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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란
밝은 햇살 맑은 이슬 다소 곳이 이슬 머금고 반짝이는 눈동자······ 밝은 햇빛 아래서만 피어나는 꽃 찬란한 아침에만 피는 꽃 그 모란 모란은 탐스럽고 모란은 슬기롭고 복스럽구나 모란은 보고 싶은 얼굴 찬란한 햇빛만을 반기는 향기 오랜 세월 모란이 피기까지에는 많은 기다림과 설레임이 있어라 기다림······ 설레임······ 그리움이 가슴을 무겁게 하는 꽃 입술 그 香氣(향기)여! 달빛 아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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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곳이 봉우리되어 수줍어 입다물고 이글거리는 太陽(태양)과 情熱(정열) 앞에선 피어나는 꽃잎 五月(오월))의 女王(여왕) 뛰는 가슴 붉은 입술되어 품에 안겨라 모란은 향기되어 마음을 적시고 큰 가슴되어 피는 꽃 서로 안겨라 가슴에 안겨라
1991.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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來 歷 (내력)
어느 國家(국가) 어느 民族(민족)이나 歷史(역사)와 傳統(전통이 있듯이 하나의 氏族(씨족)이나 個人(개인)에게도 歷史(역사)와 傳統(전통)과 來歷(내력)이 있기 마련이다. 그 來歷(내력)은 事實(사실)대로 記錄(기록)되어야 하고 거짓이나 왜곡된 內容(내용)이어서는 안될 뿐 아니라 날조된 벼슬자리 記錄(기록)이나 남의 글을 받아 文筆家(문필가)인 양 기록되어서도 안된다.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 族譜(족보)나 文集(문집)에 남김으로써 後孫(후손)이 옛 祖上(조상)을 崇尙(숭생)하고 본 받아서 훌륭했던 祖上(조상)의 업적은 더욱 빛내고 널리 알려야 하고, 不足(부족)하고 어려웠던 祖上(조상)의 자취는 後孫(후손)이 더욱 분발해서 氏族(씨족)이나 個人(개인)의 來歷(내력)을 더욱 빛내도록 勞力(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허위와 날조된 記錄(기록)으로 祖上(조상)의 얼을 더럽혔던 어느 族譜(족보)를 보면서 더럽히고 욕보인 祖上(조상)에 向(향)한 罪惡(죄악)이 非一非再(비일비재)하다는 事實(사실)을 보고 느낄 때 來歷(내력)의 眞實性(진실성)과 正當性(정당성)은 참으로 重要(중요)한 後孫(후손)의 課題(과제)요, 敎訓(교훈)이 아닐 수 없다. 우리 氏族(씨족) 南陽房門(남양방문)의 來歷(내력)을 더듬어 볼 때가 많다. 陰曆 十月 五日 南陽 先山 麻道(음력 시월 오일 남양 신산 마도)의 靑園里 瀚林公 九行(청원리 한임공 구행) 할아버지 時祭(시제)를 모시면서 희성인 우리 氏族(씨족)이지만 高句麗(고구려)로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長久(장구)하고도 꾸준하게 綿綿(면면)히 이어져 온 氏族(씨족)의 來歷(내력)은 底力(저력)과 生成(생성)을 더욱 實感(실감)하게 한다. 中國 唐(중국 당)나라 太宗(태종) 때 領議政(영의정)을 지내신 文昭公 房玄齡 祖上(문소공 방현령 조상)의 둘째 아드님이신 房俊 祖上(방준 조상)께서 高句麗(고구려) 보장왕의 秦請(진청)에 應(응)하여 唐(당)의 八學士中(팔학사중) 한분으로 우리나라에 오신 뒤 唐城{지금의 南陽(남양)}에 定着 禮樂(정착 례악)을 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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쳐 오셨기에 南陽(남양)을 貫鄕(관향)으로 下賜(하사)받으셨다고 한다. 따라서 우리 房門(방문)은 이 나라에 定着(정착)한 것이 高句麗(고구려) 때이지만 그뒤 系代失傳(계대실전)으로 季弘(계홍) 할아버지를 起世祖 卽 始祖(기세조 즉 시조)로 모시어 世系(세계)를 이어간다. 일찌기 宗孫(종손)의 自負(자부)와 긍지와 責任(책임)으로 간소하면서도 경건하게 집에는 始祖 季弘(시조 계홍) 할아버지의 位牌(위패)를 정중히 모시고 있다. 始祖 季弘(시조 계홍) 할아버지께서는 高麗 開國功臣(고려 개국공신)으로 三韓壁上功臣 三重大匡補(삼한벽상공신 삼중대광보)에 이르시기도한 분이시다.
