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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20
S#1. 병원 입원실 (낮)
연수... 충격 받은 얼굴로 선재를 보고 있다.
선재 : 미리 말하면 너무 놀랄 거 같아서 말 못했어요. 미안해요.
연수 : ...................
선재 : (걱정스러운) 연수씨!
연수 : .......... 골수 검사.. 많이 아프다고 하던데..
선재 : 좀 힘들 거예요.
연수 : (심각하지 않게 넘기려는) 웃기죠? 내 몸에 정말 큰 병이 들었을지도 모른다는데,
그것보다 당장 검사 받을 때 아플 일이 더 겁이 나요.
선재 : (미소 짓지만 가슴 아프다)
연수 : 미안해요. 이제 겨우 마음 다독이고 있는 선재씨한테 나까지 이런 걱정을 끼쳐서...
선재 : 내 걱정은 나중에 해도 돼요.
연수 : (불안하다)
S#2. 병원 휴게실 (낮)
선재.. 초조한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연수에 대한 걱정으로 어쩔 줄을 모르겠다.
S#3. 병원 입원실 (낮)
연수.. 멍한 얼굴로 침대에 앉아 있다. 자신한테 일어나고 있는 일이 믿겨지지가 않는다.
거울을 꺼내서 창백한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연수 : (전화 받는) 여보세요.
나래 : (F) 나야. 잘 도착했어?
연수 : ...........어!
나래 : (F) 몇호실이야? 이따 일 끝나고 갈게.
연수 : (O.L) 오지 마.
나래 : (F) 왜?
연수 : 금방 퇴원할 건데 뭐... 괜히 왔다갔다 피곤하니까 그냥 집에 가서 쉬어.
나래 : (F) 그치만 옆에 누가 있어야지.
연수 : 선재씨가 있을 거야. 걱정마.
나래 : (F) 선재씨.. 불편하지 않어?
연수 : ............ 괜찮어.
나래 : (F) 알았어. 다시 전화할게. (전화 끊는다)
연수 : (불안한 얼굴이다.)
S#4. 세나의 벤 (낮)
나래... 핸드폰을 쳐다보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세나 : 병원에 오빠랑 계속 같이 있을 거래?
나래 : (눈치 보는)
세나 : 진짜 언니 마음을 모르겠다. 실장님하고 헤어졌다고 슬슬 선재 오빠가 아쉬워지는 거야?
나래 : 설마...
세나 : 그런데 왜 자꾸 오빠를 끌고 다녀? 가뜩이나 어머님 일 때문에 마음 약해져 있는데 언니가 그러면
오빠 마음이 얼마나 흔들리겠어?
나래 : ...................
S#5. 갤러리 앞 (낮)
민철... 거리를 걷고 있다.
갤러리 앞을 지나다가 예전에 연수가 좋아한다고 했던 장욱진의 그림을 발견한다.
S#6. 갤러리 (낮) - 민철의 회상 (5부)
연수 :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제가 그림 속의 아이가 된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엄마, 아빠 곁에 꼭 붙어 서서 아무 걱정도 슬픔도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저까지 행복해지는 느낌이거든요.
S#7. 갤러리 (낮)
민철.. 연수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그림을 바라본다.
S#8. 나래의 방 (낮)
선재와 연수.. 들어온다. 선재.. 연수의 가방을 방에 내려놓는다.
선재 : 좀 누울래요?
연수 : (고개 저으며) 병원에서 계속 누워 있었잖아요.
선재 : 검사 받은데.. 아직도 아파요?
연수 : 이제 괜찮아요.
선재 : 무조건 참지 말구 아프면 아프다 그래요.
연수 : (미소 지으며) 참을만 하니까 참는 거예요.
선재 : (속상하고)
연수 : 이제 선재씨도 가봐요. 피곤해 보여요.
선재 : (연수 옆에 앉는다)
연수 : (?)
선재 : 나래씨나 세나 오면 갈께요. 연수씨 혼자 있으면 더 불안할 거예요.
연수 : (!)
선재 : 사실은 내가 혼자 있기 싫어서 그래요.
연수 : ................
선재와 연수.. 나란히 앉아 있다.
더 이상 말은 안 하지만 둘 다 두려운 마음이다.
S#9. 병원 복도 (낮)
선재.. 선배와 심각한 얼굴로 마주 서 있다.
선배 : 만성 골수병으로 판명났다.
선재 : (마지막 희망 무너지는)
선배 : 그나마 다른 합병증은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야.
선재 : ................
선배 : 그 아가씨, 다른 가족은 없니?
선재 : ................네.
선배 : 큰일이구나. 가족이 다 달려들어서 같이 싸워줘도 힘든 병인데...
선재 : (!)
선배 : 일단 정상적인 생활에는 별 지장 없겠지만, 만성이 급성으로 변하면 더 위험한 거 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급성으로 가는 걸 피할 수는 없으니까 본인한테 빨리 얘기를 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선재 : (절망스럽다)
S#10. 나래 집 옥상 (낮)
선재... 문 앞에 서 있다.
연수에게 뭐라고 전해야 될지 몰라서 차마 문을 두드리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연수... 문을 열고 나온다.
연수 : (놀란) 선재씨!
선재 : (연수를 보자 안스러운 감정이 북받친다. 하지만, 표정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밝게)
깜짝 놀랐잖아요. 막 노크하려던 참이었는데...
연수 : (미소 짓고) 어쩐 일이예요?
선재 : 연수씨 보러 왔죠. 딴 이유 있겠어요?
연수 : 병원에서 연락왔어요?
선재 : (망설이다 차마 말을 할 수가 없어서) 아뇨. 아직...
연수 : 선재씨한테 연락주기로 한 거 맞아요? 내가 가야 되는 거 아닌가?
선재 : 나한테 연락할 거예요.
