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팽년(朴彭年)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사는 영남지역의 대표적인 양반마을입니다. 박준규 전 국회의장을 배출한 마을이라는 점이 작용되었겠지만 대구시의 엄청난 예산지원과 여러 종인들의 노력으로 마을이 아주 잘 정비되었습니다. 이 마을에는 보물, 유형문화재 등의 문화재가 다수 있습니다. 대구시에서 몇 년전에 이 마을에 사육신 기념관을 지었으며 그 외에도 많은 한옥들을 지어서 이 마을을 한옥체험마을로 조성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경북의 대부분의 시군들에서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전통한옥마을이 조성되어있는데, 상주지역엔 전통한옥체험마을이 아직도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매년 5월 둘째 일요일(오늘. 5월 13일)을 "묘골 방문의 날"로 정하고,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자손들이 연중 한 번씩 모여서 종친간의 돈목을 위한 잔치를 벌인 것이 16년째입니다. 순천박씨 충정공파 청년회에서 행사를 주관함으로 인해 젊은층의
참여가 매우 높다는 점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타문중 사람들도 초대하는데, 매년 초대 대상자를 다소 달리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관을 청년회서 하다 보니 타문중의 초청 대상자도 자연히 노인들보다는 중장년층이 많은 것 같습니다.
초반부의 행사진행을 구경했는데, 전 종인이 일어서서 국기의례 다음에 "조상을 받들자!" "종친을 사랑하자!" "인재를 기르자!"라는 그들의 실천 삼강을 구호로 다함께 외치더군요. 그리고 젊은층의 행사참여가 많다보니, 교육자 출신 문중 원로들이 젊은 세대에게 훈화적 내용의 짧은 연설도 하더군요. 의식이 끝난 후에는 연령대에 맞는 다양한 게임들을 하였습니다. 일반적인 놀이행사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게임을 위해 푸짐한 상품들을 준비했는데, 20대 이하의 젊은 세대 특히 10대의 어린이들에게 줄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준비함으로써 매년 그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하루 놀고 가는 것이지만, 어린이들에게는 이 행사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다고 합니다. 행사비용이 많이 들지 않느냐고 물어보았는데, 근년에는 자손들의 자발적 찬조가 많이 들어와서 행사경비를 지출하고도 돈이 남는다고 답하였습니다. 이를 보더라도 묘골 순천박씨 문중의 단합이 매우 잘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어느 가문이든 고향을 떠나 도회지에 흩어져 사는 사람들이 많기에, 젊은 세대는 가까운 촌수의 친척간에도 서로 얼굴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자신의 성과 뿌리에 바탕한 자기 정체성이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러한 일반적 현실을 고려하건대, 순천박씨 문중의 묘골 방문의 날 행사는 매우 뜻 깊은 것이라 여겨졌습니다. 저는 특히 이 행사에 젊은 세대가 많이 참석한다는 점에서 묘골마을 순천박씨 문중의 미래가 매우 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문중도 "뿌리교육" 등 자랑스러운 점이 매우 많지만, 그래도 타문중의 잘하는 점을 더욱 많이 본받아야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종우, 박종상, 박준규씨 등의 친절한 접대에 감사드리며, 특히 마을의 여러 유적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신 박도규 대보사 사장님께 감사드리며,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