× ×
어느날 서울大學校 林鍾哲敎授(대학교 임종철교수)와 자리를 함께 하면서 祖上逸話(조상일화)를 말씀하는 가운데 唐太宗(당태종) 때 房玄齡(방현령) 할아버지의 숨은 이야기를 들려 주신다. 唐(당)나라 太宗皇帝(태종황제)와는 房宰相(방재상)께서 個人的(개인적)으로 가까운 처지로 유대가 깊은 사이셨다는 傳說(전설). 하루는 宮中(궁중)에서 忙中閑(망중한)을 즐기는 가운데 皇帝(황제), 皇后(황후)와 세 분이서 庭園(정원)의 梧桐(오동)나무에 맹서하고 숨김없는 속 마음을 이야기 하기로 약속. 太宗(태종)께서 먼저 말씀하시기를 "물건을 달라고 하는 臣下(신하)보다는 물건을 갖다 주는 신하가 반갑고 좋더라"고 하시니 정원의 梧桐(오동)나무잎이 크게 흔들리고 울리며 和答(화답)을 表(표)한다. 皇后(황후) 또한 "이 세상의 至尊(지존)이신 皇帝(황제)를 모시고 사는 몸이니 더할 나위없이 만족하지만 잘 생긴 臣下(신하)가 지나가면 다시 한번 쳐다 보이더라"고 이야기 하시니 오동나무가 또 한번 크게 흔들린다. 마지막으로 房玄齡 宰相(방현령 재상)께서 말씀하시기를 "一人至下 萬人之上(일인지하 만인지상)의 宰相(재상) 자리에 있는 몸이 딴 욕심이 있을 수 없지만 皇室(황실)을 물러 날 때에는 龍床(용상)이 한번 더 뒤 돌아 보인다"고 말씀이 있자 정원의 梧桐(오동)나무는 또 크게 흔들리고 울리는 것이 아닌가! 소견 좁은 사람에게는 오해와 질투와 背信感(배신감)을 느낄 內容(내용)이지만 격의없는 세분의 人間的 眞實(인간적 진실)은 정원의 梧桐(오동)나무도 감동하여 크게 흔들리고 울린다는 깊은 뜻을 갖은 이야기······. 높은 뜻과 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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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과 깊은 情(정)이 흐르는 玄齡(현령) 할아버지의 血脈(혈맥)은 지금도 우리의 가슴을 흘러 이어져 가고 있음을 어찌하랴! 九代 祖上(구대 조상)인 房士良(방사령) 할아버지께서는 高麗祖 洪武十年 丁巳(고려조 홍무십년 정사)에 登文科(등문과)하시고 벼슬은 寶文閣 直提學(보문각 직제학)에 이르시다. 高麗祖(고려조)가 亡(망)한 뒤에는 南陽 否子浦(낭양 부자포)에 은거하시며 세상과 등을 지고 杜門不出 名分(두문불출 명분)과 義理(의리)로 一貫 餘生(일관 여생)을 마치시다. 號(호)도 杏隱(행은)이라 하셨으니 二君不辭(이군부사)의 忠義精神(충의정신)을 짐작할 듯하다. 誠信女子大學校 朴容玉 敎授(성신여자대학교 박용옥 교수)는 朝鮮日報 一事一言(조선일보 일사일언) {86年(년) 9月(월) 16日字(일자)}의 "29갑의 애국심"이라는 글에서 高麗末(고려말) 공양王 二年 房士良(왕 이년 방사량)의 獻策中(헌책중)에 「우리 땅에서 나는 명주, 모시, 삼베 등만 가지고도 능히 상하가 모두 넉넉히 지냈다. 지금 귀천없이 외국 물건을 사 들여 分(분)에 넘치는 사치에 절제가 없으니 지금부터 土庶人-商工人一(토서인일상공인일)천예인에게 사라능단에 금은주옥으로 장식하는 사치 풍속을 일체 금지케 하소서」라고 하였다. 선열들의 내 살림 내것의 정신에 비하면 국산 담배 30갑에 한갑의 양담배도 과하다는 뜻이다. 