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지난 한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모시고 4시간만에 ,,, 마치 기다리셨다는듯이 너무나 평화로운 모습으로 세상을 떠나신 할머니..
다시 소생하신 일주일동안 보고싶었던 이들 한명 한명에게 사랑하다고 말씀해주시고
가족들에게는 떠나보낼 마음의 준비를 하게 해주신 할머니는
일생 현철하고 배려깊으셨던 모습처럼 당신 생의 마무리도 그렇게 하셨다.
엄마는 임종의 순간 할머니께 사랑해요,, 감사해요,, 미안해요라는 말 말고는 더 할말이 없었단다.
장례미사에서 성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신부님의 말씀과 우리들의 기도를 들으시며
정말 더없이 흡족하고 행복하셨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그순간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하염없이 눈물이 흐르더구나.
그래서인지 엄마는 화장터에선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할머니께서 그 불꽃속에서 고통스러우신게 아니라 이제 불편하고 갑갑하고 고단했던 육체에서 벗어나 오히려 자유롭게 훨훨 날아 오르실거라 믿었기 때문이란다. 장례를 모시는 동안,, 할머니는 우리 가족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더 느낄수 있게 해주신것 같아. 깊은 슬픔 속에서도 손자 손녀들이 의젓한 모습으로 각자의 몫을 해내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께서도 정말 흐뭇한 미소를 지으셨을게다.
어제는 할머니 의자에 앉아 보았단다. 항상 우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 깔끔하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고싶으셔서 잠시도 몸을 쉬지 않으셨던 할머니께서,,, 그 의자에 앉아 손자들이 와도 손수 음식을 차려줄수도 없고 몸에 티끌이 묻어도 씻겨주실수 없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힘드셨을지 ,,, 꼼짝없이 의자에 앉아 15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뎌내신게 한없이 고맙고 죄스러웠다.
이제,, 우리가 할수있는 건 하늘에서 할머니가 보시기에 흡족하게 열심히 아름답게 사는거겠지.
우리 아들도 아름다운 꿈을 가지고,, 어디서든 할머니의 손자로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거라.
삼우제 모신 다음날(9/6), 신병훈련소 홈피에서 너에게 인터넷메일을 썼는데,,보내는 과정에서 오류가 나서 모두 날려버렸단다ㅠㅠ 네 편지를 받고는 기뻐서 즉시 답장을 쓴거였는데,,,
엄마는 네가 있는 곳이 미국이든 서울이든 군대이든 상관없이 이상하게 걱정이 안된다 ㅋ
네가 좌우명으로 삼은 말처럼 피할수 없으면 즐길것 같아서~~ ^^
즐기되~~~타인에게보다 나에게 엄격한 사람이 되려하고, 항상 시야를 더 넓고 멀리보려 하고, 마음을 읽고 움직일수 있는 사람이 되려 노력한다면 더 바랄게 없겠구나.
추석을 같이 보낼수 없어 서운하다만 ,, 그곳에서 동병상련의 동지들과 보내는 시간도 뜻 깊을것 같다. ㅎㅎ
건강 잘 챙기렴. 사랑한다 우리 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