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은 돼지고기 5파운드, 양파 5개, 김치 2쪽(배추 한 포기가 김치 4쪽 나온다), 큰 두부 2모, 달걀 4개, 당면 반 봉지(작은 봉지), 참기름, 간장, 소금, 후추, 설탕, 그리고 만두피 5팩, 이상이 속이 통통한 만두 250개를 빚기 위한 재료들이다.
야채와 두부는 푸드 프로세서로 다져서 한약 짜는 기구로 물기를 빼고 당면은 5분간 삶아 칼로 다진 다음 모든 재료를 버무려서 만두 속을 만들고 냉동되어 있던 만두피를 마이크로 오븐으로 해동시켜서 빚으면 된다.
빚을 때 만두피는 계란 풀은 것으로 붙인다. 빚기 전 약간의 만두 속을 마이크로 오븐으로 익혀서 간을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우리 집 가사노동의 원칙은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록 한쪽이 80%의 일을 부담하고 있어도 다른 한 쪽에 책임이 있는 한 책임 있는 쪽에게 막대한 불평등이 된다는 것이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우리의 원칙의 이론적 근거였다.
그래서 누구든지 시간이 있고 일을 하고싶은 사람이 가사노동을 하기로 약속되어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남자가 여자보다 육체적으로 훨씬 강하기 때문에 적어도 67%는 해야 된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세탁을 비롯해서 힘이 많이 드는 일은 내가 전적으로 도맡아 해 왔으며 전체적으로 대체로 70% 정도를 부담했다.
나의 가사노동의 역사는 멀리 중학교 1학년으로 올라간다. 국민학교 6학년 실과 시간에 밥은 쌀 5 물 6의 비율로 하면 된다는 이론을 배웠던 나는 서울에서 중학교 1년을 마치고 가정형편으로 휴학하여 시골로 내려가 놀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종종 집을 비우실 때마다 그 이론대로 밥을 해서 동생들을 먹였다.
빨래가 쌓이면 바구니에 잔득 담고 마을 시냇가로 가서 동네 아줌마들 틈에 앉아서 방망이질하면서 빨래를 했고 심지어 삶고 풀먹이고 다듬이질하는 것까지 열심히 했다.
남들이 사네 자식이 별 짓 다한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면 볼수록 왜 남자는 여자가 하는 일을 못하냐하는 심보로 아줌마들보다 더 여자스럽게 빨래를 문대고 헹구고 짜고 널고 했다.
재봉질과 뜨개질은 국민학교 시절에 이미 어머니 어깨넘어로 배워 수준 급으로 할 수 있었다. 지금도 집에서 재봉질은 모두 내 몫이다.
나와 하나뿐이 우리 딸은 합성세제에 알레르기가 있어 빨래는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다. 그래서 빨래하는 날은 세탁기가 있는 베란다에서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세심하게 세탁기 돌아가는 걸 관찰하면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청소, 요리, 설거지, 아이 뒷바라지, 장보기 등등 가사 일을 전업으로 하면 하루 6-7 시간이 개눈 감추듯 날아간다.
이렇게 말하면 우리 아내는 가사노동에 전혀 무지한 여자같이 보이겠지만 아내도 청소, 정리, 요리, 아이보기 모두다 전문가 수준이다. 한 동안 너무 안 해서 요즘 요리 솜씨는 많이 줄어들었지만 신속하게 해내는 요리는 귀신처럼 잘한다.
세탁 외에 반드시 남자가 해야할 가사노동이 한 가지 더 있으니 그것은 설거지이다. 요리를 하다 보면 냄비나 후라이팬이 잘 탄다. 특히 후라이팬은 식용유를 많이 사용하는 요리 기구여서 이 식용유가 어쩌다 흘러 넘쳐 까맣게 타면 여간해서는 지워지지 않는다.