지나친 外製(외제) 선호와 사치 방탕 過消費(과소비)에 대한 경계와 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높은 經倫(경륜)은 이미 高麗末(고려말)에 제시하신 것을 보면 오늘의 現實(현실)을 直視(직시)할 때 士良(사량) 할아버지의 높고 깊으신 뜻을 다시 한번 가슴에 새길 따름이다. 士良(사량) 할아버지께서는 九行(구행), 九達(구달), 九成(구성) 세분의 아들을 두셨는데 長子(장자)이신 九行(구행)할아버지{世宗 庚子 文科 瀚林止正言(세종 경자 문과 한임지정언)}께서는 果川 葛峴里(과천 갈현리)에 계시다. 綜合廳舍(종합청사)와 새 都市開發(도시개발)에 밀려 지금의 華城郡 麻道面 靑園里 先山(화성군 마도면 청원리 선산)에 모시고 계신다. 宗親會(종친회)가 태어나면서 부터 年年 時祭(년년 시제)에 참여하여 옛 祖上(조상)의 터전을 다시 한번 더듬으며 우리 來歷(내력)과 存在(존재)에 대한 自負心(자부심)을 갖게 된다. 요즈음 宗親會(종친회)는 많지 않은 우리 氏族(씨족)의 結合體(결합체)로 一家(일가)의 同質性(동질성)과 愛族心(애족심)을 살려 가고 있다. 房仁源門長(방인원문장), 房禮源會長[방례원회장{前高等法院長 現辯護士(전고등범원장 현번호사)}]을 비롯하여 放大嬅副會長[방대화부회장{漢一實業(한일실업(株주)社長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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房仁哲副會長(방인철 부회장)(株주)永林電設社長(영림건설사장)과 더불어 宗族(종족)의 發展(발전)에 關心(관심)이 많은 一家(일가)분들이 많다. 房世源 東邦信用金庫監事(방세원 동반신용금고감사), 房景源 前兵務廳長(방경원 전병무청장), 房千源(방천원) 서울大(대)관리과장, 房鍾源 大韓火災保驗所長(방종원 대한화재보험소장), 房成源(방성원) 우진가방(株주))社長 釜山(사장 부산)의 房興錫 白馬企業社長(방흥석 백마기업사장), 房泰雨總務, 水原(방태우 총무)의 房石雄社長 盛德(박석웅사장 성덕)의 房道源社長 全州(방도원사장 전주)의 房極(방극)성判事(성판사), 房致源 小兒科院長(방치원 소아과원장), 光州(광주)의 房姓春(방성춘) 판소리人間文化財補安養(인간문화재보안양)의 房極宴 時人(방극연 시인). 裡里(이리)의 房順源 起電社長(방순원 기전사장) 역시 宗會 發展(종회 방전)에 애쓰시는 房相極 養鹿協會 事務局長 房周嚇 總務理事 房極秀(방상극 양록협회 사무국장 방구혁 총무이사 방극수) 조흥은행 지점장 房成烈(방성렬) 구라파 製菓社長 房吉源 朝興銀行 面牧支店長 勞動部(제과사장 방길원 조흥은행 면목지점장 노동부)의 房極允 局長(방국륜국장), 房基 法制處 法制棺(방기관 법제처 법제관) 또 三養社(삼양사)에서 重要(중요)한 일을 맡고 계시는 房榮均 理事 學界(방령균 이사 학계)에도 서울大學校(대학교)의 房錫炫敎授(방석현교수)(經營大博士경영대박사) 中央大學校(중앙대학교)의 房熙錫敎授(방희석교수)(海運經營學博士해운경영학박사) 水原大學(수원대학)의 房昌犣敎授(방창엽교수)······. 많은 宗親(종친)들이 서로 往來(왕래)하며 옛 祖上(조상)을 崇(숭)상하고 眞實(진실)과 義理(의리)와 福(복)되게 살아 오신 祖上(조상)의 얼을 받들어 우리가 지금 여기 살고 있음을 確認(확인) 열심히 繁榮(번영)의 길을 걷고 있다.