연수 : 차라리 결과를 빨리 알았으면 좋겠어요. 마음이 불안해서 잠이 잘 안 와요.
선재 : .................
연수 : (불안하지만 애써 안심하고 싶은 마음에) 근데요. 느낌에 별 일 없을 거 같애요.
진짜 큰 병이 있으면, 이렇게 아픈 데도 없이 멀쩡할 수가 있겠어요? 그쵸?
선재 : (연수의 마음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인다)
연수 : (선재의 표정을 살피면)
선재 : 우리 나가서 맛있는 거 먹을래요?
연수 : 난 별로 생각 없는데...
선재 : 연수씨 생각 없으면 됐어요.
연수 :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려요. 화초에 물 좀 주구요. (화초에 물을 준다)
선재 : (연수의 움직임을 애잔하게 바라보는데)
연수 : (돌아보면)
선재 : (애써 미소 짓고)
연수 : (선재의 태도에서 뭔가 불안해진다)
S#11. 병원 앞 (낮)
연수.. 병원에서 걸어나온다.
의사 : (E) 지금 할 수 있는 치료는 현재 상태를 유지시키는 겁니다. 이 상태를 유지하면서 기증 받을 골수를 찾는 거죠.
형제가 있으면 골수가 맞을 확률이 4분의 1정도 되는데,
환자분은 형제분이 없으니까 타인의 골수에서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확률이 낮죠.
연수.. 햇빛을 보자 어지러운 듯 스르르 주저 앉는다.
일어날 생각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있다.
(E) 연수의 핸드폰이 울린다.
연수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S#12. 민철 아파트 앞 (낮)
충격으로 멍해진 얼굴의 연수...
민철의 아파트 앞에 서서 민철 아파트 베란다를 올려다보고 있다.
S#13. 민철 아파트 민지 방 (낮)
민철... 책상 위에 노트북을 놓고 보고 있고,
민지... 바닥에 앉아 민철의 셔츠를 다리고 있다.
민철 : (그런 민지를 애잔하게 보고 있는데)
민지 : (아무리 다려도 구김이 없어지지 않자 짜증내는) 아우... 왜 이렇게 안 되는 거야?
이쪽을 다리면 저쪽이 구겨지고, 저쪽을 다리면 이쪽이 구겨지고....
민철 : (웃더니 민지의 손에서 다리미를 뺏는다) 이리 줘. 오빠가 할게.
민지 : (다시 뺏더니) 됐어! 이젠 내가 오빠 비서구, 코디구, 영양사야. 어차피 내가 할 일인데, 빨리 손에 익혀야지.
민철 : (마음이 짠하다)
민지 : (다시 열심히 다리미질을 하며) 근데, 언니 진짜 연락 없다.
민철 : (!)
민지 : 나한텐 그래도 다시 연락할 줄 알았는데....
민철 : 다신 연락하지 마. 오빠 말 들을 거지?
민지 : 몰라. 그런 약속은 못 해!
민철 : 민지야!
민지 : 그 언니 오빠 애인이기 전에 나랑 친한 언니야! 오빠랑 끝났다고 나까지 연락하지 말라는 법 있어?
그리고, 나 이제 만날 친구도 하나도 없는데, 언니하고까지 연락 끊으면 난 누구하고 얘기를 해?
민철 : 오빠한테 하면 되잖아.
민지 : 오빠한테 할 수 없는 얘기들도 있다구. 여자들끼리만 할 수 있는 얘기!
민철 : 니가 자꾸 연수씨한테 연락하면 연수씨 힘들어. 그거 몰라?
민지 : 연수 언니를 진짜 힘들게 하는 건 오빠야! 알지도 못하면서...
민철 :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간다)
S#14. 민철 아파트 앞 (낮)
연수... 민철 아파트 베란다에 민철의 모습이 나타나자 가슴이 무너진다.
S#15. 민철 아파트 민지 방 (낮)
(E) 민지의 핸드폰 울린다.
민지 : 여보세요!
연수 : (F, 가라앉은) 나야!
민지 : 언니!
연수 : (F) 실장님 좀 바꿔줄래?
민지 : 알았어! 잠깐만! (거실로 나가며) 오빠!
S#16. 민철 아파트 거실 (낮)
민철 : (베란다에서 들어오면)
민지 : 전화 받어.
민철 : (?)
민지 : 받아봐.
민철 : (전화 받고) 여보세요.
연수 : (F) 저예요.
민철 : (얼굴 굳어지는)
연수 : (F) 지금 좀 나와주실래요?
민철 : (냉정한) 무슨 일인데요?
연수 : (F, 애절한) 뵙고 싶어요.
민철 : 미안해요. 안 되겠어요.
연수 : (F) 집 앞이예요. 나오실 때까지 기다릴께요.
민철 : 돌아가요. (전화 끊는다)
민지 : 오빠! 너무한 거 아냐?
민철 : (대답 없이 민지 방으로 들어간다)
민지 : (답답해서) 오빠!
S#17. 민철 아파트 앞 (낮)
연수.. 민철을 기다리고 있다.
S#18. 민지 방 (낮)
민지.... 민철의 눈치를 살피고 있는데,
민철... 노트북을 덮고 거실로 나간다.
S#19. 민철 아파트 거실 (낮)
민철... 마음을 잡을 수 없어 왔다갔다 한다.
S#20. 민철 아파트 앞 (낮)
연수.. 여전히 같은 자세로 기다리고 있다.
S#21. 민철 아파트 앞 (낮)
민철... 밖으로 나와서 주위를 둘러본다.
연수의 모습 보이지 않자 돌아서는데...
연수 : (E) 실장님!
민철 : (돌아보면 연수가 서 있다)
연수 : (민철을 보니까 눈물이 날 것 같다)
민철 : (냉정한) 아직도 안 갔어요?
