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벌판의 미국 텍사스(Texas)
미국 전도(全圖) / 텍사스 주기(州旗) / 텍사스 엠블럼(Emblem)<텍사스주 땅모양>
1. 텍사스(Texas) 이모저모
2009년 2월 말, 나는 40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3월 10일, 미국 텍사스주 서북부의 작은 도시 러벅(Lubbock)을 방문하는 기회가 생겼다. 러벅에 정착한 딸의 둘째 아이 첫돌과 집사람의 환갑이 거의 같은 3월 말이고, 거기에 나의 정년퇴직까지 겹쳐 이래저래 복합적인 목적의 여행이 된 셈이다.
꼭 3개월간을 러벅(Lubbock)에 머물며 텍사스(Texas)주와 서쪽에 붙어있는 뉴멕시코(New Mexico)주의 이곳저곳을 두루 살펴볼 기회가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텍사스(Texas)는 면적이 77만㎢나 된다니 미국에서는 알래스카 다음 두 번째로 넓은 주인데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거의 8배나 되는 셈이다. 텍사스는 미국이 독립한 후에도 얼마 동안 멕시코(Mexico) 땅이었고 수많은 전투 끝에 결국 미국 땅이 된 역사의 현장으로, 멕시코풍의 건물은 물론 중남미인들(히스패닉)이 많이 살고 있으며 안내판이나 책자 등에도 거의 영어 밑에 스페인어를 같이 표기하고 있다.
텍사스는 북쪽으로 오클라호마(Oklahoma), 서쪽으로는 뉴멕시코(New Mexico), 동쪽으로 루이지애나(Louisiana)와 아칸소(Arkansas)주, 남쪽은 멕시코만(Gulf of Mexico)의 바다 및 멕시코(Mexico)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인근의 루이지애나(Louisiana)주, 미시시피(Mississippi)주, 조지아(Georgia)주와 함께 미국의 남부지방을 대표하는 지역으로 미국인의 남부 기질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텍사스 중부와 북부는 대평원(大平原)으로 평균 해발 1.000m 이상이며 메마른 건조기후를 보여 가축도 먹기 어려운 쓸모없는 거친 풀들이 듬성듬성 자랄 뿐이다. 기후는 사막기후와 비슷하여 비는 거의 오지 않고 기온도 높지만 건조(乾燥)하다 보니 그늘에 들어가기만 하면 시원하게 느껴진다.
주도(州都)는 오스틴(Austin)이지만 인구가 100만 정도이고, 교통의 중심이자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이 저격수의 흉탄에 쓰러진 동부지역의 대도시 댈러스(Dallas)는 인구 500만이 넘는다. 그리고 남부에는 관광도시 샌안토니오(San Antonio/150만), 항공우주센터가 있는 휴스턴(Houston/450만), 멕시코 및 뉴멕시코주와 바로 인접한 남서쪽의 끝에 있는 요새(要塞)의 도시 엘 파소(El Paso/60만), 그리고 북부 고원지대의 도시로는 애머릴로(Amarillo/20만), 그리고 그 조금 아래쪽 러벅(Lubbock/30만) 등이 주요도시라고 할 수 있다.
옛날 미국의 서부영화라고 하면 주로 텍사스, 애리조나 지역이 중심으로 카우보이와 갱들, 커다란 밀짚모자(솜브렐로)를 쓴 멕시코인, 보안관, 소 떼와 말이 연상되는데 이곳이 바로 그 서부영화의 무대였던 셈이다. 텍사스주의 별칭(別稱)은 ‘State of Lone Star(외로운 별)’로 엠블럼(Emblem)은 초승달과 별이 있는 벌판에 말을 탄 카우보이가 있는 그림이고 주기(州旗)는 삼색 바탕에 커다란 별이 있다.
옛날 서부를 Wild Wild West(야생의 서부)라고들 부르던 기억이 있는데 내가 본 서부는 Wide Wide West(광활한 서부)라고 부르는 것이 오히려 적합한 표현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었다.
러벅(Lubbock)에서 댈러스까지 자동차로 6시간 정도 걸리며, 동쪽 주 경계 부근인 텍사캐나(Texarkana)까지는 8시간, 북쪽으로도 4시간, 남쪽 바다를 보려면 8시간 정도 운전을 해야 하니 주가 아니라 국가라고 해도 큰 나라인 셈인데 아무리 달려도 산이나 강이 나타나지 않는다. 끝없는 평원이 계속되고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2~3시간 달려도 집 한 채 없는 허허벌판의 연속으로 일직선의 도로가 지평선에 묻혀 아물아물 보이지 않는다. 작은 마을이라도 있으면 그 근처는 목초지나 목화밭으로 일구어져 있고 나머지는 그냥 황량한 황무지이다. 따라서 메마른 땅에 적응한 쓸모없는 잡초만 흩어져 있고 목초지나 목화밭이 있으면 틀림없이 커다란 바퀴가 수없이 달린 엄청나게 거대한 급수시설이 꼭 있다.
가는 곳마다 드넓은 목장(Ranch)이 눈에 들어오고, 소와 말들이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가장 넓은 목장은 우리나라 경상남도의 넓이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가축은 모두 방목(放牧)하는데 소들이 아무 곳에서나 새끼를 낳으니 마릿수를 알 수 없어 항공기를 타고 가며 대충 어림잡아 헤아리고, 항생제를 넣은 사료도 자동차로 벌판에 뿌리거나 비행기로 투하(投下)한다고 한다.
텍사스 농대(農大)의 한 멍청해 보이는 학생에게 교수가 물었다.
“자네 집 목장 크기가 얼마나 되나?” 머리를 긁적이던 대학생 대답 “잘 모르겠는데요...”
“그럼 소는 몇 마리나 되나?” 역시 머뭇거리더니 “잘 모르겠는데요....” 이 녀석 바보 아냐?
나중 알고 봤더니 텍사스에서 가장 큰 목장 집 아들이었다고... 당연히 모를 수 밖에...
록 허드슨(Rock Hudson),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 주연의 추억(追憶)의 미국영화 빅 컨츄리(The Big Country)에서 텍사스의 대목장주(大牧場主)였던 록 허드슨이 동부로 여인을 만나러 가서 엘리자베스 테일러(Elizabeth Taylor)를 만나는데 ‘목장을 하신다니 얼마나 커요?’하고 물어보는 말에 그렇게 ‘잘 모르겠는데요.’라고 한다.
결혼식을 마치고 텍사스의 록 허드슨 집으로 오는 도중, 남편의 목장 안에 남편 성(姓)을 딴 기차역이 몇 개씩 연속으로 나타나자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놀라던 장면이 떠오른다.
가장 부러웠던 것은 넓은 황무지에는 가는 곳마다 수많은 기름 퍼 올리는 기계들이 꺼떡거리고 있고 바람이 많이 부는 곳으로 엄청나게 큰 바람개비가 돌며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모습도 곳곳에서 수없이 볼 수 있었다. 이러한 풍부한 자원 때문인지 주 재정(財政)이 매우 탄탄하여 소득세(Income Tax)를 부과하지 않아 월급쟁이들에게는 천국이라는데 텍사스 토박이들은 자부심이 강하고 고집이 세며, 매너(Manner)가 다소 거친 편으로 치부되어 북부 출신들은 텍사스인들을 촌스럽다고 깔보는 경향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