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 몽키스>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 드라마, 터키, 109분, 2008년
누리 빌게 제일란, 엄청난 감독이다. 심리적 무게감과 위태함을 공간으로 표현하는데 제일란 감독은 독보적이다. 그가 묘사하는 장엄하면서 심리복합물로서 완벽하다. 흑해변의 먹구름들은 음울하면서 강력하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느낌을 품고, 은밀하고 때론 가혹하게 지상으로 내려오기도 한다. 그 아래 위태하게 선 건물은 얼마나 극적인가? 그 아래 거칠게 달리는 열차는 얼마나 강력한가? 제일란 감독의 영화를 보면 잔득 긴장하게 되고 금방 가슴이 꽉 찬다.
이슬람교 국가인 터키에서 이렇게도 민감한 부분을 치열하게 헤집으면서 예술적 양식에 완전히 담아내다니. 솜씨도 솜씨지만 제일란 감독의 영상만이 가진 특유의 비극적 톤은 정말 압권이다. 이 감독에게 날씨과 공간은 언제나 살아 인간에게 말하고 있는 듯하다. 인간은 환경 안에서 환경에 화답하면서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의 길을 걷는 듯하다.
욕망은 참으로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듯 일상을 파고 들어온다. 하지만 이 영화에 등장하는 그 누구도 뚜렷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두 불완전한 사람들이다. 돈과 거짓에 뒤엉키지만 그렇다고 삶을 포기하기엔 미련은 너무나 강하다.
엔딩 장면의 흑해의 뇌운에 번쩍이며 천둥이 치는 장면은 끝나지 인생유전을 짐작하게 한다.
= 줄거리 =
프로이드와 융을 비롯한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활발히 연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정신세계는 아직까지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분야중 하나이다. 그것은 또한 몇세기 동안 명백한 동시에 함축적인 학문적 주제로 인식되어 왔다. 누리 빌게 체일란 감독은 “우리에게 가장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전체를 교란시키는 일탈이라는 문제이다. 그것은 마치 주도로에서 분리되어 나온 보조도로와도 같은 것이다. 예를 들어 원래 매우 용감한 사람이 갑자기 겁을 먹고 유약해지는 경우나 반대로 겁쟁이가 갑자기 용감해지는 순간 같은 것이다. 이러한 종류의 일탈을 통해서 인간 본성과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은 물론 서로를 속이는 교묘한 거짓말에 신중하게 대처해야만 한다. 그들의 거짓말이 진실을 숨겨주는 것일까, 오히려 드러내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