연수 : (애절한 눈으로 민철을 보며) 실장님한테 부탁이 있어요!
민철 : (?)
연수 : 오늘만 우리가 헤어진 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제 곁에 있어주시면 안 돼요?
민철 : 지금 무슨 얘길하는 거예요?
연수 : (간절한) 오늘만요. 오늘만 그렇게 해주세요.
민철 : 난 연수씨가 이러는 거 이해할 수가 없어요. 우리 지난 번에 얘기 다 끝났잖아요.
연수 : 실장님! 제발요.
민철 : (연수의 이런 행동이 이상하다 싶어서) 연수씨! 무슨 일 있어요?
연수 : (슬픈 얼굴로 고개 젓고)
민철 : (연수를 바라보면)
연수 : 저... 오늘 술 사주세요.
민철 : (!)
S#22. 호프 (밤)
민철과 연수.. 마주 앉아 있다.
연수 : 우리 이렇게 같이 앉아서 술 마시는 거 처음이죠.
민철 : ..................
연수 : (잔을 내밀며) 한 잔 주세요.
민철 : (술을 따라준다)
연수 : (한약을 먹는 것처럼 두 눈 질끈 감고 술을 꿀꺽꿀꺽 마신다)
민철 : (놀라서 연수의 잔을 뺏는다)
연수 : (보면)
민철 : 천천히 마셔요.
연수 : 괜찮아요. 저 맘 먹으면 잘 마셔요.
민철 : .................
연수 : 실장님은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 실장님도 다른 아저씨들이나 할아버지들처럼 그렇게 변하겠죠?
민철 : .................
연수 : 전 이쁜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머리는 하얀데 선이 고운 그런 할머니 있잖아요.
어때요? 저 그렇게 될 수 있을 거 같애요?
민철 : ...................
연수 : 대답을 안 해주시네. 그렇게 못 될 거 같나부다.
민철 : .................
연수 : 궁금한 거 또 있어요. 왜 같이 살면 닮는다고 하잖아요. 저하고 실장님도 오래 오래 같이 살면 서로 닮아질까요?
민철 : 연수씨!
연수 : (자기 입술에 손가락을 댄다. 쉿!하는 포즈)
민철 : (!)
연수 : 오늘은 없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되잖아요. 나도 그렇게 생각할께요. 내일 일어나면 오늘 일은 다 잊어버릴 거예요.
민철 : 정말 오늘이 끝이길 바래요.
연수 : (!)
민철 : 난 연수씨하고 헤어지는 일이 힘들어요. 힘들기 때문에 몇 번씩 반복하고 싶지 않다구요. 이젠 충분해요.
연수 : (끄덕끄덕) 알아요. 저도 알아요. 그래도 오늘은........(더이상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눈물이 고인다)
민철 : (!)
연수 : (아무렇지 않은 척 술잔을 들여다보며 눈물을 삼킨다)
S#23. 거리 (밤)
민철과 연수.. 인형 뽑기 오락기 옆을 지나간다.
연수 : (오락기로 뛰어가더니) 실장님! 500원짜리 하나 있으세요?
민철 : 그냥 가요.
연수 : (귀엽게 손을 내민다)
민철 : (할 수 없이 주머니에서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서 준다)
연수 : (동전을 넣으며) 전 이것도 오늘 처음 해봐요. 나만큼 못 해 본 게 많은 사람도 별로 없을 거야.
민철 : ..................
연수 : (인형 뽑기에 열중하지만 실패한다. 너무 아쉬워하며) 기념으로 하나만 갖고 싶었는데...
민철 : (동전 하나를 더 넣고 인형 뽑기를 해서 성공한다)
연수 : (소리를 지르며 좋아한다)
민철 : (인형을 뽑아서 연수에게 준다)
연수 : (신기한 듯 들여다보며) 이 인형이 내 기념품 1호예요. 앞으론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이 있으면 꼭 기념품을 남길려구요.
민철 : (평소와는 다른 연수의 모습을 걱정스럽게 본다)
S#24. 택시 정류장 (밤)
민철과 연수.. 정류장 앞에 서 있다.
빈 택시가 와서 선다.
연수 : (타지 않고 머뭇거리는데)
민철 : (문을 열어준다)
연수 : (아쉬운 얼굴로 탄다)
민철 : (문을 닫아주는데)
연수 : (간절한 눈으로 바라보면)
민철 : (!)
S#25. 택시 안 (밤)
연수와 민철.. 택시 뒷자리에 나란히 타고 있다.
민철 : (창 밖만 바라보고 있다)
연수 : (자신의 손 옆에 놓여진 민철의 손을 바라본다. 손을 잡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민철 : (무심한 듯 손의 위치를 바꾼다)
연수 : (가슴 아프고)
민철 : (창문에 비친 연수의 얼굴을 본다)
연수 : (밝게 떠들려고 애쓰던 아까의 얼굴과는 달리 초점을 잃은 멍한 얼굴이다)
민철 : (그런 연수의 얼굴이 마음에 걸린다)
S#26. 나래 집 동네 골목 (밤)
민철과 연수.. 걸어온다.
민철 : (걸음을 멈춘다)
연수 : (보면)
민철 : 들어가요.
연수 : (끄덕)
민철 : (돌아서는데)
연수 : 실장님!
민철 : (?)
연수 : 저한테 한 번만 얘기해주실래요? 사랑한다구...
민철 : (!)
연수 : 우리... 오늘은 헤어진 사이 아니니까 얘기해 줄 수 있잖아요.
민철 : .................
연수 : 안 돼요?
민철 : (냉정한) 잘 자요. (걸어간다)
연수 : (가슴 아프다)
S#27. 나래 집 언덕 (밤)
연수.. 벤치에 앉는다. 참았던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한 번 터지니까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어깨를 들썩거리며 운다.
S#28. 나래 집 앞 (밤)
연수..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선재.. 뛰어온다.
