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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의 아들이 '카다피 2선 퇴진' 가능성과 '새 질서'를 언급하고 딸과 사위 등이 해외 망명을 시도하는 등 리비아 권력 핵심부의 균열이 가속화하고 있다. 정부 주요 각료와 고위 외교관들도 속속 이탈하고 있다. 카다피 정권이 수도 트리폴리와 리비아 남부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통치권을 상실했다는 외신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카다피의 42년 집권 통치기반이 급속히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의 3남 사디 카다피는 2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리비아에 새로운 질서가 도입될 경우 아버지는 조언을 해주는 '대부'(big father)로 머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디 카다피는 "형 사이프 알이슬람이 새로운 헌법안 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이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사디 카다피는 또 "군대는 아직도 매우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카다피의 아들 중 처음으로 새로운 질서를 언급하며 '카다피 퇴진'을 시사한 것이다.
카다피 가족들의 해외 망명 시도 정황도 포착되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23일 카다피의 딸 아이샤 카다피를 태운 개인용 제트 비행기가 리비아 북쪽 섬나라 몰타에 비상 착륙하려 했으나 착륙허가를 받지 못해 되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착륙 허가 여부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비행기 조종사가 카다피의 딸을 포함, 14명이 타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넷판은 "카다피의 아내와 딸, 사위와 손자가 리비아에서 알려지지 않은 곳으로 떠났다는 정보가 있다"고 보도했다. 22일에는 카다피의 5남 한니발 부부 등을 태운 비행기가 레바논에 착륙하려다가 거부당했다고 '레바논의 소리' 라디오방송이 보도했다.
정부 핵심 각료의 이탈도 줄을 잇고 있다. 1964년부터 카다피와 함께한 '혁명 동지'이자 권력 이인자로 알려진 압델 파타흐 유네스 내무장관은 22일 "국민의 정당한 요구에 군도 동참해야 한다"고 말하고 물러났다. 이에 앞서 21일 "정부의 시위대 폭력진압에 반대하며 사퇴한다"고 한 무스타파 압델 잘릴 법무장관은 23일에는 "지난 1988년 270명이 사망한 미국 팬암기 폭파사건을 카다피가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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