하고, 봉투에 일감 옷 챙겨 넣는)
상우, 일하다, 그런 옥희 보고,
미숙 : 갔다가 바로 퇴근해. 오다가다 시간 뺏기면 서로 손해니까.
소희 : 그럼 가는 길에 내 것도 좀 해와라. (하며, 화순에게) 옥희 언니한테 바지 네 벌 줘.
화순 : 네 (하고, 바지 들고, 옥희에게 가는)
미숙 : (소희 보며) 얌체.
소희 : 얌체는 가는 길에 가면 서로 좋잖어.
미숙 : 서로 좋긴. 언니만 좋지.
소희 : (말꼬리 돌리며, 상우에게) 상우야, 너 진나라에서 옷감 가져 가랬다며 가는 길에 옥희 단춧 집에 좀 내려놔 주지.
상우 : (생각난 듯) 아참, 오늘 정씨 아저씨 쉬는 날이지. 그래요.
옥희 : (퇴근준비하고, 상우 말에 아랑곳없이, 미숙과 사람들보며) 그럼, 저 단춧 가게 들렀다 갈게요. (하고, 나가는)
미숙 : (옥희에게) 옥희야, 상우씨랑 같이 가.
옥희 : (아랑곳없이, 가고)
소희 : 쟤두 귀가 먹었나... (상우보며) 어여 쫓아가, 놓칠라.
상우 : (옥희 나간 문쪽보다, 옷입으며) 알았어요.
씬33. 공장 앞, 복도.
상우, 뛰쳐나가는.
씬34. 빌딩사이, 골목.
상우, 뛰어나와 두리번거리면 앞서 가는 옥희 보인다.
상우, '옥희씨'하며 뛰어와 옥희 옆에 서고, 옥희 보면.
상우 : 정씨 아저씨 차 타고 가요. 내가 거래처 가는 길이니까 내려줄게요.
옥희 : 그냥 갈래요.
상우 : 가는 길인데, 같이 가요. (하고, 옥희의 손잡아 끌면)
옥희 : (손빼며) 저, 이러지 마세요.
상우 : ?
옥희 : 제가.. 쉬워 보여요?
상우 : (미안한) ...
옥희 : (상우 보고, 조심스럽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저 애 아니예요. 남자한테 입술 한번 뺐겼다구, 울 나이두 아니구,
뺨치면서 왜 그랬냐구 소리칠 나이두 아니구. 남자들 괜히 맘에 없는 여자한테도, 지분대고 그러다 넘어가면
여관두 끌구 가구..
상우 : (미안하지만, 답답한) 저요.
옥희 : (상우 보며) 나 좋아해요? 좋아해서 그랬어요?
상우 : ......
옥희 : 난 상우씨 안좋아요. 난 신랑두 있구, 애기두 있어요. 어제 기분 별로 안좋았어요. (맘 안 좋은) 근데, 그런 일
어려서 종종 당했으니까... (눈가 붉어지는) 내가 가진 게 없으니까, 사람들 부모형제 없는 나 쉽게 생각하니까..
(상우 보며) 그런데, 저 이제 남편도 있고, 애기도 있어요. 혼자 아니예요.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여자 필요하면 낮에 왔던 여자들이랑 놀면 되잖아요.
상우 : (미안하고, 속상한, 가라앉은) 말을.. 그렇게 밖엔 못해요.
옥희 : 네, 그렇게 밖엔 못하겠어요. 저 불편한 거 싫거든요. 저 여기서 일해야 애기한테 과자라도 하나 편하게 사줄 수 있어요.
부탁해요. 어제 일은 없는 일로 하고 편하게 지내요. (하고, 가는)
상우 : (가는 옥희 보며, 답답한 얼굴로 돌아서서 가다, 다시 뒤돌아 옥희 보는데, 눈빛이 맘 아프고 진지하다)
씬35. 버스정류장.
옥희, 생각 많은 얼굴로 서있다.
씬36. 봉고차안 + 거리.
상우, 운전하며 생각 많은, 그러다 무심히 백밀러 보면, 옥희 서 있는모습 보인다.
상우, 그런 옥희 백밀러로 멍하니 보다, 가고.
옥희, 정류장에 그대로 멍하니 서 있고.
씬37. 건물 전경, 저녁 무렵.