91. 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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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박 꽃
새벽부터 피어나 아침에야 활짝 웃는 꽃 그 탐스러운 호박잎 줄기 매듭마다 피어나는 노란 꽃 여름에서 가을로 이어지는 줄기 마디마디······ 소박하고 촌스러운 호박꽃은 수꽃과 암꽃이 분명 초가 지붕 위에 쑤시대나무 울타리에 담장 용마람 위에도 아무렇게 피어나는 어려서는 애호박 영그러 가면 늙은 호박 애호박은 여름철 부깨미되어 사람의 입속을 드나들고 늙어서는 사람들의 몸 보신으로 창자속을 채우네
밤이면 반디불 초롱되어 글방을 비추나니 책장의 검은 글씨 호박 꽃이 되어라 호박꽃은 피고 지고 호박은 열매되어 서리 맞아 영그네 그 노란 색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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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풍성한 열매여 둥글 둥글 자라나는 호박의 생리 마냥 탐스럽기만 하구나 그 노란 빛이 가을 되어 빛나네
91.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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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 題(무 제)
늦은 가을 11月(월) 5日(일) 음력 9月(월) 스무아흐레 午後(오후) 2詩(시) 10分(분) 당신의 表現(표현)대로라면 13時(시) 70分(분) 기어코 낙엽따라 당신은 떠나야 했는가······ 떠나는 날을 헤아리며 가야하다니
왜 내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는가 왜 무릎 꿇고 再拜(재배)하게 하는가 하늘에는 별 일곱이 반짝이더니 네 별 하나 떨어져 나가······ 여섯 별만이 남아 있구나
웃고 까불고 쓰잘디 없는 소리만 하기로 했던 우리가 말없이 눈물을 흘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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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먹은 별들처럼 젖어 있어라
지난 그 어느 날 분말의 겨울 바다 검은 하늘에 검은 파도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옛 時節(시절) 그 바닷가 모래 밭을 거닐던 어린 우리들은 이 가을 하늘 푸른 바다 노란 단풍 사이에서 헤여지다니 영영 헤여지다니
너는 제주 말 새끼처럼 민중한 다리로 많이도 달렸지 이제 너하고는 만날 수 없구나 그 情(정)겨운 욕도 들을 수 없구나 그 날카로운 풍자도······ 그 유모도 위트도 말이다
늦은 가을 어느 午後(오후) 따뜻한 햇볕 내려 쪼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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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을 너는 혼자 넘고 있느냐 너는 홀로 분말 옛 마을로 떠나느냐 찬란한 가을 햇볕 아래 떠나고 있구나 雲風(운풍)! 너는 구름과 바람처럼 사라지고 있어라
바람되어 구름으로 가는가? 구름되어 바람으로 사라지느냐 따뜻한 가을 햇볕 아래 구름 되어다오 바람 되어다오 푸른 하늘 높다란 마을에 흰구름으로 보여다오 나부끼는 바람결에 흰 구름 그리워······ 오래 오래 머물러 바라 보게 해다오