선재 : 연수씨!
연수 : (얼른 눈물을 삼키고) 선재씨!
선재 : 계속 전화했는데, 왜 전화 안 받았어요?
연수 : 급한 일 있었어요?
선재 : 아뇨. 그게 아니라.. 전화가 안 되니까 걱정 되잖아요.
연수 : (자신을 걱정하는 선재의 마음을 알 것 같아 애잔하게 바라본다)
선재 :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보여요? 어디 아파요?
연수 : (선재가 자신의 감정을 눈치 챌까봐 얼른 표정을 밝게 바꾸며) 아녜요. 그냥 좀 피곤 해서 그래요.
선재 : 밤엔 돌아다니지 말아요. 감기 들면 안 되니까...
연수 : 감기 들면 약 먹으면 되잖아요.
선재 : 연수씨 지금 몸이 많이 약해져 있어요. 그러니까, 감기 같은 사소한 병도 조심해야 돼요. 조심해서 나쁠 거 없잖아요.
연수 : (선재의 걱정이 전해져서) 알았어요. 조심할께요. 들어갔다 갈 거죠? (미소 짓고 안으로 들어간다)
선재 : (속상한 얼굴로 따라 들어가고)
S#29. 나래 집 옥상 (밤)
나래... 나무 상자에다 천을 씌워 간이 테이블을 만들면,
세나.. 집에서 맥주, 간단한 안주 등을 갖고 나와서 그 위에 올려놓는다.
나래 : 야! 우리끼리 일단 시작하자. 술 고파서 안 되겠다.
세나 : 쫌만 기다려. 오빠 금방 올 거야!
연수, 선재 : (들어가면)
나래 : 어? 둘이 같이 오네?
세나 : (표정 안 좋은데)
연수 : 어... 앞에서 만났어. (차려 마당에 차려놓은 테이블을 보고) 이게 뭐야?
나래 : 축하할 일이 있어서 깜짝 파티를 마련했지.
연수 : 축하할 일?
나래 : (세나 어깨에 손을 두르며) 우리 세나한테 드디어 CF가 들어왔다는 거 아니냐!
세나 : (으쓱하고) 나 집도 옮길 거야. 회사에서 집을 얻어준다 그래서...나래 언니는 같이 들어갈 건데, 언닌 어떡할 거야?
나래 : 어떡하긴 뭘 어떡해? 연수도 같이 옮겨야지.
연수 : ................
세나 : (선재에게) 오빤 축하 안 해줘?
선재 : (연수를 보고 있자니 축하한다는 말이 안 나와서 망설이다가) 축하해.
나래 : 내가 오늘의 기쁨을 만천하에 떨치기 위해서 특별한 걸 준비했지!
사람들 : (?해서 보면)
나래 : (작은 폭죽들을 땅에 늘어놓고 불을 붙인다)
폭죽... 하늘로 날아올라가서 펑펑 터진다.
나래, 세나 : (행복한 얼굴로 폭죽을 올려다보는데)
연수 : (자신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아름답게 터지는 폭죽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날 것 같다)
선재 : (그런 연수를 보며 안스럽게 바라본다)
S#30. 라디오 방송국 (낮)
세나와 나래..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나오는데, 규석, 기찬.. 지나간다.
나래 : (규석을 보고 반가운) 어! 니가 여기 웬일이야?
규석 : 웬일은.. 비즈니스차 왔지.
나래 : 비즈니스? 백수가 무슨 비즈니스?
규석 : 백수라니! 화려한 컴백이 멀지 않았구만!
나래 : 화려한 컴백?
규석 : (기찬을 툭 치며) 형! 얘기 좀 해 줘.
기찬 : 저희.. 실장님하고 다시 일하게 됐습니다.
나래 : 정말이예요?
기찬 : 네! 아직 준비 단계지만 얼굴 잊혀지면 안 될 거 같아서 한 바퀴 돌러 왔어요.
세나 : 빅토리 완전히 망했는데, 어떻게 새로 시작한다는 거예요?
규석 : 우리 실장님이 누굽니까? 마이더스의 손 아닙니까! 회사는 망해도 그 손을 아직 건재하다 이거죠.
나래 : 잘 됐다! 정말 잘 됐어!
규석 : 잘 됐지? 우리도 더 자주 볼 수 있을 거야. (윙크를 하면)
나래 : (애교스럽게) 야.. 왜 이래?
세나 : (놀라서 나래를 보며) 언니야말로 왜 이래?
나래 : (깜짝 놀라며) 내가 뭘?
세나 : 안 어울리게 왜 애교를 떠냐구.. (나래와 규석을 번갈아보며) 둘이 무슨 일 있어?
나래 : 일은 무슨 일? 내가 이 꼬맹이하고 일날 게 뭐 있냐? (규석의 목을 조르면)
규석 : 누나 또 힘자랑이야?
나래 : (더 조르고)
PD : (스튜디오에서 나오면 세나, 기찬.. 인사하러 가면)
나래 : (규석을 놔주며 속삭이는) 괜찮어?
규석 : (옷을 탁탁 털면서) 간만에 힘 주고 나왔는데 폼 상하게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나래 : 그러니까 왜 사람 많은 데서 그런 짓을 하고 그러냐? 사람 민망하게...
규석 : 나 원래 그렇잖아. 내가 이러는 게 뭐 어제 오늘 일이야?
나래 : (인상 험악해지며) 원래 그래?
규석 : (찔끔하면)
나래 : 아무한테나 그런다 이거지! (다시 목을 조르며 끌고 간다)
규석 : (끌려가며) 아니야! 아무한테나 아니야! 아니라구!
S#31. 나래의 방 (밤)
연수.. 근심에 싸인 얼굴로 앉아 있는데, 나래.. 들어온다.
연수 : 왔어? 세나는?