잠시 후, 옥희 건물에서 나와 걸어가는.
씬38. 거리, 음식 리어커.
옥희, '오뎅 두 꼬치, 아니, 한 꼬치만 주세요'하고 주인 오뎅 주면, 옥 희 그것 먹으며, 주변 괜히 두리번거리는.
전화벨소리.
씬39. 나이트클럽, 전화 받는 곳, 밤.
용배, 전화 받고 있다.
용배 : 여기로 온다고? 몇 시에?
씬40. 공중전화.
옥희, 전화하고 있는.
옥희 : 지금 가면 30분쯤 후에.
용배 : (E) 시간 많인 못내, 잠깐이면 모를까.
옥희 : (반색하며) 잠깐이면 돼. 오빠 얼굴만 봐도 되고. (사이) 재민이? 미숙이아줌마가 저녁 챙겨준다 그랬어. 나두 전화해 놨구.
(웃으며) 어어, 곧 갈게. (하고, 전화 끊고 나가고)
씬41. 나이트 클럽, 전화 받는 곳.
용배, 전화 끊으며 혼잣말.
용배 : 여긴 왜 온다 그러는 거야. (하고, 홀 안으로 들어가는)
씬42. 미숙의 집 전경, 밤.
재민 : (E) 밥 잘먹었습니다.
문 여는 소리.
미숙 : (E) 공부하고 있어. 누나 곧 온대.
재민 : (E) 네.
씬43. 미숙의 방안.
한방, 풀이 죽어 앉아있고, 미숙, 과일접시 들고 문 열고 들어와 앉으며,
미숙 : (과일 접시 한방 쪽으로 놔주며, 눈치보며) 먹어봐요, 사과가 다네.
한방 : (고개 저으며) 됐어.
미숙 : 왜이래, 밥도 시원찮게 먹고. 배탈났어요?
한방 : (미숙 보며) 나, 오늘 내 전처 봤어.
미숙 : 첫째, 두째, 세째?
한방 : (잠시 생각하더니) 그 사람이..아마..두 번째지?
미숙 : (기분 안좋은, 그 마음 숨기고 과일 먹으며 묻는) 어디서?
한방 : (가라앉은) 구청에서..
미숙 : 구청?
한방 : (떫은 표정으로) 나 오늘 구청 유리창 닦았거든. 근데, 그 사람이 거길 왔드라고. 새까만 중형차를 몰고
한.. 삼천씨씨 되는 거 같지? 꼬질꼬질한 걸레 들고 있는데, 쪽팔려서 두꺼운 내 얼굴이 다 화끈거리드라고.
미숙 : 헤어진 여자 잘사는 거 보는 게 못사는 거보다 보기 좋지, 뭘 그래?
한방 : (미숙 보며) 그건 그런데, 왜 여자들이 나랑만 헤어지면 모두다 그렇게 다 잘되는 거냐구?
자기도 알겠지만, 전에 나 만났던 인정이, 정민이, 경자 모두 나랑 헤어지고 나서 팔자 확, 폈잖니 들.
나랑 있을땐 소금에 절여논 짠지 같던 여자들이 나랑만 헤어지면 둥그렇게 달뜬다, 달떠.
회사도 그래, 내가 근무할 땐 망조 들어있던 회사가 나 퇴직하는 그 즉시, 주식을 상종가까지 치잖니?
미숙 : 자기가 뭐..재수가 없나보지.
한방 : 뭐?
미숙 : (미안한, 말꼬리 돌리며) 사과 안먹어?
한방 : (한숨) 아-, (순간, 미숙 보며) 미숙씨두, 인생 피구 싶지?
미숙 : ?
한방 : 그럼 나랑 한번 살아볼래. 혹시 아니 자기도 내 덕에 팔자 필지?
미숙 : 또 수작이지, 어으 듣기 싫어, 나가. 테레비 볼거야. (하고, 티브이 쪽으로 몸 돌리면)
한방, '몇 번 볼건데'하며 리모콘 보려 미숙 옆으로 가는데, 미숙, 순간 '가, 이제'하다 한방과 입술 부딪히고.
미숙, 놀라 입떼고 바닥에 툇툇툇 침 뱉고.
한방 : (그런 미숙 보며, 기분 안좋은) 해두 너무 하네.
