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2 수. 비
배구 동반우승
1학기 어쩌면 올해 마지막 시내 친선 배구대회에서 우리 학교가 남녀 다 우승을 차지해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동반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남자는 예선에서 밀양을 물리치고 결승에서 약한 미리벌을 쉽게 이기는 듯 했지만 물려서 큰 점수차로 끌려가다 역전하여 이기고, 여자부는 첫세트를 쉽게 이겼으나 둘째 세트에서 미리벌 교무가 들어오는 바람에 졌다. 마지막 세트에서 4대 11로 유리하게 달려가 낙승할 것이라 안심했는데 나중 주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신승했다. 모처럼 다 이겨 기분이 좋았다.
7. 8 화. 맑음
유치원 물놀이
망설이다가 유치원 물놀이하러 부곡에 가는데 같이 갔다. 유치원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글감이 떠오를 것도 같고, 유치원 선생님들과 더 유대강화도 할 겸 가기로 했는데 막상 가고 보니 날씨가 더워 지내기가 불편하고, 모두 물 속에 들어가는데 나만 밖에 있자니 할 일도 없어 따분해졌다.
그래도 혼자 즐기려고 중국아이들 스커스 공연도 보고, 부북 황필순, 사포 민경화 선생님도 만나고, 오후에는 원감 권유로 목욕탕에 들어가 몸을 푹 담그니 멋지다. 점심도 원감이 사고.
카메라 밧데리가 다 되어 촬영은 못 했지만 아이들을 보고 있으려면 우리 한결이 생각도 뭉클 솟아난다. 유치원에서 짝지와 손잡고 돌아다닐까 하는.
7. 10. 목. 흐림
해피스쿨협약학교 학교장초청연수
해피스쿨협약학교장 초청연수가 천안 국학원에서 있어서 8시8분 KTX로 천안에 갔다. 내려서 양산중학교 선생님의 배려로 콜벤으로 같이 가니 수월하고 돈도 들지 않았다.
뇌교육을 위한 강의가 연달아 있고, 사례발표도 있었다. 점심도 제공해 주고, 국학원이라는 명칭답게 우리 역사, 우리 얼에 대해 시사한 바가 컸다. 특히 고조선의 역사가 일제에 위해 거의 끊기거나 파묻혔다는 이야기에 앞으로의 우리 교육의 임무가 크다는 것을 알았다.
올 때는 KTX로 시간이 안 맞아 무궁화로 오니 천안역까지 가는 택시비도 따로 들고, 시간도 많이 걸려 밀양에 닿으니 10시가 되었다.
7. 11. 금. 흐림
직원여행
단축수업을 하고, 2시경에 35명의 직원이 같이 출발하였다. 행사로 늦게 참석할 변종환, 하경호는 뒤에 합류하기로 하고, 문산휴게소에서 잠깐 쉬었다. 거기서부터 노래자랑에 들어갔는데 의도했던 동요 부르기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열창이 나와 분위기는 떴다. 하동 IC에서 국도로 가다가 화엄사에 도착한 시각은 5시가 넘었다. 화엄사는 국보를 4개나 보유한 유서 깊은 사찰로 본당보다 오히려 옆에 있는 건물이 국보로 되어 있을 만큼 웅장하고 탱화까지 국보로 보관하고 있는 절이다. 몇 번 와보지만 또 오고 싶은 절이다.
사진 찍느라 늦게 절문을 나서니 우리 직원들이 나를 찾는 미인이 있다고 전한다. 누굴까? 의아심을 가지고 나오니 그 여인은 뜻밖에 경남아동문학회 회원인 노여심이었다. 수원에서 직원들과 여행왔다는 거다. 이런 곳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숙소인 지리산온천지역인 송원리조트에 닿았을 때는 7시가 넘었다. 저녁을 먹고, 쉬었다가 9시에 노래방으로 갔는데 모두 노래하며 춤추며 잘 놀았다. 11시 넘어 숙소에 와서 잤다.
7. 12. 토. 흐림
이틀째
교감과 한 방에서 잤다. 깨어보니 6시가 가까운 시각이다. 부슬비가 내려 산책은 포기하고 샤워로 아침시간을 보내다.
아침은 이곳에서 먹었는데 깔끔해서 좋다. 비가 오는 중에도 일부는 경호강으로 래프팅 떠나고 우리는 천은사에 들려 경내를 구경하고, 일약 노고단으로 올랐다.
노고단도 차를 대는 곳에서 3km가 넘는다. 예사로 구두를 신고 왔더니 조금 올라가다 허기가 진다. 같이 가던 김순자 선생님이 과자를 건넨다. 이를 때는 생명식이다. 눈이 뜨인다. 정상에는 올라가지 못했는데 고개에서 민정희 선생님이 얼음물을 준다. 참 고맙다.
늦은 점심을 함양에 와서 잡곡밥으로 먹었는데 별미다. 오후에 상림숲을 걸었다. 그리고 연꽃밭을 구경했는데 장관이다. 가시연꽃, 노랑어리연꽃도 구경하고, 못 속에서 땅을 헤집는 붕어새끼도 봤다.
