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세의 산정무한] 麻姑 할미 전설…노고단(老姑壇, 1,507m)에 오르다 산사람&산뉴스
김윤세 입력 2022.07.27 11:02
지난 7월 2일 지리산 노고단 정상 표지석 앞에서 필자.
올해 1월 1일 와불산 벽송능선 부용봉을 오르는 첫 번째 산행을 시작한 이래 6월 26일 산청 왕산 산행에 이르기까지 올해 상반기에 모두 56차례 산에 올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가리지 않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불거나 기후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달에 평균 9차례 이 산 저 산을 찾아다니며 산행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주말마다 힐링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성삼재 출발 왕복 9.5km
지난 7월 2일에는 올해 들어 57회차, 하반기 들어서 첫 산행으로 지리산 노고단을 다녀왔다.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은 한국 5대 명산 중 하나로, 웅장하고 경치가 뛰어나며 3도, 5개 시군, 15개 면에 걸쳐 484km2 (1억3,000만 평)로 광대하게 펼쳐져 있다.
천왕봉(1,915m), 노고단(1,507m)으로 이어지는 100리 능선에 반야봉(1,731m), 토끼봉 등 10여 개의 고산 준봉을 비롯해 85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있으며, 화개천, 연곡천, 경호강, 덕천강 등 10여 개 하천의 맑은 물과 아름다운 경치로 ‘지리산 12동천洞天’을 이루고 있다.
노고단老姑壇이라는 지명은 할미당에서 유래한 것으로 ‘할미’는 도교道敎의 국모신國母神인 서술성모西述聖母 또는 선도성모仙桃聖母를 일컫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설에는 늙은 할미라는 뜻의 ‘노고老姑’가 ‘마고麻姑 할미’를 지칭하는 것이라고도 한다.
성삼재 주차장에 주차한 뒤 막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한 노신사 부부가 내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더니 “아, 이거 인산가 김윤세 회장 아닌가?”라며 악수를 청하기에 손을 내밀어 악수하면서도 어리둥절해하니 “전에 KAIST 산악회 회원으로서 함께 산행하지 않았느냐”며 명함을 내미는데 자세히 보니 전라북도 부안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김진배 의원 부부였다.
노고단을 다녀오는 길이라는 김 의원 부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오전 11시 해발고도 1,000m 넘는 성삼재를 출발해 점차 높아지는 고도를 느끼며 길을 걷는다. 무더운 여름 날씨를 감안해 해발 1,090m의 지리산 성삼재에서 무넹기를 거쳐 노고단 고개-노고단 정상까지 4.75km, 왕복 9.5km 거리의 산길을, 8kg 남짓 무게의 ‘번뇌’를 가득 담은 배낭을 메고 5시간 30분에 걸쳐 느긋하게 걸었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인생길의 동반자인 아내와 함께 작열하는 한여름 햇볕이 내리쬐는 고지대의 산길을 걸으며, 맑고 시원한 계곡물을 만나면 세수도 하고 머리를 담그기도 하면서 걷고 또 걸었다.
40분쯤 비탈길을 오르니 성삼재에서 1.5km 거리임을 표시하는 이정표가 나타나고 나무 계단으로 오르는 짧은 코스(1.0km)와 무넹기 쪽으로 우회하는 ‘편안한 길’ 코스(3.2km)로 갈라지는데 무넹기 쪽 코스로 접어들어 200여 m를 더 걸으니 ‘화엄사 5.7km 이정표’가 보이는데 그곳 코재를 지나 다시 노고단 정상 쪽으로 난 길을 걷는다.
땡볕 아래 노출된 길을 10분쯤 걸으니 노고단대피소로 가는 다소 급경사의 짧은 코스 길과 완만한 경사의 긴 코스 길로 나뉘는데 또다시 완만하면서 긴 코스 길을 선택해 호젓한 숲속으로 난 길을 천천히 걷는다.