미숙 : (순간 손으로 입막으며, 미안하게 보며) 그게.. 입술이 너무 짜갖고..
한방 : (벌떡, 일어나 문 쾅 닦고 나가고)
미숙 : (나가는 한방 보며, 일어나 쫓아가며) 하, 한방씨...(그러다 한방이 닫은 문에 얼굴 부딪히고, 어우 아파하고)
씬44. 이층 카페 계단.
용배, 앞서 가고,옥희, 뒤쫓아가며,
옥희 : 차 안마셔두 되는데...
용배 : (올라가며) 사줄 때 먹어.
씬45. 카페 안.
옥희, 용배 앉아있는.
종업원, 차 가져와 그 앞에 놓고 가고.
용배 : (차 마시는)
옥희 : (차 마시고, 웃으며) 맛있다.
용배 : 비싼 거야. 한잔에 (손가락 펴 보이며) 오천원이나 해.
옥희 : 비싸다.
용배 : 비싼 값을 하잖냐. 분위기도 좋고. 맬도 아니고 가끔인데, 우리도 이런 호사해두 되지, 뭐.
옥희 : (둘레보고) 좋다.
용배 : 근데, 왜 온거야?
옥희 : 말했잖아. 오빠 얼굴 볼라구 왔다구.
용배 : 날이면 날마다 보는 내 얼굴이 뭐 새삼스레 보고 싶어.
옥희 : 그래두, 난 보고 싶어.
용배 : (어이없는 듯 웃고, 차먹고)
옥희 : (조심스레 말 꺼내는) 오빠..있잖아.
용배 : (보면) ?
옥희 : (차마 못보고) 이런 말 안할라고 했는데...
용배 : 무슨 말?
옥희 : (맘아픈, 찻잔만 만지며, 조심스레 말하는) 재민이 말이야. 나한테 엄마라고 부르게 하면 안될까?
용배 : (얼굴 굳어, 찻잔 들고 옥희 가만 보는)
옥희 : (찻잔 내려놓고, 창가 보며, 눈가 붉어진, 애써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이..내가 재민이 친엄마 아니라고,
혼자 사는 여자처럼 무시하는 거 같애서.. 뭐, 내가 가진 게 없고, 배운 것도 없으니까, 무시당해도 할 말은 없는데,
속이 상하잖어. (하는데, 눈물 주룩 흐르는, 소매로 눈물 닦는)
용배 : (속상한) 어, 어떤 자식이 널 무시해?
옥희 : (눈물 안보이려, 여전히 창가 보며) 다..다, 그래.
용배 : (한숨쉬고, 맘 안좋은) 그냥 그러려니 해. 어떡하냐, 너랑 나랑 팔자가 남들이 무시하게 생겼는데, 차나 마셔.
옥희 : 어.. (하고, 찻잔 만지는데, 눈물 흐르는)
용배 : (차 마시며, 옥희 안된 마음 들고)
옥희 : 차가 정말 맛있다. (하며, 차 마시며, 창 밖 보고)
씬46. 포장마차.
상우와 세오 술 마시고 있다.
상우 : (말없이, 술만 따라 마시는)
세오 : (그런 상우 보며) 왜이래? 그만 마셔. 가야지.
상우 : (세오 보며, 술 많이 안취한, 답답한, 진지한) 너두 내가 우습게 보이지?
세오 : 어?
상우 : 내가 꼴불견으로 보이잖어.
세오 : 왜 시비야?
상우 : (세오 안보고, 서글픈) 먹고살기도 빠듯한 놈이, 여자들 만나 놀고, 돈 쓰고, 그래, 그거 우스운거지.
근데, 난 그게 우스운 짓이래도 그렇게 살다, 늙어서 저승사자 오면 아이구, 나 좀 데려가요. 왜 이제 왔어요. 하면서,
그냥 황천길 따라가고 싶다.
세오 : 이상하네, 이 형.
상우 : 다달이 오십만원씩 죽어라 붜서, 3년짜리 적금 이천만원 만들었는데, 신문 보면 언 놈은 주식해서 하루아침에 억에 억을
벌었네, 어쨌네하고. 동창자식들 만나면 넥타이 딱 매고 나와서, 처가에서 땅을 한마지기 받았네, 두마지기 받았네, 하고.