밀성에 와서 처음으로 1박2일의 여행을 성사시켜 자잘한 불만은 삭이고, 기분 좋은 여행이 되었다.
7. 23. 수. 흐림
하굣길에
운동장 잔디구장 조성하는 모습을 구경하는데 하굣길의 2학년 아이들이 지나가고 있었다. 더위에 잘 익은 얼굴이 되어 지쳐 보이지만, 발걸음들은 힘이 있다.
여자아이들이 둘 곁에 오더니
“저 사람들이 학교를 도우는 거예요?”
“응. 너희들 잘 노라고.”
“돈을 받지요?”
“얼마나 받겠니?”
잠깐 생각하더니
“백만 원?”
그 말에 웃고 말았다. 그들이 4억이란 돈을 알까?
얼마 후 다른 세 남자아이가 지나가다가 개미를 발견하고, 야단났더니 한 아이가 발바닥으로 씩 밟아 죽인다.
“왜 아무 죄도 없는 개미를 죽이니?”
“재미있어서요.”
“너희들은 재미로 하지만, 개미는 목숨이 끊어져.”
“이 개미가 부지런하지 않고요, 게으름을 피워서요.”
“뭐라고?”
나쁜 늑대 같다. 별 구실을 붙여 어린 염소를 잡아먹는다더니.
이번에는 얌전하게 생긴 아이가 지나가다 공손히 인사를 한다. 내가 인사를 받았는데 안 받은 줄 알고 곁에 와서 다시 인사를 한다. 나는 웃으며
“왜 인사를 두 번이나 하니?”
“아까는 잘 못 된 줄 알고요.”
하며 웃음 짓는다. 이렇게 착한 아이도 있구나. 나도 웃어주었다.
이번에는 또 두 아이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지나갔다.
“얘들아, 저 잔디가 얼마짜리나 되겠니?”
불러 세워놓고 호기심이 일어 물어보았다. 한 아이가 대답했다.
“천만 원!”
2학년이면 그 돈이 꽤 큰돈이지. 다행히 그때쯤 꼼짝 않고 죽어 있던 개미가 사라지고 없었다.
7. 24. 목. 흐림
방학식
올 여름은 유난히 더 더운 것 같다. 오늘로써 1학기는 끝나고 방학에 들어간다. 저번 여행 때 학교 예산이 많이 쓰였기에 이번 방학식에는 그냥 보내려다가 그래도 서운해서 동학년별로 조금 지원을 해 주기로 했다.
10시 반에 방송으로 방학식을 하고, 직원종례를 11시 10분에 가졌다. 빨리 보내주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점심을 먹고 가면 여유가 있다.
그래도 1학년 부장이 고향 사람이라고 1학년 점심 먹는데 불러 같이 자리를 하였다. 중국집인데 분위기도 좋고, 음식 맛도 좋다. 코스로 나오는데 나중 우리 가족도 한번 와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7. 25. 금. 비
교장연수회
5시 반에 삼문동 둔치에서 출발예정인데 37분에 출발했다. 총무인 미리벌교장이 애를 많이 썼다. 내가 밀양 오고 처음으로 밀양에서 10명이나 탄다. 창원에서 2명, 마산에서 4명, 진주에서 7명, 24명 중 밀양교장을 빼고 전원 참석이다. 많은 참석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도 진주까지 가는 동안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수원 도착은 한 시간이나 연착되어 11시 반이다. 그래도 수원종합체육관에 들어가 교총회장의 말과 수원시장의 연설을 들었다. 그리고 결의문 낭독할 때는 팔을 올리며 고함을 같이 질렀다.
점심을 먹고 나서 수원 태장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어제 다 다녀갔다고 하면서 보여줄 것이 없다는 안내인을 졸라 실내 구경을 하였다. 방과 후 학교가 잘 되어 있다고 해서 이 학교를 선정한 거다. 따로 교실이 없이 일반 교실을 겸하고 있었다. 교장실에 들어갔더니 어마어마한 시설에 놀랐다. 이에 비하면 밀성교장실은 참 초라하다.
나오는 길에 안내판을 보고, 방과후학교의 추진방법에 대해 배울 점이 있었다. 보통 방과 후 학교는 특기적성교육만 생각하는데 보육교실, 평생교실, 방학중강좌등도 같이 병행 운영하는 것이 좋았다. 이름도 느티나무교실 이렇게.
그리고 비가 내리는 중에 행궁을 구경하였다. 이곳은 임금의 별장과 같은 곳인데 특히 정조 때 이곳에 와서 묵고 갔다는 곳이다. 해설사가 퇴직교원이라 말이 참 많아 일정에 차질을 가져오게 했다.
그다음 수원성을 돌아보는 열차를 타고 한바퀴 돌았는데 그게 특색이 있었다. 거기에서 하상준 교장은 헤어졌다. 수원성을 보니 지난 2002년도에 보라와 손잡고 거닐던 생각이 떠올랐다.
숙박은 여주로 옮겼다. 호텔에 권증현과 특실을 배정 받아 들어가니 으리으리하다. 교장이니까 이 정도는 자야 되지 않겠나?
