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 무덤이
된다
눈 한 번 깜짝할 새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 더딘 사랑 /
이정록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 꿈 / 황인숙
어두운 길을 등불 없이도 갈 것
같다
걸어서도 바다를 건널 것
같다
날개 없이도 하늘을 날 것
같다
널 만나고부터는
가지고 싶었던 것
다 가진 것 같다
- 널 만나고부터 /
이생진
스무 해 전에 보낸
편지에
스무 해 지나 메일로 답이
왔다
알 수 없는 일,
겨우겨우
가는 목숨을 어찌어찌 이어오던 난
화분에
꽃이 달렸다
모든 목숨은 물같은
그리움이거나
빈 집을 흐르는
울림이거나
상처의 흔적이거나
- 적멸 / 정한용
그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 어느
날
갑자기 더 불러
보고파서
가슴만 뭉클 차 오르며
또렷이 그려지는 그
모습이
꽃망울로 부풀어오르고
꽃잎 따내듯
하나 둘 기억을 따내고
나면
향기는 더 진하게
묻어나
혼절하던 이불 밑
향기만큼은 쏟아내던
그리움
그게 바로 사랑이었나
- 그게 바로
사랑이었나 中 / 김구식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 첫사랑 / 김현태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 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 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또 기다리는 편지 /
정호승
난 그대가 아프다
언제나 말 없이 환히 웃던
모습
못난 내 성격에 너무도
착했던
그대를 만난 건 정말이지 행운이었다
생각해
난 그대가 아프다
여리고 순해서 눈물도
많았었지
이렇게 힘든데 이별을 말한 내가
이정돈데
그대는 지금 얼마나
아플지
-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中 /
Epitone Project
그대 벽 저변에서 중얼댄
말
나는 알아들었다
발 사이에 보이는 눈발
새벽 무렵이지만
날은 채 밝지 않았다
시계는 조금씩 가고
있다
거울 앞에서
그대는 몇 마디 말을
발음해본다
꿈을 견딘다는 건 힘든
일이다
꿈, 신분증에 채 안
들어가는
삶의 전부, 쌓아도
무너지고
쌓아도 무너지는 모래 위의 아침처럼 거기
있는 꿈
- 꿈, 견디기 힘든 /
황동규
우리는 유기되었다
세계와 거의 비슷해지는
중이다
없애려 간 곳에서 얻어서 돌아올 것임을
안다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몸이 부풀어
오른다
예쁜 예감이 들었다
우리는 언제나 손을 잡고 있게 될
것이다
- 연인 中 / 이이체
※출처 : 쭉빵카페
카페 게시글
◀▽…책 ˚ 갈 ˚ 피 …◀▽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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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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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하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