1991. 10.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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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과 낙엽
海員寺(해원사)에서 오르는 北漢山(북한산) 등성이 길을 가자면 平倉洞(평창동)을 지나야 한다. 洞里(동리) 집집마다 길거리마다 감나무가 많다. 落葉(낙엽)진 엉성한 가지에 풍성하게 매달린 감! 흩어진 落葉(낙엽)은 쓸쓸한 가을의 象徵(상징)처럼 느끼지만 가지마다 붙어 있는 크고 작은 감의 풍요로움은 農村 故鄕(농촌 고향)이 아니라도 아련한 가을의 情趣(정취)와 鄕愁(향수)를 달래기에 족하다. 6 · 25 난리에 읽어 버린 옛 집은 재로 사라졌지만 시누대 밭에 서 있는 감나무는 數百年(수백년)을 두고 자리를 지켜 주어 올해도 장동감, 뒤안감, 舍廊(사랑)앞 장두감, 작은 방 옆 또가리 감들이 어느 해보다 많이 열려 옛날처럼 집터를 풍성하게 해 준다. 감은 어쩐지 마음의 고향처럼 느껴지는 정겨움이 있다. 늦은 봄 감독(감꾳)이 필 때면 수없이 주어 먹기도 하고 구슬처럼 실에 꾀여 염주같이 목에 걸고 다니기도 했지, 오늘따라 金得洙同門(금득수동문) 孔俊晧同門(공준호동문)은 禮式場(예식장)에 나가는 날이라 혼자서 北漢山(북한산)을 오른다. 海圓寺(해원사)등성이로 오르는 北漢山(북한산)은 단풍으로 꽉 차 있다. 흩어져 쌓인 낙엽을 홀로 밟으며 오르는 山(산)길은 적막하기만 하다. 그렇게 요란하던 벌레소리도 오늘은 멈추고 낙엽 밟는 소리만 들릴 뿐, 오솔길 낙엽의 길은 쓸쓸한 孤獨(고독) 바로 그것일 수 밖에 없다. 감나무처럼 열매를 남겨 주지 못하고 낙엽되어 흩날리는 나무들의 외로운 모습! 바람 스치는 스잔한 낙엽의 소리는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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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재촉하듯 허전하고 을시년스럽기 까지하다. 역시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은 혼자가 좋다. 第一關門(제일관문) 第二關門(제이관문)이라 이름 붙여진 산비탈길을 몇구비를 돌고 돌아 아무도 없는 적막속에 홀로 걷자니 가을이 주는 哀情(애정)을 한없이 맛볼 수 밖에 없는 외로움도 있다. 오솔길이 되어서 등산객도 드물다. 어쩌면 그런 조용한 길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가을의 낙엽을 山情(산정)을 혼자서 맛보기 위해서······. 大南門(대남문)까지는 조락의 가을 길을 걸었지만 새로 復元(부원)된 大南門(대남문)부터는 사람의 거리, 形形色色(형형색색)의 등산복 잔치집 같은 북새통 三角山(삼각산)이 바라다 보이는 고요한 언덕, 소나무 아래 양지쪽 낙엽 덮인 자리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다. 점심후에 먹은 감에서는 다행히 씨가 둘이나 나온다. 양지바른 언덕에 흙을 깊이 파고 두 알의 감나무 씨앗을 심는다. 부디 싹이 터서 큰 나무가 되어다오. 낙엽 뒤에 열매를 남겨 주었으면······. 가지마다 감이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흙을 밟으며 감의 씨앗을 도닥 거린다. 바람 스치는 싸늘한 가을을 산에 두고 文殊寺(문수사)를 거쳐 下山(하산)하는 길, 아무도 없는 낙엽의 길은 허전하기 조차하다. 헤어진다는 가을, 흙으로 간다는 낙엽, 올 가을은 더욱 쓸쓸한 季節(계절)이기에 혼자서 단풍길을 걷고만 싶다. 골자기 흐르는 물속에는 송사리가 제법 크게 자라 헤엄치지만 맑은 물 위에 떠 있는 낙엽은 허전할 뿐, 내려오는 舊基洞(구기동)에도 골목마다 담장안에는 감나무가 많다. 가지 가지에는 노랗고 붉은 감들이 주렁주렁 고향의 감나무처럼 서울에도 감은 정겹고 풍요롭다. 낙엽의 거리에 감의 노랗고 붉은 빛깔은 空虛(공허)를 메꾸는 慰安(위안)을 준다.