반야봉과 그 너머 구름 아래 천왕봉.
숲속 적막을 깨는 꾀꼬리 소리
이때 숲속의 적막을 깨는 꾀꼬리의 맑고 아름다운 지저귐 소리가 들려온다. 새 소리로 인해 문득 숲속이 얼마나 고요한지 깨닫게 된다. 소리 나는 곳을 유심히 살펴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노란빛의 황조黃鳥(꾀꼬리)가, 제 이름이 뭔지 물어본 사람도 없는데 “꾀꼴, 꾀꼴…” 소리 내어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꾀꼬리 우는 소리에 문득 조선 후기 영조 임금 시절 활동했던 고승高僧 월성 비은月城費隱(1710~1778) 선사의 ‘황조黃鳥’, 즉 ‘꾀꼬리’라는 제목의 시가 떠오른다.
비단옷을 입고도 뭔 일로 불평의 소리를 하는지…
형형색색의 꽃무늬를 수놓지 못해 그러려나?
날아가거나, 날아오거나 사람들은 모른다
‘꾀꼴꾀꼴’ 꾀꼬리 소리 적막을 깨고 들려올 때까지…
붉은 저녁놀 내려앉는 나뭇가지 위에서
꾀꼬리는 ‘꾀꼴꾀꼴’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錦衣何事不平鳴금의하사불평명
無乃添花未盡情무내첨화미진정
飛去飛來人不識비거비래인불식
夕陽枝上自言名석양지상자언명
지은이는 ‘마음의 국화心菊’라는 제목으로 읊은 시를 위시해 읽는 이들의 심금心琴을 울리고 해탈解脫의 선미禪味를 맛보여 주는 주옥같은 선시禪詩들을 다수 남겼다.
노란 비단옷으로 몸을 두른 꾀꼬리가, 잔잔한 목소리 아닌 불평조의 소리를 내는 것은 무슨 까닭이려나? 아마도 노란 비단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무늬로 수놓은 옷이 아니라서 그런 것인가? 기실 꾀꼬리가 숲속에서 날아가거나 날아오거나 간에 소리 없이 신속하게 이동하는 습성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일부러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그 존재의 어묵동정語默動靜을 알기 어렵다.
다만 홀연 숲속에서 들려오는 ‘꾀꼴꾀꼴’ 소리에 문득 고개를 돌려보면 노란빛을 띤 아름다운 자태의 새가 조용한 음성으로 ‘꾀꼴꾀꼴’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광경을 보게 된다. 마치 누가 이름을 물어보기라도 해서 제 이름을 말해 주는 것처럼….
노고단 고개에서 다시 데크 길을 따라 노고단 정상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남서쪽으로 구례읍이 펼쳐지고, 북쪽으로는 종석대와 성삼재가 보이며, 동쪽으로 반야봉과 멀리 천왕봉이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오곤 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노고단 정상 표지석(해발 1,507m) 앞에서 사진을 찍고 호흡을 가다듬은 뒤 하산길 1시간 남짓 걸어서 오후 4시 30분 무렵 성삼재 주차장에 당도해 이날의 즐거운 산행을 마무리했다.
인산가 김윤세 회장
인산가는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였던 인산仁山 김일훈金一勳 (1909~1992) 선생의 유지를 펴기 위해, 차남인 김윤세 現 대표이사이자 회장이 1987년 설립한 기업이다. 인산 선생이 발명한 죽염을 비롯해 선생이 여러 저술을 통해 제시한 물질들을 상품화해 일반에 보급하고 있다. 2018년 식품업계로는 드물게 코스닥에 상장함으로써 죽염 제조를 기반으로 한 회사의 가치를 증명한 바 있다. 김윤세 회장의 대표적인 저서로는 『내 안의 의사를 깨워라』, 『내 안의 自然이 나를 살린다』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노자 사상을 통해 질병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올바른 삶을 제시한 『自然 치유에 몸을 맡겨라』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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