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현충일은 뉴욕 5월 30일, 조지아 4월 26일 등 주마다 달랐다. '대통령의 날'도 '워싱턴의 날' 2월22일, '링컨의 날' 2월 12일로 따로 있었다. 1971년 닉슨대통령은 공휴일이 너무 많고 날짜도 서로 다르다며 통합하는 대신 10개 법정 공휴일 중 5개의 날짜를 해당 기념일에서 가장 가까운 월요일로 공식 지정했다. 토·일요일을 합쳐 사흘 연휴를 보장한 것이다. 일본도 미국을 본떠 2000년부터 체육의 날을 비롯한 법정공휴일 4개를 월요일로 바꿨다.
▶일본은 법정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에 쉬고 법정공휴일 사이에 낀 징검다리 평일도 쉬도록 한다. 지난 4월 말~5월 초 공휴일은 4월 29일(일왕 탄생일), 5월 3일(헌법기념일), 4일(식목일), 5일(어린이날)로 나흘이었다. 여기서 일요일인 헌법기념일의 대체 휴일이 5월 6일로 지정되면서 토요일인 5월 2일부터 6일까지 공식 연휴만 닷새가 됐다. 여기에 이틀 대휴 등을 내 일왕 탄생일부터 8일 연휴가 일반적이었다.
-
▶중국과 러시아도 대체 휴일을 준다. 중국은 지난 10월 3일 토요일이 국경절, 중추절과 겹치자 5일과 6일을 휴일로 정했다. 나라마다 연휴를 배려하는 이유는 여행과 소비를 늘려 경기를 살리기 때문이다. 중국은 올 설 연휴에만 최대 14일을 쉬어 소비가 13.8%, 여행소득이 25% 증가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연차 휴가를 써 휴일을 늘리면 150만명 고용 창출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우리는 토·일요일 합친 휴일이 한 해 118일쯤이다. 그러나 올해 법정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는 날이 많아 실제 쉰 날은 110일이었다. 미국과 중국의 휴일은 114, 115일로 우리보다 적지만 겹치는 날이 없어 실제 쉬는 날은 더 많다. 내년에도 설과 현충일·광복절·개천절이 토·일요일과 겹쳐 실제 휴일이 나흘 준다. 민주당은 사흘 쉬는 추석·설 연휴가 주말과 겹치면 나흘을 쉬게 하는 법안을 국회에 내놓았다.
▶문화부가 국내 관광활성화를 위해 대체 공휴일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1박2일이 대부분인 국내 여행을 2박3일로 늘려 한 해 평균 관광 일수 10.1일을 30일로 늘리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공휴일이 너무 많다"며 작년까지 국군의 날, 한글날, 식목일, 제헌절을 차례로 휴일에서 제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허리 좀 펴게 된 게 언젠데 벌써 쉬는 타령이냐는 비판이 없지 않겠다. 그러나 잘 쉬는 것이 잘 일하는 길이고 나라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도 자리를 잡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