나래 : 누가 생일턱 낸다 그래서 따라갔어.
연수 : 너도 같이 가지 왜?
나래 : 나야 집에서 눈 시퍼렇게 뜨고 기다리고 있는 마누라가 있는데 놀다 들어올 수 있냐? 조신하게 집에 들어와야지.
연수 : (새삼스럽게 나래가 고마워서 빤히 바라본다) 고마워.
나래 : 더 고마운 소식도 있는데!
연수 : (?)
나래 : 실장님 다시 일 시작하셨대! 기쁘지?
연수 : 정말?
나래 : 그래! 하긴 그렇게 사라질 황태자가 아니지. 분명히 멋지게 재기할테니까 걱정하지마.
연수 : (다행이다 싶은데)
나래 : 그리고, 이거! (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툭 던져준다)
연수 : 뭐야? (쪽지를 펴보면 핸드폰 전화번호가 있다)
나래 : 실장님 새 전화번호야. 규석이한테 알아냈다.
연수 : (전화번호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나래 : 요즘 너, 너무 기운 없는 거 알어? 웃어도 웃는 거 같지도 않고, 먹어도 먹는 거 같지도 않고, 그게 다 실장님 때문이잖아!
연수 : ..................
나래 : 전화하고 싶으면 그냥 해! 만나고 싶으면 막 찾아가구. 그런 거 너무 참으면 너 진짜병 된다!
연수 : (눈물이 핑 돈다)
나래 : 아이구.. 또 울어? 내가 잘못했다! 겨우겨우 참고 있는 애 가슴에 내가 또 소금을 뿌렸구만. 미안해! 연수야! 응? 울지마!
연수 : (서러움과 그리움으로 눈물을 참을 수 없다)
S#32. 나이트 클럽 (밤)
세나.. 사람들과 춤을 추고 있다.
주위에서 세나를 알아보고 '세나다!''세나다!' 하면서 아는 척을 한다.
세나.. 기분이 뿌듯하다.
S#33. 나이트 클럽 화장실 (밤)
세나.. 화장실에서 화장을 고치고 있는데, 금숙.. 들어온다.
금숙 : (세나를 보더니 기분 나쁘다는 듯 돌아서는데)
세나 : 이게 누구야? 미호 아니야!
금숙 : (휙 돌아보면)
세나 : 요즘 어떻게 지내니? 방송국에선 얼굴 보기 힘들던데...
금숙 : (열받고) 내가 뭘하고 지내던 니가 무슨 상관이야?
세나 : 너 참 성격 좋다. 나 같으면 이런 데 와서 놀 기분 안 날 거 같은데....
금숙 : 뭐야?
세나 : 그렇잖아. 판 망했지, 회사 망했지, 뭐 좋은 일이 있다고 이런 데 와서 놀고 있어? 하긴.. 이런 데 말고 갈 데도 없겠지만......
(비웃으며 돌아서면)
금숙 : 야! 너 잘난 척 하지마! 너 술집 출신인 거,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어.
세나 : (표정 굳어지면서 노려보면)
금숙 : 단란주점에서 불이나 지르던 애가 진짜 출세했지. 그치만, 너, 이걸 알아야 돼.
너처럼 그렇게 이상하게 올라온 애들 얼마 못 가!
세나 : 넌 언제 한 번 올라와보기나 했어? 밟힌 주제에 해봤자 달보고 짖는 꼴이라는 거 모르니?
금숙 : (열받아서 어쩔 줄 모르고)
세나 : (씩 웃더니 나간다)
S#34. 단란주점 (낮)
웨이터... 짜장면을 먹고 있는데, 기자... 들어온다.
웨이터 : 아직 장사 안 하는데요.
기자 : 저... 좀 물어볼 게 있어서 왔는데요.
웨이터 : 물어보세요.
기자 : 여기서 가수 세나씨가 일했다고 하던데 맞습니까?
웨이터 : 네! 맞아요! 저희 아저씨가 그랬어요. 자기가 먹여주고 입혀서 키웠다구!
기자 : 그래요? 주인 아저씬 지금 어디 계신데요?
웨이터 : 요 앞에 당구장 가셨는데....
호태 : (들어온다)
웨이터 : 아저씨!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호태 : (?해서 보면)
기자 : (명함을 주며) 안녕하십니까! 월간 여성의 김상열이라고 합니다.
호태 : 기자요?
S#35. 정훈 오피스텔 (낮)
선재... 백혈병에 관한 자료들을 쌓아 놓고 이것저것 읽어보고 있다.
너무 답답해서 벌떡 일어나 긴 한숨을 내쉰다.
막막한 기분이다. 그 때,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다.
선재 : 여보세요.
선배 : (F) 나다.
선재 : 안녕하세요.
선배 : (F) 병원에 니 애인 왔다 간 거 아냐?
선재 : (놀란) 네?
선배 : (F) 검사 결과 물어보러 왔드라구. 그러길래 내가 빨리 얘기해주라 그랬잖아.
선재 : (전화 끊고 뛰어나간다)
S#36. 미술 학원 (낮)
연수.. 민철의 초상화를 앞에 놓고 앉아 있다.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쪽지를 보고 번호를 누른다.
하지만, 통화 버튼을 누를 수 없어서 폴더를 덮어버린다.
S#37. 사무실 (낮)
임대용으로 나온 사무실용 오피스텔이다.
민철, 기찬, 규석.. 사무실을 돌아보고 있다.
규석 : 너무 좁은 거 아닌가요? 이젠 실장님 방도 따로 없잖아요.
기찬 : 사무실 넓어서 뭐해? 맨날 밖으로 뛰어다닐텐데....
민철 : 넓은 데를 구하긴 힘들 거예요. 규모보다는 위치가 중요하니까....
기찬 : 그럼요. 무조건 움직이기 쉬운 데 있어야죠.
