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태풍이 온다고 해서 복숭아를 마저 따기 위해 민통선으로 달려갔다.
회장님댁에 가보니 뒷뜰의 사과가 때에 절어있다.
무슨 병인가? 아니면 선녀벌레가 오줌을 싼 것인가?
마당에 핀 맨드라미가 가을을 재촉하는 것 같다.
무우인지 배추인지 모르지만 새싹이 잘 나왔다.
참깨가 잘 마르고 있다. 가격이 꽤나 비쌀듯...
빨간 고추를 따고 말리고 한여름의 땀이 마를 날이 없다.
회장님은 모종을 안키우고 밭에 씨앗을 직파했다는데 보식하려고 키운 배추 모종.
회장님집에는 마른 고추 푸대가 가득하다.
고춧가루를 주문하려고 가격을 물어보니,
농협의 건고추 수매가가 1키로에 5만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고춧가루는 한 일주일 후에 가격이 형성되니 그 때 보자고 하시네.
올해 농산물 가격이 얼마나 올라갈동?
그래도 고생하는 농민들 생각하면 팔아줘야 한다.
고추장용을 포함해서 고춧가루 8근을 주문하고 커피 한잔 마시고 나왔다.
태풍오기 전에 남은 복숭아를 마저 따내는데 어랏???
복숭아 나무에 웬 호박이 달렸네!!! ㅋㅋ
수로의 퇴비더미에 심은 호박이 세력이 좋아서 나무를 타고 올라 열매를 맺은 것이다.
가을날 누렇게 익은 호박이 달려있으면 눈요기가 될만 하겠다.
밭을 한바퀴 돌면서 오이, 토마토, 가지, 고추, 대파, 청양고추, 단호박을 수확하였다.
종류는 많지만 먹을거리 정도라 양은 많지 않다. 일용할 양식...
차에 내려서 비닐하우스 가는 길목의 풀을 낫으로 천천히 따박따박 모두 베어냈다.
바랭이풀, 쑥대, 개망초, 칡, 환삼덩쿨이 더 크기 전에 원인제거를 한 것이다.
머뭇거리다가 더 커버리면 예초기로도 감당하기 힘든다.
좌우에 이미 커버린 쑥대 등이 무섭다.
복숭아를 모두 땄는데 봉지 씌운 것 700여개 중 수확은 절반도 안되는 것 같다.
열매를 파고드는 심식나방은 잘 방제하였으나 탄저병과 잿빛썩음병은 막지 못해서
막판에 낙과가 아주 심한 탓이다.
내년에는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고 석회유황합제 등으로 초기에 철저히 방제해야겠다.
그래도 가족 친지들과 나누어 먹을만큼 결실을 거두었으니 성공한 셈이다.
복숭아나무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격려하였다.
그 외에 오늘은 회장님한테 얻어온 순무 씨앗도 뿌리고 파밭에 잡초도 뽑아주었다.
수세미가 세력이 좋아져서 볼 때마다 열매 숫자와 크기가 눈에 뜨인다.
늦가을에 수확하여 솥에 불때고 삶아서 설거지용 수세미를 만들 것이다.
뒷얘기 하나....
회장님댁에서 커피 얻어마시고 텃밭으로 온 시각이 오후 1시반...
친구의 차가 보였다. 오잉? 이 더운데 와서 뭘 할까?
밭으로 가보니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전에 심었던 대파를 뽑아서 새로 거름넣은 고랑에
비닐을 덮어 심고 있다.
고랑마다 수북한 바랭이풀도 모두 베어내고, 70cm 폭의 잡초 매트 200미터를 사와서
밭둑에 덮을 준비를 하는 것 같다.
아침에 와서 그때까지 일을 했다면서 점심은 집에 가서 먹는다고 짐을 챙긴다.
나도 전에 저렇게 했을까? 너무 힘들어 보여서 걱정이 앞선다.
목공도 취미로.... 농사도 재미로...
즐기면서 쉬엄쉬엄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타산지석으로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