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갈래 삶의 길
임병식rbas1144@hanmail.net
사람이 살아가는 행로에는 두 갈래가 있는 게 아닐까. 하나는 대국적인 면에서 애국하며 사회에 봉사하며 바르게 사는 길과 다른 하나는 오로지 목표를 자기에 두고 이익추구에 몰두하며 사는 삶. 후자의 경우는 남이야 비난을 하든 말든 귓등으로 흘리고 사는 사람이다.
근간에 이처럼 뚜렷하게 대비되는 길을 걸어가는 사람의 행적을 보면서 과연 어떤 삶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최근에 공직기강이 곪을 대로 곪아 대형이슈가 터졌다. 정부가 발등에 불이 떨어져 화급하게 주택공급지구지정을 발표를 했는데, 본을 보여야할 관리주체의 직원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땅 투기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보도를 접하면서 허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말이 좋아 둘러대는 핑계가 농사를 짓기 위하거나, 노후 대비를 위해 산 것이라고 하나, 그 위치가 절묘(?)하여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구나 사들인 땅에는 어린 묘목을 잔뜩 심어놓았다.
이는 누가 보나 지장물 보상을 노린 투기수법이 아니고 무엇인가. 사들인 토지에는 이름도 생소한 용 버들을 빼곡히 심어놓았는데 이는 밀식이 가능하고 속성수인 것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한탕주의의 전형적인 수법이 아닐 수 없다. 하기야 토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들이니 비용대비 효율을 극대화했을 것이다. 하나 그들은 치밀한 계산 하에 투기를 한 것이지만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국민정서이다. 그들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며 비뚤어진 공직관을 가지고 있는가를, 국민들은 알게 됐고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벌써 끓어오르는 국민의 분노는 임계치에 임박하고 있다.
때맞추어 치르는 재보선 국면이다 보니 정치판은 이번 이슈로 온통 뒤덮고 있다. 투기의 징조는 이미 곳곳에서 포착되어 드러나고 있었다. 전문 투기꾼들이 개발호재가 있는 곳에 떼로 몰려다니며 일부는 소도시까지 파고 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소도시만 해도 고급아파트를 짓겠다며 산허리를 깎아 놓고는 ‘선 분양’광고에 열을 올렸다. 그러던 것이 규제강화가 발표되자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고 지금은 자취를 감춰버렸다.
들리는 말로는 투기의심 공직자에 대해 조사에 나서자 연루된 간부급 공직자 두 명이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안타깝고 무척 안 된 일이라는 생각은 드나, 그러면서도 괘씸한 마음은 걷혀지지 않는다. 그러한 건 왜일까?
사람의 마음은 누구나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법을 지켜야 할 것이 아닌가. 정직하고 청렴하게 살 것인가는 가치관의 문제로서 중요한 문제이다.
내가 평소 가까이 지내는 사람 중에 국토관리청에서 고위간부로 퇴직한 친구가 있다. 그는 근무여건상 얼마든지 고급정보를 접하는 위치에 있었으면서도 청빈하게 산다. 투기를 전혀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직위를 이용한 이권을 챙기지 않고 엄정하게 일하며 전혀 잡음이 없었다. 최근 나와 통화 중에 그가 한마디 했다.
“공직윤리가 무너진 탓이네.”
그 말에 나는 전적으로 공감했다. 왜 우리사회가 이렇게까지 천박하게 되었을까. 그건 두말할 것도 없이 가치관의 타락이 큰 원인이 아닌가 한다. '돈,돈'하며 노래를 부르며 건네는 인사말도 '부자 되라'고 하니 양심과 도덕은 내팽개치고 편법과 반칙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 이런 작태는 전염병처럼 번져 이곳저곳 돈이 될 만한 땅은 목숨 걸고 부라퀴처럼 뛰어든 것이다.
이런 판국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사람은 살아가며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더구나 공직자라면 엄정하게 자신을 돌아보며 처신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으니 문제이다. 하지만 크게 실망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희망의 전조가 보이기 때문이다. 흙탕물에 깨끗한 물도 흘러들 듯이 우선 다음 두 가지가 신선함을 안겨주어서다.