1991.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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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歲月(세월) 오는 人生(인생)
네살에 하늘천 따지 벽에 붙은 立春大吉(입춘대길) 漢文字(한문자) 읽어 내고 曾祖(증조)할아버지 작은집 할아버지 웃음과 기쁨과 자랑거리였다네
설날엔 밤새워 지으신 새옷 어머니 바느질 솜씨에 몸 감싸고 풀냄새 나는 다듬이 소리에 다듬어진 까치옷 입고 새벽 첫닭 울면 초롱불 들고 세배 나섰네 얼어 붙은 흙탕길을 새신 신고 밟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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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 터진 바지에서 대님 치며 입던 바지로 저고리에 조끼입고 뽐내던 歲月(세월)은 그 몇 번을 가고 또 갔던가 멋대로 바지 입고 목댕기 메고 마음대로 갈아입던 그 옷들이 많은 설날을 보내고 또 보내고 겹처 지나가네
어언간 봄 가을은 쉰 여덟 번을 더하고 눈 내리고 비 오는 날 바람도 많이 불었지 구름도 끼고 더러는 햇볕도 비쳤지······ 즐거운 일들만 생각하기로 한다 좋은 지난 날만 더듬기로 한다
나무가지에는 튼튼한 나무 가지들에는 까치가 집을 짓는다 새 봄을 맞을 채비를 하는구나 어느새 새 봄이 오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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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의 입김은 그 어느 生物(생물) 보다 먼저 봄을 느끼는구나
알을 낳을 집을 벌써 겨울부터 짓고 있다니 눈 내리는 겨울에 봄을 알고 材木(재목) 하나 하나를 물고 날으며 오는 生(생)을 장만하네 그 집에는 비도 세지 않고 바람도 타지 않는다니 신기하고 깊기만 하네
지난 세월 오는 人生(인생) 까치 소리에 잠기고 지난 세월 오는 人生(인생) 까치 집에 담겨 있네 오래도록 아늑하리 늦게까지 따뜻하리 까치집 사연처럼 神秘(신비)하여라
1992. 2. 4.
설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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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에 매우 약해서,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ㅠ_ㅜ)
계속 살펴보긴 했는데,
혹시나 실수해서 틀린 부분이 없길
간절히 바래요 (..)
첫댓글 제 컴터가 이상한지, p110 의 제목 무제중에 "무"가 한자화되질 않아요;;
"까치의 입김은 그 어느 生物(생물) 보다 먼저 봄을 느끼는구나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ㅠ_ㅜ) 계속 살펴보긴 했는데, 혹시나 실수해서 틀린 부분이 없길 간절히 바래요 (..) ~~~수고~~~"제 컴터가 이상한지, p110 의 제목 무제중에 "무"가 한자화되질 않아요;; ~~~~~~無~~~~~*^^*
누가 갓 제대한 복학생 아니랄까봐 이 성실쟁이 ㅋㅋ
ㅋ 현우야 윤슬기랑 착각한거 아냐?ㅋㅋ
우와- +_+
우와~~ 저도 어서 해야하는데 ㅡㅡ^
나도 얼른 해야지ㅋ
와 벌써?대단~
빠르다 WOW!!
확인해보았어 ^ㅡ^
하하하.전 03학번 '여학우' 이슬기입니다(..)
오우 대단!
오우...
빨리도햇내ㅔ
수고하셨어여~~!!