한 번 타서 붙은 것은 그때그때 제거하지 않으면 요리가 거듭될수록 더욱 강하게 달라붙어 주방기구와 한 몸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매번 설거지할 때 힘을 주어 깨끗이 닦아내어야 하는데 이것이 여자의 힘으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떤 때는 남자인 내 힘으로도 간신히 닦이는 지독한 때도 있으니 하물며 여자들에게는 오죽이나 힘들 것인가. 덕분에 우리 집 냄비와 후라이팬은 심지어 10년 전에 산 것도 아직 반짝반짝한다.


<10년이 넘은 후라이팬과 17년이 다 되어가는 냄비>
나는 중학교 1학년 때 이후 고등학교 다닐 때와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는 가사노동과 떨어져서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 심지어 군대에서도 처음 졸병 1년 동안 취사장에서 일해서 군대 가사노동을 해야 했다.
그리고 이 가사 노동을 귀찮아하거나 부끄러워한 적이 없다. 가사 노동을 다른 말로 살림이라고 한다. 사람이 살면서 이 살림을 하지 않고는 생존할 길이 없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이 일에 여남, 남녀가 따로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열심히 가사노동을 한다. 돈 버는 일을 하는 짬짬이 한다. 아내도 물론 열심히 하지만 내가 3분의 2는 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사는 요즘은 미국서 살 때보다는 훨씬 수월타. 가끔 식사를 시켜서 먹을 수도 있으니까...
함께 살아가는 세상 얼마나 좋은가!!
첫댓글 정말 부러운 이야기네요..우리집은 둘다 소위 살림이라고 말하는 모든 일에 소질이 없으니..우리집 냄비후라이팬과 돌김네 냄비 후라이팬의 신세가 참 대조적이라고 아니할수가 없다고 할수도 있기도 하고........
미라 넌 후라이팬 제조업계의 발전에 한 몫을 하는 거고, 돌김님네는 우리 후라이팬 경제에 아주 악영향을 끼치는 셈이지..후라이팬에 음식을 해 묵었는지 어쨌는지는 우리가 안봐놔서.. ㅎㅎ
마저..나는 대충 닦는동 마는동 쓰다가 너무 아니다 싶으면 그냥 버리지..돌김님 해도 해도 너무 하십니다요..저 사진보니.. 엔간하면 나도 반성 좀 할까 햇는데 그냥 생긴대로 살랍니다요..
위글이 돌김네의 생방송인가요? 그게 사실이라면 진희보다 어려보이는? 이유가 있네요 . 마누라를 위하여 사는 삶은 항상 행복이 넘치고 늙지 않는다는 비결 .. ...
으뜬 박사 논문보다 훌륭헙니다요~ 근데 경처가 한 단계 위가 머였더라`?
길~길~ 길처가 가 있는줄 아뢰오~
오엥~? 완존 현대판... 아덜넘 세상에서 있을법한 이야그가 우리 세대에서도... 서서히 스스로에게 세뇌시켜야 할~! 진희가 福이 참, 많구나!! 행복하십시오~~~!
오~잉~ 그라믄 돌김씨랑 진희님이 한방을 쓰는 사이 인감여?~~~~
윽, 제선주 님, 그리고 강미선 님, 저와 진희가 룸 메이트라는 걸 밝히면 안 됩죠. ㅋㅋㅋ 봉옥 님, 경처가 위에 또 뭐가 있남요? 느린이 님, 우린 그런 사이입니다. ㅎㅎ 그래서 카페 이름도 사이회 아닌감요?
빵울아...너도 멋좀 해야할랑갑따..강력한 귀염둥이분과 라이벌 등장이여..소문에 듣자하니 돌김은 요리분야뿐아니라 옹녀박사의 수제자라는 소리까지 들려..케케...긴장되쟈?
에~~~저는 엄니 슬하로 들어가면서부터 가정의 평화(고부간)와 안녕을 위하여 살림을 놓았더니 이젠 하기싫어요.대신 집안을 발칵 뒤집어 청소를합지요.아차~~시장도 자주봅니당~~케케케....
와~~~~~~~~~~~~~ 다시 덤해서 올라온 남비&후라이팬 사진 = 그날 자크르르르르한 상하의 돌김님 양복... 그저 놀랍기만... 감동 그 자체입니다~!
와 감동받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