규석 : 다른 데도 좀 보실 거죠?
민철 : 그래요. 몇 군데 더 둘러봅시다. (나가는데)
(E) : 민철 핸드폰 울린다.
민철 : 이민철입니다.
연수 : ..............
민철 : 여보세요!
S#38. 미술학원 (낮)
연수... 눈물이 글썽한 채 핸드폰을 들고 있다.
S#39. 사무실 (낮)
민철.. 연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우뚝 멈춰서더니 전화를 들고 가만히 서 있다.
규석, 기찬 : (?해서 민철을 보며 나가는데)
민철 : (차마 전화를 끊을 수 없는데, 전화기를 통해 연수를 부르는 선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선재 : (F) 연수씨! 괜찮아요?
민철 : (!)
연수 : (전화 끊긴다)
민철 : (연수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하는 걱정이 생긴다)
S#40. 미술학원 (낮)
연수 : (얼른 눈물을 삼키고 선재를 본다)
선재 : (뛰어와서 숨을 헐떡이고 있다)
연수 : 무슨 일이예요?
선재 : .............. 괜찮아요?
연수 : (!)
선재 : 괜찮은 거예요?
연수 : (끄덕)
선재 : (눈물이 글썽해서) 미안해요. 내가 먼저 말해주려고 했는데....
연수 : 선재씨한테도 쉬운 얘기 아니잖아요.
선재 : 나도 겁이 나서 말을 못했어요. 슬퍼하는 연수씨 얼굴 보는 게 겁이 나서...
연수 : 알아요.
선재 :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이 병..고칠 수 있는 병이예요. 약물 치료도 있고, 골수이식도 있구....연수씨 나을 수 있어요.
연수 : ................
선재 : 내 말 믿어야 돼요.
연수 : 나을 때까지 아주 많이 힘들어야겠죠?
선재 : (!)
연수 : (애써 담담하게) 지금은 죽는 것보다 앞으로 살아갈 일이 더 무서워요. 내 병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얼마나 아파야 될지,
아무 것도 모르니까...아무 것도 모르구 그냥 기다려야 되니까...그게 무서워요.
선재 : (안스럽다)
연수 : 사실은 나 선재씨 원망도 했어요.
선재 : (?)
연수 :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 아무 것도 몰랐을텐데, 아무 것도 모르고 살 수 있었을텐데 싶어서요.
선재 : .................
연수 : 나 이렇게 나쁜 사람이예요.
선재 : 알아요. 나도 똑같은 생각했으니까... 나도 차라리 몰랐다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 너무 많이 했어요.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아는 게 연수씨를 위해서 좋아요. 알고 있으면 조심해서 막을 수 있는 것두 모르면 그럴 수가 없잖아요.
연수 : (끄덕끄덕)
선재 : 기운 내요. 용기 잃으면 안 돼요. 우리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연수 : 싸움은 저 혼자 해요. 선재씨하곤 상관 없어요.
선재 : 연수씨!
연수 : 선재씬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저까지 선재씨 힘들게 하는 건 말도 안 돼요. 그리고, 뭣보다 내 마음이 불편해서 안 돼요.
건강할 때도 난 선재씨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와서 선재씨가 내 옆에 있겠다는 거... 있을 수 없는 일이예요.
선재 :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돼요? 연수씨 아픈 거 알면서 그냥 모르는 척해야 돼요?
연수 : ..................
선재 : 내가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잖아요. 연수씨가 이렇게 힘든데 나혼자 아무렇지 않게 그럴 수 없다는 거 알잖아요.
연수 : 아무리 그래도 안 되는 일이예요. 안 돼요.
선재 : (답답하고)
연수 : 아무래도 전생에 선재씨가 날 아주 많이 힘들게 했나봐요. 그러니까, 내가 선재씰 이렇게 힘들게 하죠. 정말... 미안해요.
선재 : 나 괜찮아요. 나보구 상관하지말라는 얘기만 하지말아요. 그게 날 제일 힘들게 하는거니까...그것만 아니면 난 다 괜찮아요.
연수 : (!)
S#41. 나래 집 앞 (밤)
연수.. 걸어오면, 선재.. 뒤따라온다.
연수 : (돌아보면)
선재 : (미소 짓는다)
연수 : 정말 매일 이럴 거예요?
선재 : (끄덕) 내 맘 같애선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지만, 그러면 연수씨가 진짜 도망가 버릴거 같애서 이정도만 하는 거예요.
앞으로 퇴근길은 항상 같이 할 거니까 그런 줄 알아요.
연수 : 선재씨도 선재씨 생활이 있잖아요.
선재 : 이젠 연수씨 생활이 내 생활이예요.
연수 : (한숨을 쉬면)
선재 : (미소)
연수 : 저 들어갈께요. 이제 그만 가요.
선재 : (끄덕)
연수 : (걸어가는데)
선재 : (연수를 잡는다)
연수 : (?)
선재 : 밤에 잠 안 오면 전화해요. 무섭고 외로우면 참지 말고 전화하는 거예요. 알았죠?
연수 : 나래도 있고, 세나도 있는데 내가 왜 외로워요?
선재 : 두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르잖아요.
연수 : ................
선재 : 두 사람한텐 언제.. 얘기할 거예요?
연수 : 얘기 안 할래요. 선재씬 이미 알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나래하구 세나까지 힘들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선재씨도 비밀 지켜줘요.
선재 : ...............
연수 : 약속하는 거예요?
선재 : (끄덕)
연수 : 들어갈께요. (미소 짓고 집으로 들어간다)
선재 : (가슴이 아파서 그 자리에 서 있다가 돌아서서 내려간다)
S#42. 정훈 오피스텔 (낮)
선재와 민철.. 마주 서 있다.
선재 : 무슨 일이야?
민철 : 물어볼 게 있어서 왔다.
선재 : (?)