그렇게 살맛 없게, 세상이 돌아가는데..여자? 그래, 난 여자 땜에 재미 좀 보고 싶었다. 집구석이야, 적금을 넣든 말든,
어머니가 연탄 나르다 허리가 삐든지, 말든지, 난, 여자 손목 딱 잡고 있으면 그런 거 다 잊어서 좋았다.
(세오 보며, 자조적으로) 나 여자 킬러다, 너 아냐? 요즘 여자들 후져. 이뻐요, 멋있어요, 하면, 금방 여관두 간다.
세오 : (듣기 싫다) 그래서?
상우 : 그래선마, 그렇다는 거지. (술 마시고, 순간 맘 아픈지, 인상쓰며, 가만 있는)
세오 : 왜 그래, 형?
상우 : 보고싶다. (외면하며, 혼잣말처럼) 그 여자, 나두 왜 그랬는진 모르지만 놀린 건 아닌데..증말 놀린 건 아닌데,
여자랑 입을 맞췄는데도 왜 이렇게 기분이 안좋냐... (하고, 술 따르는)
세오 : (상우 왜 그런가 싶게 보는)
씬47. 공중전화 전경.
씬48. 공중전화 안.
상우, 전화하고 있다. 신호음 가다 통화 떨어지면.
옥희 : (E)여보세요?
상우 : ......
옥희 : (E) 여보세요?
상우 : .......
씬49. 옥희의 방안.
재민, 자고.
옥희, 전화 받고 있는.
옥희 : 여보세요?
잠시 있다가, 전화기 끊기는 소리 나는.
옥희, '누구야'하며 전화기 내려놓고.
씬50. 공중전화 안.
상우, 가만있다, 다시 전화하는 신호음 가고.
영숙 : (E) 여보세요?
상우 : (서글프게 웃으며) 어, 마누라?
영숙 : (E) 어디야?
상우 : 여기, 집 앞. (사이) 집에 가는 도중에 자기가 너무 보고 싶어서. 여보, 사랑해. (사이) 술? 조금. 아냐.
(사이) 그래, 들어갈게. (사이) 어. (하고, 전화 끊고, 작게 노래 흥얼거리며, 걸어가는데 초라해 보이는)
씬51. 상우의 방안.
영숙, 이불 펴며, 혼잣말로 궁시렁 대는.
영숙 : 들어오기만 해봐. 소리지르면 어디로 튈까봐 내가 말을 안했지, 들어만 와, 간만에 또 붙어 보자구.
씬52. 상우의 아파트복도 전경.
영숙 : (E) 말 좀 해! 말 좀 하구 자!
씬53. 상우의 방안.
상우, 옷 입은 채 엎어져 자고 있다.
영숙, '일어나 봐, 일어나 봐'하며 심란하게 그런 상우 흔들다 포기하고, 혼잣말.
영숙 : 좋아, 낼 하자구. (하며, 발로 상우 툭치는)
씬54. 상우의 아파트전경, 아침.
씬55. 상우의 거실.
상우, 밥을 허겁지겁 먹으며.
상우 : 야, 쑥국 좋다. 속이 확 풀리네.
영숙 : (밥 수저 들고, 관찰하듯 상우 보며) 맛있게 먹는다. 정말 맛있나 봐.
상우 : (안보고, 반찬 집어먹으며) 어, 맛있어. 쑥이 사람 몸에 좋댄다, 자주 끓여라. (그 얼굴위로 영숙 말소리 들리는)
영숙 : 자기, 바람났니?
상우 : (입에 밥 넣고, 영숙 보면) ?!
영숙 : (대수롭지 않게, 상우 안보고, 수저로 밥 먹으며) 어제 핸드폰 확인했더니, 여자가 메시지 남겨놨더라.
상우 : (당황한) 누, 누가?
영숙 : (수저 입에 물고, 같잖게 보며) 명자 언니가 두 사람 봤대.
상우 : ?!...
영숙 : (수저 들고 상우 가리키며) 진상우, 좋게 말할 때 들어?
상우 : (눈치보며) 뭐, 뭘?
영숙 : (상우 눈 꼬나보며, 으름장) 나 열받게 하지 말어, (강조) 주접떨지말라고?! (버럭) 알아들어!
그런 영숙의 얼굴에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