그리고 외곽지가 되어 저녁 정년퇴임 기념식을 할 자리가 마땅찮아 돌다가 근처 노래방에 갔다. 큰방은 벌써 다른 손님이 차지하고 있어, 그 손님들이 곧 나간다기에 작은방에서 기다리며 노래를 부르다가 옮겼다. 12시가 넘도록 잘 놀았다. 교장들이 노래를 잘 부른다.
7. 26. 토. 비
연수 이틀째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늦게 일어나고 노닥거리다가 8시 가까이 되어서 나갔더니 가장 늦다.
근처 옥천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바로 곁에 있는 신륵사를 구경 갔다. 비도 오고 해서 나는 가 본 곳이라 안 가려다가 또 기다리기가 따분할 것 같아 이병현 우산 밑에 끼어 같이 갔다. 남한강물이 불어 굼실대는데 정자에 모여 의논을 하잔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도자기센터를 견학하였다. 모두 가 본 곳이라 시들하지만 같이 다녔다.
이번에는 세종왕릉에 갔다. 권증현이 이곳은 꼭 둘러볼 곳이라고 강조를 한다. 비는 계속 내렸다. 묘지기가 살았다는 집 툇마루에 앉아 올라가는 일행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명성황후의 생가 저번 왔던 코스 그대로다.
점심을 뷔페에서 먹고, 1시 반에 진주를 향해 출발했지만 휴게소에 들러 시간을 보내는 바람에 밀양에 오니 7시가 넘었다. 회장으로서 또 하나의 행사를 치루고 나니 감사한 마음이 인다.
7. 28. 월. 맑음
잔디구장이 깔렸다
요즘은 잔디구장의 진척도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학교에 오고 싶다.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까 잔디구장 까는 것은 완성되었다. 파란 들판이 눈앞에 나타나니 시원해서 좋다. 바라보고 있으니 꿈만 같다. 이렇게 멋진 잔디구장이 내 근무할 때 생길 줄이야! 감사하다.
점심 무렵 교육청 시설계에서 축구부들이 연습기간을 1주일간 요청을 해서 그 논의차 왔다. 처음에는 준공검사도 받기 전이라 곤란하다고 하더니 양보를 해 준다. 하루빨리 우레탄이 깔린 모습을 보고 싶은데 일주일 늦추어야겠다. 같이 상동역 근처에 가서 고둥국으로 점심을 먹었다.
오후는 축구부들이 연습을 하는데 멋져 보인다. 흙먼지 날리는 곳에서 늘 물을 뿌려가며 차로 다져가며 연습하던 옛날이 가고 이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번 경주 눈높이축구대회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으면 좋겠다.
7. 31. 목. 흐림
만불사 그리고 주산지
직원들과 랜트카를 하나 구해서 여행을 떠났다.
박한규, 김순자, 윤순자, 최화실, 이정자, 김경희, 박경련, 김성화, 지은주와 그의 딸
9시 가까이 되어 영천에 있는 만불사에 갔다. 텔레비전에 나왔듯이 불상이 20만개나 된다는 만불사! 첫 인상부터가 예사 우리나라 절이 아니라 외국 정취가 풍기는 특별한 절이었다. 큰 불상을 꼭대기에 세워 놓고, 와불을 눕혀 놓고 그런 점은 재력 과시하는 것 같아 별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 작은 불상을 칸칸이 앉혀놓은 점이라든지, 절 구조배치라든지 색다른 맛에 볼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마침 식사 때가 되어 거기서 절밥을 맛있게 먹었다.
다음 돌할머니는 호기심을 갖고 찾았는데 한 마디로 ‘에게게’였다. 동실한 돌 하나를 모셔놓고 소원을 빌면 들어준다는 것이다. 소원 빌기 전에 그 돌을 들어보고, 소원 빌고 나서 들어보아 무거워지면 효험이 있다는 우스개 같은 말에도 너도나도 소원을 빈다.
그리고 일로 청송을 향했는데 길이 멀다. 주왕산 근처에 있는 주산지는 조선 경종 때 만든 농업용수로 만든 인공호수다. 김기덕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의 촬영지로도 이름난 이 호수는 특색이 왕버드나무가 물 속에 산다는 것이다. 설명하는 이의 말을 들으니 이 나무에 천적이 없어 각종 새들이 새끼를 치고 나간다는 것이다. 물 속에는 큰 잉어들이 먹이를 줄까 그러는지 어슬렁 헤엄치고 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못가 쪽으로는 민물새우가 노는 것도 보였다. 이 보통 버들나무와 다르게 왕버들나무는 잎이 하늘 위로 솟아 있고, 오랜 수생생활 때문에 뿌리가 썩어 죽었지만 수면 가까이 수염뿌리들이 생겨 그것으로 연명해 간단다. 이 주산지 근처가 비무장지대 보다 생태계 보전이 더 잘 되어 있다고 자랑이다.
나오는 길에 있는 절골계곡도 참 아름다웠다. 자연 그대로인 계곡을 끝까지는 가지 못하고 중간에 아쉬움을 달래며 내려왔다.
밀양에 온 시각은 10시가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