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노블 2005-05]
훗날에 훗날에 그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는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그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Meet to music#1 냉소적1? 첫 느낌은 그랬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한 그는 반듯하게 다려진 화이트 셔츠에 소라색 니트 티셔츠를 코디해 정갈해 보였다. 선뜻 말을 건네지도 큰 소리로 웃지도 않았다. 그래서 인지 따뜻한 느낌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체 그의 가슴속에는 어떤 감성들이 들어 있는 것일까. 냉철하다 못해 시니컬해 보이기 까지 한 그에게서 어찌 그리 따뜻한 음악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낯선 길에 대한 두려움은 애초부터 없었다. 세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기타, 플루트, 재즈기타, 재즈 오르간 등 많은 악기들과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그의 형이 음악을 하고 있어서 어릴 때부터 음악 접하는 것은 낯설지 않았다고. 그리고 비교적 늦은 19세 때 비로소 피아노를 만났다. 한없이 맑으면서도 한 없이 강렬한 그 소리에 매로되어 평생 피아노와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레슨을 받아 본 적도 없다. 음계 읽는 것부터 베토벤곡을 연주하기 까지 철저히 혼자의 힘으로 했다. 그가 택한 길이기에 스스로 걷고 싶었다는 고집스러운 독립이었던 것. 대부분의 피아니스트들이 클래식 음악을 하고 있던 20년전 그는 재즈와 뉴에이지를 넘나드는 그만의 음악세계를 만들었다. 얼핏 들으면 클래식 같지만 그런 중후함은 없고 재즈라고 하기엔 너무 서정적인 피아노곡은 낯선 신(新)세계였다. 보통 뉴에이지는 빠른 템포와 리듬이 없는 조용한 음악으로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정적인 음색을 가진 악기들을 사용해 인간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는 엄연히 말하면 자신의 음악이 뉴에이지는 아니라고 한다. 단지 뉴에이지가 조금씩 알려지던 그 시절에 레코딩을 했기에 그것으로 분류시켜 놓을 뿐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흡수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만 가득할 뿐, 장르는 음악을 듣는 사람들이 분류시키는 것일 테니 그는 장르로부터는 자유롭다.
Give ear to SOUND#2. 소리는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그의 음악의 오아시스라고 표현하면 너무 거창할까. 그는 모든 소리에 집중한다. 깊은 새벽 창 밖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 내내 거슬리는 고양이의 울음소리, 시계추의 규칙적인 움직임 등 그의 귀에는 모든 소리가 집중되고 그리고 이내 음계로 탄생된다. 쓰는 것보다 듣는 것에 익숙한 그에게 대부분의 악보는 머릿속에 있다고, 음을 떠올리며 피아노에 손을 놓자마자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진다. 컨디션과 감정몰입에 따라 곡은 매번 조금씩 달라진다. 그래서 그에게는 악보가 없다. 얼마 전 6집 앨범을 발표하면서 악보집을 내게 됐는데 자신의 곡을 들으면서 악보를 다시 썼다고 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그의 음색은 그 자체가 아름답다 강약에 대한 뉘앙스의 섬세한 터치가 가슴으로 전달된다. 무모하게 건반을 두드리지 않으며 물이 흐르듯 유유히 건반 위를 흐른다. 그 때문인지 서정미의 강조와 더불어 인간적인 깊은 따스함이 느껴진다. 피아노라는 악기는 현악기, 관악기처럼 자신이 음을 만들 필요가 없이 건반을 두드리면 누구나 음을 낼 수 있다. 따라서 피아노 터치만의 아름다움, 그 자체가 연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듯. 다른 피아니스트와 달리 현악기와 피아노의 화음을 강조하는 것은 사사키만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음악을 돋보이게 하는 바이올린 연주도 일품이다. 바이올린, 일렉트릭 바이올린, 얼후를 다루고 있는 시노자키는 클래식의 명문으로 알려져 있는 동명학원을 거쳐서 스튜디오 뮤지션으로 전향한 연주자로서 사사키와 오랫동안 작업을 같이 해왔다. 특히 중국 악기인 얼후의 음색은 일본에서 흔하지 않으며 여성의 보컬 소리를 내므로 그의 음악과 잘 어울린다. '오버 더레인보우' 곡에 피아노와 얼후의 조화가 어떻게 빛을 발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고 한다. 그에게 "자신의 음색은 어떤 컬러로 표현하시겠어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한참을 고민하더니 "하얀색이라면 좋을까요?"라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멋쩍게 웃으며 "희망사항일 뿐" 이라며 말끝을 흐린다. 냉소적인 첫인상은 간데없다.
Forest in Piano#3 몰입하지 않고 들어도 몰입이 된다. 그가 지닌 독특한 분위기 때문일까? 그의 음악은 자연적인 분위기에 더하여 듣는 사람에따라 곡을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는 기쁨을 준다. 조용한 카페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드을 때, 넓은 바다 위를 유영할 때, 울창한 대나무 숲 속을 거닐 때마다 그의 음악은 다르게 다가온다. 장르에 상관없이 광범위한 포용력과 듣는 사람의 감성에 부드럽게 또 깊게 호소하는 매력을 겸비하고 있어 '자연주의 음악'이라는 표현이 잘 매치된다. 다시 뉴에이지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와 보다. 그에게 뉴에이지는 '차선'이라고 한다. 오래도록 재즈를 지향했고, 지금도 종종 재즈 무대에 선다는 이사오 사사키, 그는 작곡을 할 때 피아노 앞에 앉아서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것은 대게 추상적인 아이디어이지만 음악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려는 그의 무언의 의지이기도 하다. 그의 음악을 듣다 보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기 보다는 한순가 마음이 찡해진다. 그것이 오랫동아 남는다. 로맨틱하고 씁쓸한 정서가 한국 사람들에게 강하게 어필하는지도 모른다. 한국을 열 번 정도 왔다는 그는 판문점이 가장인상적 이었다고 한다. 임진강에서 바라본 남과 북의 전혀 다른 세계가 인상적이었고 작곡하는 데 새로운 모티브를 제공해주었다. 6집 앨범의 'Forest', 'Framescape', "Landscaape' 이 바로 그 곡들이다. 그가 이번에는 양평의 용문산으로 간다. 오는 5월21일(토) 용문산 야외 극장에서 '이사오 사사키의 피아노 숲' 이라는 로맨틱한 야외 콘서트를 펼치는 것, 천년된 은행나무도 보고, 1.2km 산책로를 따라 계속과 울창한 숲길을 걸으며 듣는 그의 곡은 봄의 따뜻함과 맑음을 선사해줄 것이다. 평생 음악만 하면 건강하다는 이사오 사사키. 음악의 폭을 넓혀 피아노곡에 가요나 팝을 접목해 새로운 감동을 줄 수 있는 뮤지션이 되는 것이 앞으로의 꿈이다. 음악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의 모습을 담은 솔직한 음악을 하고 싶다' 는 이사오 사사키가 아름다운 곡을 되도록 많이 만들어 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눈부신 봄, 그의 피아노 숲을 걸어보고 싶다. 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