이번 미스트롯에 가장 어린 나이로 경선에 나가 4위를 차지한 김태연(10세)양의 어머니 는 이런 말을 했단다. 한 네티즌으로부터 대국민 문자 투표를 몰아주겠다고 하자 다음과 같은 말을 하고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한다.
“어린 태연이가 좋은 것만 보고 올바른 경쟁을 하면 좋겠어요. 순위가 좀 떨어져도 반칙을 하고 싶지 않아요.”
얼마나 바른 가치관을 지니고 사는 것인가. 그 말에 어린 딸을 어떻게 키우고 있는가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여러 흐뭇한 기록이 나온다. 지금껏 경연에 나가 받은 상금 150만원과 200만원 전액을 복지시설에 기부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딸에게는 소박하게 라면을 끊여 먹이며 있다니 어린 딸을 얼마나 바르게 키우는 것인가. 그래선지 진선미에는 들지 못했지만 그 것에 못지않게 선행이 빛나 보인다.
아니, 실력은 이미 최상급으로 인정을 받았다. 3차 경연에서 그 어떤 경연자 보다 월등히 높은 181점이라는 경이적인 점수를 받은 것이다. 어느 참가자는 도향우회의 집중 지원으로 문자 투표가 급등 했다는 말도 들리는데, 그보다는 ‘정직을 가르치고 정도대로 가겠다’는 김애란 여사의 바른 생각은 얼마나 건전하며 신선한 것인가.
또 다른 가화는 90대 노부부가 카이스트에 200억 원의 부동산을 기부한 일이다. 그 장본인은 김성환 회장과 부인 안하옥여사로 월남하여 근면성실하게 화장품용기를 만들어 자수성가한 분이다. 그렇게 번 큰돈을 쾌척하였다니 장하기 그지없다. 이 얼마나 멋진 인생의 본을 보여준 것인가. 이런 선행도 전염이 되는지 2009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 역시 카이스트에 350억 원을 기부한 김병호선생과 김삼열 선생을 보고 결심한 일이라니 특별히 눈길이 간다.
이에 비해 공직에 몸담은 공직자 상당수가 천박한 윤리의식을 가지고 남이 욕하거나 말거나 막무가내로 택지개발 예정 지구에 땅 투기를 한 것은 파렴치하기 짝이 없다. 직무상 지득한 비밀을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돈을 벌어 자기만 잘 살겠다는 저질 심보는 얼마나 천박한 의식인가. 그리고 건전한 사회질서를 얼마나 망가뜨리는 행동인가.
바르고 정직하며 모범을 보이고 사는 삶과 그렇지 않고 지탄 따위에는 눈감고 귀 막으며 막되게 사는 두 갈래 삶의 길을 견주어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된다.(2021)
첫댓글 우리나라에는 이런저런 '공사'가 많은데 대우가 좋고 권위도 있는 선망의 직장인지라 젊은이들의 입사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욕심이란 게 밑 없는 독이지요 안분지족이라는 말은 사라진 지 오래인 것같습니다 목하 우리 사회에는 한탕주의가 횡행하고 있어 도처에 투기열풍이 일어나고 있지요 그러나 여하한 경우에도 공직자들은 검소하고 바르게 살아 국민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청렴하면 바보로 취급받는 세상이 된지 오래지만,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르게 사는 것인지
가르쳐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근까지도 부동산 투기를 자랑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매우 불편했는데, 그들의 생각은
자기들이 가진 사고방식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영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공직자가 그런 투기열풍에 가세했다는 보도를 접하면서 아연실색하게 됩니다.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지나친 욕심에서 비롯되는 것이지요. 물질 만능주의에 살면서 더욱 집단이기주의가 만연하는 거 같아 안타깝습니다. 공정과 정직에 더욱 본을 보여야할 공직자들의 반칙행위에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힙니다. ^^
이번 신도시 개발예정지에 투기를 한 공직자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사하여 의법조치를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수수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