민철 : 혹시 연수씨한테 무슨 일 있니?
선재 : ................
민철 : 무슨 일 있는 거야?
선재 : 아니! 아무 일도 없어! 왜? 무슨 일 있는 거 같애?
민철 : ..................
선재 : 무슨 일이 있다 그래도 형하곤 상관 없는 일이잖아! 형, 연수씨하고 끝난 거 아니야?
민철 : ................
선재 : 아니면 아니라고 말을 해!
민철 : .............. 끝났어.
선재 : 그럼, 더 이상 연수씨 일에 관심 갖지 마. 괜히 연수씨만 힘들어지니까!
민철 : (!)
S#43. 뮤즈 사무실 (낮)
죄를 지은 듯한 얼굴의 세나... 미미 앞에 앉아 있다.
미미 : (세나 앞에 잡지를 휙 던진다.
<신인 가수 세나의 충격 과거 발굴! 미성년자 시절부터 단란주점 주인과 동거?>라는 타이틀이 보인다.)
세나 : (얼굴 하얘지고)
미미 : 이거 사실이야?
세나 : 아닙니다.
미미 : 나한테까지 거짓말할 거 없어. 그런다고 해결될 일도 아니구! 이런 대단한 얘기가 사실 확인도 안 하고 나올 리가 없잖아?
세나 : ................
미미 : 전혀 근거 없는 얘긴 아니지?
세나 : 그 가게에서 살긴 했지만 그 아저씨하고 그런 사인 아니었어요.
미미 : 그런 변명을 필요 없어. 같이 살았으면 얘기 끝난 거야.
세나 : (!)
미미 : 이런 일이 있으면 나한테 먼저 얘길 했어야지. 그랬으면 먼저 막아주든지 어떻게 했을 거 아니야!
세나 : ..................
미미 : 나 며칠 있으면 여기 떠나. 근데, 마지막에 이렇게 나를 실망시켜? 내가 세나한테 얼마나 정성을 쏟았는데!
세나 : 죄송합니다. (눈물 글썽하고)
미미 : 나가봐!
S#44. 거리 (낮)
슬픈 얼굴의 세나.. 선재에게 핸드폰으로 건다.
세나 : 오빠! 나야!
선재 : (F) 응!
세나 : 나 좀 만나줘.
선재 : (F) 지금은 바빠서 안 돼!
세나 : 지금 만나야 돼. 나 오빠한테 할 얘기가 너무 많단 말이야.
선재 : (F) 미안해. 내가 다시 연락할게. (전화 끊긴다)
세나 : (속상하고)
S#45. 나래 집 옥상 (낮)
연수... 빨래를 널려고 하는데,
선재.. 뺏어서 자기가 넌다.
연수 : 왜 이래요? 이제 그만 가요.
선재 : 이것만 해주고 갈께요.
연수 : 이리 달라니까요.
선재와 연수.. 빨래를 갖고 실갱이를 하는데,
세나.. 들어온다.
세나 : (기가 막히다는 듯 보는데)
연수 : (반기는) 왔어?
세나 : (선재에게) 바쁘다는 게 연수 언니 빨래 도와주는 거야?
선재 : ...............
세나 : 오빠 참 대단해. 언니가 실장님이랑 끝나니까 이때다 싶은가부지?
연수 : (말리는) 세나야.
세나 : 언니도 마찬가지야! 오빠한테 딴 맘이 생겼으면 생겼다고 차라리 말을 해.
연수 : (!)
세나 : 실장님한테 버림 받고 괴로운데 오빠가 옆에서 잘해주니까 위로가 된다! 기대고 싶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을 하라구!
딴 사람 앞에선 실장님 때문에 살기 싫은 척 울고 불고 난리를 치면서 왜 오빠는 안 놓는 건데?
선재 : (화내는) 그만해!
연수 : (집으로 들어가는데)
세나 : 왜 도망가? 언니도 하고 싶은 얘기 있으면 해! 도대체 선재 오빠에 대한 마음이 뭔지 확실하게 얘길 하란 말야!
연수 : 선재씨... 나한테 좋은 친구야.
선재 : (!)
연수 : (들어간다)
선재 : (세나에게 화를 낸다) 너 정말 왜 이래? 너한테 잘못한 건 나야! 연수씨가 아니라구! 근데 왜 연수씨한테 화를 내냔 말야!
세나 : (눈물이 글썽해서 다시 뛰어나간다)
선재 : 세나야!
S#46. 나래의 방 (낮)
연수.. 슬픈 얼굴로 앉아 있는데, 선재.. 들어온다.
선재 : 연수씨! 괜찮아요?
연수 : 네.....
선재 : 세나 일은 마음에 두지 말아요. 나 때문에 화나서 그런 거니까...
연수 : 선재씨! 날 생각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선재씨 때문에 세나하고 멀어지는 거, 나 정말 바라지 않아요.
선재 : (!)
연수 : 이젠 제 곁에 실장님이 안 계시기 때문에, 세나가 절 오해하기가 쉬울 거예요. 그러니까...
선재 : (O.L) 힘들게 했다면 미안해요. 하지만, 이젠 연수씨가 무슨 말을 해도 내 행동 달라지지 않을 거예요.
연수 : 선재씨!
선재 : 우리 엄마는 내가 못 지켜줬지만, 연수씨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지킬 거예요!
연수 : (!)
S#47. 나래 집 옥상 (밤)
여행 가방을 든 연수... 고민스런 얼굴로 집에서 나온다.
S#48. 나래의 방 (밤)
나래와 세나... 방에 들어오는데, 연수가 없다.
나래 : 얘가 아직도 안 들어왔나? (하다가 책상 위에 있는 쪽지를 본다. 펴보면 '며칠 여행 좀 갔다 올게- 연수' 라고 적혀 있다.
놀라서) 야! 연수가 여행을 갔단다!
세나 : 그래? 어디로 숨어야 될 사람은 난데 왜 언니가 여행을 가?
나래 : 너 때매 오죽 속이 상했으면 그러겠냐?
세나 : ..................
S#49. 정훈 스튜디오 (낮)
선재... 불안한 얼굴로 연수에게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선재 : 나예요. 지금 어딨어요? 걱정되니까 나한테 연락 좀 해줘요. 기다릴께요. (전화 끊는다)
S#50. 거리 (낮)
민철... 걸어가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민철 : (전화 받고) 이민철입니다.
나래 : (F) 안녕하세요. 저 강나랜데요.
민철 : (?)
나래 : (F) 연수가 여행을 갔는데 일주일이 넘게 연락이 안 돼서요. 혹시 실장님하고 통화하신 적 있나요?
민철 : 없는데요.
나래 : (F, 실망하는) 알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민철 : 잠깐만요.
나래 : (F) 네?
민철 : 연수씨 돌아오면 저한테도 연락을 좀 주시겠어요?
나래 : (F) 네... 그럴께요.
민철 : (전화를 끊고 불안한 얼굴이다)
S#51. 민철 집 거실 (밤)
민철... 연수 때문에 잠을 못 자고 서성이고 있다.
선재 : (E) 무슨 일이 있다 그래도 형하곤 상관 없는 일이잖아!
민철 : (연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 같다는 확신이 든다)
S#52. 나래 집 옥상 (낮)
선재.. 불안한 얼굴로 연수를 기다리고 있는데,
연수.. 피곤한 얼굴로 올라온다.
선재 : 연수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왜 그렇게 연락을 안 했어요?
연수 : ................
선재 : 몸은 괜찮아요?
연수 : 네!
선재 : 얼굴색이 안 좋아요. 절대 무리하면 안 된다는 거 몰라요?
연수 : 선재씨!
선재 : (보면)
연수 : (차갑게) 부탁인데, 벌써부터 날 환자 취급하지 말아요. 선재씨 그러는 거... 나 부담스럽고 싫어요.
선재 : (!)
연수 : 저.. 병원 들어갔다 오기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거 없어요. 달라진 건 선재씨 뿐이라구요.
나요. 선재씨만 안 보면 내가 아프다는 거 잊고 살 수 있을 거 같애요.
선재 : .................
연수 : 들어갈께요. 안녕히 가세요. (들어간다)
선재 : (!)
S#53. 나래의 집 앞 (밤)
민철.. 뛰어온다. 집 앞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S#54. 나래 집 옥상 (밤)
연수... 핸드폰을 받는다.
연수 : 여보세요.
민철 : (F) 나예요. 집 앞이니까 나와요.
연수 : (!)
S#55. 나래 집 앞 (밤)
민철... 걱정스런 얼굴로 기다리고 있다.
S#56. 나래 집 옥상 (밤)
연수... 생각에 잠겨 있다. 결심이 선 듯 밖으로 나간다.
S#57. 나래 집 언덕 (밤)
연수... 앉아 있고, 민철.. 그 앞에 서 있다.
민철 : 여행 갔다 왔어요?
연수 : ..........네.
민철 : 갑자기 왜요?
연수 : 그냥 가고 싶어서요.
민철 : 연수씨! 무슨 일 있는 거죠?
연수 : ...............
민철 : (걱정스런) 말해봐요. 무슨 일인지.....
연수 : (말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민철 : 연수씨!
연수 : (마음 다잡고) 무슨 일인지 몰라서 그러세요?
민철 : (?)
연수 : 저... 아직 실장님하고 헤어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다 해보구 있는 거예요.
실장님한테 찾아가서 애원도 해보구, 술도 마셔보구, 여행도 가보구요. 실연 당한 사람들... 다 그렇게 하잖아요.
민철 : .................
연수 : 그 중에 여행이 제일 효과가 있는 거 같애요. 마음이 정말 많이 정리가 됐어요. 그동안은 잊겠다 잊겠다 말은 하면서도
거의 스물 네 시간 실장님 생각만 했는데, 이번 여행에선 다른 생각들을 더 많이 했거든요.
민철 : (!)
연수 : 걱정 돼서 오신 거예요?
민철 : 연수씨한테 안 좋은 일이 있는 거 같아서 신경이 쓰였어요.
연수 : 저한테 다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어쨌든 미안해요. 자꾸 신경 쓰게 해서.......... 이젠 그런 일 없을 거예요.
민철 : ...............
연수 : 그리구... 우리 앞으론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모르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저도 실장님 빨리 잊을 수 있을 거 같구, 실장님도 이렇게 뛰어오시는 일이 없어지죠.
민철 : (!)
연수 : 그러니까, 이젠 제 소식 묻지 마세요. 저도 실장님 소식 알려고 하지 않을께요.
그냥 어디서 잘 살고 있을 거다.. 행복할 거다.. 서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살아요. 실장님도 그편이 좋으시죠?
민철 : .....................
연수 : 오늘 고마웠어요. 제가 기억하는 실장님 마지막 모습이 이렇게 절 걱정해서 달려오신 모습이라서
좋은 기억으로 남을 거 같애요. (일어나면)
민철 : 연수씨!
연수 : (보면)
민철 : 정말... 별 일 없는 거예요?
연수 : (미소 지으며 고개 끄덕인다) 네!
민철 : 정말... 아무 일 없는 거죠?
연수 : 그렇다니까요. 실장님만 잊을 수 있으면 저 아무 문제 없어요. (미소 짓는다)
S#58. 나래 집 앞 (밤)
연수와 민철... 집 앞으로 온다.
민철 : 들어가요.
연수 : 네! 안녕히 가세요!
민철 : (돌아서서 걸어간다)
민철.. 돌아서자 눈물이 글썽한 연수의 얼굴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